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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07.금요일
워크홀릭




스티브 잡스의 안타까운 소식을 들으셨을텐데요.

그의 연설이나 행적을 찾아 보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삼성과 애플의 대결구도를 언론의 보도자료에서 벗어나 마케팅적인 관점에서 살펴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되서 올려 봅니다. 워크홀릭의 추모는 이런 식이네요. -

삼성과 애플의 경쟁 구도를 이해하려면 `캐즘 이론`이라는 이름으로 많이 소개된 `기술수용주기 모델`을 통해 비교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입니다. 
영업이나 마케팅 분야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익히 알고 계시겠지만 설명해 보면, `기술수용주기 모델`이란 것은 `소비자는 다 똑 같지 않다. 새로운 기술(상품)이 나올 때마다 살펴보니, 동일한 패턴과 분포로 소비자들의 성향이 나타나더라.`라는 것입니다.

이 기술 수용주기 모델은 크게 5가지 소비자 집단을 설명합니다.

[소비자집단의 특성에 따른 기술수용모델]


(1) 혁신 수용자
오타쿠, 새로운 기술과 상품을 보면 눈이 홱 뒤집어 지는 지름신의 영접자들이죠.
대략 전체 소비자의 5% 이내 수준입니다.

(2) 선각 수용자
얼리 어댑터, 남보다 먼저 어려운 기술을 이해하고 과감하게 체험하는 층입니다.
대략 전체 소비자의 15% 이내 수준입니다.

(3) 전기다수 수용자
실용적으로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 층입니다. 제품 구입에 따른 편익을 충분히 감안하고 합리적 구입을 위해 많이 고민하는 층입니다..
대략 전체 소비자의 35% 수준입니다.

(4) 후기 다수 수용자
복잡한 구매분석이나 가치평가 같은 건 귀찮아 하고 기업의 브랜드에 매우 치중하는 사용자층으로, 동질화 욕구도 강해서 남을 따라가는 경향이 큽니다.
대략 전체 소비자의 35% 수준입니다.

(5) 지각 수용자
어쩔 수 없이 제품을 사는 고객들입니다. 휴대폰으로 치면 어쩔 수 없이 자식들이 사준 효도폰을 쓰시는 어르신들이 여기에 속합니다. 전체 소비자의 10~15% 수준입니다.

※ 모델을 해석하는 시각이 사람마다 다르므로 (1)과(2)를 하나의 집단으로 보기도 합니다.


이제 이 모델에 삼성과 애플을 대입해 보겠습니다.


1. 삼성의 충성고객과 마케팅 전략

삼성은 지속적으로 미투(Me too) 전략을 써왔습니다. 신기술 개발과 시장개척의 위험부담은 피하고, 새로운 신제품이나 신기술의 트렌드가 된다 싶으면 그때는 총력을 기울여 시장에 최대한 빨리 따라 들어가는 것이죠. 최근에는 미투(Me too)라는 말이 듣기 싫었는지, 어느세 `추격자 전략을 쓴다`는 기사들이 보이기 시작하네요.

예전에 삼성의 광고 중에 세상은 2등을 기억해주지 않는다라는 카피가 있었죠. 오랜된 마케팅의 격언 중에는 `최고의 제품은 절대 최초의 제품을 이기지못한다.`란 말도 있습니다. 삼성의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약세는 이 두 가지로도 충분히 설명될 수 있을 것입니다.


삼성의 기존고객층은 위에서 설명한 `후기 다수 수용자`와 `지각 수용자`를 위주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브랜드 인지도를 중시 여기는 이 소비자층에서 삼성의 광고홍보력은 적어도 국내 내수시장에선 확고한 아성을 쌓게되죠.

[삼성의 텃밭?!] 


그러나 혁신적인 수용자층은 삼성과 친하지 않습니다. 예전부터 삼성컴퓨터는 노약자를 위한 컴퓨터, 컴맹을 위한 컴퓨터라고 생각하는 컴덕후 소비자들이 그렇지요.

국내 대기업 제품들로는 성이 차지 않기에 손수 해외 온라인 몰(이베이, 아마존 등)에서 수입을 감행하는 쇼핑 프론티어들, 대기업 협찬 따위엔 오덕의 가오가 서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잉여력과 자금을 들여 리뷰를 쓰는 파워블로거들은 어찌보면 삼성이 가장 두려워하고 갖고 싶은 소비자 층일 겁니다. 애플빠가 삼성까인 이유는 이런 타고난 성품(?)에서 기인합니다. 

그런데 삼성은 스마트폰을 내놓으면서 기존의 사용자층이 아닌 혁신적이고 선각적인 소비자층에게 물건을 팔아야만 했습니다.

급하게 움직이기는 했지만, 어쩔 수 없이 문화의 차이로 프로슈머 고객과의 트러블이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어쩔 수 없이 기업내부의 고객대응 매뉴얼이나 시스템의 변경이 필요하게 된 거죠. 지금과 같은 언론보도자료와 TV광고 장악만으로는 삼성이 원하는 1위의 자리는 요원할테니까요.

삼성을 옹호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의견은 나라를 부강하게 하는 기업을 구지 까지 말자라는 건데요.

멋 훗날에도 삼성이 살아남으려면 이런 `전기 사용자층`에게 낙점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과연 생존이 가능할지 삼성 스스로 고민해 보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과연 삼성을 까는 건지, 꼭 필요한 조언을 하는 건지 구분해서 봐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2. 애플의 고객과 마케팅 전략


애플의 제품군은 전통적으로 전기수용자 층에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오랜 기간 동안 매니아, 오타쿠, 얼리어댑터, 전문적인 사용자 집단은 애플의 소비자층이었죠.
워크스테이션급의 컴퓨터 시장에서 애플은 삼성과 만날 일이 없었습니다. 삼성이 웍스테이션을 개발하지도 않았고, 국내 PC시장에서 애플이 삼성을 위협하지도 않았거든요.

[애플의 전통적 충성고객층]


그러던 애플이 갑자기 아이팟을 내놓더니, 스마트폰에 이르러서는 시장 규모를 더 늘려가기 위해 삼성의 텃밭인 후기 다수 수용자층을 공략하기 시작합니다.

앞서 삼성이 전기 사용자층에 대한 공략이 필요했던 것처럼 이제는 애플의 마케팅과 고객지원 시스템 또한 삼성처럼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되었습니다.

더 많은 AS센터를 확보해야 하고, 써드 파티(호환되는 주변기기나 제품들을 총칭)에 대해 좀더 관대해져야 합니다.`아. 몰라. 무조건 내놔.` 하는 고객님께 어떻게 대응해야하는지도 좀 배워야 하구요. 매년 성대한 개발자 포럼을 열고, 혁신적인 기술로 소비자의 입을 딱 벌어지게 했던 그 전문성은 후기사용자층에게는 잘 이해되지 않는 어려운 것들...일 뿐입니다.

다만 현재까지 지켜 보면 광고홍보로 만들 수 있는 이미지 메이킹에서 애플은 한국시장에 연착륙을 해냈습니다. 애플이 대단히 큰기업이고, 매우 좋은 제품을 만드는 회사이며, 스티브 잡스라는 영웅이 세운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한국사회에 전파한 것은 마케팅적으로 아주 잘한 일입니다. 애플의 포섭대상인 삼성의 충성도 높은 고객층은 이런 걸 좋아하거든요.


3. 필연적인 승부

삼성과 애플은 확보하고 있는 고객의 특성만을 놓고 보면 서로의 영역이 달랐습니다. 하지만 삼성은 애플의 고객층이 필요하고, 애플은 삼성의 고객층이 탐납니다. 이 둘의 전쟁은 필연적인 것입니다. 전쟁의 승자는 누가 될까요? 이 전쟁에서 어떤 기업을 응원할까요?

그런 거 필요 없습니다. 소비자는 냉정하게 판단하면 됩니다. 내 지갑에서 나간 돈 만큼의 가치를 되돌려 주는 제품을 만든 기업의 제품을 사주면 됩니다.

입법, 사법, 행정부까지 모두 손아귀에 쥐고 있고 심지어 언론을 모두 장악한 삼성이 뭐가 무서울까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기업의 무의식에는 소비자에 대한 근원적인 두려움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것은 애플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애플이 고객을 대할 때 언듯언듯 보이는 고자세는 광신도에 가까운 매니아층의 지지에서 오랜시간 기업을 운영하며 굳어진 관성입니다. 하지만 애플은 이제 일반적인 사용자들과도 소통하지 않으면 안되는 입장에 서 있습니다.

우리는 소비자로서 비판하고, 요구하고, 우리끼리 양질의 정보를 공유하면 됩니다. 훌륭한 기업인과 제품에게 보낼 수 있는 최고의 찬사는 그 제품을 사주는 것 아닐까요?

써 놓고 보니 엘쥐 안드로이드를 쓰고 있는 제 처지에서 너무 오바한 것 아닌가 싶습니다만 사과를 볼 때마다 스티브횽이 그리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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