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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바이두(Baidu) 포털에는 '티에바'라는 기능이 있다. 일종의 카페 비슷한 거다. 한국 예능 프로그램 보는 중국 사람들도 프로그램별로 티에바를 만들어 정보 교류를 하고 있다. 그 중 Altairxs 라는 닉네임을 쓴 개설자가 만든 <<복면가왕> 티에바가 있다.


이 글은 <복면가왕> 티에바 개설자인 Altairxs가 중국판 <복면가왕>과 한국판 <복면가왕>을 비교해 쓴 것이다. 2015년 7월 하순에 시작한 중국 <복면가왕>의 현지명은 <몽면가왕>으로, 시즌 1이 끝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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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복면가왕>과 쟝쑤(江蘇)위성방송 <몽면가왕>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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쟝쑤위성의 새 음악프로그램 <몽면가왕>을 뭐라 평가해야 할까? 이렇게 좋은 포맷을 갖고 와서는 엉망으로 망쳐서, 반쪽짜리 <나는 가수다>로 변형되다 보니 디테일 전반에 구멍이 생겼다. 개인적으로 MBC의 <복면가왕>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한국 MBC의 원판과 중국 쟝쑤위성판을 비교해보자. ‘복면’가왕이니 우선 가면부터 보겠다. 쟝쑤위성 <몽면가왕> (이하 <몽면>)의 가면은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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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출연자들은 ‘백능경’ ‘검은백조’ ‘늑대이빨’ ‘영혼전경’ ‘낙타’ ‘철부채오트만’이다. 중국판의 스태프들에게 묻고 싶다. 이것도 가면인가? 여가수 둘은 반쪽만 가렸는데, 가장무도회라도 하려는 건가?


무엇보다 놀라웠던 건 ‘영혼전경’. 다음의 사진 두 장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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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 사이즈가 너무 작지 않나. 밴드로 조인 건 말해 무엇하랴, 이건 관광지에서 파는 손오공 가면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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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에는 가면이 더 작아졌다! 수염도 없어져서 ‘리췐(李泉)’이라 부르고 싶은 마음이 간절! 중국판은 출연자의 닉네임마저 초라한 느낌이다. ‘늑대이빨’ ‘낙타’엔 수식어도 없나?


이번엔 한국 <복면가왕>의 가면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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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 인물은 ‘황금락카 두통썼네’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 ‘파송송 계란탁’ ‘소녀의 감성 우체통’ ‘어머님은 자외선이 싫다고 하셨어’ ‘인생직진 신호등’이다. 원판의 가면은 완전히 얼굴을 가렸을 뿐 아니라, 소재도 다양하고 디테일이 살아있다. ‘파송송 계란탁’의 경우 머리 위에 계란껍질로 장식했다. 제작비는 적게 들었겠으나 디자인에 신경 썼음을 알 수 있다.


가면 말고도 원판의 출연자는 모두 장갑을 꼈으며, 몸 전체의 형상에는 더욱 정성을 들였다. ‘어머님은 자외선이 싫다고 하셨어’의 전신은 이런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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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은 면티를 입고 몸빼바지에 슬리퍼를 신었다. 무대에 오를 땐 물통도 들었다. 척 봐도 밭일하다 온 아줌마 모습이다.


동작에서도 원판에서는 출연자의 습관을 감추는 데 주의를 기울인다. 중국판에서 ‘낙타’가 손 들고 다리 흔들며 턱을 올리는 동작으로, 음악 프로그램 자주 보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정체를 알아챈 그런 상황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출연자의 음성 변조 역시 지적할 부분이다. 원판에서는 무대 위든 아래든 모든 대화에 음성변조 효과를 넣었고, 톤이 올라간다. 그런데 중국판에선 2회째가 되어서야 변조를 넣어 그때부터 출연자가 말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톤을 다운시키는 변조를 써서 별반 효과가 없다. 습관적인 어투까지 더해지면, 가령 대만이나 홍콩 출신의 특이한 말투는 금방 알아낼 수 있다. 이는 한국 미디어가 음성변조를 자주 사용한 경험과 관련이 있다. 한국에선 뉴스에서도 많은 인터뷰를 음성변조 처리하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더 숙련된 것이다.


이제 중국판이 그토록 욕먹는 경선 시스템을 보자. 1라운드엔 6명이 1:1로 독창을 붙어 승자 3명은 2라운드로 진출한다. 2라운드에 승리자 3인이 다시 독창을 하여 최고 득표자가 그 기의 가왕이 되며, 가면을 벗고 (시즌 막판에 있는) 준결승에 진출한다. 3회 연속으로 2라운드에 진출하지 못한 출연자는 탈락하는데, 탈락자는 가면을 벗고 계속 경선에 참가하거나, 또는 가면 벗지 않은 채로 경선을 포기한다.


이긴 자는 떠나야 하고, 진 자는 오히려 노래를 계속 부른다. 이런 설정은 비상식적일 뿐 아니라 원판의 시스템과는 완전히 반대인 것이다.


원판에서는 가왕에 총 8명이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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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라운드에선 두 명이 듀엣으로 불러 비교적 참신하기도 하고 시간도 절약한다. 남녀 듀엣으로 붙이는 경우가 많은데, 성별의 차이를 없애고 남녀를 정면대결하게 만드는 것도 이 프로그램의 볼거리다.


2라운드는 준결승으로 독창 1:1을 붙여 4명 중 둘을 뽑는다. 3라운드 결승도 1:1이며 승자가 현재 가왕에 맞선다. 가왕쟁탈전에선 가왕이 노래를 하고, 평가단이 그의 이 노래와 도전자의 앞선 노래 3곡을 종합 비교해 투표하여 새로운 가왕을 뽑는다.


8명에서 4명 뽑는 게 한 회 방송이고, 준결승에서 가왕쟁탈전까지가 또 한 회 방송이다. 매주 1회를 방송하니까 2주에 가왕이 하나 나오며 템포가 빠르다. 이와 비교해서 중국판의 경선제도는 이상하고도 지루하다.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이 시간표를 보면 무슨 생각이 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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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급경연 / 준결승 / 결승


이건 <나가수> 아닌가?! 그러니 중국판은 진정한 <복면가왕>이 아니라 ‘복면판’ <나가수>인 것이다. 준결승에 오른 출연자가 이미 가면을 벗었다는 걸 상기하시라. 이미 얼굴을 노출시킨 경선이 <나가수>와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이러면서도 <복면가왕>이라니, 누굴 봉으로 아나? <복면가왕>을 보는 진정한 의미는 <나가수>의 가수를 출연시키는 데 있는 게 아니다. 이는 뒤에 더 설명하겠다.


이번엔 평가단와 평가 시스템에 대해 알아보자. 원판의 평가단은 모두 11인인데, 대략 이렇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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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격: 김구라, 지상렬

작곡가: 김형석, 윤일상

개그맨: 신봉선, 이윤석

연기자: 황석정, 한혜진

가수: 백지영, 버벌진트

아이돌: 산들, 수호

(예를 들어 말한 것이다. 모두 고정은 아니다)


중국판의 평가단은 매회 5명에 불과하고, 2회까지 6명이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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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시엔 (가수) 이넝징(가수/배우) 다이쥔(가수/MC) 리친(MC) 리샹(MC) 순하오(가수)


원판 평가단은 사람 수가 많아 프로그램에서 큰 역할을 한다. 사람 많으니 말도 많고, 분위기를 띄우며, 다양한 직업군의 구성은 자신의 특장점을 발휘하도록 만든다. 작곡가는 작품성을 맡고, 개그맨은 분위기 담당이며 배우와 아이돌은 비주얼 격이다. 김구라처럼 재간 많은 MC가 전체를 조율하기도 해서, 노래와 노래 사이의 대화와 투표과정이 매우 재미있고 볼거리가 많다.


중국판의 평가단은 꽤 약하다. 사실, 중국판이 시작하기 한 달 전쯤 예고편을 봤을 때 나는 이들이 가수 출연자인 줄 알았다. 이들은 모두 선수로 출연할 만한 사람들이다. 꽤 오래 노래를 놓은 왕년의 가수든, 노래 실력을 숨긴 MC든 사람들이 추측할만한 거리가 되니까 말이다. 결국 이들은 평가단이었는데, 이들 중 몇몇이 노래 평가에 아무 전문성이 없다는 건 차치하고라도, 평가에 무슨 내용도 없고, 분위기도 가라앉아 있다. 현장 조율 따위는 말할 필요도 없다.


이넝징은 무대 위 출연자 따라 노래도 부르는데, 사람 짜증나게 하는 DJ 보는 듯했다. 위정칭(庾澄慶, 대만가수)이 <보이스 오브 차이나>에서 숨겨둔 MC 실력을 발휘한 것에 비하면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다. 이런 댓글이 있었는데 동의하는 바이다. “평가단 통편집하면 시청률 올라갈 수도.”


하지만 이것은 연예인평가단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


중국판에선 관객 투표 전에 연예인이 자기의 투표를 공개한다! 이러면 관객평가단에게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원판에선 투표 끝나야 말을 시작한다. 이렇게 떠들고서 투표를 하면 관객 평가단의 의미가 심각하게 훼손된다.


이것 역시 관객평가단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 절대로.


중국판에선 관객평가단의 수가 많다. 모두 300명이니 원판의 88명에 비하면 규모가 훨씬 커졌다. 이 정도 규모라면 스포일러를 막기도 어렵다. 실제로 첫 회 방송 일주일 전에 이미 넷상엔 출연자 전체 명단이 유출됐고, 이는 출연자를 맞혀야 하는 프로그램 특성상 심각한 타격이 된다.


또한 관객평가단에는 기권표가 있다! 2회 ‘검은백조’와 ‘늑대이빨’의 결과는 174:103이었다. 20표 넘게 기권한 건데, 이러면 원판에서 총 투표를 홀수로 맞추고 기권을 통제하려 했던 의미가 없는 것이다. 만약 무승부라도 나온다면?


판권을 사오지 않았던가? 원판의 시스템을 충실히 따라갔으면 깔끔한 문제 아닌가?


좋다. 이제 출연자를 보자. 이는 음악 프로그램의 핵심이기도 하거니와 원판 <복면가왕>이 볼만했던 핵심 요소이기도 하다. 원판에선 매회 시작 전 힘 있게 울려 퍼지는 개막 선언이 있다. 1회의 내용은 이런 것이었다.



“가왕이란 노래를 가장 잘하는 사람을 말한다. 그리고 우리는 편견을 버리기 위해 가면을 선택했다. 정규 편성으로 돌아온 미스터리 음악쇼, 복면가왕!”



과대포장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신분과 경력, 나이, 외모 등의 기준을 없애고 감상 평가해달라는 프로그램의 의의를 표현한 말이라 보면 되겠다. 원판은 (글을 쓰는) 지금까지 9대 가왕을 진행했고 파일럿까지 80명의 출연자가 나왔다. 이를 관찰해보면 출연자는 다음의 네가지 부류에 어울리는 사람들임을 알 수 있다.


1) 인지도 있고 노래 잘하지만 오랫동안 출연을 안 했다. 데뷔 10년 이상 지난 옛날 가수.


2) 인지도 있지만 노래 잘하는지는 잘 모른다. 좋은 노래를 만나지 못한 실력파 가수, 뮤지컬 가수, 또는 아이돌 그룹에 속해 관심받지 못한 보컬.


3) 노래를 들어본 적 없다. 연기자, 운동선수, MC, 래퍼.


4) 레전드급. 마음대로 창법을 바꿀 수 있으며, 기교로 평가단을 농락해 정체를 궁금하게 한다.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 같은 경우. 관객과 평가단이 출연자를 추리하는 과정이 재미의 포인트다(실제로 <셜록>의 배경음악이 나온 적도 있다).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처럼 연임하게 되면 사회적인 화제가 되어, 프로그램의 관심도를 더욱 올리기도 한다.


원판이 3개월 동안 80명을 출연시켰던 것과 대비되는 점은, 중국판이 3개월 동안 10여 명밖에 내보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원판이 이렇게 풍부한 출연자 자원을 가진 이유는 한국 엔터테인먼트의 환경과 떼놓고 생각할 수 없다. 이에 비해 중국 국내에선 현재 라이브 실력이 있는 옛날 가수가 별로 없다. 아이돌 그룹의 저변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이 역시 중국어권 엔터테인먼트 생태계에서 요즘 나타난 ‘시스템성 싱크홀’과 무관하지 않다.


나는 예전에 한류에 반감이 많았다. 허벅지나 노출시키는 성형소녀들, 염색에 아이라이너 투성이인 양아치 소년들, 여기에 유행이나 좇는 아이들? 이제 생각하면 다 무지하고 웃긴 편견들이었다.


조금 신경 써서 한국 유행음악을 들어보면, 그들의 아이돌과 음악 프로그램, TV 예능, 드라마, 음원, 차트, 신곡 발표, 콘서트, 시상식 등등이 모두 20년 이상의 진화 속에서 산업화, 체계화되었고, 그리하여 우리보다 훨씬 성숙한 시스템을 갖추게 되었음을 알 수 있다.


분량이 길어지니 여기선 두 가지 예만 들어보겠다. 작년 KBS의 <뮤직뱅크>는 멕시코에서 콘서트를 열었는데, 체육관은 라틴 청년들로 가득했고 많은 사람들이 한국어 가사를 따라 불렀다. 또 요즘 인기 있는 그룹이 신곡을 발표하면, 하루도 지나기 전에 유튜브에 MV 감상평(Reaction)이 올라온다. 게다가 대다수는 비아시아권 서구 미녀들의 자작 영상이다. 이런 것이 바로 전형적인 문화 수출, 소프트파워 수출, 가치관 수출의 현실상이다. 한국 엔터테인먼트는 진짜로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향하는 수준을 이뤄냈고, 이는 오직 고효율성의 성숙한 엔터테인먼트 생태계에 의해서 실현 가능한 것이다.


중국어권을 돌아보면, 노인들은 노력하지 않고 신인은 나오질 않는다. 더 심층적인 원인은 음반제작사들의 몰락이다. 이는 세계적인 추세이긴 하지만, 우리처럼 지적재산권이 심각하게 낙후된 곳에서는 더욱 급작스럽고 처참한 몰락을 맞이하게 된다.


노인들이 음반 내고 돈 못 벌면 어떻게 하는가? 자기 무덤을 판다. 매년 자신의 콘서트를 열어 지위 유지할 수 있는 정상급 가수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예전처럼 자주는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신곡으로 자존심을 지킨다. 하지만 대다수는 옛날에 의존해 먹고 산다. 한번 제 무덤 파기 시작하면 무슨 별의별 기념으로 같은 노래 앨범을 낸다. 음악 산업 발전에 털끝만큼도 기여하지 못한다고 할 수 있다.


신인들이 나오지 못하는 것은 각종 오디션 프로에서 극명히 드러난다. 뜯어먹을 수 있는 풀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한 해도 참지 못하고 갉아먹다 보니, <보이스 오브 차이나> 오디션도 시즌 4에 다다르자 전부 외국 출신만 나온다. 대만의 <초급성광대도>가 떠올랐는데, 여기서도 몇 시즌 만에 대만 내의 풀을 뿌리까지 파먹고 나선 <화인(중국인)성광대도>로 이름을 바꾸었다. 그러더니 화교권 심지어 차이나타운까지 긁어먹기 시작했다. 결국은 풀이 바닥나자 프로그램은 사라지고 말았다. 그리하여 지금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조명되는 이들은 대개 경력자들뿐이다. 여기에 ‘전문 오디션 출연자’란 직종도 생겨났는데, 예능 패널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다고 생각한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하지 않고 음반제작사가 스스로 키운 신인 역시 성과는 미미하다. 회사는 신인을 밀 힘이 없고, 밀어도 장사가 안되니, 베끼지만 않으면 다행이다. 최근 훤징청(混京城) 밴드에서 10년 했다는 제작자가 한국 그룹 Winner의 ‘Love is a lie’란 곡을 베꼈는데, Winner는 작년에서야 데뷔한 그룹이다. 이 노래의 작곡자 한 명은 93년생, 또 하나는 94년생이다. 이런 것까지 표절하다니, 발 빠른 세계화란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런 문제들은 중국판 <몽면가왕>에 여실히 반영되어 있다. 음악 면에서 나타난 결과가, ‘낙타’ ‘제천대성’처럼 특징이 분명하면서도 발성을 바꾸지 못하는 대형 가수를 출연시키는 것이다. 바로 옆 프로그램(<나가수>를 지칭)에서 내려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으니, 제 얼굴은 고사하고 관객의 얼굴도 망칠 수밖에 없었다. 관객에게 누군지 모르겠다는 소리를 하게 하려니 얼마나 어려웠을까.


음악 측면의 문제는 이 프로그램의 실패 원인 중 하나일 뿐이다. 제작 부문의 문제도 꽤나 많다.


이번에 쟝쑤위성은 꽤 빠르게 판권을 확보했다. MBC의 원판이 설 특집으로 시작했고, 반응이 좋아 4월에 정식으로 편성이 되었다는 걸 알아두자. 그러니 3개월도 되지 않아 판권을 사온 건 효율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앞에서 지적한 사례들을 보면 디테일은 너무나 조악하다. 다른 방송국보다 선수부터 치고 본 것일까? 알 길은 없다.


그나마 알 수 있는 것은, 쟝쑤위성이 현재 음악 쪽 프로그램을 제작하지 못하고 있는 또다른 이유는 프로그램을 수입 제작하는 찬싱(주로 해외예능 수입 제작)에 있는데, <보이스 오브 차이나>의 경우에서 보듯이 뒷심이 부족하고 피로도가 한계에 달했기 때문이다. (*역자 주: 찬싱(燦星)은 외주 제작사로 <보이스 오브 차이나> <무한도전> 등의 프로그램을 만든다. 외주 제작사는 중국에선 새로운 시스템으로, 현재 찬싱은 여러 프로그램을 동시다발로 제작해 각 방송국에 공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MBC의 <복면가왕>이 잘 만들어진 이유에는 음악 프로그램의 경험 축적이 크게 작용했다. <나가수>도 MBC에서 시작했고 4년을 진행했다. <복면가왕>이 대체한 <애니멀즈>(후난위성의 <이상한 친구>와 비슷한 시기. 누가 먼저인지 모르겠다)는 시청률이 참담해서, 새로 들어온 음악 프로그램은 빠르게 높은 시청률을 올렸다.


한편, 중국판 <몽면가왕>과 <나가수>는 또다른 공통점이 있는데, 량챠오버(梁翹栢, 홍콩 출신 음악인)가 음악 총감독을 맡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최근 두 회를 놓고 보면, 음악감독이 중요한 건 사실이지만 그가 전부일 순 없다. 프로그램 모든 부분에 다 신경 쓰지 못한다면, 최종 결과물은 역시 이 모양인 것이다. 노래 듣기 좋을지 몰라도 프로그램은 재미가 없다.


후난위성의 <나가수>는 원판의 룰을 충실하게 따랐다. 조명, 카메라 동선, 무대배경 모두가 원판과 흡사하다. 시즌 2와 3에 이르러선 원판보다 나은 면까지 있다. 이렇게 신중하게 들여오고, 먼저 충실하게 답습한 후 우리 환경에 맞춘 시도가 있어야 비로소 노련하고도 유효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몽면가왕>은 이름만 같을 뿐 다른 부분에선 거의 레시피를 바꾸어 결함이 곳곳에서 발견되는 결과를 낳았다. 좋은 건 못 배우고, 결함은 메우지 못했다. 부실공사의 조악함이 넘치니 호랑이 그리려다 개만도 못한 꼴이다.


앞에서 원판과 중국판의 여러 차이를 얘기했는데, 저쪽에서 잘 만든 프로그램을 훼손시켰다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였다. 판권은 사놓은 것이니, 자기주장 하기 전에 충실하게 따라하는 게 그렇게 어려웠을까?


결국엔 중국 시장에서 돈 벌기가 너무 쉽다는 얘기를 할 수밖에 없다. 중국 시장 크긴 하잖은가. 좋은 가수는 적은데 시장은 엄청 크다. 영화나 드라마는 방송국 하나 잘 잡아서 선전 조금만 해주면 돈이 굴러 온다. 벌기 쉬운 돈 놔두고, 무조건 심혈을 기울여 좋은 내용을 만드려는 프로페셔널이 몇이나 될까?


이렇게 많이 얘기했으니, 마지막으로 내 개인적으로 원판 <복면가왕>을 좋아하는 이유를 말하고 싶다.


출연자의 정체를 추리하는 과정은 매우 재미있다. 좋은 노래를 듣고 음원을 찾아 다시 듣는 것도 꽤 좋다. 하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출연자가 가면을 벗는 그 순간이다.


사실 ‘복면’이란 형식은 많은 출연자에게 있어 장애물이 되지 않는다. 반대로 압박감에서 벗어나 자신의 최고 실력을 발휘하는 데 도움을 준다. <로마 위드 러브>에 나온 ‘샤워공연’(샤워할 때만 노래 잘하는 사람이 나옴)은 우디 앨런 식의 유머이긴 하지만, 그 표면상의 황당함 너머는 현실 세계의 반영인 것이다.


<복면가왕>의 ‘클레오파트라’ 김연우가 4연속 가왕이 되었는데, 그가 <나가수>에 참가했던 것은 확실히 일회성 놀음이었다. 이번에 그가 부른 ‘가질 수 없는 너’는 분명 그때보다 안정감이 느껴졌고, 목소리에서 오는 감정도 훨씬 진했다. 우지홍(武志紅, 심리학 컨설턴트) 선생이 얘기했던 대로, 많은 사람들은 무대에서 ‘보여진다’는 사실로 인해 초조함을 느낀다. 마치 Sia처럼, 어쩌면 그렇게 얼굴을 가렸을 때 비로소 허물없이 마음을 놓게 되는 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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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자가 가면을 벗는 그 순간, 사람들의 추측과 기대 속에서 방벽을 없애고, 환히 얼굴을 드러내며 세상 사람들이 그 노랫소리가 누구에게서 났는지를 보게 될 때야말로, 가수에게 있어서는 어떤 ‘새로남’의 의미를 갖게 된다.


Apink의 정은지는 이런 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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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핑크로서 노래를 부를 때, 아무래도 목소리를 바꿔야 되죠. 데뷔 당시엔 스트레스가 많았어요. 많은 노래를 불렀지만, 가수로서 내 목소리를 오래 기억되게 하고 사람들이 내 노래를 듣고 싶게 만드는 건 정말 중요한 문제였어요. 이것 때문에 고민 많이 했죠. 에이핑크는 어떤 건 줄 아는데, 나 혼자 노래할 때의 목소리는 특징이 있는 걸까? 이런 이유 때문에, 솔직히 많이 망설이기도 했지만... 좋네요.”



재미있는 대목이 있는데, 중국판에서 가면을 벗은 ‘백릉경’과 ‘검은백조’는 모두 가면을 벗었을 때 눈물을 흘렸는데, 3분간 사력을 다하고 그로써 자신을 증명한 어떤 장렬함 같은 것이 있었다. 하지만 스트레스는 스트레스일 뿐, 그 이상은 아니다. 최소한 이 둘은 중국어 음악권에서 한몫하는 유명 가수이고, 또한 해마다 무수히 무대에 설 기회가 있고 콘서트도 여는 사람들이다. TV 음악경연에서 이겼다고 우는 건 좀 감정과잉처럼 보인다. 하지만 (평가단에 있는) 다이쥔이나 순하오처럼 10~20년은 노래 안 한 가수가 복면하고 다른 경쟁자를 쓸어버렸다면, 그야말로 눈물을 불러오는 장면일 것이다.


원판의 복면 출연자들은 가면을 벗을 때, 대개 부담감을 벗어버리고 웃음 짓는 얼굴을 보인다. 개그맨이었다가 뮤지컬로 전업한 사람이든, 아이가 벌써 중학생이라는 8시 반 드라마 단골 연기자든, 자신의 실력을 보여줄 기회를 갖지 못했던 아이돌 그룹의 서브 보컬이든, 아니면 사람들의 추측 속에 창법을 바꿔가며 도전자들을 눌러버린 레전드든, 가면 벗는 그 순간만큼은 만족스럽고 따뜻한 시간이 된다.


음악 프로그램이 이 정도 수준, 그러니까 기괴하거나 비참하지 않고, 기교 자랑도 아니고, 가족 누구나 볼 수 있고, 머리 염색 안 하고, 오글거리거나 눈물 쥐어짜지도 않고, 그러면서 무대 위의 표현으로 아름답고도 평범한 인생까지 맛볼 수 있고, 노래 하나하나 잘 들을 수 있다면, 정말로 박수를 치지 않을 수 없다.


너무 감상적이랄까 봐 끝에 하나 더 적는다. 원판은 매주 4명이 가면 벗는 걸 볼 수 있다. 중국판은 매주 하나만 가면을 벗는다. 그리고 그 사람은, 사람들이 한 달 전부터 누군지 알고 있다.


... 누굴 봉으로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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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그의 중국판 복면가왕인 <몽면가왕>에 대한 비판을 추려내면 다음과 같다.


1. 가면을 포함해 복장, 음성변조 등이 출연자를 감추지 않아 추측하는 맛이 없다.


2. 이기는 자가 가면을 벗고, 지는 자는 가면을 유지한다.


3. 연예인평가단의 지적이 노래 평가나 정체 추측과 관련이 없고, 총 투표에 영향을 준다.


4. 총 투표 관리가 엄격하지 않고 스포일러도 쉽다.


그리고 글쓴이는 이 문제들이 발생한 근본적 원인을 ‘중국 연예(음악) 시장의 낙후성’에서 찾고 있다. 꾸준히 노력하는 기성가수도 없고, 실력을 양성시킬 기획사 시스템도 없다. 따라서 출연자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힘들다.


정해진 출연자를 계속 써먹어야 한다면 ‘노출’의 문제가 생긴다. 자신을 홍보하지 못하는 프로그램에 계속 나와야 할 필요가 있을까? 그러므로 ‘눈 가리고 아웅’하는 가면 방식을 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체가 탄로 나든, 스포일러가 유출되든 상관없다. 오히려 꼭 네가티브라고 보기 어려운 마케팅 효과를 제작진은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시청자가 아니라 ‘제작진과 출연자’를 우선 배려하는 사고방식이다. 중국 시청자들이 중국 TV 프로그램을 비판할 때, 나아가 축구협회나 악덕 기업을 비판할 때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부분이 이것이다. 중국에는 민주주의가 아니라 ‘상명하복’의 주입식 사고방식이 판친다는 것이다. 우리가 해놨으니 시키는 대로 보고 반응하라는 전체주의적 사고, 일반 대중이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선택하리란 기대를 배제한 사고방식이다.


이러한 중국 국내의 문제는 외국과 비교했을 때 극단적으로 드러난다. 이미 실시간으로 한국 예능을 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 차이가 확연하게 느껴질 것이다. 글쓴이가 한국 <복면가왕>에서 가장 좋아하는 점이라고 한 부분, 출연자가 오직 실력으로 관객에게 인정받았을 때의 행복한 얼굴은, 공급자와 수요자의 상호작용이나 접점에 해당한다. 중국 예능엔 그게 없다.


사실 노래 잘하는 실력자들이 중국에 드물다는 얘기는, 어느 면에선 맞고 어느 면에선 틀리다. ‘인지도 있는’ 스타 가수들에 한정한다면 실력자가 적은 게 맞다. <나가수>가 중국에 도입됐을 때, 떠올릴 수 있는 노회한 실력자는 많이 있었지만 그들이 목을 관리해왔는가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새로운 편곡과 장르 접합을 시도할 수 있는가는 더욱 어려운 문제다.


글쓴이가 지적한 대로 중화권 노가수들은 자기 노래를 울궈먹는다. 게임계에선 ‘울궈먹기’의 달인으로 일본의 캡콤을 꼽는다. (<바이오해저드 1>에 몇 개의 판본이 있는지 아시는가?) 그러나 중화권 음반의 울궈먹기는 캡콤을 한참 능가한다. 당신이 장학우(張學友)의 팬이라 모든 CD를 모으겠다고 작정한다면… 아마 불가능하지 않을까. 같은 노래를 50번쯤 사고 나면 때려치우고 말 테니까. 판권 소유한 제작사에서도 별의별 기념판을 내고, 옛날 노래는 어느 제작사에서 또 일회성으로 사다가 내는지 아무튼 내고, 그게 불법인지 아닌지도 아리송하고… 장학우는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콘서트를 여는 대가수고 히트곡의 수도 매우 많다. 우리로 치면 임재범이나 이승철급인데, 그런 장학우조차도 울궈먹기 음반에서 자유롭지 않다.


최근 재개된 시즌4 <나가수>에 황치열이 출연했을 때 처음 탈락한 가수는 조우촨(趙傳)이었다. 90년대에 왕성하게 활동했던 유명 록커다. 그가 떨어진 이유는 어떤 색다름이 없기 때문이었다. 하던 방식대로 열심히 불렀지만, 김연우가 탈락했을 때처럼 그렇게 해서는 관객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어렵다. 조우촨 같은 올드 록커에게 무조건 변신을 요구하는 게 옳지는 않으리라. 그저 경쟁 시스템에 어울리지 않았다고 할 수밖에.


조우촨처럼 현재의 연예 시스템에 어울리지 않는 실력자는 중국에도 많다. 우리나라에서 전통가수 하면 대개 트로트 가수일 텐데, 중국에선 ‘민요가수’를 떠올린다. 경극 가수의 창법도 그렇지만 소수민족의 노래들은 제각기 독특한 창법이 있고 대개 고음 영역의 실력이 뛰어나다. 그러나 이들이 젊은이들의 유행 감각에 적응할 수 있는가는 다른 문제일 것이다. 시도는 많지만 아직 전국구적인 성공까지는 아니다.


윈도어(云)라는 예명의 민요가수. 위 영상은 <나가수-교체선수>(我是歌手-誰來館) 프로그램으로 2분경부터 특유의 고음이 나온다. <나가수>의 인기에 힘입어 작년 12월부터 <나가수-교체선수>란 인터넷 실시간 방송이 기획되었고, 신인 무명급 가수들 사이의 경연을 펼친다. 인터넷 인기투표를 통해 최종 승자 1명은 <나가수> 시즌 4 마지막 교체가수로 출연할 수 있다. 윈도어는 현재 8강에 들었다. 정통 민요창법보다는 많이 현대화된 창법이다.


중국판 <나가수>도 초기에는 라이브 실력 검증과 탈락이라는 부담 때문에 출연자 섭외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시즌 1에 기성가수인 황치산(黄绮珊)이 재조명되고, 시즌 2에 신인급이었던 덩즈치(紫棋)를 스타로 만들면서 섭외 문제는 사라졌다. 이제는 <나가수>에 나가지 못해서 안달이다.


<몽면가왕>의 문제는 <나가수>의 흥행과 관계가 깊다. <나가수>에서 채택한 시즌제는 출연자 스케줄이나 관객들의 피로도를 감안한 좋은 선택이었다. <몽면가왕> 역시 같은 문제를 고민했을 것이다. 게다가 이 두 프로그램은 방송사가 다를 뿐, 모두 ‘찬성’이라는 제작사가 만든다. 그리하여 <복면가왕>의 시스템이 전혀 달랐지만 이미 검증된 <나가수>의 시즌제 시스템을 먼저 얹었을 것이라 본다.


왜 가면을 충실하게 제작하지 않는가란 부분에서도 그렇다. 가수들은 <나가수> 같은 효과를 얻기를 기대하고 출연에 응할 것이다. 제작 측이 이를 거부하고 싶어도, 그럴 급의 가수들이 별로 없다는 것이 문제다. 신인이나 민요가수는 끼워 넣을 수 있지만, 프로그램 인지도를 높일 정상급 가수는 <나가수> 출연진과 겹친다. <나가수>급 가수를 섭외하려면 출연 효과 및 노출도를 보장해주어야만 했을 것이다. 만약 한국 시스템을 그대로 썼다면? 김필과 김동명을 1라운드에 소비해버리는 일이 벌어지게 된다. 결국 출연자 부족이 한국의 가면 시스템을 옮기기 힘든 원인이었던 것이다. 사실 이건 <복면가왕>을 시작할 때에 한국 제작진들도 고민했던 문제였다. 만약 <몽면가왕>이 성공했다면, 그래서 지금 <복면가왕>처럼 출연자가 대기 상태라면 좀 달라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미 끝난 <몽면가왕>은 욕만 대차게 먹은 상황이라, 시즌2가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이왕 판권을 샀으니 마지막으로 한국 시스템을 시도해본다면 재미있겠지만.


중국 얘기를 했으니, 이제 우리의 얘기를 해보자. 중국 사람은 당연해서 안 하는 얘기가 저 속에 숨어있고, 그것이 이 글을 쓰는 진짜 이유다.


가면이 허술해서 정체를 짐작할 수 있다는 것은 누구라도 안다. 그렇지만 <몽면가왕>의 출연자들은 가면을 쓴다. 여기서 가면의 기능은 무엇인가.


1회에 ‘백능경’이 출연했을 때 그가 리커친(李克勤)이란 건 웬만한 중국사람은 다 알 수 있었을 거다. 리커친은 1986년에 폴리그램 가요제를 통해 데뷔해, 90년대에 잠시 침체기가 있었으나 2000년대 이후 오히려 인기를 얻은 대기만성형의 가수다. 2002년 알란 탐과 동시기에 콘서트를 열었다가 이벤트성으로 ‘左麟右李’ 합동콘서트를 했는데, 이게 대박이 난 후 세계순회공연까지 발전했다. 가장 최근은 작년 3월 동완에서 했던 것. 우리로 치면 이문세 정도라 해야 될까? 리커친은 고음보다는 중저음에서 호소력 있는 창법이 특징이고, 또 아예 첫 곡을 광동어 노래를 불러 홍콩 출신인 것도 분명했다. 가면이 없었어도 금방 눈치챌 수 있을 정도였다. 이문세가 복면가왕 나왔다고 연상해보면 된다. 여기에 연예인 판정단엔 우지시엔(巫賢)이 있었는데, 이 양반은 리커친과 같은 시기에 활동했던 가수다. 그러니까 이문세가 가면 쓰고 나왔는데 판정단엔 변진섭 앉아 있는 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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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커친이 좀 동안이긴 하지만 67년생이다. 대선배급 가수.

지금은 <나가수> 시즌4에 나온다. 황치열이 나오는 그 프로.


그렇지만 정작 방송에서는 처음부터 모르쇠로 일관한다. 연예인들이 전부 누군지 모르겠다며 호들갑을 떨어대는 상황이 웃기다면 웃기다. 그러나 이 점이 바로 <몽면가왕>의 핵심이다.


<몽면가왕>의 가면은 정체를 숨기는 용도가 아니라, ‘당신을 몰라봐도 된다’는 장치에 해당한다. 나는 당신이 이문세인 줄 알지만, 가면을 썼으니 이문세에 대한 대우는 안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존칭과 배려를 생략할 수 있다. 그를 앞에 놓고 ‘신발이 넘 깨끗한데 무대 경험이 별로 없나 보다’고 30대 가수가 농을 치는 일은, 중국에선 있을 수가 없다는 게 중요하다.


우리는 그러니까 ‘날 선 예능’에 이미 익숙해져 있는 것이다. 이경규를 상대로 박명수가 호통쳐도 되는, 혹은 윤종신을 상대로 규현이 핀잔을 주어도 되는 방식 말이다. 이게 중국에선 힘들다. 젊은이들의 감각은 한참 앞서 갔지만 아직 중국의 주류는 보수적인 기성세대다. <몽면가왕>의 가면은 그 보수적 관습을 무시하게 하는 장치다. 가면을 쓰고 있으니, 나는 당신 얼굴을 세워 줄 이유가 없다는 장치.


여기서 새삼스러운 점은 ‘체면’에 대한 중국과 우리의 차이다. 중국에선 ‘미엔즈(面子)’라고 하는 말은 ‘얼굴’ ‘체면’의 뜻을 가진다. 그런데 이 말의 의미와 용법이 우리와는 미묘하게 다르다.


우리에게 체면은 ‘나’를 중심으로 하고, ‘상대’는 그 다음이다. 제대로 예의를 갖춘다고 할 때, 그것은 나의 체면을 세워주었을 때이다. 여기서 예의는 상하관계를 분명히 하는 부수적 의미가 있다. 물론 상대의 체면을 세워준다는 용법이 없는 건 아니지만.


중국에선 체면이란 상대의 체면을 말한다. 제대로 예의를 갖춘다고 할 때란 상대의 체면을 세워주었을 때이다. 여기서 예의는 수평적 기브 앤 테이크를 전제한다는 의미가 있다. ‘니가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라는 말을 중국어로는 ‘니가 내 얼굴을 안 봐줄 수가 있어?(你這麽不給我面子?)’라 한다. 체면을 안 세워 주고, 또 그걸 지적하는 건 막장까지 갔을 때 하는 얘기다. 중국영화에서 신흥급 젊은 보스에게 늙은 보스가 완전 밀려날 때, 혹은 친했던 양반이 안면몰수하고 매몰차게 대할 때 하는 말. 그러니 체면이라는 게 중국에선 우리보다 조금 더 기본적인 매너에 속하는 느낌이 있다.


미묘한 어감이라 이렇게 설명해보겠다. 비즈니스 차 중국에 갔으면, 당연히 중국사람들이 당신에게 대접을 할 것이다. 우리는 이때 ‘저들이 이렇게 우리를 소중히 여기는구나’하고 뿌듯해한다. 즉 ‘자기중심적’으로 해석하여 자신의 체면을 우선적으로 생각한다. 그러면서 일종의 상하관계가 자연스럽게 상정되며 내가 우위에 있는 그런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중국인들이 한 대접은 ‘상대의 체면’을 세워준 일이다. 대접의 정도가 바로 상대의 체면과 비례한다. 따라서 전통적으로는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대접하는 일이 당연했다(요즘은 그래도 많이 줄었다는 게 그 정도다).


왜 체면을 세워주는가 하면, 그것은 수평적 기브 앤 테이크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당신의 체면을 먼저 세워주겠다, 그것은 내가 예의 있고 신조를 아는 사람임을 의미한다. 따라서 당신이 다음에 어떻게 하는가를 보면 이 비즈니스 교류, 중국사람에겐 ‘꽌시’가 어떻게 갈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다음에 내가 했던 만큼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는다면, 그것은 당신이 체면과 예의를 모르는 사람임을, 돈 계산만 하면 되는 사람임을, ‘꽌시’의 영역에 포함시킬 필요가 굳이 없는 사람임을 뜻한다.


먼저 중국인들이 대접했다면 ‘기브’한 것이니 이제 ‘테이크’를 할 차례다. 꼭 호화로운 접대를 의미하는 게 아니다. 사업의 순조로운 진행, 수주량, 담당자의 정성 등등… 무언가 자신의 체면치레가 통했다는 화답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이때 한국인이 자기중심적으로만 해석하여 우월의식을 갖고 있으면, 반드시 트러블이 생긴다. 화답을 받지 못했다고 생각하면 중국인은 냉담해진다. 다음 출장 가보면 느낄 수 있다. 그런 건 비싼 선물로 해결되지 않는다. 체면 개념이 자본주의적으로는 일종의 투자로 대체 해석될 순 있지만, 그 시작은 관습이고 생활윤리이기 때문에, 꼭 물질로만 대체되는 건 아니라서 어렵다.


이런 면에서 한국인은 싸가지 없고 매몰차다는 인상을 주겠지만, 한편으로 중국인들에게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체면 세우기가 오가다 보면 필연적으로 과부하가 걸려 물심양면으로 부담이 되고, 나아가 부패로 이어지기 쉽다. 중국의 부패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이유가, 이들이 금전 관계로만 묶인 게 아니라 일종의 ‘꽌시’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그걸 외면하는 자는 ‘의(義)’가 없는 사람으로 취급된다.


<몽면가왕>의 가면은 이 체면을 잠시 가려준다. 당신을 몰라주는 상황은 출연자에게 ‘체면을 세워주지 않는’ 가상적 환경을 만들게 된다. 매우 가벼운 자극에도 불구하고, 체면 세워주는 상황이 당연했던 중국인들은 자존심이 상한다. 나이가 들었으면 그럴수록. 그래서 가면을 벗고 내가 누군지 알려주고 말리라는 각오를 하게 만드는 것, 이게 <몽면가왕>이 채택한 방법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가면을 벗는 게 영광이고, 가면을 쓰고 계속 경연에 참가하는 건 자존심의 회복을 벼르는 일이 된다.


리커친이 3라운드에서 가면을 벗었을 때, 관객들은 ‘리커친’을 연호했다. 자신의 얼굴을 되찾고 자긍심을 새삼 느끼는 상황에서 리커친은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글쓴이는 유명 스타인 리커친이 눈물을 흘린 걸 ‘감정과잉’으로 생각했지만, 실은 유명 스타가 아니고서는 이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가 없다. 가면 벗은 뒤 연예인 판정단은 실로 엄청나게 오글거리는 헌사들을 바친다. 리커친에게만은 그런 말들이 실로 달콤하게 들렸을 것이다.


이렇게 해석하더라도, 결론적으로 이 방법론은 문제가 많다. 이 방법의 초점은 오로지 ‘출연자’에 맞춰져 있다. 시청자의 카타르시스는 오직 그 스타에게 공감함으로써 얻어지는데, 그에게 스타의식 내지 자존감이 강하지 않으면 저 각오나 해방감이 제대로 나오질 않는다. 또 그 스타를 모두가 좋아하란 법도 없다. 체면의 상호작용은 출연자와 판정단 사이의 관계에서 나오지, 시청자는 여기에 편입되지 않기 때문에 공감이 힘든 구조다.


글쓴이가 말미에 밝혔듯 <복면가왕>의 가면 벗기에는 모든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감정의 보편성이 있고, 그게 각 회마다 또 연예인 평가단을 통해서도 전달이 된다. 이 부분이 <몽면가왕>엔 결여되어 있다. <몽면가왕>의 감동 효과를 거두려면 대충 어느 회에 가면을 벗어야 하는지도 정해야 하니, 제작진의 연출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는 점도 문제다. 그런 이유로, 중국 <몽면가왕> 보고 난 후 흥미가 생긴 사람들이 한국 <복면가왕>을 보고 나면 욕질 안 하는 사람이 없는 것이다.


모르시는 분들도 있을 테니… 한국 가수도 출연했다. 2분 25초경부터 나온다.


마지막으로, 체면 개념의 현실 응용문제를 풀어보자.


비즈니스 갈 일이 없더라도 중국의 반응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다음은 2015년 9월에 있었던 중국 열병식 참관 사진이며, 한국 대통령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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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중국 입장에서, 열병식의 위치가 어떤 의미를 가질까?


2) 한국 입장에서, 열병식의 위치를 어떻게 해석할까?


다음의 글을 참고하시라.


2015年09月05日13:35 齐鲁晚报


 9月3日,韩联社、中央日报、朝鲜日报等韩国主流媒体均将韩国总统朴槿惠观看纪念中国人民抗日战争暨世界反法西斯战争胜利70周年阅兵式的新闻放在了网站首页头条。

 同时,韩媒普遍非常关注朴槿惠在观看阅兵式过程中所站的位置。韩联社在报道中指出,朴槿惠是登上天安门城楼观看中国人民解放军阅兵式的首位韩国领导人,而且是站在中国国家主席习近平右侧第二个位置观看阅兵式,这是一个历史性的场面。朝鲜日报则指出,朴槿惠在习近平主席与到访的各国政要合影、登上天安门城楼以及观看阅兵式等各个环节的站位,充分体现了中方对于朴槿惠的重视与友好。


 9월 3일 연합통신, 중앙일보, 조선일보 등 한국 주요 매체는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인민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승 70주년 기념 열병식을 참관하는 뉴스를 헤드라인으로 놓았다.

 이와 함께, 한국 매체들 다수는 박근혜 대통령의 열병식에 서 있는 위치를 매우 중요하게 다루었다. 연합통신은 뉴스에서 박근혜가 천안문 성루에서 중국인민해방군 열병식을 참관한 첫 번째 지도자이며, 또한 중국국가주석 시진핑의 오른쪽 두 번째 위치에서 참관한 것이, 역사적 장면의 하나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시진핑 주석이 내방한 각국 중요 요인들과 사진을 찍고, 천안문 성루에 오르고 또 열병식을 참관하는 등 각 상황에서 박근혜의 위치가, 중국 측의 박근혜에 대한 중시와 우호를 여실히 보여주었다고 보도했다.




3) 이후 중국 측의 다음과 같은 반응이 왜 나왔는지를 유추해보자.


2016년 1월 14일 조선일보


…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미·중의 인식 차가 극명한 안보 현안이다. 미국은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주한 미군과 한국을 지키려면 사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중국은 사드를 구성하는 레이더 등이 자신들을 겨냥한 것으로 보고 배치에 '결사반대'해왔다. 사드 문제가 외교 쟁점화되는 데 부담을 느낀 우리 정부는 지금까지 "미국의 요청이나 협의가 없었고 결정 내려진 것도 없다"는 이른바 '3 NO' 원칙을 유지하며 명확한 답변을 피해왔다.


 중국은 곧바로 민감하게 반응했다. 중국 외교부 훙레이(洪磊)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의 '사드 검토' 언급에 대해 "신중하게 처리하기를 희망한다"며 "한 국가가 자국의 안전을 고려할 때는 다른 국가의 안전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반도에 사드가 배치될 가능성에 대해 경계감을 표시한 것이다.


 이날 박 대통령이 직설 화법과 '사드 카드'로 중국을 압박한 것은 최근 대북 제재 국면에서 중국이 보여준 이런 미지근한 태도에 실망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국 외교부는 최근 미군 전략 자산의 한반도 출동과 우리 정부의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에 대해 '절제'와 '신중한 행동'을 주문하는 등 사실상 우려를 표명했고, 중국 창완취안(常萬全) 국방부장은 한민구 국방장관의 전화 협의 요구에 1주일째 응답하지 않고 있다.


 정부 주변에선 '대중(對中) 외교 실패론'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박근혜 정부가 3년간 '중국 경사론'이라는 말을 들어가며 대중 외교에 공을 들였지만, 정작 도움이 필요할 때 중국은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이날 "어렵고 힘들 때 손을 잡아주는 것이 최상의 파트너"라고 한 것도 이런 비판을 의식해 중국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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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딴지일보 coc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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