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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고성파 이야기 2

2011-11-09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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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야의이리 추천0 비추천0

2011. 11. 9. 수요일

황야의 이리



 

독고성파(獨孤星派)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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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고성파 이야기 2




 

평화로운 마을에 흉년이 들어 마을 사람들 살림살이가 팍팍할 무렵...

머리짧고 몸 좋은 몇몇 젊은이들이 슬그머니 마을에 기어들어왔다.

멀끔한 양복차림에 얼굴에는 선하디 선한 미소를 머금고,

이 마을에서 함께 마을 주민들을 도우며 평화롭게 살겠노라 말하는 그들을 보며 무언가 미심쩍은 느낌이 든 마을 이장이 말했다.

 

- 우리 동네는 조폭들은 안받는디...

 

조폭들은 펄쩍 뛰며 자기네는 조폭이 아니라 선량한 시민이며, 외국에서 이것저것 많이 배운 사람들이고, 이 마을을 발전시키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을 알아달라며, 입에 거품물고 사정해서 결국 마을에 들어와 살게 되었다.



 

그런데 그들이 온 날부터 말썽이 시작 되었다.


여기저기 다니며 사기, 협박질에 마을 경찰에게 뇌물까지 줘가며 마을을 온통 개판을 치더니 덜컥 마을 회관 건물을 헐값에 사들여서는 가재도구며 내장재를 마구 뜯어내 팔아먹는 것이었다.


보다 못한 마을 사람들이 신고를 하고 수사를 하다보니, 그들이 조직폭력배라는 것이 밝혀지고 그 중 행동대장 한 놈은 잡혀서 빵에 갇히는 신세가 됐다.

 

강동서 강력반 강철중도 말했다. '깍두기는 깍두기 세계에서 놀아라'

   

마을 사람들이 이제는 살았다 안도하는 찰나,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범죄집단이 점거했던 마을 회관을 원래 주인인 마을 사람들에게 돌려주리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것이다.


분명히 사기를 쳐서 마을 회관을 집어 삼킨 것이 밝혀졌는데도, 웃돈까지 얹어서 그 마을회관을 도로 사주고, 그동안 수고했다고 수고비까지 줘서 내보내겠다는 것이다. 그것도 그 동안 마을 사람들이 열심히 모은 돈으로...


더구나 마을 이장 친구라는 동네 유지는 자기 멋대로 이미 거액의 계약금까지 줘버린 것이다.


마을사람들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라며, 우르르 몰려가 항의하지만, 파출소장이랑 마을 이장이랑 다들 막무가내. '동네 시끄럽고 남의 동네 얼굴보기 창피하니, 돈 몇 푼 쥐어주고 얼른 내보내버리자...'라는 말만 되풀이한다.

 

보다 못한 동네청년들이 마을 방송실을 점거해서 방송을 하기에 이른다.

 

- 동민 여러분 X됐습니다..........


으아아


 

 

 

론스타 사건이 길어지고 있다.

 

유회원 대표이사가 법정구속되었고 론스타는 상고를 포기해서, 유죄가 확정되었다. 지난 달 25, 론스타는 법원의 유죄판결에 근거해서 금융위가 내린 명령을 이행하지 못해, 결국 최대주주자리에서도 밀려났다.

 

이것은 자신들의 범죄행위를 인정한 것처럼 보이고, 당연히 론스타에 대한 상식적인 처벌과 사후 처리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기대했다. 그런데 분위기가 이상하다. 위에 언급한 마을 사정과 비슷하게 돌아가는 것이다 .

 

론스타가 상고를 포기한 것이 과연 자신의 범죄행위를 인정하고 대한민국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하는 것인가? 아니면 어디까지나 사법부의 판단을 통해 합법적으로손털고 떠날 수 있는 절차를 다 거쳤다는 자신감을 보여주는 것은 아닌가?

 

 


사법부의 판단이 끝났으니 직접 나서서 외환은행-론스타-하나은행 건을 정책적으로 해결해야 할 김석동 금융감독위원장은, 2003년 당시 론스타의 외환은행 불법인수 작업에 참가했던 감독정책1국장이다.


꼭 해처드실 수 있도록... (김석동 금감위원장)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는 론스타의 정체성, 즉 산업자본이냐 금융자본 중 어느 쪽이냐는 판단을 먼저 했어야 하는데, 이 문제가 어영부영 넘어가 버렸다.

 

그리고 2005년도엔 외환은행 노조에서 금감위에 보낸 보고서에 론스타가 일본내에 130여개의 골프장 약 2600억엔, 우리 돈 37천억원의 비금융 자산이 있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비금융 자산의 비율이 25% 가 넘거나 2조원이 넘어서면 산업 자본으로 분류가 되어야 하고 또한 금감위는 반기마다 실시해야 하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했어야 했지만 그런 사실과 보고서조차 묵살되고 4년 이상을 지나왔다.

 

또한 하나금융지주회사는 이러한 상황에서도 유상증자에 회사채 발행에,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 어떻게든 외환은행을 인수하려 하고 있다.


현재 재판이 진행중이고, 불법성이 의심되며, 정체조차 불분명한, 범죄성이 의심되는 집단에게 당국의 만류도 무시한 채 15천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액수를 대출해주고, 어떤 손실을 입을지 모르는 장물을 집어 삼키려 하는 그 배짱은 도대체 어디서 나왔을까? 왜 그렇게까지 하나금융지주회사가 외환은행에 집착하는가? 이러한 결정은 정말로 하나금융지주를 위한 것인가? 그러한 결정은 누가 내리는가?

 

외환은행, 언젠간 먹고 말 거야... (하나금융지주 김승유 회장)

 

 

사법부는 주식강제매각명령의 전례가 없다는 핑계를 대며 이리저리 눈치를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검찰은 론스타의 상고심 포기로 판결 확정된 것으로 보고 손을 털었다.

 

2년이 넘도록 한 사람의 증언만 가지고 증거도 없이 끈질기게 기소하고 수십 번의 심리를 하던 검찰과 법원의 그 집요함은 어디로 갔는가?

 

선의로 돈을 주고받았다는 진술에도 불구하고 딸랑 영수증 하나를 증거라며, 국민이 뽑은 공직자를 감옥에 쳐넣던 그 과감함은 어디에 있는가?

 

지금껏 범죄집단의 정체조차도 제대로 밝히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만약 론스타가 모든 것을 처분해서 떠난다면 우리 국민들이 느낄 자괴감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아니, 국민들이 범죄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 죄의식 조차 느끼지 못하는 범죄사회를 만들고 싶은 것인가?하면 안 된다가 아니라,안 하는 놈이 바보라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바이러스처럼 퍼질 것이다.

 

언론은 언론대로 '국제적인 소송이 들어올 것이다' 또는 '국제적으로 우리나라에 대한 여론이 나빠져 투자가 감소할 것이다'라는 헛소리를 해대며 어떻게든 론스타라는 범죄 집단이 손 털고 돈 들고 떠나는 것을 돕고 있다.

 

누가 무슨 이유로 국제적인 소송을 할 것이며, 게다가 우리나라에 대한 여론이 나빠져서 투자가 감소한다는 주장에 대한 제대로 된 근거는 없다. 그들을 처벌하지 못하고 수익금 챙겨서 내보낸다는 것이 대한민국의 수치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말이다.

 

이 사건은 그야말로 자본과 정권과 결탁하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는지 보여준 사례이며. 신자유주의라는 미명하에 들어온 자본이 행한 아주 기본적인 시범으로써 한미 FTA의 롤모델 이라고 할 수 있다.

 


다 챙겼다 튀자


론스타가 한국에서 수익금 챙겨서 떠난다면 이 사건은, 이후 우리나라에 투자하는 해외투기자본에게 매우 유리한 선례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가 나중에 정신차리고 제대로 법을 적용하려고 해도, 2의 론스타들은 왜 론스타는 되고 우리는 안되나? 한국은 법적용에 일관성이 없다며 반박할 것이다. 법과 원칙의 힘은 일관성에서 나온다.


그 때 가서 뭐라고 할 것인가? 이미 일관되지 못한 한국의 법적용은 이미 설득력을 잃은 다음에 말이다.

 

본격적인 한미 FTA가 시작되면 자본은, 지금 몇 년간 보여준 시범과는 규모나 무자비함에 있어 비교도 되지 않을 행위들을 법원이나 검찰의 눈치 보지 않고 저지를 수도 있음을, 론스타는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사실 론스타는 일종의 선구자로서의 짐을 지고 있다. 론스타를 지켜보는 제2의 론스타들에게 몸으로 시범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론스타는 한국 법원에서 검찰한테 되도 않는(어디까지나 그들의 입장에서) 소송을 당하고, 수익금의 일부는 포기해야 했다. 물론 수익금의 대부분은 놓지 않고...

 

한미FTA 체결되고 나면, 2의 론스타들은 ISD를 등에 업고, 한국 법원이 아닌 그들에게 익숙하고 유리한 중재법원에서 그들 방식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외환은행-론스타-하나금융지주회사, 한국 법원의 판결, 그리고 한미FTA- ISD, 2003년부터 2011년까지 약 8년간의 오랜 프로젝트... 이 모든 것은 별개의 사건인 듯 보이지만, 본질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사건일 수도 있다.


한국이라는 호구를 어떻게 하면 빨대 잘 꽂아 빨아먹을까, 그리고 검은머리 외국인들을 어떻게 하면 구워 삶을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이 사건의 주어는 없다.

 

나는 이 론스타 사건의 처리결과에 따라 우리 대한민국 미래의 희망을 보려고 한다. 그나마 조금 상식이 통하는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 사건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잠시라도 긴장을 늦춰서는 안된다.

 

'설마 나에게까지 영향이 미칠까' 의심하지 마라.

 

그 순간 당신들의 목에 목줄이 채워질 테니까.

 

 

깨갱ㅅ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