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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1. 7. 월요일
카인


 

짧게 짧게 가려고 했는데 역시 본 기자는 말이 너무 많다. 쓰다 보니 계속 길어진다. 엉엉 살려줘. 스크롤 압박에 사과드린다.


 

이번 주 나가수 경연도 분석해보자.


 

1. 장혜진, [분홍립스틱]


 


장혜진의 복고풍 무대, 본인의 나이를 반영...아 주책;


 

두 가지 상반된 감정을 느꼈다. '깜찍하신데'와 더불어 '나이는 나이구나 저 주름 봐'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일단 깜찍하셨다고 치자;;;


 

탈락하든 명예졸업하든 마지막 라운드라 그런지 자기 장기를 총정리해버리고 싶은 욕구가 느껴졌다. '나 사실 이렇게도 할 수 있어요'를 보여주는 것 외에도, 장혜진은 이번 경연에서 자신의 상쾌한 고음을 적절히 내보였다. 깔끔한 목소리를 컨트롤하는 매력을 제대로 발산했다. 그렇다면 아마 다음 경연 때는 곡의 절정 부분에서 보여줄 기교와, 조용한 분위기를 살리는 감정 표현력을 보여주는 편곡으로 나가지 않을까 예상한다.


 

이미 명예는 충분하다. 미리 수고하셨다고 박수치고 더 다양하고 좋은 음악을 기대한다.


 

2. 윤민수, [만약에]


 


윤민수는 기죽지 마라. 당신의 특징을 더 잘 살릴 수 있는 옳은 방법을 택했다.


 

처음 윤민수가 나왔을 때 생각한 것은, '윤민수는 아직 완성체가 아닌데...' 였다. 다른 가수들은 이미 각자의 영역에서 나름 거장의 궤도에 들어섰기에 섣부른 변화는 변질이 될 수도 있는 레벨이었다. 윤민수는 나이 때문이 아니라 지나치게 편향된 모습만 봐와서 그런지는 몰라도, 내공의 단계가 어느 이상이 못 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간 수 차례 그에게 과잉이라는 지적이 가해졌다. 그렇게 해서는 몇 번 성적 잘 받을 수는 있겠지만 결국엔 추락할 것이라고. 윤민수 본인이라고 그걸 모를까. 하지만 10, 20년 해온 스타일을 완전히 버린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실용적이지도 못하다. 하지만 윤민수의 과잉 특성이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이럴 경우 가장 좋은 방향은, 과잉 특성을 적절할 때 풀어놓았다가 거둬들이는 전략적 컨트롤이다. 윤민수의 음악은 아직 경력보다 가능성이 더 큰 상태다.


 

오늘 윤민수의 순위는 하위였지만 발전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윤민수는 완전히 힘을 뺀 상태에서 담담하게 곡을 전개시켰고, 이 과정에서 살짝 엿보이는 폭발의 전조는 청중들을 집중시켰다. 그리고 클라이맥스에서 터져나오는 윤민수 특유의 과잉은 그때까지의 집중 상태를 해소시켜주는 쾌감이 있었다. 본인은 아직 익숙하지 않은 것 같지만, 오히려 이런 케케묵은 기승전결의 문법이 윤민수의 색을 더 매력적으로 만들어준다.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정말 잘하셨다. 그야말로 숨죽이고 무대를 지켜봤다. 보컬 능력 하나로 곡 전체를 견인해가는 듯한 느낌에 탄복했다.


 

3. 바비킴, [만남]


 


바비킴. 완벽해서 아깝다.


 

어쩌면 윤민수보다 내공이 부족한 사람은 바비킴일 수도 있다. 윤민수 이상으로, 바비킴은 힙합, 스윙, 소울 등의 흑인 음악이라는 편향된 장르에서 음악을 해왔던 사람이기도 하다. 하지만 윤민수가 발라드 위주의 음악을 하면서 기교와 표현력의 만렙을 찍었듯, 바비킴은 리듬 활용에서 만렙을 찍은 사람이다.


 

가창력은 여전히 그의 약점이지만, 바비킴의 리듬 이해는 완벽하고 오늘은 그 이해가 빛을 발했다. 철저하게 편곡의 리듬과 맞아떨어지는 보컬은 훌륭했다. 하지만 김연우-조규찬의 탈락이 말해주듯, 완전은 불완전보다 못해보이기도 한다. 그건 청자의 수준이 낮아서가 아니라, 철학적인 맥락에서 완전성이 가지는 숙명일 수도 있다. (뭐야, 왜 이리 거창한 문장이 나왔지?)


 

바비킴은 충분히 잘했다. 자신의 리듬 활용력이 신나게 하는 데에만 있지 않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브릿지 부분의 매력적인 리듬 변주로 충분히 증명했다. 다음엔 조금만 욕심의 수위와 눈높이를 낮춰라. 과유불급은 윤민수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니란 걸 오늘 바비킴에게 전해주고 싶다.


 

4. 김경호, [이유 같지 않은 이유]


 


자기 공연을 한 김경호


 

이 사람은 철저하게 자기 음악을 하고 있다. 그게 먹힌다는 것을 호주에 가서 확인하고 온 덕일까. 오늘의 김경호는 그간 봐왔던 김경호 그대로다. 나가수 무대에 맞춘다 이딴 거 없다.


 

1위는 했지만 오늘 Bizzy의 랩 기용은 조금 안타까웠다. 비지 랩의 문법과 감성은 차라리 윤민수와 조금 더 어울리는 경향이다. 가사와 발성이 씹힌 것도 안타깝다. 비지는 바른생활 사나이 같은 외모로 철저하게 곡 안에 뛰어들어 기꺼이 함몰되어주는 반전의 매력을 갖고 있는데, 그런 매력으로 김경호를 도울 수는 없었다. 출연 시간이 너무 짧았으므로. 따라서 비지는 김경호의 폭발력을 보조하기 위해 곧장 자기를 폭발시켜야 했고, 때문에 비지가 낼 수 있는 효과는 반감됐다.


 

하지만 비지가 그렇게 발음까지 씹히면서 희생한 덕에 김경호의 폭발력은 수시로 터져나왔다. 깔끔한 소리 대신 거친 보컬을 선택한 김경호는 오늘, 그냥 김경호 그대로였다. 이거, 찬사다.


 

5. 자우림, [아브라카다브라]


 


원곡에 숨어있던 서사를 발굴해낸 자우림


 

솔직하게 말하자면, 원곡 가사에 이런 서사가 숨어있는지 몰랐다. 자우림은 최고의 편곡으로 원곡의 가사가 가질 수 있는 함의를 끌어냈다. 작가적 마인드로 접근한 덕이다. 난 단지 전자음의 괜찮은 활용과 시건방춤을 즐길 뿐이었는데. (하앜)


 

verse 사이에 존재하는 후렴과 간주를 이용해 만들어낸 서사는 작중세계를 완성했다. 1절에서 집착을 시작하는 화자는, 후렴-간주를 지난 2절에서는 집착 때문에 스스로가 망가지는 상황을 토로하는 상태까지 이른다. 그리고 김윤아의 보컬은 그러한 화자의 감정 변화를 효과적으로 표현해냈다. 자우림이 만든 [아브라카다브라]에는 간절한 소망으로 인해 괴로워하는 주인공의 심리 변화 서사가 살아나있다.


 

훌륭하다. 진짜 훌륭하다. 나만의 1등이다.


 

6. 인순이, [토요일은 밤이 좋아]


 


인순이는 이제 한 프레임으로만 볼 수 없다.


 

인순이의 신상을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혼혈로서 살아온 과거는 그녀에게 문화적으로도 고정되지 않는 탈장르적인 특성을 주지 않았나 생각한다. 보통 그녀 정도의 나이와 경력을 쌓으면, 자신이 하던 음악 혹은 자신이 그리는 음악의 이상에 천착하여 대가가 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인순이는 자기 영역을 확고하게 만들어놓으면 또 다른 곳에 관심을 가진다. 그녀는 고정되지 않는다.


 

힙합도 하고 락도 해보고 일렉도 해본다. 손댄 장르에서도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낸다. 그리고는 다시 다른 장르를 하러 간다. 고정되지 않던 그녀는 결국 각 장르의 코드를 적절히 활용할 줄 안다. 코드 활용의 힘을 극대화 하려면 각 코드를 사용함에 있어 결코 오버하면 안 된다. 확실히 이해해야만 그게 되는데, 인순이는 늘 그게 된다. 그녀가 지금껏 손댄 장르를 가볍게 지나치지 않고 공부했음이 증명되는 것이다.


 

박명수와 함께 한 랩과 DJ의 기용을 통해 스크래치 사운드를 가미한 것, 브라스 사운드 속에 날카로운 기타 리프를 숨겨둔 것, 퍼포먼스로 추는 춤의 코드 등등에서 난 인순이의 진짜 강점을 본다. 그녀는 어떤 장르를 주문해도 해낼 수 있다.


 

7. 거미, [난 행복해]


 


 

윤민수보다 젊은 뮤지션. 걱정 되기도 한다. 그녀는 윤민수보다도 정복한 영역이 적다. 하지만 보여줄 것이 적다는 의미인 만큼이나 발전할 여지가 있다는 의미로 보고 싶다.


 

희망을 준 모습은 곡에서 그녀가 보여준 보컬 전개 과정이다. 낮고 담담한 발성으로 감정 표현력을 보여주다가 절정 부분에서 터뜨리는 폭발력. 오늘 윤민수의 선택과 동일한 문법이다. 그리고 난 여기서 장혜진-이소라의 강점인 호소력과 윤민수의 강점인 폭발력을 동시에 본다. 다만 폭발력의 경우 윤민수보다는 덜 차있다는 점이 차이점일까. 장혜진이 곧 퇴장하는 마당에 그녀의 괜찮은 후계자로 거론될 수도 있으리라.


 

간을 봐야 하는 첫 무대에서 아주 현명한 선택이다. 자신의 강점을 내보이고 어떻게 받아들여지나 보는 것. 나와 나이 차이도 많이 나지 않는데 적절한 전략 선택에 박수를 보낸다. 특히 의상은 내 취향이었다. 하악


 

-. 제작진의 고민을 눈치챘을까


 

지난 논평에서 조규찬의 기용이 제작진의 실험수였을 것이라고 짐작한 바 있다. 폭발의 미학으로만 흘러가는 경연 분위기를 바꿔나갈 수 있을까 하는 의도의 실험이라고.


 


이 당시부터 무대 경향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오래된 얘기다.


 

어쩌면 출연자들은 이런 의도를 읽어냈을지도 모르겠다. 혹은 제작진이 밝혔을 수도 있고. 어쨌든 난 이번 경연에서 출연자들의 변화 욕구를 본다.


 

인순이는 자신의 장르복합적 사운드를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윤민수는 힘을 빼는 것으로 자신의 발전을 꾀하고 있다. 바비킴은 자기 강점을 다르게 포장하는 시도를 했다. 자우림은 그간 간간이 보여주던 작가적 접근을 제대로 저질러(?) 버렸다. 장혜진은 춤까지 췄다. 김경호를 제외하고 다른 출연자들은 약속이나 한 듯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변화 실험에 공통점이 짚힌다. 폭발력의 자제다. 고음을 내지르는 부분은 분명 있었지만, 윤민수만 봐도 알 수 있듯 폭발의 빈도와 강세가 줄었다. 대신 다른 음악적 요소를 활용하려는 모습이 관찰 되었다.


 

난 여기서 이들의 음악적 자존심을 본다.


 

나가수의 장점이자 단점이 보컬의 폭발력에 기대는 무대였다. 그리고 이 하나로만 평가받고 싶어하지 않는 자존심이, 출연진들의 내부에 숨어있다가 튀어나오지 않았을까. 무의식적으로든 의식적으로든. 조규찬의 탈락을 일종의 경고성 현상으로 본다면, 제작진이 하고 있는 고민을 출연자들 역시 자기들의 방식으로 하고 있다는 단초가 보인다.


 


무대 경향의 다양화는 이소라, 그리고 YB가 이미 시도한 적이 있다.


 

나가수는 분명 라이브 무대의 매력을 시청자들에게 다시 일깨웠다. 나가수에 부정적이라는 조용필도 이런 긍정적 효과를 인정했다. 그렇다면 출연진들은 이런 장점이 강한 보컬 위주의 경향성에 포섭되는 것을, 은연중에라도 거부하기 마련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은연중이라니, 다시. '당연히' 경계할 것이다. 나도 읽어내는 것을 나보다 훨씬 오래 음악을 한 그분들이 모를까.)


 

물론 이런 희망에 대한 반대 증거도 있긴 하다.


 

다른 사람들이 강한 보컬로 호소하는 선택을 자제하는 동안, 폭발력을 제대로 발휘한 김경호와 거미가 1, 2등을 했고 특히 김경호는 역대 최고의 득표율을 보였다. (김경호가 멍청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섣불리 그가 빈집털이 전략을 했다고는 보지 않는다. 사실, 김경호가 내지르지 않으면 어쩔 것인가. 김경호는 1위 후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부담을 말했지만, 진짜 그가 느끼는 부담은 그게 아닐 것이다.)


 


'다들 약속이나 한듯 힘을 빼는데... 난 힘 빼면 아예 내가 아니잖아...'


 

김경호의 역대 최다 득표를 보면서, 바른 변화가 쉽지 않다는 메시지를 읽어낼 수도 있다. 그래도 언제고 희망은 있는 법이다.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나가수의 포맷 혹은 무대 경향이 달라질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오늘 가져본다. 근거 없는 낙관이 역사를 움직이니까. (응?)


 

만약 한 번 달라질 수 있다면, 이후로도 트렌드를 선도해갈 수 있다는 보장이 되기도 하니까. 어쩌면 제작진이 원하는 프로그램의 목표가 이 트렌드 세팅에 있을지도.


 

그러니까 다 됐고 윤미래 누님 출연점 굽신굽신


 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