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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1. 9. 수요일
아외로워

'명품수다' 출연진. 가장 오른쪽에 계시는 분이 '듣보잡'으로 유명한 변희재 선생이다.


딴지일보 수뇌부가 언제나 동경해 마지 않는 뉴데일리에서 고품격 인터넷 라디오 토크쇼를 내놓았다. 이름하여 '명품수다'. 마치 '나는 꼼수다'와 라임을 맞춘 듯 한 이름이다. 물론 이들의 컨텐츠와 진행방식은 완전히 독창적인 것이며 '나는 꼼수다' 와의 유사성은 순전히 우연에 의한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딴지일보 수뇌, 그 중에서도 특히 내가 뉴데일리를 동경하고 칭송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들의 홈페이지는 해킹을 당하지도 않았고 가입 오류도 없다. 뿐만 아니라 도대체 누가 보는지 모르겠는 언론사 홈페이지의 광고 스폰서가 현대, 삼성, KT, 한국수력원자력, SK 같은 굴지의 대기업들이다. '명품수다' 가 아무리 히트를 쳐도, 뉴데일리가 서버비를 대기 위해 티셔츠 나부랭이를 파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내가 향후 대박을 내고 이적을 하게 된다면, 우선 협상 언론사는 뉴데일리다.

명품수다 1회가 야심차게 세상에 나왔을 때, 나는 경건한 마음으로 다운받았다. 이 위대한 방송은 뉴데일리 홈페이지나, 팟캐스트를 통해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나는꼼수다를 받기 위해 서버와 전쟁을 치르던 기억은 접어둬도 된다. 인터넷 라디오 청취는 숙명적으로 다운로드에서 시작되느니 만큼, 명품수다의 첫 인상은 '쾌적함' 이라고 볼 수 있겠다.

드보르잡


이 방송에 나오는 사람은 전부 이름을 처음 들어본다. 아니다. 듣보잡으로 유명한 변희재 선생도 나온다. 듣보잡으로 유명한 분을 컨텐츠의 전면에 내세운 뉴데일리의 호연지기에 가슴 한 켠이 숙연해진다. 어쨌든 듣보잡계의 지존이라 할 수 있는 분이 나오시는 만큼 국내의 재래식 언론사도 기사를 쏟아낸다. 

[나꼼수 대항마 ‘명품수다’ 등장에 ‘인터넷 방송 입심 대결 펼칠듯' ]

[보수 진영, `나꼼수` 열풍에 `명품수다`로 맞불 ]


'나는 꼼수다' 가 나올 때는 침묵했던 언론들이 이렇게 열광하는 것을 보면 이 방송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명품수다의 오프닝에는 이런 멘트가 나온다.

'우리는 재미에 재미에 재미에 재미에 목마른 사람들입니다.'

아아... 어딘지 모르게 아스트랄하고 정신이 멍해지는 느낌이다. 저 말을 한 사람과 저걸 편집한 사람은 최종본을 들으면서 얼마나 창피해할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봤다. 물론 꿈의 언론사 '뉴데일리'에서 일하는 분들이니만큼 여기에도 깊은 뜻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는 도대체 무슨소리인지 모를 농담이 두어 개 지나가고, 박원순을 까기 시작한다.

불손한 짓인 줄은 알지만 좌빨 방송인 '나는 꼼수다'와 비교를 해봐야겠다. '꼼수'에서는 자연스럽게 출연자들이 치고 들어와서 농담을 치고 좌충우돌하며 본론을 이야기 한다면, '명품수다'에서는 대강 이런 식이다.

'자 우리는 재미에 목마른 사람들이니까 농담을 좀 해볼까요? 하하하하. 자 그럼 본론으로 넘어가겠습니다.'

뭐랄까. 동사무소나 은행에서 쓰이는 공문에서 봤던 것 같은 일목요연함이 돋보인다 하겠다. 분명 소리만 들리는 라디오 방송임에도 불구하고 눈앞에 꼰대들이 매만진 대본뭉치가 보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청각적 심상을 시각적  심상으로 대치시키는 공감각적 방송이다.

안타깝게도 내가 리뷰를 자신있게 쓸 수 있는 부분은 여기까지다. 손발이 오그라드는 농담과, 쌩뚱맞게 삽입된 초인종소리(웃음포인트에서 울린다. 유머감각이 없는 독자에게 웃을 타이밍을 알려주는 친절함이 돋보인다)와 동물소리(2화부터 여러 가지 동물소리가 초인종을 대신한다)로 방송초반 잠시 즐거운 시간을 보냈드랬다. 본인들이 이 방송을 들으면 얼마나 쪽팔리까 생각하면 흐뭇한 미소가 머금어지기도 한다. 중학교때  점심시간 방송을 했던 방송부 친구의 안부가 갑자기 궁금해지기도 했다.



그러나 방송이 중반을 향해 가자 이건 뭐 견딜 수가 없는 거다. 대학시절, 문과생이면서 호기롭게 물리학과의 '상대성이론' 수업에 들어가서, 첫 시간부터 작렬하는 미적분에 처졸았던 때가 잠깐 떠오르기도 했다. ' 명품수다'를 칭송하는 기사를 쓰고 싶은데 도저히 너무 지루하고 졸려서 들을 수가 없었다. 가혹한 운명 앞에(하품을 너무 많이 해서) 눈물을 흘리려던 찰나, 비인간적인 지루함과 수면욕구를 뚫고 완전청취를 한 뒤 후기까지 쓴 용자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우파 나꼼수 <명품수다> 버티기(...) 후기 ]

[[나꼼수] 1분 안에 읽는 '명품수다' 정리 ]


저 리뷰에 쓰인 '항마력' 이라는 표현은 진정 적확하다 하겠다. 강력한 항마력을 가진 1등 국민들만 들으라는 뉴데일리의 속깊은 노림수이리라. 내가 비록 큰 뜻을 가졌다고는 하나 일개 미천한 좌빨 언론사에 몸담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선천적으로 결핍되어 있는 항마력 때문이었던 것이다.

'명품수다' 가 '나는 꼼수다'에 비해 위대한 또다른 점은 언행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나온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는 꼼수다'의 김어준 총수는 말이 총수지 사실상 개털이고, 정봉주 전 의원은 말이 위대한 정치인이지 사실은 공릉동-월계동을 지역기반으로하는 '좀 유명한' 백수에 불과하다.

반면 '명품수다'의 멤버들은 듣보잡으로 유명한 만큼 여전히 듣보잡이며, 듣보잡을 벗어나려는 의지조차 보이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재미에 목마른' 그들이 왜 재미에 목말랐는지, 저 멤버들과 함께하면 왜 재미에 목마를 수밖에 없는지 너무나도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언행일치의 경지이며, 허무한 인기를 좇지 않고 오직 강력한 항마력을 갖춘 '준비된 청취자'들만을 웃겨주려는 뉴데일리의 혼이라 하겠다. 부디 딴지의 독자들은 명품수다를 꼭 들어보라 권하고 싶다. 민족 정론지라면 권해 마땅한 방송이다.

이런 위대한 방송과 내가 동시대를 공유한다는 사실을 깨달으니 눈물이 흘렀다. 물론 하품때문이다.

뉴데일리는 2회부터 토크쇼의 제목을 '명품수다'에서 '명푼수다'로 변경했다. 그리고 2화를 알리는 기사의 제목은 다음과 같았다.

[명푼수다 제 2 화] 시민단체와 돈에 관한 포복절도 수다

초인종과 동물 울음소리에 민감한 청취자라면 충분히 포복절도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뉴데일리의 추종자로서, 뉴데일리의 인터넷 라디오가 꼭 성공했으면 좋겠다. '명푼수다'를 성공했다고 볼 수 있는 시점은, 뉴데일리가 천문학적인 트래픽 증가로 호스팅비용이 빵꾸가 나고, 이것을 메꾸기위해 티셔츠를 팔기 시작하는 바로 그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