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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자, 이제 유방은 패현의 죄수들을 여산의 진시황릉 공사현장으로 인솔해야 한다.


죄수들은 당연히 패현 주민들이다. 진나라에는 '페널티 점수제'로 부를 만한 제도가 있었다. 죄가 있으면 부역 임무가 하나 추가된다. 국가에 공이 있으면 면제된다. 공과 죄가 만나면 서로 상쇄되기도 한다(진나라 병사들은 정복과정에서 공이 쌓였기 때문에 공사현장에서 죽을 확률이 낮았다).


법가 제도는 원래의 사상대로 운용되면 매우 근대적이다. 그러나 비정할 정도로 실용적인 진시황의 오른팔 '이사(李斯)'는 법가에서 인문적 요소를 빼고 군주를 위한 결과주의를 추구했다. 그는 인간을 자원으로 간주하고 '지속가능'하게 사용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최초의 제국에서 승상이었던 이사는 동아시아 문명에 지대한 공헌을 한 사람이다. 그는 군현제와 중앙집권의 그림을 처음 제시했다. 지금의 세계를 만든 몇 명의 천재 중 하나다. 그러나 그는 기술자이지 학자는 아니었다. 이사는 법가사상을 '따른' 이가 아니라 '사용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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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절대다수의 절대행복'을 위한 방법론을 고민하는 인문학은 진시황과 이사에게 방해물에 불과했다. 자원은 주체가 아니라 대상일 뿐이다. 진시황과 이사는 눈 하나 깜짝 하지 않고 분서갱유(焚書坑儒 유학자들을 생매장하고 책을 불태움)를 저질렀다. 분서갱유에 역사발전의 요소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문자와 문법을 통일해 '중국인'을 하나의 문화공동체로 묶는 작업의 일환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학과 잡학 등 실용분야의 서적은 살아남았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인문학은 쓸데없이 인간을 각성시킨다. 각성한 SCV는 성능이 떨어진다. 지난 기사에서 하후영이 심문을 받는 대목이 보여주는 근대성은 원래 법가가 가진 세련됨이지 결코 진시황과 이사의 철학이 아니다. 또한 '지속가능성'은 필연적으로 합리를 추구하게 된다. 인력을 한 번 쓰고 버리는 것보다는 수명이 다할 때까지 반영구적으로 사용하는 편이 이익이다. 그러려면 SCV가 견디고 납득할 만 해야 한다. 여기까지는 그렇다 치자. 


이사의 방법론은 '진시황 1인을 위한 천하(天下)사용설명서'다. 원래부터도 선량함과는 거리가 멀었던 그 한 사람이 노골적인 폭군이 되자 제국은 악마가 되었다. 이론상으로나 가능한 인력을 동원하려니 그만큼 죄인들이 많아야 한다. 제국은 온갖 방법으로 멀쩡한 사람들을 죄인으로 만들었다. 그중에서도 극악한 것은 '기일 엄수 원칙'이었다. 


어떤 행렬이 부역이나 군역을 위해 정해진 현장으로 10일 후에 도착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가정해보자. 중간에 환자가 생길 수도 있고, 자연재해로 길이 끊길 수도 있다. 늦었더라도 합리적 이유가 증빙되면 이해해주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하루만 늦어도 책임자는 사형이고, 나머지도 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렇게 되면 일정한 부역을 마치고 고향에 돌아가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죄만큼 일을 더 해야 한다. 공사현장에서 죽으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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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패현 주민들 모두 동기이자 선후배 간인 '죄수'들이 페널티를 노동으로 정산하고 몸 성히 살아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돈이라도 있으면 그래도 굶는 일은 덜 할 터. 경제력이 있는 남자들이 300전씩 갹출해 지원해주기로 했다. 자급자족을 하는 농민들은 가난하지 않아도 돈이 없다. 재산이 곡식과 밭 등 현물의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반면 녹봉을 받는 관리들은 현금이 있다. 진 제국에 아전으로 고용된 현지 주민들이 십시일반 돈을 걷어 유방에게 전달했다.


유방이라면 치를 떠는 소하는 어땠을까? 일반적인 예상과는 반대로 소하는 특별히 200전을 더 얹어주었다. 고단할 게 분명한 친구의 여행길을 위해 생활비를 쪼개 특별히 찔러준 것이다. 유방은 친구의 정성을 특유의 성격대로 뻔뻔하게 접수했다. 그러나 속으로는 감격했다(200전에 감동받을 사람이면서 하례금 1만 전이라는 허풍은 대체... 지난 기사를 참조하시라). 그는 겉으로는 까칠하지만 속으로는 끈끈한 소하의 우정을 결코 잊지 않았다.


유방은 친구와 선후배들이 먹을 거, 입을 거 아껴가며 모아준 돈으로 호송 임무를 성실히 수행했을까?


그럴 리가 없다. 


유방은 술을 퍼먹으며 유람을 시작했다. 


이 인간은 진짜로 답이 없다. 


유방은 더 황당한 짓을 저지른다. 보통은 죄수를 호송하면 엄중한 감시와 함께 일정한 폭력을 행사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진 제국 입장에서 죄수들인 그들은 유방에게는 한 동네 후배들이다. 그래서였나 보다. 유방은 죄수들을 묶거나 가두지 않고 자유롭게 풀어준 채로 이동했다. 그는 까마득한 동네 후배들인데다가 어느 정도는 함부로 다뤄도 누가 뭐라 하지 않을 죄수들을 학대하기는커녕 편하게 대했다. 이러니 사람을 미워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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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


도망가려면 어쩌려고 그랬을까? 별생각 없었다. 실제로 패현의 죄수들은 하나둘 도망가기 시작했다. 악명 높은 사망률을 기록하는 현장에 누가 가고 싶겠는가. 더욱이 유방은 음주를 즐기느라 놀라울 정도로 느릿느릿 이동했다. 인원이 눈에 띄게 줄어있을 때 유방은 고작 고향인 풍읍의 서쪽 가까이에 있는 '택중(澤中)'을 눈앞에 두었다. 


공사현장에 가봐야 처형당하게 생겼다. 그런데 유방은 담당 죄수들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나머지 인원을 단속하거나 억누르지 않았다. 인간적 굴욕을 주지 않은 것이다. 도망자들을 원망하지도 않았다. 살고 싶은 거야 모든 사람의 본능이 아니냐는 식이다. 이 인간, 분명히 아무 생각 없이 사는데 혐오감이 들지 않는다. 


유방은 자신의 처지를 별로 깊게 생각하지도 않았다. 가봐야 죽는다면 안 가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그는 행진을 멈추고 거나하게 술을 마셨다. 밤이 되자 남은 인원을 모아놓고 말했다. 


"너희들 모두 가고 싶은 대로 가도 좋다. 나도 알아서 도망갈 것이다."


모두 살길을 찾아 떠나고 남은 10여 명의 인원이 유방을 따르기로 했다. 사마천은 이들을 장사(壯士)라고 기록했다. 힘 좀 쓴다는 얘기다. 논두렁 주먹 유방의 직속 후배들이다. 어디서 사고 좀 치고 다니다가 죄수가 된 모양이다.


이 10여 명의 장사가 유방 최초의 세력이다. 이제 유방은 백수에서 극히 미미하기는 하지만 굳이 따지고 보면 세력가가 되었다. 유방은 별다른 고민 없이 상쾌하게도 도적이 되기로 했다. 앞으로 입이 마르게 반복할 얘기지만 역사에 등장한 인물치고 이렇게 태평한 사람도 드물다. 




 3.


유방은 술김이라 제대로 길을 찾지 못했다. 일단 목적지는 눈앞에 있는 택중. 그는 택중으로 가는 길을 찾아보라고 부하 한 명을 보냈다. 여기서 택중은 특정 장소의 고유명사라가 아니라 지형을 설명한 말이다. '못 가운데'. 지금의 상식으로는 이상하다. 수상생활을 하겠다는 식으로 보인다. 그러나 당시 중국의 자연을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지금처럼 깨끗하게 땅과 분리된 연못이 아니라 사방에 물이 많은 지형이다. 고인 물 사이에 있는 질척거리는 땅이다. 


부하는 유방에게 돌아와 커다랗고 흰 독사가 길목을 막아서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애초에 뱀이 살기에 좋은 환경이었다. 수풀에 난 좁은 길목에서 독사를 만나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무늬가 선명해서 바탕색이 하얗게 강조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영락없는 독사다. 그러나 부연설명 없이 흰 뱀이라고 지칭되었다는 점에서 멜라닌 색소 결핍에 의한 알비노(백색증)라고 보는 편이 타당하다. 뱀은 알비노가 특히나 자주 나타나는 동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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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비노 뱀


지금도 시골생활을 겪은 사람들은 뱀의 형태와 움직임만 봐도 종류를 알아맞힌다. 유방의 부하들이 장님이 아닌 바에야 알비노라고 해서 독사를 알아보지 못할 리 없다. 알비노 동물의 백색은 굉장히 깨끗하다. 여러 문화권에서 알비노 동물을 신성하게 여긴다. 거기다 독사다. '영물'을 본 일행은 얼어붙어서 어쩔 줄을 몰랐다.


취해 있던 유방은 특유의 안전불감증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까짓 뱀이 뭐라고."


아니 독사인데 그까짓 뱀이라니? 유방은 비틀비틀 걸어가 칼을 뽑아서는 뱀을 뎅겅 두 동강냈다. 부하들은 경악했다. 유방은 드러누워 자 버렸다. 사내들은 그가 아무래도 보통 남자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우리는 유방에 대해 방심하지 말기로 하자. 다음 날 일어난 그의 반응은 딱 이랬다. 


<그런 일이 있었어?>


제대로 기억도 못했던 것이다. 이것이 그 유명한 취참백사(醉斬白蛇 술에 취해 흰 뱀을 베다) 사건이다. 더 짧게는 '참백사'라고 한다. 나중에 유방이 중국의 지배자가 되면서 은근슬쩍 醉자가 빠지고 뒤에 기의(起義)가 붙는다. 알고 보니 영웅적인 면모가 이때 드러났다는 이야기기다. 참백사기의 - '백사를 베어 큰 뜻을 드러내다.' 그러나 이때의 유방에게 큰 뜻 같은 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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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백사 사건을 묘사한 일본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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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백사 사건으로 디자인된 명/청대 도교 집단의 인장 


여기에 뜬금없이 설화가 개입한다. 유방이 자고 있을 때 부하들이 길을 걸으니 웬 노파가 주저앉아 울고 있었다. 부하들이 무슨 일인가 물으니 노파가 말했다. 


"내 아들은 백제(白帝)의 아들인데 흰 뱀으로 변해 길을 가다가 적제(赤帝)의 아들에게 죽고 말았다."


부하들은 정신병자인가 싶어 두들겨 패려고 했는데 노파는 홀연히 사라져버렸다. 술에서 깬 유방은 이야기를 듣고 흐뭇해했다는 게 설화의 내용이다. 


백제는 사방위로 보면 서쪽의 진나라를 의미하지만 이것은 짜 맞춘 설정이고, 1차적으로는 뱀의 색깔에서 나온 이야기다. 유방의 비범한 정체를 증언한 본인이 사라졌단다. 잠시 한눈을 팔다가 돌아보니 사라져있었다는 식의 장치도 없다. 이럴 때 보통 연기나 안개라도 등장하는데 그런 것도 없다. 증인이 그냥 '뿅' 하고 사라진다. 이 정도면 조잡함을 넘어 상큼할 정도다. 그래도 유방은 자신을 상징하는 색을 얻었다. 붉은색. 장기에서 유방이 세운 한나라의 색이 적색인 이유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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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자들은 아마도 유방의 아내 여치가 꾸며낸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나도 동의한다. 그 이유는 아래에 설명하겠다. 




 4.


유방은 패현의 친구들과 연락망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상황이 어느 정도 안정됐다. 무엇을 했을까? 이 사람은 유방이다. 방심하지 말자.


매일 기분 좋게 술을 마셨다. 


그런데 택중에는 유방이 술만큼, 아니 술보다 좋아하는 여자가 없었다. 그러나 그의 아내는 여치다. 훗날 중국사 3대 악녀가 되면서도, 한 편으로는 중국 대륙을 흠잡을 수 없게 통치한 여걸이다. 


여치는 남편이 어디 숨어있는지 알게 되자 짬이 날 때마다 일군의 장정들을 거느리고 유방의 거처에 난입했다. 여치에겐 장정들을 부릴 돈이 없다. 이 때문에 소설이나 설화에서는 여치가 남편의 큰 뜻을 위해 친정집에 술과 고기를 부탁했다는 식으로 나온다. 영웅이 천하를 도모하는데 술이 없어서 되겠냐며 남편을 받드는 여성으로 해석되는 것이다. 봉건적 사고방식으로는 그럴듯하지만 현실은 조금 다르다.  


친정집이 붙여준 장정이었다면, 애초에 여치가 밭에서 애를 업고 혼자 일할 때 부모가 왜 안 도와줬겠는가? 여문에게도 여치는 출가외인에 불과했다. 논두렁 큰 형님 유방의 빈자리를 '큰형수' 여치가 차지했다고 봐야 한다. 어차피 유방과 번쾌, 조참, 소하 등 동네 형님들의 심부름을 할 젊은이들이 있어야 한다. 여치는 자신과 동년배거나 나이가 많은 사내들을 잘도 휘어잡았다. (여치의 방문은 드라마나 소설의 삽화에서는, 여치가 커다란 바구니에 남편이 즐길 음식을 가득 담아 씩씩하게 걸어가는 모습으로 곧잘 표현된다. 하지만 여치는 아랫사람을 옆에 두고 자신이 짐을 들 성격이 아니다.)


여치는 왜 갔을까. 물론 소하와 조참의 주머니를 털고 번쾌에게는 고기를 털어서 술과 안주도 가지고 갔겠지만 기본적으로 '부부생활'을 하러 갔다. 고대 중국에서 여성이 욕망을 드러내는 건 민망한 일이다. 하지만 어설프게 들키는 게 아니라 이렇게 당당하면 할 말이 없어진다. 내가 내 남편과 자겠다는데 누가 뭐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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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누가 뭐라고 할 건데? 


유방은 나중에 황제가 되고 나서도 섹스를 하고 싶으면 그냥 그 자리에서 했다. 밀폐된 공간을 찾거나 헛기침을 해서 주변 사람을 물리지 않았다. 심지어 대낮에 제국에서 가장 중요한 '공공장소'인 대전의 옥좌 위에서 질펀하게 즐긴 적도 있다. 여치가 찾아올 때마다 숲 속 풍경이 어땠을지는 참... 그냥 넘어가도록 하자. 




 5.


참백사 사건으로 남편이 어딘가 비범해 보인다는 소문을 들은 여치는 이때다 싶었다. 그녀는 시골 건달의 아내로 살다 죽을 생각이 없었다. 여치는 남편을 대단한 인물로 만들고 싶었다. 남편이 범법자가 되었는데도 걱정하기는커녕 오히려 좋아했다. 그녀는 곧 소문을 부풀리는 작업에 착수한다. 


여치는 "어떻게 알고 잘도 찾아오는 거냐"는 유방의 질문에 천연덕스럽게 대답했다. 


"당신이 있는 곳 위에는 상서로운 기운이 서려 있는데 뭐가 어렵겠어요?"


물론 일행이 다 같이 있을 때 보란 듯이 나눈 대화다. 유방이 여치의 의도를 못 알아챌 리 없다. 황당한 짓을 벌일 때마다 연기력이 폭발하는 유방은 자신이 당연한 사실을 새삼 물었다는 투로 여치의 말을 기정사실화했다. 


순진한 시골 장정들은 하늘을 올려보며 수군거렸을 게 분명하다 : <그래봐야 그냥 하늘 아닌가? 아니 부인인 여치의 눈에만 특별히 보일 수도 있다. 그러지 말란 법도 없잖은가? 아닐지도 모른다. 집중해서 가만히 쳐다보니 저 하늘과 구름이 꼭 용의 비늘처럼 생기지 않았다는 법도 없는 것 같다...>


유방이 과연 성공할지 아닐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럼, 그만이다. 적어도 손해 볼 일은 없다. 소득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유방-여치 부부는 영웅 부부가 되는 놀이에서 깨알 같은 재미를 느꼈을 것이다. 남편을 부풀리는 프로파간다에 흥미를 느낀 여치, 허세 9단의 유방. 그 아내에 그 남편이다.  


흰 뱀을 백제의 아들로 바꿔친 것도 여치의 수작이었을 것이다. 그녀가 개입된 또 다른 얘기가 있다. 여치가 갓난아이인 아들을 업고, 옆에는 딸을 두고 쟁기질을 할 때였다. 한 노인이 다가와 물을 좀 달라고 부탁했다. 여치는 물과 음식을 주어 요기를 시켜주었다. 노인은 답례로 관상을 봐 주었다. 


"부인은 천하의 귀한 분이 될 것입니다."


여치는 '이미 같이 있던' 아들과 딸을 '데려와' 노인에게 관상을 보게 했다. 노인은 딸도 귀하게 된다고 하고,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얼굴의 형태도 잡히지 않은 아기의 관상을 잘도 보고 말했다.


"부인께서 귀하게 되시는 것은 이 아이 때문입니다."


유방이 밖에서 놀다가 들어오자 여치는 관상 본 이야기를 해 주었다. 유방은 노인이 어디로 갔는지 묻고는 따라잡아 자신의 관상을 물었다. 대답은 예상대로다.  


"당신의 관상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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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날 유방이 황제가 된 후 노인을 찾았지만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단다. 관상을 본 장본인이 참 편리하게도 사라진다. 거짓말을 이렇게 대놓고 해도 되나 싶다. 여치는 거짓말을 정교하게 꾸밀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거짓말의 비결은 정밀함이 아니라 당당함이다. 여치의 뻔뻔함은 곧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유방이 대단한 인물이라는 소문이 퍼져나갔다. 사내들은 엄혹한 제국의 치하에서 범법자가 되고도 술을 즐기는 그의 느긋한 성격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도망자 생활을 하는 주제에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붙잡지 않았다. 패현의 젊은이들은 유방의 소식에 점점 주목하게 되었다. 유방과 비슷한 처지의 도망자들도 소식을 듣고 택중에 모여들었다. 유방은 100명에 가까운 부하들을 거느리게 되었다. 이런 분위기에 유방 자신도 감염되고 말았다. 


유방은 슬슬 허파에 바람이 들기 시작한다. 


'정말 내가 대단한 인물인 모양인데?'


우습지만, 이것이야말로 여치가 원한 결과였다. 스스로 대단하다고 생각한다고 대단한 사람이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자신을 대단치 않게 여기는 사람은 결코 대단해질 수 없다. 


소하는 여치의 수작을 어떻게 봤을까. 우리가 보기에 고대인들은 죄다 미신을 믿을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소하는 실용적인 성격의 유능한 관료다. 겉으로 내색은 못한 모양이지만 속으로는 기가 막혔을 것이다. 하지만 소하는 얼마 후 자신도 여치의 프로파간다에 의지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이 시기 유방과 여치의 금슬은 좋은 정도를 넘어 폭발적인 수준이다. 그러나 곧 여치는 범법자의 아내가 된 대가를 치르게 된다. 




 6.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이라던가. 여치는 긴급 체포되어 패현 감옥에 수감되었다. 


여치는 매 좀 맞는다고 고개를 숙이거나 눈물을 떨굴 여인이 아니었다. 유방에게나 잡혀 살았지, 다른 남자들에겐 어림없었다. 그녀의 성깔은 간수들을 자극했다. 간수들은 여치를 함부로 다뤘다. 구타와 성희롱은 기본적으로 포함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성고문이나 겁탈을 당했을 수도 있다(사실 매우 높은 확률이다). 


여치는 남편의 소재를 끝까지 불지 않았다. 숱한 매질을 당한 하후영의 경우를 보면 여치는 참으로 많이 맞았을 것이다. 한편 유방을 따르던 패현의 젊은 사내들은 '형수'가 능욕을 당하자 분통을 터뜨렸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현령이 부임한다고 해서 본인 하나만 오는 게 아니다. 항우가 자란 회계군만 해도 백 명이 넘는 인원이 군수를 따라왔다. 


소하는 패현 현령의 비서였고 조참은 바로 여치가 수감된 감옥의 옥리였다. 패현 주민 중에 감히 유방의 아내에게 손을 댈 만큼 정신 나간 사내는 없다. 진나라에서 파견된 하급관리가 분명하다. 그런 만큼 여치 능욕 사건엔 현령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그는 여치에게 구혼했다가 거절당한 남자다. 복수심도 있었을까? 알 수 없다. 


마침내 유방을 따라다니던 젊은 건달 중 '임오(任敖)'라는 사내가 나섰다. 그는 여치를 능욕한 간수를 난데없이 두들겨 패는 대사건을 일으킨다. 피정복민이 감히 진 제국의 공권력을 건드린 것이다! 여기서부터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임오는 처형당하기는커녕 체포됐다는 기사도 없다. 얼마 후 멀쩡히 살아서 역사에 등장한다. 어떻게 된 걸까. 


항량이 세력을 키운 회계군과 같은 경우다. 패현 주민들은 진나라에 협조적이었다. 안 그럴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같은 편으로 생각하지도 않았다. 진나라 파견 인원들은 어디까지나 외부인이다. 유방은 친구이자 선후배인 소하, 조참, 번쾌, 하후영 등과 소식을 주고받는 중이었다. 여치는 동네 장정들을 이끌고 남편을 만나고 오곤 했다. 그런데 현령과 그의 직속 부하들은 아무것도 몰랐다. 


패현의 행정기관은 진나라 조정으로부터 유방 일행이 제 시일에 도착하지 않았다는 통보를 전달받았음이 틀림없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실종책임자의 아내를 붙잡아 문초하는 것밖에 없었다. 패현 주민들은 그야말로 똘똘 뭉쳐있었다. 현령의 비서였던 소하는 물론이고 토박이 전체가 현령을 바보로 만들었다. 


그렇다면 임오의 신변에 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추측컨대 임오는 혼자 나서서 간수를 패지 않았을 것이다. 누군가 한 명은 나서야 한다. 그는 '십자가를 진' 것으로 보인다. 하긴 생각해 보라. 동네를 주름잡는 건달의 아내가 제국에서 파견 나온 관리에게 능멸을 당했다. 패현의 사내들은 영웅호걸은 못 돼도 그 꼴을 보아 넘길 양 떼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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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하를 비롯한 동네의 '큰형님'들은 임오의 탈출 루트, 은신처, 가족의 생계 등을 다 안배해놓지 않았을까?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는 임오의 행동과 이후의 삶을 설명할 도리가 없다. 기록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임오의 폭력사건 이후에 여치의 고통이 뚝 끊겼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아무래도 수사책임자인 피해자가 두 발로 걷는 게 불가능할 정도로 손을 본 모양이다. 


'여치 구속사건'을 기점으로 패현의 주민들과 공권력이 분리된 점은 흥미롭다. 이들은 강력한 공권력 대신 허풍쟁이 백수를 선택한 것이다. 한심해 죽겠지만 최후의 순간에 가면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의 소유자, 유방. 그는 가족은 물론 친구, 후배들로부터 많은 욕을 얻어먹고 살았다(본인도 흔쾌히 욕설로 맞받아쳤겠지만). 그러나 결정적 순간 패현 주민들은 자신들의 운명을 걸고 그를 선택했다. 


패현 주민들의 단결력도 대단하지만, 여자의 몸으로 남편을 포함해 그 누구도 다치게 하지 않기 위해 끝까지 입을 열지 않고 저항한 여치도 보통이 아니다. 여치의 인내심은 곧 유방의 큰 자산이 된다. 아 참, 그리고 유방의 '사랑받는 능력'은 도무지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7.


천하의 백성들에게는 한 가지 희망이 있었다. 바로 '부소(扶蘇)'였다. 진시황에게는 20여 명의 아들이 있었는데 부소는 첫째아들이었다. 당연히 제국의 후계자였다. 부소는 선량하고 공정한 성격으로 백성들의 처지를 안타깝게 여겼다. 사람들은 진시황이 얼른 죽기만을 바랐다. 부소가 황제가 되면 많은 문제가 해결될 터였다.


아버지의 폭정을 보다 못한 부소는 진시황에게 대놓고 따졌다. 


"천하가 안정되기 시작했지만 변방의 백성들은 고통받고 있습니다."

 

변방의 백성이란 진나라 출신을 제외한 백성과 부역 및 군역에 동원된 사람들을 말한다. 부소의 간언은 아버지의 사고방식에 대한 직격탄이었다. 백성들이 고통받는 천하는 존재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 뒤이어 이렇게 말한다.


"유생들은 모두 공자의 법도를 칭송합니다. 그런데 금상께서는 이들을 가혹하게 억누릅니다. 이렇다면 천하가 안정되지 못할까 소자는 두렵습니다."


유가는 정치의 존재 이유가 백성의 행복에 있다고 본다. 부소는 다수가 행복해지지 않는다면 천하의 존재 이유가 없으며, 정복과 통일은 위업이 아니라 퇴보라고 이야기한 것이다. <사상을 바꾸지 않는다면 아버지도, 아버지의 제국도 존재할 가치가 없다.> 직언도 이런 직언이 없다. 보통 사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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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소는 이렇게 멋지게 표현되곤 한다.


진시황은 격노했으나 차마 부소를 죽이지는 못했다. 부소는 그냥 장자가 아니라 가장 뛰어난 아들이었다. 제국의 미래를 위해 살려줘야 했다. 진시황은 대신 부소를 당분간 수도 함양에서 치워버리기로 했다. 그는 부소를 공사 감독관으로 임명해 몽염에게 보내버렸다. 화가 풀릴 때까지 근신하라는 뜻이었다. 


진시황이 죽기만 하면 이 남자가 제국의 주인이 된다! 백성들의 소원은 점점 현실화되고 있었다. 진시황은 수은중독으로 무너지기 직전이었다. 그는 망상증과 환각을 경험했다. 함양을 기준으로 동쪽 지방에 운석이 떨어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운석이 떨어지면 점괘를 보고 제사나 지내면 그만이다. 그러나 사건이 커졌다. 


어떤 사람이 운석의 조각 중 하나에 '시황제가 죽고 천하가 분열된다(진 제국이 해체된다)'는 글을 새겼다. 운석이 떨어지면 조정의 조사관이 파견되는 게 당연하다. 진시황이 직접 귀로 전해 들으라고 쓴 저주였다. 진범이 쉽게 잡히지 않자 진시황은 수사가 완료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운석이 떨어진 일대의 주민들을 깨끗이 학살했다.


진시황은 운석을 불로 태워버리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성층권을 견디고 떨어진 운석이 불에 탈 리 만무하다. 결국가루가 될 때까지 두들겨 부숴버리게 했다. 이때부터 진시황은 동쪽에 자신에게 반항하는 '천자의 기운'이 있다는 망상에 시달리게 된다. 


진시황은 스스로를 신이라고 믿고 있었다. 천자의 기운이 있어 봐야 신이 행차하면 기운을 누를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동쪽 순행을 결행했다. 진시황을 수행할 인원이 선정되었다. 승상 이사와 최측근 환관 '조고(趙高)', 그리고 진시황이 평소에 가장 사랑하던 아들 '호해(胡亥)'였다. 잔혹한 성격의 호해는 형 부소와 달리 아버지의 취향을 잘 이해했다.   


다시는 함양으로 돌아오지 못할 마지막 순행이 시작되었다. 




 8.


진시황이 천자의 기운을 누르러 동쪽으로 온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유방은 또 헛바람이 들었다.


'그거 혹시 나 말하는 거 아냐?'


유방 뿐 아니라 후대인들도 진시황의 동쪽 순행을 유방과 연결 짓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동쪽에는 유방만 있는 것이 아니다. 최후의 승자가 그일 뿐이다. 어차피 진나라 본토는 중원의 서쪽에 위치해 있다. 


헛바람은 헛바람이고, 일단은 숨는 게 상책이다. 진나라의 정예병들이 순행길을 깨끗이 단속할 것이다. 한줌의 산적에 불과한 유방의 무리가 눈에 띄었다간 끝장이었다. 유방은 현재의 안휘성에 위치한 망탕산(茫荡山)에 숨기로 했다. 망탕산은 망산과 탕산을 합친 말이다. 두 개의 산봉우리가 나란히 솟아 있어 함께 언급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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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탕산


망탕산은 훌륭한 풍광을 자랑하지만 별로 높지 않다. 그러나 주변에 지금보다 훨씬 자욱한 수풀이 형성되어 있던 고대에는 은신하기 좋은 곳이었다. 훗날 삼국지의 영웅 장비도 이곳을 거쳤다. '적제의 아들' 유방은 적당한 석굴을 찾아내 숨는 데 성공했다. 




 9.


진시황의 행차는 기괴했다. 진시황은 악사(樂士)들을 앞세워 요란하게 음악을 연주하며 순행했다. 음악에 맞춰 진시황의 공덕을 칭송하는 외침이 울려 퍼졌다. 진시황은 육지뿐 아니라 강을 건너고 해안가를 따라 움직이며 자신의 최대 적수였던 초나라 땅을 방문했다. 그는 훗날 진나라를 완전히 멸망시키는 항우가 사는 회계군까지 들어갔다. 진시황은 회계산에 올라 제사를 지내고 자신의 공덕을 칭송하는 비석을 세워 초나라 유민들의 자존심을 짓밟았다. 항량과 항우는 숨을 죽이고 이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산동성으로 북상했을 때 진시황은 죽음의 그림자를 느꼈다. 그는 불로초를 찾는 일이 왜 진척이 되지 않느냐고 책임자들을 다그쳤다. 할 말이 없어진 책임자들은 급한 대로 상어의 핑계를 댔다. 무서운 상어 때문에 배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그날 밤, 진시황은 꿈을 꾸었다. 바다의 신이 나타나 사람의 형상으로 변해 자신과 싸우는 꿈이었다. 잠에서 깬 진시황은 망상 속에서 바다의 신과 상어를 혼동하다가, 바다의 신이 곧 상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상어를 사냥하기 위해 다시 가까운 바다를 향했다. 상어가 한두 마리가 아닌데 어떻게 그게 해신이라고 장담하는가? 진시황은 자신은 육지의 신이므로, 자신이 사냥한 상어가 곧 바다의 신이라는 해괴한 논리를 만들어냈다. 


진시황은 해안을 따라 이동하면서 가까운 곳에 상어가 있다는 환각을 볼 때마다 연발사격 노(弩 쇠뇌. 보통 '석궁'이라고 잘못 쓰인다. 석궁은 투석기로, 화살을 날리는 노와는 전혀 다르다.)를 직접 들고 바다로 뛰어들었다. 쇠뇌는 진나라 전투력의 상징이었다. 그는 수면을 향해 미친 듯이 화살을 쏘아댔다. 중원을 통일한 천재는 이제 어디에도 없었다. 바닷물에 젖은 불쌍한 광인이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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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마용갱에서 출토된 진나라의 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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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기관총에 해당하는 진나라의 연발사격 노

 

진시황은 마침내 상어 대신 커다란 물고기 한 마리를 잡는 데 성공했다. 그는 큰 물고기가 사실 상어이며, 상어가 곧 해신이라고 믿고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온량거 안으로 돌아왔다. 삶에서 만난 모든 적을 거꾸러뜨린 정복자가 쇠뇌를 들고 상대한 마지막 상대가 생선이라는 사실은 비애를 느끼게 한다. 


긴장이 풀렸기 때문일까? 죽음의 기운이 황제의 육신을 사로잡았다. 진시황은 평소에 '죽는다'는 말을 극도로 싫어했다. 아무도 진시황 앞에서 죽음을 언급하지 못했다. 이러다가는 죽음 이후의 문제, 즉 후계자 지명을 방치하고 죽을 판이었다. 그러나 진시황은 죽음 직전에 찾아온 과거의 총기를 무서운 집중력으로 붙잡았다. 그는 총애하는 호해 대신 비록 사이가 나쁘지만 황제의 자질을 가진 부소를 선택했다. 진시황은 마지막 친서이자 유서에서 변방에 근신 중인 부소에게 함양으로 돌아와 자신의 장례를 주관하라고 명령했다. 장례주관자는 곧 공식적인 후계자를 의미한다. 


지금의 하북성 평향현(平鄕縣) 일대인 사구평(沙丘平). 수도 함양을 떠난 지 두 달 후인 기원전 210년 여름. 제국의 주인은 온량거 안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향년 50세였다. 황제의 죽음을 아는 이는 이사, 조고, 호해, 그리고 하나 혹은 두 명의 환관뿐. 친서는 아직 봉인되어 있었다. 주인을 잃은 제국은 고요했다. 폭풍전야였다.




다음 편 <난세의 시작>에서 계속...




P.S. 1 


<테무진 to the 칸>의 후속편인 <테무진 to the 월드>를 약속해 놓고 오랫동안 쓰지 못했다. <초한쟁패>는 기다린 독자들을 위한 이자정산 차원에서 기획된 특집이다. 일단 화 좀 푸시고 여유 있게 뵙자는 의도였다. 원래 열 편 정도 생각했었는데 지금 유방이 거병도 안했다. 항우는 주민등록증도 안 나왔다. 푸하하하... 아하하하... 오예... 제 무덤은 제가 파는 법이다. 요새 거울을 보면 그냥 웃음이 나온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 웃음에 여러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계절이다.


P.S. 2


사랑하지 않으면 기대하지도 않는 법이다. 나는 독자제위께 바라는 것이 많다. 팟캐스트 순위 언제 올려줄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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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에는 탈모와 연애, 그리스의 동성애, 마성의 남자 소크라테스의 미소년 섭렵기와 플라톤 철학의 형성, 에로스-필리아-아가페의 차이와 특징을 이야기한다. 어떤가. 정말 엄청나게 충실한 구성 아닌가? 완전 재밌고 유익할 것 같지 않은가? 아무렴. 여러분의 예상 그대로다.


방송 3회 만에 100위 이내에 살짝 들긴 했는데 이 정도로 만족해서야 되겠는가 말이다. 이렇게 다그치는 이유도 다 독자여러분들을 사랑해서다. 못 믿겠다고? 성경 말씀에 믿는 자에게 복이 있다고 했다. 내 사랑은 크고 아름답기 때문에 절대 이 정도 선에서 닦달을 멈추지 않을 참이다. 독자제위여, 온 마음을 다해 여러분을 사랑한다. 진짜다. 우리 집 가훈이 정직이다. 


<안물어봐도 알려주는 남얘기>

팟빵 : http://bit.ly/1UmcWhZ

아이튠즈 : http://apple.co/1UIilQ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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