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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은 Virtual Reality의 줄임말로 우리말로는 가상현실로 번역되는 단어다. 2~3년 전부터 서서히 언급되기 시작하다가 올해 들어 이 단어의 등장은 폭발적이다. 정부에서 수천억을 투자하느니, 2016년이 VR의 원년이니 하는 말들이 쏟아진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VR이란 걸 얼마나 많은 사람이 쓰고 있는지에 대한 시장조사 자료조차 아직 변변한 게 없다. 대부분의 시장자료는 예측치이거나, 수백 명 정도의 소수를 대상으로 한 서베이 수준이다.


혹자는 VR이 우리네 삶을 바꿀 거라고도 하고, 또 다른 이들은 잠깐의 이슈일 뿐 이내 수그러들 거라 점치기도 한다. 몇몇 유명 기업들은 사활을 걸고 덤벼들고 있고, 또 몇몇 기업들은 팔짱 낀 채 관망 모드를 유지한다. 그 와중에 세계 IT 및 전자기기 업계의 최대 이벤트들인 CES(미국, 1월), MWC(스페인, 2월), SXSW(미국, 3월) 등에서 VR이 최고의 이슈로 떠오르기도 했다.


이게 도대체 뭐길래 전 세계가 난리이고 우리 정부까지 난리인지, 어디 가서 쪽팔리기 싫어하는 우리 딴지스덜을 위해 차근차근 짚어보자.




1. 역사적 배경 : 눈 두 개 달린 사람들의 세상


인간은 2개의 눈을 지닌다. 눈은 ‘빛’을 인지하는 기관이다. 수정체를 통과한 빛이 망막에 닿으면서 ‘시각’이 인지된다. 여기서 중요한 건 ‘망막’이라는 게 일종의 휘어져 있는 ‘면’ 모양이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눈알 하나는 2차원 정보만을 접수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가깝고 먼 것을 구분한다. 수정체를 이용하여 초점을 맞추긴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정보가 부족하여, 우리는 두 눈을 통해 2개의 2차원 이미지를 합성하여 처리한다. 즉, 2차원 정보 2개를 바탕으로 3차원 정보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우리는 멀고 가까운 것을 보다 정확히 처리할 수 있다. 이것이 눈이 2개나 달린 이유이다. 또한, 파충류나 어류나 말처럼 서로 반대방향을 향해 있음으로써 눈으로 볼 수 있는 범위(시야각)를 넓히는 것을 포기한 채 두 눈이 모두 앞을 향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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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식한 말로 양안시차라고 부른다


위 얘기를 요약하면, 눈 하나는 2차원 정보를 지니고, 눈 2개를 다 써서 3차원 정보를 만들어낸다는 결론이 난다. 그렇다면 왼쪽 눈과 오른쪽 눈에 들어온 정보가 똑같아서도 안 되고 아예 달라서도 안 된다.


오른손을 펴고 세운 채로 두 눈 사이에 갖다놓아 보자. 왼쪽눈에는 오른손의 손바닥 쪽이 보이고, 오른쪽눈에는 오른손의 손등 쪽이 보인다. 양쪽 눈 다 손을 보긴 하지만 왼쪽눈과 오른쪽눈의 정보가 살짝 다를 때, 우리는 ‘펴진 오른손이 세워진 채로 두 눈 사이에 있다’는 3차원 정보를 인지하게 된다. 그 차이가 클수록 우리 눈에 가까운 물체이고, 반대로 멀리 있는 물체일수록 그 약간의 차이가 줄어든다.


이 얘기가 왜 나오냐고? 쫌만 더 들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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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러면 이쯤에서, 우리가 누리는 ‘컨텐츠의 형태’가 주로 어떤 형태인지를 생각해보자. 활자, 그림, 영상 대부분 2차원이 친숙하다. 이를 토대로 벽화, 캔버스에 그려진 회화, 출력된 사진, 인쇄된 활자, 이들을 활용한 책, 인터넷 페이지, 컴퓨터 프로그램, 휴대폰 앱, 대부분 2차원 정보다. 인류가 최초로 동굴에 그림을 그린 시절부터 우리는 2차원 컨텐츠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모든 인간은 안다. 이런 그림, 글씨, 책, PC 화면 속의 모양들은 실존하는 물체와 다르다는 것. 우리가 직접 인지하는 실체들은 3차원으로, 이러한 2차원 정보들과는 말 그대로 ‘차원이’ 다르다는 것. 이 근본적 차이를 잘 알면서도 인류는 수천 년간 2차원 매체를 통한 정보 공유에 만족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3차원 매체를 만들기가 어려우니까.


앞서 말한 대로, 3차원 매체를 만들어서 인간이 보기에 실존하는 3차원 물체처럼 느껴지게 하려면 양쪽 눈에 거의 비슷하지만 약간 다른 정보가 인지돼야 한다. 이러한 생물학적, 해부학적, 심리학적 사실을 알아내는 데에만 수천 년이 걸렸다. 문제는 이 사실을 알아낸 이후에도 이걸 어떻게 구현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술적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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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쪽 눈에 서로 약간 다른 사진이나 그림을 보여줌으로써 입체감을 느낄 수 있게 한 최초의 시도는 19세기에 시작됐다고 알려져있다. 하지만 이 시절은 사진을 촬영하는 것 자체가 귀한 시절이었고, 책이나 사진과 같은 2차원 매체들조차 대중화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그다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20세기에 들어서 사진이 점차 보급되면서 오락실이나 유원지에 입체사진을 보는 기기들이 등장했으나, 이미 ‘영화’라는 복합적인 컨텐츠가 활개를 치고 있었으므로 자그마한 사진에 조악한 입체감이 있는 것 정도로 대중들을 매료시키기엔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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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를 너머 할배의 연령대는 어쩌면 기억하실지도


시간이 더욱 흘러 영화에 이어 TV와 게임이 등장하면서, 이제 매체 자체가 종이가 아닌 스크린으로 완전히 옮겨갔다. 2차원 스크린에서 사람들이 움직이며 말하고,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캐릭터들이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면서 정적인 인쇄 매체는 이제 구시대적인 ‘고전’이 돼버렸다. 이 스크린이란 건 종이처럼 작게 자르거나 끼워 넣을 수가 없어서 왼쪽눈과 오른쪽눈에 서로 약간 다른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은 다시금 더욱 어려워지고 말았다.


이에 사람들이 생각해낸 건 ‘안경’이다. 스크린 상에 왼쪽눈용 영상과 오른쪽눈용 영상을 모두 보여주되, 특수한 환경을 통해 왼쪽눈에는 왼쪽눈용 영상만 보이고, 오른쪽눈에는 그에 맞는 영상만 보이게 하는 것. 초기에는 파란색과 빨간색 셀로판지를 이용하여 사실상 색감을 느낄 수 없었지만, 이후 편광필름을 통해 색을 온전히 전할 수 있게 됐다. 또 다른 방식으로 왼쪽과 오른쪽을 서로 다른 주기로 빠르게 깜빡거리는 셔터방식을 사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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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마저도 금세 한계에 부딪힌다. 셔터방식이든 편광방식이든 스크린의 밝기를 약 절반 정도로 줄어들게 하므로, 약간 어두워지면서 답답한 느낌을 일으킨다. 또 그 원리상 편광방식은 해상도를, 셔터방식은 초당 프레임 수를 절반으로 떨어트린다. 2차원 스크린이라는 제한적 환경에서 3차원 입체감을 구현하다 보니 카메라의 움직임에 따라 현실감에 영향을 많이 주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안경을 쓴 채로 고개를 옆으로 기울여 두 눈이 좌우가 아니라 상하에 오게 되면 입체감은 사라진다. 결국, 3D 영화나 게임에서 ‘내 눈앞에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은 줄 수 있지만, ‘내 바로 옆에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은 줄 수 없다. 다시 말해, 내 미간 사이로 총알이 날아오는 듯한 효과는 만들 수 있지만, 그 총알이 내 머리 옆을 스쳐 지나가는 것을 고개를 돌려 바라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고개를 돌리는 순간, 스크린은 보이지 않을 테니 말이다.


그 3D 방식이 꾸역꾸역 버티고 있는 21세기 초에, 드디어 VR의 새로운 형태가 출현한다.




2. 기술적 배경 : 보급된 기술들과 한가지 아이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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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앞서 언급한 안경 방식 이외에도 3D 입체감을 주는 다양한 방식들이 시도됐다. 렌즈를 통해 작은 개인용 LCD 화면을 보는 속칭 HMD(Head Mounted Display 또는 Head Mounted Device. 머리에 쓰는 스크린 또는 장치라는 뜻)는 이미 8~90년대부터 간간이 출시되곤 했고 이 중 일부는 입체영상을 제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문제는, 두 눈앞에 고정된 디스플레이가 눈에 피로감을 준다는 점이다. 사람의 눈은 생각보다 금방 피로해져서 안구를 강제로 완전히 고정하고 동일한 시각 자극을 유지하면 수초 이내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은 눈은 매우 빠른 속도로 미세하게 움직여 물리적으로 망막에 맺히는 정보를 수시로 변화시킨다. 그러므로 눈앞에 있는 작은 디스플레이가 같은 모습을 계속 유지하게 되면 사람의 눈은 금세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이렇게 ‘안경처럼 쓰는 개인용 스크린’은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는다.


한편, 컴퓨터로 만드는 게임 환경은 눈부시게 발전하여 이제는 중,고딩들이 집구석에서 며칠 만에 게임 하나쯤 뚝딱 만들어내는 시대에 이른다. 특히 21세기에 접어들면서 대부분의 인기 게임들은 3D 엔진으로 만들어졌고, 동시에 3D 게임엔진들이 급속히 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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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3D 게임엔진 Unity3D, 화면 속의 거의 모든 요소는 입체적인 가상물체들이어서, 

카메라를 조작하면 전후좌우 상하를 모두 볼 수 있다.


2D 게임엔진 안에서는 모든 게임요소들(유닛, 배경, 효과 등등)이 평면 이미지로 구성돼있는 것에 비해, 3D 게임엔진 안에서는 이 모두가 입체로 구성돼있다. 그래서 2D 게임인 80년대 슈퍼마리오 게임 안에서 마리오의 뒤통수가 어떻게 생겨먹었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3D 게임인 2000년대 슈퍼마리오 게임에서는 마리오의 생김새가 입체로 완전하게 정의돼있다. 그렇게 게임 속 가상세계 안에서 모든 존재는 입체적 형태를 지니고 있으되, 그 세계 안에 또 하나의 가상 카메라를 배치함으로써 이 모두를 2D 스크린에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3D 게임에서는 플레이어가 유닛이나 사물만 움직이는 게 아니라 카메라도 그에 따라 움직이는 셈이다.


한편, 21세기에 인류는 스마트폰 혁명을 겪는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가 보급되면서 인류는 여러 개의 손가락으로 스마트폰을 조작할 뿐만 아니라, 말로 명령을 내리는 기능, 스마트폰을 물리적으로 움직이면서 조작하는 기능들에 익숙해진다. 이 중 물리적인 움직임으로 조작을 하는 것은 자이로센서와 가속도센서라는 부품들의 덕분에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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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센서들은 움직임이나 자세의 변화를 측정한다. 기존에는 비행기의 자세제어에나 쓰이던 센서들이었으나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이 센서들이 일반인들의 삶에 깊숙이 침투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스마트폰을 마치 자동차 핸들처럼 쓰기도 하고, 수평계 용도로 쓰기도 하며, 360도 사진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HMD, 3D 게임엔진의 보급, 새로운 센서의 보급. 이 3가지가 2011년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18세 소년의 한 아이디어와 만나게 된다. 아이는 속으로 이렇게 읖조렸을 것이다.


“HMD에 돋보기 넣고, 자이로센서를 넣고, 3D 게임 엔진에서 카메라를 2개로 만들면 되는 거 아님?"




3. 최초의 진보적 VR 기기, 오큘러스 리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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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돈 벌고 급격히 살이 찐 파머 럭키의 리즈시절


이 아이디어를 낸 소년의 이름은 파머 럭키(Palmer Luckey), 현시대 VR 시장을 이끄는 기업임과 동시에 페이스북에 졸라 비싸게 팔린 기업 오큘러스(Oculus)의 창립자다. 그의 작지만 큰 아이디어는 이렇게 시작한다. 일단 3D 게임엔진의 가상세계 안에 카메라를 2개 만들고 이 둘을 매우 가깝게 좌우로 배치한다. 마치 사람의 눈처럼 말이다. 그렇게 되면 두 카메라는 ‘거의 비슷하지만 약간 다른’ 2D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한편 2011년도에 고해상도 LCD 패널은 저렴하게 살 수 있었다. 이 디스플레이를 반으로 나눠서 2개의 가상 카메라로 만들어낸 2개의 이미지를 좌우에 하나씩 배치한다. 그리고서는 그 반으로 나뉜 디스플레이의 앞에 각각 돋보기 렌즈를 하나씩 놓는다. 돋보기는 시야각을 좁히기 때문에 두 눈을 각각의 돋보기 앞에 두고 적당히 거리조절을 하면, 왼쪽 눈에는 디스플레이의 왼쪽 반만, 오른쪽 눈에는 나머지만 보이게 된다.


이 상태에서 LCD 패널과 돋보기에 자이로센서를 설치한다. 그렇게 되면 이 디스플레이의 자세를 측정할 수 있다. 이 자세 측정값을 PC로 전송해서, 가상세계 안에 있는 카메라의 자세를 조절한다. 디스플레이가 왼쪽으로 회전하면 2개의 가상 카메라도 왼쪽으로 회전하는 거다.


결국, 이렇게 되면 가상세계 안에 있는 2개의 카메라가 만드는 영상은, 2개의 돋보기 앞에 있는 2개의 눈의 역할을 하게 된다. 이 LCD패널과 돋보기와 자이로센서로 구성된 해괴망측한 기계를 두 눈 앞에 갖다 대는 그 순간, 그 기계를 통해서 보는 모습은 그 가상세계 안에 있는 2개의 카메라가 바라보는 장면, 그 자체다. 말하자면, 가상세계 안에 있는 2개의 가상 카메라는 사실 카메라라기보다는 그냥 가상의 ‘두 눈’인 셈이다.


게다가 머리를 미세하게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가상의 카메라가 똑같이 미세하게 움직이므로 눈에 들어오는 자극이 계속해서 조금씩 변화하여 눈의 피로도도 적다. 렌즈를 통해 빛이 굴절되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디스플레이는 내 눈 바로 앞에 있지만, 실제로 수정체는 마치 적당한 위치에 있는 물체를 보는 것처럼 작동하여 눈의 피로도를 줄이는 데 힘을 보탠다.


더욱이 인간의 인지체계에 있어서 시각의 비중은 압도적이다. 우리는 선풍기 바람이 살랑살랑 분다고 해서 ‘우와 들판 같아!!!’라고 놀라지 않고, 매우 정교하게 만들어진 입체 사운드를 듣는다 해도 눈을 감아야만 감탄사가 나온다. 하지만 저 진보적인 VR 기기에 눈을 갖다 대고 주위를 둘러보는 순간, 우리는 온갖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 내 방 의자에 앉아있든, 어머니 고등어 굽는 냄새가 나든, 에어콘 바람이 시베리아 들판처럼 불든 상관없이 내 두 눈으로 보이는 가상세계에 몰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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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해보면, 보통 이렇게 넋이 나간다.


바로 이 점이, 오큘러스가 열어 재낀 새로운 VR 세계가 지니는 소위 ‘몰입감(Immersiveness)’다. 사실 영어로 immersiveness라는 단어는 없는 단어다. 늪이나 물에 빠져드는 걸 의미하던 동사 immerse가 어떤 문화나 사상 같은 추상적인 대상에 빠져드는 것까지 확장되면서 현실감 넘치는 게임이나 영상을 수식하는 immersive라는 단어까지는 공식적으로 파생했다. 이 단어의 명사형은 원래 ‘빠져 듦’이라는 뜻의 immersion이었으나 이 단어로는 그 몰입감이라는 추상적 감각을 표현할 수 없기에, 최근 수많은 VR 관련 칼럼에서는 immersiveness라는, 사전에도 없는 단어가 마구 사용된다. 사전을 고쳐 써야 할 정도로, 이 형태의 VR 기기의 몰입감이 뛰어나다는 얘기.


이 아이디어를 진작에 알아챈, 게임사의 영웅 캐릭터 존 카멕(John Carmack)이 저 어린 소년 파머 럭키에게 연락을 취하면서 역사는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존 카멕은 이드소프트(id Software)의 수장을 지낸 사람으로 3D 게임의 지평을 열었던 울펜스타인 3D(Wolfenstein 3D, 1992)와 둠(Doom, 1993), 퀘이크(Quake, 1996) 등을 개발한 게임 프로그래머다. 말하자면 3D 게임의 혁명을 이끈 장본인이, 그다음 혁명의 전초를 알아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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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어린 나이에 이름을 날린 나머지, 아직도 젊은 존 카멕. 

70년생으로 20대에 이미 세상을 여러 번 들었다 놨다 했다.


파머 럭키가 만든 초기버젼의 기기를 사용하여 존 카멕이 자신이 만들었던 게임을 시연하면서 이 기술은 전 세계 게임덕후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전 세계 게임덕후들이 코찔찔이 시절 덕후의 꿈을 꾸게 해줬던 그 게임의 세계에 나 자신이 직접 들어간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결국, 이들은 오큘러스(Oculus)라는 회사를 만들고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킥스타터(kickstarter.com)에서 240만 달러 모금에 성공하면서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주목받는 스타트업 중 하나로 순식간에 자리매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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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순식간에 페이스북에 미화 20억 불에 인수된다.


그리고 이들은, 핵심 아이디어인 화면분할-돋보기-자이로센서-가상카메라 2개의 조합에 대한 특허를 보유하지 않음으로써 (사실 안한건지 못한건지는 확인해보지 않았다만), 오큘러스사뿐 아니라 다른 회사에서도 비슷한 형식의 플랫폼을 만들어낼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결국, 수많은 스타트업들을 포함해서 HTC, 소니, 삼성, 밸브, AMD 등의 대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기틀을 세웠다. 그리고 디스플레이와 그 디스플레이를 제어할 수 있는 OS, 자이로센서가 모두 이미 탑재된 채 우리네 호주머니 속에 상시 들어앉아 있는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 VR이 손쉽게 구현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다.


오큘러스가 알려지고, 이와 유사한 형태의 시도가 동시다발적으로 전 세계에서 이뤄지면서, 지금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VR의 시대의 서막이 시작된다.


하지만, 이 진보적 기술은 그 진보성이 너무 심했던 나머지 인간들이 아직 준비하지 못한 수많은 숙제를 남긴다.


다음 편에서는 그 수많은 숙제는 무엇이며 그 숙제들을 어떻게 헤쳐나가고 있는지 디벼보도록 하겠다.






춘심애비

트위터: @miiruu


편집: 딴지일보 너클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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