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강화 외포리에는 인천 무형문화재 제8호 곶창굿이 전해진다. 섬마을 굿의 주된 목적은 어선의 안녕과 풍어 기원인데, 외포리 곶창굿은 어민과 농민이 함께 풍년과 풍어를 염원한다. 외포리 젓갈 시장이 생긴 후부터는 상인들도 이 축제에 동참하고 있다.


곶창굿의 주인공은 신이 아니라 외포리 사람들이다. 처지와 입장이 다른 어민, 농민, 상민들이 모여 살다 보면 반목은 필수. 때로는 날것의 욕구들이 공동체를 위기로 이끈다. 외포리 주민들은 3년에 한 번씩 열리는 대동의 장에서 모든 억압에서 해방되는 카타르시스를 만끽하고, 굿판이 끝나면 평화가 찾아온다.


사는 게 지뢰밭이다. 가는 곳마다 발암형 인간들로 득실거린다. 사람 수만큼 다양한 인생 드라마가 펼쳐지는 것이당연한 것인데, 헬조선은 획일화, 표준화된 삶의 방식만 강요한다. 화병으로 세상 하직할 지경이다.


굿판이 필요하다. 선거의 주인공은 후보가 아닌 유권자여야 한다. 선거 기간이라도 기득권의 부당한 권력, 불평등적 모순에 대들고 싶다. 감동적인 명승부 좀 보여다오. 진심으로 박수 칠 기회를 달라.


지난 겨울, 한반도 이남은 어남택과 어남류로 심각하게 분열되었지만, 최근에 제3의 인물이 등장하여 극적인 단일화를 이뤄냈으니. 오호 통제라. 그분은 유 대위지 말입니다.


수도권 서북단 지역에도 야권 연대 성사 소식이 들린다. 인천 중, 동, 강화, 옹진 지역구다. 선수는 인천 동구 구청장 출신인 정의당 조택상 후보. 이 와중에 새누리당은 여권분열 중이니, 해볼 만한 싸움이다.


12936539_1105495986183297_9197042983293327799_n.jpg


강화 5일장이 열린 4월 2일(토) 조 후보가 강화도에 떴다. 엉덩이가 들썩거려 참지 못하고 후보 사무실로 쳐들어가니, 조촐한 간담회가 열리고 있었다. 시민단체 활동가, 생협 간부, 더민주 열성 지지자, 강화 토박이 농민, 자원봉사자, 녹색당원(! )등이 참석한 간담회에서는 날카로운 질의응답이 오갔다.


인천중, 동, 강화, 옹진 지역은 대표적인 게리멘더링 지역이다. 서해 5도를 비롯하여 100여 개의 섬이 포함되어 있다. 선거구 이름 외우기도 버겁다. 무려 인천 전체면적의 70%를 차지한다. 나머지 30%에 12명의 국회의원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그러다 보니 후보들의 유세일정은 살인적이다. 이른 아침 풍물시장을 시작으로 하루 종일 강화 곳곳을 누비느라 지쳤을 텐데, 조 후보는 피곤한 기색 없이 인터뷰에 응했다.




line.jpg




쎌러킴(이하 ): 꽃중년이다. 본인이 잘생긴 걸 알고 있나?


조택상 후보(이하 ): 겸손이 아니라, 그런 생각 안 해봤다.


: 거짓말 마라. 새누리당 배준영, 무소속 안상수, 국민의당 김회창, 그리고 더불어 민주당, 정의당 단일 후보 조택상까지 4파전인데, 외모는 넷 중에 가장 낫다.


: 그건 맞다.


87387628.jpg


: 첫 질문이다.


아내가 사골을 끓이다가 깜빡 낮잠을 자는 바람에 홀랑 태워 먹었다. 온 집안에 연기가 자욱해서 창문을 열었더니, 미세먼지 때문에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이때 조 후보가 등장한다. 아내가 조 후보에게 묻는다. 여보, 창문을 열까? 닫을까? 뭐라고 할 것인가?


: 글쎄.. 그래도 창문을 여는 게 낫지 않나?


: 리즈시절에 여인들 꽤나 울렸을 것 같은데, 답변을 보니, 연애 고자로 추정된다.


: 어떻게 알았나? 중매결혼했다.


: 정답은 ‘여보, 괜찮아?’다. 케바케지만, 여성들은 정서적 공감을 원한다.


: 그말 들으니, 오늘 만난 강화도 주민들이 떠오른다. 여권 텃밭 아닌가. 그런데 만나는 분들 모두 상냥하고 친절했다. 느낌이 괜찮았다. 후보가 착각하기 딱 좋은 상황이다.


: 다른 동네는 안 그런가?


: 도시는 분위기가 다르다. 싫은 내색 팍팍 낸다. 명함 안 받기 일쑤다.


: 그러고 보니, 나도 못마땅한 정당 후보가 명함 건네면 ‘저는 아무개당이 싫어요’라며 묻지도 않았는데 쏘아붙였다.


: 도시 사람들은 그런 경향이 있다. 반면, 강화도 분들은 ‘너를 지지하지는 않지만, 굳이 티를 내서 민망하게 하지는 않으련다.’는 식이다.


: 농촌 유권자들 특징 아닐까? 평생 한마을에서 어울려야 하는데, 할 말 안 할 말 구분 안 하다가는 제 명에 못 살 것이다.


: 역사적 배경도 있을 것 같다. 강화분들 중에 한국전쟁 때 개성에서 피난 오신 분들이 많다고 들었다. 긴 세월 동안 휴전선 가까이 살지 않았나. 솔직해서 피해를 입었던 경험들이 쌓였을 것이다. 대중 정치인은 유권자의 말 속에 숨어 있는 진짜 욕망을 알아차려야 하는데 쉽지 않더라.



때론 거창한 백 마디 말보다, 스쳐 가는 눈빛과 사소한 몸짓이 진실을 드러낼 때가 있다. 마음을 읽는 것은 그래서 어렵다.



: 야권연대가 파기 될 수도 있는 민감한 주제다. 찍먹인가? 부먹인가?


1BvAQcy.jpg


: 찍먹파다. 바삭바삭한 튀김의 식감은 소중하다.


: 그렇다면 부먹파가 무림 정파라고 주장하며 찍먹파를 사파 취급하는 것은 어떻게 보는가?


: 부먹이 정파 맞다.


: 수긍하니 재미없다. 종북좌파보다 무서운 낙인이 ‘핵노잼’인거 모르나. 찍먹파의 패기를 보여 달라.


: 찍먹이냐, 부먹이냐는 취향 차이다. 꼭 정파를 선택해야 한다는 법이 있나? 사파라도 나만 좋으면 그만이다.


: 싸울 의지가 없어 보인다. 국회의원 결격 사유 아닌가? 국회에서 이단 옆차기는 다반사던데.


: 노조위원장 출신이다. 머리끄덩이 잡는 건 이골이 났다. 그래서 안 싸운다. 싸움이 무조건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상처를 제대로 치료하지 않고 대충 반창고로 가리면 곪게 마련이다. 막장 드라마의 순기능도 있다. 인간사의 바닥을 드러내기도 하니까. 싸움의 순기능이 있지만, 평생 질리게 싸웠다. 그래서 이젠 다른 방법을 쓸 거다.


: 이번에 더민주와 야권 연대 과정에서도 차마 밝힐 수 없는 불화가 있었을 텐데.


: 이겨놓고 얼떨떨했다. 상대 후보가 워낙 열심히 했다. 경선 과정에서 마음 상한 분들이 계실 거다. 적의 적은 동지다. 감정의 골은 이성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해서, 야권 연대의 효과가 지지율로 곧장 연결되지는 않았다. 다친 마음이 치유될 때까지 기다리는 중이다.


: 국민의당 후보까지 단일화를 성공하면, 승산이 있다.


: 현재로서는 어렵지 않을까. 물론 계속 애쓰고 있다. 선거는 구도 7, 이슈 2, 인물 1 이라는데, 만약 진정한 야권 단일화를 이루면 구도와 이슈 모든 면에서 유리해진다. 진인사 대천명 아닌가. 오늘 나는 한 명의 유권자라도 더 만날 뿐이다.


: 선거 공보물에 실린 출마의 변을 보니, 캐나다의 존경받는 정치인 토미 더글라스의 의회 연설 ‘마우스랜드’로 대신했다.


87385291.jpg


: ‘생쥐 나라인데 왜 생쥐로 이루어진 정부를 뽑지 않는 거지?’라는 내용이 담긴 우화다. 2016년 대한민국과 닮아서 출사표로 삼았다.


: 서민이 자신이 계급적 이익에 반하는 투표를 하는 이유는 뭘까?


: 유권자분들도 보수 정당이 막 던지는 공약이 비현실적이란 것을 안다. 투표 한 두 번 해본 것도 아니고. 유권자는 선거 전문가다. 나도 흙수저였다. 서민들은 성 밖으로 밀려날지 모른다는 ‘공포’가 있다. 계급적 이익이 아니라 욕망에 투표하는 유권자를 손가락질할 수는 없다. 그래서 대중 정치가 어렵다.


: 구청장이 흙수저라고?


: 현대 제철 노조 위원장 출신이다. 27년 공장에서 근무했다. 먹고 살길 막막해서 낮에는 공장, 밤에는 야간 고등학교 다녔다. 나중에 대학도 갔는데 역시 야간이었다.


지금은 현대제철이 된 인천제철에서 일했는데 12시간 교대에 쉬는 날도 없었다. 어느 정도였냐면 예비군 훈련 다녀와서도 야간 근무를 했으니까.


: 원조 흙수저 인정한다.


: 공장 일이 힘들어서 관두려고 택시 운전 시험을 봤다. 택시 기사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더라. 보기 좋게 미끄러졌다.


떨어지는 것에는 이골이 났다. 노조 위원장도 네 번이나 낙방했다. 열 받아서 관두려고 했는데, 와이프가 사주를 보고 왔더라. 역술인 말이, 50살이 넘으면 관운이 들어온다고 했단다. 45살에 드디어 노조 위원장 당선되고, 50살에 구청장 됐다.


: 그 훌륭한 귀인은 어디 가면 만날 수 있나?


: 나도 안타깝다. 이미 고인이 되셨다. 선거 결과 물어봐야 하는데.



벙커 동영상을 보며 의박 강헌쌤과 연희동 한쌤에게 야매로 사주와 타로를 배운 터라, 조택상 후보에게 생년월일시를 물었다. 나름 분석 결과가 나왔지만, 천기누설이니 밝히진 않겠다. 궁금한 독자는 쭉 궁금해하시라.



: 전직 인천 동구청장으로 동구의 맛집 추천 부탁한다.


: 취미가 쪽박 식당 탐방이다. 망하는 집은 이유가 있다. 맛없는 음식을 먹으며 그 까닭을 추측해 보곤 했다.


구청장 하면서 오전에는 집무실에서 일하고, 오후에는 운동화 신고 비서 한 명이랑 무조건 동구청 주민들을 만났다.


: 공무원들이 싫어했겠다.


: 조직 생활 안 해 봤구나. 부하직원들은 상관이 없어야 행복해진다. 쪽박 식당 순회는 그때 생긴 취미다. 구청 근처에 3개월마다 간판이 변경되는 식당이 있었는데, 삼겹살, 해물탕, 칼국수.. 종목도 다양했다. 어느 날 그 집이 쌈밥집으로 바뀌었길래, 비서랑 이번에는 얼마나 갈까 내기했다. 그런데, 음식이 맛있더라. 그 후 그 가게에서 자주 회식을 했다. 그랬더니 감사 나왔다. 카드깡 한 거 아니냐고.



정말이지, 진보 정치인은 별 희한한 꼴을 다 겪는다.



: 유권자 입장에서 구청장 출신 국회의원은 어떤 이로운 점이 있는가?


: 내가 지방 행정을 해봐서 안다.


: 그분이 생각난다.


: 국회의원이 공약만 남발한다고 사업이 추진되는 게 아니다. 예를 들어, 어떤 국회의원이 도로를 놓겠다고 약속했다 치자. 실행하려면 예산이 몇 천억, 몇 조 필요해도, 호언장담한다. 힘써서 예비비, 쪽지예산 끌어오겠다고.


실상은 이렇다. 국회의원 공약을 열 개쯤 낸다. 그중에서 원래 중앙 정부에서 추진하려고 했던 사업이 우연히 한 가지라도 얻어걸리면, 의정 발표회 때 잘된 건 다 내 덕이라고 홍보하는 거다.


: 그럼 조 후보는 국회의원이 되면 뭘 할 건가?


: 국회의원을 3D 직종으로 만들어 버리겠다.


: 무슨 뜻인가?


: 국회의원은 기초단체장도, 구의원도 아니다. 지역구는 그분들이 많이 알고 일도 잘한다.


: 늘 궁금했다. 구의원과 국회의원의 공약의 차이는 무엇인지.


: 다리 하나 더 놓는다고 완소 국회의원이 되는 건 아니지 않나. 국회의원은 고통스러운 삶을 살고 있는 국민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비전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게 중요하다.


생활정치는 말처럼 쉽지 않다. 다양한 삶 속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찾아내고, 지혜를 모아 타개해야 한다.


그 어려운 걸 자꾸 해낸다. 내가.


: 구체적 실천 계획이 있나?


: 대표 공약이 분기별로 동네를 직접 찾아가는 ‘주민공약발굴단 운영'이다. 몸이 몹시 힘들 것이다. 이런 시도가 국민들에게 환영과 지지를 얻으면, 국회의원은 점차 3D 직종으로 기피 대상이 될 것이다.


: 의도는 좋은데, 명칭이 구리다.


: 괜찮은 아이디어를 달라.



집단 지성을 발휘하자. ‘주민공약 발굴단’을 엣지 있게 바꿔 달라.



: 깔때기 찬스다.


: 팬클럽이 있다. 회원은 330명이다. 구청장 활동 당시 조직되었다면 좋았으련만, 퇴임 후 결성되었다. 구청장 연임 선거에 아무 도움 안 됐다.


: 왜 떨어 졌나.


: 야권도 분열되었고, 선거 기간 동안 사방에서 터무니없는 공격을 받았다.


처음 구청장 후보가 되었을 때, 일개 노동자가 구청장 나왔다고 여기저기서 욕을 많이 먹었다. 본때를 보여 주고 싶어서, 나만 할 수 있는 공약을 냈다.


1번 공약이 ‘현대제철 폐열을 지역난방으로 재사용하자’였다.


호응이 좋아서 당선은 됐는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현대제철 설득하는데 1년, 사업 계획 잡는데 1년, 건설하는데 2년이 걸렸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90%가량 추진되었는데 ‘조택상의 폐열 공장은 대 사기극이다.’는 소문이 돌았다. 진심 억울했다. 고지를 앞두고 속수무책 당했다. 결국 낙선했고, 6개월 후 공장은 완공됐다.


87387634.jpg


: 마지막 질문이다.


사회학자 오찬호의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를 보면, 촛불 청춘들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투쟁이나 해고자 복직투쟁에는 왜 공감하지 않는지 물음을 던진다. 사회적 연대는 의무가 아니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신자유주의 시대의 비극이다. 잃어버린 공동체적 가치는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 요즘 젊은이의 고생은 엄청나다. 무지막지한 스펙 쌓기의 압박에 시달리면서 학자금 대출 때문에 졸업하자마자 신용불량자가 되고 있다.


그런 젊은이들에게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하지 말라고 지적은 못 하겠다.


: 긍정의 힘, 우주의 기운, 이런 말들이 불편하다.


: 부정적 생각이 부정적 결과를 낳는다는 주장이 개인을 노력 부족의 비관주의자로 몬다. 이래서는 무너진 공동체가 복원되기 어렵다.


: 고담 시티를 구원하는 배트맨 같은 영웅을 바라지만, 현실은 암울하다. 대안이 있나?


: 사회 구성원 모두가 문제를 직면하고 더 나은 방향을 찾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나는 내 위치에서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것들을 하겠다. 그렇게 시작하는 게 옳다.


노조 위원장을 그만둔 것도, 이런 반성 때문이었다. 귀족노조라고 비난하는 보수 언론의 프레임은 반대한다. 하지만 대기업 노조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에 대하여 많이 고민했다.


대기업 생산직 노동자 조택상은 소외받은 이들을 위해 무엇을 했나, 비정규직이나, 외국인 노동자를 위해 싸운 적이 있는가, 자아비판 했다.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가 더 어려운 이웃과 콩 한 쪽 나눠 먹는 실천이, 아름다운 연대의 씨앗이 되지 않을까.


그래서 노조위원장 퇴임사에서 ‘우리의 욕망을 조금만 덜어내자’고 했다가 동료들에게 미움받았다.


: 끝으로, 유권자들과 딴지일보 독자들에게 한 말씀.


: 어려운 싸움이다. 처음 예비후보 등록했을 때 지지율 3%였다. 객관적 조건은 분명 불리하다.


나는 잃을 게 없다. 흙수저 입에 물고 태어나 후회 없이 살았다. 멋있고, 의연하게 싸우겠다. 지켜봐 달라.




line.jpg




김어준 총수는 이번 선거의 구도 문제를 지적하며, "3·3을 기억하라."고 했다. 꼭 살아남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후보 3명을 뽑아서 그 동네 지인 3명에게 전화해야 한다고. 민주주의는 공짜가 아니라고.


오늘 인터뷰한 조택상 후보가 지인들에게 전화 걸어서 꼭 뽑아 달고 부탁할 거룩한 3인 중 한사람이 될 수 있을지는 독자들이 판단하기 바란다.


선거일은 4월 13일 수요일이다.


투표는 꼭 하자.




셀러킴


편집 : 딴지일보 coco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