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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 총선 공천을 두고 여야가 시끄럽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이끄는 더민주당은 정청래, 이해찬 등을 내치고 박영선, 이종걸을 단수공천자로 올리며 우클릭에 여념이 없고, 청와대에서 직접 공천권을 휘두루고 있다는 의혹을 ‘강력하게’ 받고 있는 여당은 비박, 친이계 의원들을 내치기에 정신이 없다.


새눌당 사정을 조금 더 보자면, “김무성 죽여야” 한다는 녹취록으로 파문을 일으킨 윤상현 의원이 죽었고, 안상수, 조해진 등 비박계 의원과 친이계 좌장으로 불리는 이재오 의원이 공천 탈락했다. 암만 친이계라고 하지만 5선 거물급 정치인 이재오를 단칼에 자르자, 새누리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반발이 일고 있다.


이재오 의원의 공천 탈락이 놀라운 일이긴 하지만, 그보다 더 신경쓰이는 일이 있다. 이 의원이 날아간 서울 은평을, 바로 그 자리에 단수 추천된 인물, ‘유재길’이라는 정치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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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유재길 후보 페이스북


물론 유재길 후보를 지역구에 꽂기 위해 이재오를 날렸다는 주장은 무리가 있다. 그러나 그가 내부 경선을 하지 않아도 되는 ‘단수 추천’을 받았다는 점에서 결코 가벼이 볼 일은 아니라는 점은 확실하다. 그럼 거물 정치인의 퇴장보다 신인 정치인의 등장에 초점을 맞추고 시작해 보자.


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사건을 들여다봐야 한다.


2012년 5월, 김 씨 등 한국인 4명이 중국 단둥에 구금돼 있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3월 29일 중국 다롄에서 공안에 체포된 이들의 소식이 뒤늦게 전해진 것이다. 이 소식이 국내에 전해진 직후 ‘석방대책위원회’가 구성되는 등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그러나 김 씨 일행의 귀국은 미루고 미뤄져 구금된 지 114일이 돼서야 풀려날 수 있었다.


이 사건의 핵심 멤버인 김 씨는 김영환. 강철서신으로 과거 이름을 날렸던 주사파 김영환이다. 그가 전향 후 중국에서 활동하다 구금된 것이다.


이때 김영환과 함께 구금됐었던 3명 중 한명이 이재오를 밀어내고 단수추천을 받은 ‘유재길’이다. 이들이 공안에 체포됐던 죄목은 ‘국가안전위해죄’. 우리의 국가보안법에 해당하는 국가안전위해죄는 중국의 주권·영토·안보 저해, 국가 분열, 정권 전복, 사회주의제도 파괴 행위를 말하며, 최고 형량이 사형일 정도로 중대 범죄에 해당한다.


이들은 도대체 무슨 일을 했던 것일까?



혁명 그리고 혁명


강철서신 김영환 일행의 구체적 활동은 그의 자서전 '다시 강철로 살아'를 통해 알 수 있다. 그는 책을 통해 중국에서 있었던 구금 과정과 자신이 중국에서 하고 있었던 북한 인권 활동을 소개했다. 잠깐 중요한 대목만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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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처참한 인권유린이 자행되고 있고 북한의 집권세력이 부도덕하고 무책임한 세력이라는 것이 너무도 분명했다. (중략) 오랫동안 혁명가를 자처하며 살았던 나로서 이 어마어마한 사실을 눈앞에 두고 결코 모른 체 할 수 없었다." (p.214)



혁명.. 그놈의 혁명... 아무튼, 그는 이러한 문제 인식을 통해 북한 인권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가 제시한 북한 인권의 해결책은 이렇다.



"북한을 상대로 벌인 다양한 활동의 궁극적 목표는 결국 북한 사회를 개혁개방으로 이끄는 것이었다." (p.215.)


" (그런데) 3대에 걸쳐 세습하면서 세계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전 인민을 노예화하고 철권통치를 계속하는 김씨 왕조가 무슨 자격과 염치로 개혁개방 정책을 단행할 수 있겠나? 아무리 다양한 상상력을 동원해 보아도 가능성이 없는 일이다." (p.217)


"우리가 북한을 변화시키는 데 있어 '혁명적 방식'을 주장하니... (중략) 북한 정권이 바뀌어야 개혁개방을 이룰 수있다." (p.217)



북한은 닫힌 사회이고, 체제가 뒤집어지지 않는 한 인권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하여 그 해결책으로는 '혁명적 방식'을 사용한다고. 남한에서 혁명을 일으키겠다던 강철서신이 이제는 북한 인권을 위해 '다시 강철로 살아'가며 혁명을 하겠단다. 이런 걸 삶의 일관성이라고 해야 할까.



"남한에서 종언을 선언한 지하혁명운동이 중국 땅에서 다시 엔진을 가동한 것이다."


"(북한 사람들이) 북녘땅 내부에서 민주화운동의 홀씨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했다."




구체적인 혁명의 방법은 탈북자 혹은 중국에 있는 북한 사람들과 접촉하여 '의식화 교육'을 시키고, 북한 민주화의 '홀씨'가 되도록 북한에서 지하운동을 한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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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조선일보>

그가 책에서 좀 두루뭉술하게 기술했으나,

조각조각을 모아보면 결국 이같은 결론에 이를 수밖에 없다.


여담이지만 책을 읽어보면 그가 과거 지하조직을 했던 경험을 발휘해 북한에서 보낸 스파이를 알아차렸다거나, 가스총을 휴대하고 다녔다, 감청을 피해 다녔다 따위의 이야기와 함께 북한 민주화 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활동내역, 예컨대 북한에 '김정일 정권 타도와 민주정부 수립을 위한 조선민주화위원회'라는 지하조직을 만들어 횃불이라 불렀다는 등의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가 이어진다.


암튼, 김영환은 이러한 북한 인권운동을 하다 공안에 잡히게 된 것이고, 그때 중국에서 그와 함께 활동하고 구금됐던 동지가 바로 유재길 후보다.



"특히 중국 사업을 현장에서 이끌고 있던 유재길 동지의 수고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엄밀히 따져보면 자기가 진 빚도 아닌데 괴로워하며 매월 매장 임대료를 내거나 부채를 상환해야 할 때 사방팔방 뛰어다니며 마음고생, 몸고생을 많이 했다." (p.253)





김영환의 '동지' 유재길


김영환과 마찬가지로 NL 주사파에서 전향한 유재길의 활약은 그의 자서전 ‘대륙에서 북녘을 품다’에 자세히 나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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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후배 동료 두 명과 함께 연길에서 2000년 12월 당시 인민폐 45만 위안(한화 약 6,500만 원)을 투자하여 PC 60대 규모의 SKY 피시방을 오픈했다." (p.57)


"이렇게 되어 중국에서 북한인권운동에 필요한 재정은 어느 정도의 기반을 마련하게 되었다." (p.62)




그는 중국에서 pc방, 음식점 등의 사업을 하며 북한 인권운동의 자금책으로 활동했다. 이 외에도 그의 자서전에는 중국에서 북한 반체제 인사를 양성하던 시절의 여러 이야기가 담겨있는데, 이런 식이다.



"우리는 삼룡이가 젊은 청년인데다 성실해 보였기에 잘 교육하여 정보원으로 활동하거나 재정착을 시켜 조직사업을 하는 것까지 염두에 두고 있었다." (p.35)




이렇게 북한 민주화를 위한 홀씨를 심는다.



"우리는 정신과 육체를 강하게 단련하기 위한 시스템을 도입했다. 체력검정과 시험제도가 그것이다. 북한민주화 운동가로서 심신을 단련하고 어떤 어려움과 힘든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전진하고자 하는 준비태세를 유지하도록 하는 시스템이었던 것이다." (p.78)




혁명에 임하는 자세, 사뭇 진지하다.



"탈북한 분들과 만나서 대화를 하며 다시 북으로 들어가서 활동하겠다고 하면 지원을 했죠. 탈북자들을 감화시켜 북에 들어가 반체제 활동을 하도록 한 겁니다." (p.93)


"우리는 중국에서 북한민주화운동을 시작할 때, 북한의 급변사태를 대비해서 대안세력을 준비하고 있었다." (p.108)




앞서 살펴본 김영환의 책에 나온 활동과 같은 맥락이다. 북한 반체제 인사를 육성해 지하조직을 양성하고, 북한 체제를 전복시키는 혁명을 일으켜 '민주화'하겠다는 것. 이런 주장이 비밀리에 오가는 것도 아니고, 버젓이 자서전에 담겨있으며, 심지어는 당당하게 자기 PR에 사용되기도 한다.



"99년 6월 이민가방 하나 들고 중국 심양으로 갔습니다. 아는 사람도 없었고 중국말도 할 줄 몰랐지만, 극심한 유권유린에 고통받는 북한 주민과 함께 하기 위해 갔던 것입니다. 13년 동안 납치와 암살의 위험에 맞서가며 북한의 민주화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 했습니다. 386들이 2000년부터 여의도로 갈 때 저는 목숨 걸고 험지 중에 험지인 중국으로 갔던 것입니다."

유재길 후보 새누리당 공천면접 中



자, 여기서 깜짝 질문. 김영환의 책 '다시 강철로 살아'와 유재길의 책 '대륙에서 북녘을 품다'는 어떤 출판사에서 낸 책일까? 두 권 모두 <시대정신>이라는 출판사에서 나왔다. <시대정신>은 대표적인 뉴라이트 성향의 잡지를 만드는 곳으로, 유재길 후보가 사무총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이러한 전력과 사상, 행적을 새누리당, 정확하게는 공천을 지휘하는 (것으로 강력하게 추정되는) 청와대에서 몰랐을까? 그럴리가. 오히려 이를 잘 알고 밀어주는 느낌마저 든다.


친이계 좌장, 5선의 이재오 의원이 잘려나간 지역구에 젊은 친박이라고 불리는 후보가, 단수 추천으로 들어왔다. 그는 뉴라이트 성향 단체의 소속이었고, 아주 오래 전부터 '북한 민주화 운동'이라는 이름의 북한 지하 혁명세력 양성에 힘을 쓴 인물이다.


공안 검사 내각, 뉴라이트 주장을 근거로 국정교과서 추진, 뉴라이트 출신 정부기관장, 정치인 중용. 대체 이번 정권은 어디까지 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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