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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or nothing!"이란 말이 있습니다우리 말로는 "모 아니면 도!" 뭐 이 정도로 표현하면 될까요, 언제부턴가 사업을 말할 때 '대박'이라는 표현을 많이들 쓰시는데요제품의 특징, 시장의 특수성, 새로운 유행, 뭐 이런 거에서 한 꼭지를 자신이 움켜쥐었다고 저절로 돈이 굴러들어 올 거라고 믿는 분들이 이런 표현을 많이 쓰죠. 이런 분들 중에 대박을 실현하신 분들을 본 적은 없습니다만.


기업 경영의 세계가 철저히 손익중심인 것 같지만 의외로 판타지가 몽글몽글 거리는 영역이 바로 '무역'입니다. 모아니면 도!, 바이어만 만나면 우리 상품은 대박! 을 외치는 분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곳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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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은 가끔 무지와 동의어로 쓰이기도 합니다



이번 20대 총선에서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이나 야권의 큰 형님뻘인 더민주 모두 수출중소기업에 대한 육성을 약속하고 있으나 공약집을 읽어보면 여기에서도 낭만(?)과 판타지가 가득합니다.


  • 새누리당 : 신규 수출 중소. 중견기업 1만개를 육성하겠습니다.

  • 더민주 : 수출 중소기업에 대한 역량 강화를 통해 글로벌 강소기업을 육성하겠습니다.


새누리당은 수출기업을 위한 법제도적 기반을 강화하겠다고 은근슬쩍 넘어가면서 어떤 형태의 법령을 발의하겠다와 같은 명시적 표현은 하지 않았네요. 제 눈에는 아무 것도 안 할 것으로 보이고요더민주는 무역사절단, 해외전시회, 수출상담회 등을 지원 하겠다고 구체적으로 쓴 것 같지만 실상 현재 시행되고 있는 실효성 없는 방법론들만 재탕해서 나열하고 있습니다.


개성공단 폐쇄 사태를 보셔서 아시겠지만 내가 열심히 하면 정부가 나서서 도와주리라는 낙관을 품기엔 위험한 시대라는 거 잊지 마시구요. 정부가 지원하는 사업일지라도 무조건 믿지는 마시고 먼저 경험해 본 선배기업들의 평가를 들어보시길 권합니다.


이 업계에서 일하다보니 국내에서 검증도 되지 않은 제품을 내수 시장 따위는 다 필요 없고 바로 수출부터 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히는 사장님들 있고요. 이번에 OOO국에 수출하기로 했는데 수출액이 100만 불은 넘을 거라면서 결재조건을 물어보면 "바이어랑 다리를 놔준 분이 저랑 친해요. 그분께서 다 알아서 해주실 거에요.” 라고 순진무구하게 답하시는 사장님들도 꽤 봤습니다.


오늘의 주제를 무역으로 잡은 이유는 수출입에 대한 기본기를 갖추지 않고서야 대박은커녕 쪽박을 차기 십상이라는 경고의 차원도 있고요. 내수시장의 불황을 수출로 타계해야만 하는 강요된 선택 앞에 선 중소기업과 반대로 국내 부품소재 산업의 폭망으로 물건 하나 만들래도 부품을 못 구하는 창업기업의 딱한 사정들도 어루만져보자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누가 먼저 한 말인지 알수는 없지만 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안다는 말이 있잖아요. 특히 무역의 세계가 이 말이 잘 들어맞는 곳이란 생각이 드네요.




1. 수출

무역은 수출과 수입으로 나뉘지만 수출을 먼저 얘기해야 겠죠. 일단 이게 돈 버는 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으니까요. ^^



. 내수시장에 대한 우선 점검


반드시 국내 시장을 완전석권(?)하고 해외 진출을 하시라는 뜻은 아닙니다만 국내 마케팅 채널에 빈틈이 많고 아직 진출하지 못했거나 있는지도 몰랐던 시장이 있다면 여기를 먼저 공략해야 합니다.


최근의 마케팅 채널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나눠서 봐야 할 정도로 온라인 시장이 확대되어 있습니다. 옥션이나 G마켓과 같은 오픈마켓, 쿠팡 같은 이벤트몰, 특정한 상품을 전문적으로 판매만 하고 있는 전문몰, 딴지마켓과 같이 커뮤니티 유저들의 충성도가 높은 커뮤니티 몰, 국가 조달청이 운영하는 나라장터종합쇼핑몰까지 채널의 범위는 넓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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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슥슥 그려 봐도 이 정도는 기본이 되지요



오픈마켓은 백오피스(Back office - 후선 지원업무, 프론트오피스에 대비되는 말. 프론트오피스가 생산, 판매, (주식)거래 등 부가가치 생산, 돈을 벌기 위한 업무라면 백오피스는 반대로 돈을 벌기 위한 업무를 지원하는 업무 - 편집자 주) 툴이 잘 되어 있어서 시장 동향 분석하기도 좋으니 반드시 입점해야 할 것이고, 옥션에 제품을 등록해서 파는데 G마켓에서 판매하지 못할 이유도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4대 오픈마켓이라고 불리는 판매처는 다 등록해야죠.


전문몰에 입점한다는 것은 시장을 선도하는 선각소비자들을 통해 회사의 브랜드 파워를 키울 수 있으니 빼 놓을 수 없고요. 조달청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 입점한다면 관공서는 물론 전국의 수많은 학교, 경찰서 등 생각하지 못한 잠재고객과 만날 수 있으니 이 또한 포기해서는 안 될 일이죠.


온라인은 이쯤하고 국내 오프라인 마케팅 채널로 넘어가 볼까요?


최근의 마케팅 채널 구축은 과거의 유통경로 설정과 달리 총판이나 대리점 정책 위주로 수립하지는 않습니다. 온라인 마켓의 성장과 국가 간 무역장벽이 무너지면서 수많은 제품들이 쏟아지다보니 우리 회사의 제품만 죽어라 팔겠다는 유통회사가 찾아보기 힘들거든요.


그래서 총판(Distributor)의 위상이 그저 과거의 대리점(Reseller)보다 조금 더 많은 물건을 가져가고 공급가를 좀 더 깎아주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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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전자상가의 몰락은 시나브로 다가온 유통체계의 변화를 한 눈에 보여줍니다

 


오프라인 마케팅 채널은 예전과 달리 제조사가 좀 더 발품을 팔아야 하고, 대리점 정책과 직판 체계 또 적절한 특판을 골고루 구성하는 시장의 이해를 갖고 있어야 합니다.


자사 제품의 국내 마케팅 채널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 본 기업들은 채널별 특성은 물론 시장 전체를 보는 안목을 갖게 되지요. 이렇듯 내수 시장에서 쌓은 내공은 자연스럽게 수출에서도 저력을 발휘합니다내수시장만 공략한 기업일지라도 대리점에 대한 정책, 제품에 대한 품질(QC) 및 보증(QA), 소비자 불만족 대응 등의 노하우와 시스템은 수출 시에도 똑 같이 발휘되거든요.


해외 바이어나 브로커가 얼토당토한 요구를 할 때 내수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기업들은 능숙하게 그 요구를 거부하거나 오히려 다른 거래 조건을 제시하며 상황을 타개하는 반면, 내수시장에서 충분한 공부를 하지 못한 초보기업들은 속절없이 마진을 내주고 손해를 감수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국내 대기업의 OEM납품이나 대형 할인매장 및 SSM, 홈쇼핑 등 어마무시한 유통기업들과 사업을 해 보신 분들이라면 수출이라는 환상에 어느 정도 면역력을 갖고 있다해도 무방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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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수 사전 학습


저한테 창업문의를 하시는 분들한테 제가 꼭 하는 얘기가, 어떤 교육이든 좋으니 창업교육을 한 번은 들어보시라고 권합니다. 소상공인지원센터에서 하는 교육이든, 구청에서 하는 교육이든 무료교육이 많으니 꼭 들어보시라고 하는데요어떤 사람도 완벽한 상태로 창업을 하지 않습니다. 이런 교육을 통해서 단 한 가지라도 보완할 수 있는 걸 배운 후에 창업한다면 수 많은 실패의 위험에서 조금이나마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거니까요.


마찬가지로 수출 경험이 아주 없는 기업이라면, 담당직원은 물론 사장님도 수출 관련 교육을 들어보시길 권합니다. 한국 무역협회에서 운영하는 무역 아카데미의 교육과정을 참고하시면 도움이 될 것 같고요. 또한 FTA가 속속 체결되면서 '원산지 증명'이 주요 이슈가 되고 있기 때문에 지역상공회의소에서 여는 원산지 증명 교육은 반드시 듣도록 권해 드립니다(대한 상공회의소와 달리 지역상공회의소는 소수의 인원이고 원산지 증명 담당자와 교육을 통해 미리 연을 맺어 놓으면 실무적으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거든요).


그리고 수출 초기 겪게 되는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조금은 불편하더라도 정부지원사업을 활용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기업에서 시행착오라 함은 결국은 금전적 손해로 돌아오기 마련이니 실수로 잃어버리는 돈을 정부지원금으로나마 최소화 해보자는 말씀입니다.


대표적인 사업으로는 중소기업청이 매년 시행하고 있는 중소기업 수출기업화 사업을 들 수 있겠습니다. 수출초보기업이 대상이기 때문에 경쟁률은 높지만 수출금액이 없거나 적은 기업에게 유리한 사업입니다. 무역에 대한 교육, 홍보물(카탈로그) 제작, 포장 디자인 개발 등의 지원 사업을 받을 수 있으니 이것저것 준비할 게 많은 수출 초보기업에게는 트레이닝도 되면서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입니다.


중소기업 대상 작은 예산(수출초보기업 2천만 원)에서 여러 가지 지원을 하다 보니 기업 입장에서는 중소기업 수출역량강화사업에서 개발된 포장 디자인 등이 아쉬울 수도 있는데요. 이런 경우에는 한국발명진흥회에서 지원하는 비영어권 브랜드 개발 사업과 같은 개별 지원 사업을 신청하셔서 디자인 부분을 강화할 수도 있습니다. 중국, 일본 등 영어권이 아닌 시장에 집중하시는 분들한테는 적합한 사업이라 추천 드립니다.



. 수출초보기업 사례와 조언


1) 다시 써야 하는 회사 소개서

우리 기업들의 회사 소개서는 대부분 기업의 연혁으로 시작하죠. 사장님 인사말씀까지 들어가 있으면 참으로 유장한 소개서가 되는데요. 수출초보기업은 브랜드 가치 제로에서 다시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회사보다는 상품을 먼저 앞세워야 합니다. 그것도 직설적으로 바이어에게 제시할 수 있는 '이익'이 존재한다는 걸 보여야 합니다.


회사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다면 이 또한 상품을 뒷받침하는 내용에 중점을 둬야 합니다. 제품의 생산능력을 한 달에 몇 개 이렇게 쓴 후에 공장의 면적, 주요 설비, 노동자의 수 등을 보여주는 식으로 말이죠.


기존에 갖고 있는 한국어로 쓰인 회사소개서 PPT를 그냥 통째로 번역 맡기는 건 현명한 행동이 아닙니다그리고 회사소개서 하나만 갖고는 수출을 할 수 없습니다. 제품 신뢰도를 보여줄 수 있는 문서, 예를 들면 백서(white paper)나 간단하지만 제품 특성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사양서(Specification sheet) 등도 준비해야 합니다. 이런 문서를 처음 작성할 때는 막막하실 수도 있을 텐데요. 글로벌 기업 중 우리 회사와 동종의 사업 분야에서 활동하는 유명기업의 자료들을 다운로드 받아서 읽어보고 벤치마킹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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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번역

가끔 이런 말을 듣습니다.


외국어 잘 하는 분이라고 해서 부탁 드렸는데, 바이어가 제품소개서를 보더니 막 웃더라구요.”

전문 번역회사라 믿고 맡겼는데, 네이티브가 보더니 발번역이라고 하던데요.”


이런 일이 일어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번역비용을 아끼기 위해 비전문가에게 맡기는 경우, 또는 번역의 품질 수준을 회사가 재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납니다.


해결하는 방법은 이렇습니다번역을 의뢰할 곳 몇 군데에 견적을 요청하실 때 적은 양의 샘플 번역을 요청하시고요. 견적서 제출 시에 번역자의 인적사항을 함께 제출해 달라고 하십시오. 그리고 샘플 번역들을 비교 검수해서 가장 좋은 결과물을 보여준 곳과 계약하되 번역자를 견적서 제출 시 샘플번역을 했던 번역자로 지정하는 것입니다.



3) 시장조사를 꼭 하세요. 제발

들을 때마다 헛웃음이 나는 카더라 중에 하나가 "중국 인구가 몇 명인데 한 개씩만 팔아도 대박!"이라는 말입니다.

중국시장이 큰 시장이라는 것 자체를 무시하는 게 아니고요.


제품의 특성에 따라 중국에서 안 팔리는 물건도 있고요, 또는 법에 의해서 수입이 금지된 품목도 있거든요. 수입금지 품목이 아니더라도 국가가 공공재로 규정하고 국영기업이 직접 공급하는 상품과 관련된 품목은 여러 가지 승인을 통과해야만 판매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비관세적 장벽은 FTA로도 해결되지 않는 문턱입니다. 예를 들어 통신 관련 제품들은 대부분의 국가가 모노폴리를 갖고 있는 국영통신사를 운영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시장조사라면, 드라마 미생을 통해서 톡톡히 홍보효과를 보고 있는 코트라(KOTRA)를 빼놓을 수 없죠. 말도 많고, 욕도 많이 먹지만 뭐니 뭐니 해도 무료로 각 국가의 정보와 시장 동향을 볼 수 있는 곳은 코트라입니다. 수출 전에는 반드시 코트라의 관련 보고서를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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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TRA에서 시장의 거시적 정보를 얻었다면, 수출에서 실무적인 부분에 문제가 되지 않도록 통관에 대한 정보도 확인해 봐야 합니다여러 가지 경로로 정보를 얻을 수 있겠지만 우체국에서 운영하고 있는 통관정보를 한 번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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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수출은 정말 하고 싶은데 돈이 없어요

이런 말은 자주 듣습니다. -_-; "OO은 정말하고 싶은데 돈이 없어요."는 기업들의 공통적인 넋두리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런 분들을 위해서일까요? 다행히 해외도 인터넷을 통한 오픈마켓이 급성장했습니다.


바로 e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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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는 분들도 많을 텐데 eBay는 한국의 옥션과 지마켓을 소유하고 있는 오너이기도 합니다eBay를 소개해 드리면 어떻게 그 어려운 영어로 제품을 판매할 수 있냐고 지레짐작으로 포기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eBay의 판매자(Seller) 전용 백오피스에는 자주 사용되는 영어표현들을 아예 선택할 수 있게도 해 놨습니다. 현재 활동 중인 개인 판매자 중에는 환갑을 넘긴 분도 있고, 전업주부 중에 부업으로 Seller 활동을 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영어를 잘하면 잘 할수록 좋겠지만 중고등학교 시절에 배운 영어만으로도 충분히 운영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국내 오픈마켓과 달리 eBay에서 볼 수 있는 특징들이 있는데요일명 한국셀러들이 장판샷’, ‘창고샷이라고 부른 허접한 사진과 이미지로 처리하지 않은 텍스트 위주의 소개가 많다는 거죠. 국내오픈마켓의 화려한 제품소개에 익숙한 분들이라면 당황스러울 수도 있는데요. eBay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FeedbackDSR입니다.


Feedback은 말 그대로 상품평인데 소비자에게 나쁜 평(Negative feedback)을 받게 되면 seller의 등급도 낮아지고 심지어 판매할 수 있는 수량도 제한을 받습니다DSR(Detailed Seller Rating)은 세분화된 상품평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상품소개의 정확도, 고객응대, 배송 기간, 배송비 등에 대한 평가가 세부적으로 표시되기 때문에 한 줄 상품평보다는 더 상세히 판매자의 신용을 알 수 있죠.


해외제품 배송은 비용도 많이 들고 쉬운 일이 아닌데요. 다행히 우리나라 우체국 EMS서비스는 세계적인 수준이고 호주, 영국, 미국과 같은 나라들과는 업무협약이 잘 되어 있어서 한국에서 배송한 지 3일 만에 호주 소비자가 물건을 받는 것은 신기한 일도 아닙니다. 제eBay를 소개해 드린 이유 중 하나가 우체국 EMS서비스가 갖고 있는 장점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이기도 했고요.

 

제가 만난 기업 중에 핸드 드라이어를 제조하는 기업의 영업담당이 있었는데요. eBay에서 물건도 잘 안 팔리는데 물건을 계속 올리시기에 그 이유를 물어보니 eBay에 들어오는 소비자가 수억 명인데 소비자 개별 판매가 아니라 유통하는 분들을 낚기 위해(?) 제품을 올려둔다는 분도 있었습니다. 반드시 팔겠다보다는 홍보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요.


전 세계의 바이어들에게 내 제품을 홍보할 수 있는 더 좋은 수단은 alibaba.com에 제품을 등록하는 것이죠중소기업에게는 바이어를 만나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비싼 호텔에 묵으면서 쓰는 영업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알리바바는 수요자와 공급자를 만나게 해주는 만남의 장이기도 하지만 우리 회사가 수출을 하기 위해 필요한 경쟁사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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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한 제품 가격의 동향도 파악할 수 있고, 바이어들에게 제시되는 MOQ(Min Order Quantity, 최소구매 수량)은 얼마 정도로 제조사들이 잡고 있는지 공부할 수 있는 학습지 역할도 해주는 곳이죠그 뿐 아니라 알리바바에 제품을 꾸준히 올려두면 의외로 customizing 요구가 들어오기도 합니다. "당신 회사의 제품에서 이런 부분을 추가해서 납품 가능하겠는가"와 같은 요청이 있다는 것이죠. 만일 R&D능력이 있는 제조사라면 이런 커스트마이징 요청은 좋은 기회가 됩니다. 내가 만들어서 쌓아놓고 노심초사 언제 이 재고가 다 팔릴까 하는 고민을 해도 되지 않는 주문 제작이니까요.



5) 무역사절단, 해외전시회, 수출상담회

일을 함에 있어 '흥'이 없으면 그 사람은 그저 일중독자일 뿐 일을 즐기는 사람은 아닐 겁니다없는 '흥'도 일부러 만들어 보려고 직원 포상도 하고, 워크숍도 하고 그러는 건데요그러나 너무 에 취해 있다 보면, 업무의 본질을 잊고 내실마저 챙기지 못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수출에서 이런 오류가 발생하는 지점이 바로 무역사절단, 해외전시회, 수출상담회 같은 행사일겁니다.


정부가 지원하는 이런 사업에 참여하게 되면 초보사장님들은 자신이 성공한 사업가처럼 느껴지고 리셉션이니 친선골프니 이런 행사를 해외에서 열면 두 발이 점점 지면에서 떠오르기 시작하는데요이런 사업을 진행하는 일부 공무원들은 행사 자체의 성과를 포장하는 데에만 정신이 팔려 있어서 개개의 참여기업이 수출실적을 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목적의식을 잃어버리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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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사절단으로 해외전시회로 수출상담회로 온 세계를 누비며 세일즈를 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사장님들은 해당 행사의 기획의도나 운영방향을 간과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지난 해 만났던 사장님의 말씀을 옮겨보면 이렇습니다.


수출상담회가 열린 후 상담실적표를 내라고 해서 실적 없다고 냈더니, 공무원이 화를 내면서 최소 50만 불 정도는 적으라고 하더군요. 사실 내 제품을 설명하려고 해도 참석한 바이어는 그리 열의도 없고 정말 무역을 하는 사람인가 싶은 의심도 들었어요. 돌아와 신문을 보니 제가 참여했던 수출상담회가 몇 천만 불 수준의 상담 실적과 다수 업체가 계약을 체결하고 돌아왔다고 쓰여 있는 걸 보니 기가 막히더군요.”

 

해외에서 열리는 행사는 정부보조금이 있더라도 어쩔 수 없이 기타경비가 많이 듭니다속된 말로 본전은 뽑아야 하지 않겠습니까주최 측의 공식적인 일정도 존중해야겠지만, 내가 수출을 하는 것이 우선이니 불필요한 행사는 참여하지 마시고 개별적으로 바이어 미팅 일정을 미리 잡고 출국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바이어 입장에서 궁금해 하던 제품이 자기 나라에서 전시회를 열고 CEO가 직접 온다고 하면 두 발 벗고 쫓아오기 마련입니다. 만일 사전에 이런 미팅 일정을 잡지 못했다면 최소한 바이어 물망에 오를만한 기업들에게 내가 당신들 나라에서 이런 행사에 참여하니 우리 부스에 방문해 주길 바란다는 이메일 정도는 쭉 뿌려두고 가시길 바랍니다직접적인 거래가 없더라도 주기적으로 전시회 개최 안내 메일을 보내는 기업에 대해 바이어는 조금씩 호기심과 기업에 대한 신뢰를 높여 나가거든요.


 

원래는 무역이란 주제로 수출과 수입을 동시에 한 편으로 다루려고 했는데, '이건 꼭 얘기하고 가야 해하는 생각에 분량이 계속 늘어났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다음 편에 무역에 대한 얘기를 더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기사


1. 비상장주식

2. 영업비밀 겸업, 그리고 경업

3. 사장의 월급

4. 혁신적 기술과 신제품을 위한 연구 개발

5. 기술개발자금

2014 결산. 컨설팅 일기

6. 지적재산권 1

7. 지적재산권 2

8. 우리회사 자산은 얼마일까

9. 니 사업을 알아라

10. 판매 예측과 적용: 패턴을 파악해라

11. 기업의 조사와 평가: 경남기업 협력사를 위로하며

12. 구매의 기술 (번외편 : 팬텍의 몰락)

13. 원가와 가격: 승부는 원가에 있다

14. 브랜드 : 회사의 브랜드와 정체성

15. 협상의 기술

16. 기업이 신년에 할 일

17. 프리젠테이션의 기술

18. 기업과 직원 : 사람 경영






[편집자의 뱀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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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일보 필진 '워크홀릭'이 <회사팟 Cobllat Blue>라는 팟캐스트에 출연한다고 한다.

본인의 소개에 따르면


제가 최근에 팟캐스트에 출연하고 있습니다.
딴지일보에 연재하는 컨설팅일지와 시너지를 만들어보려고 나름 노력하고 있는데

이제 시작이니 좀 더 열심히 쓰고 열심히 방송하는 거 외엔 딱히 뭘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라고 하니, 수줍은 목소리 한 번 들어보는 것도 좋으겠다.

가장 최신화는 주식에 대한 얘기이니, 또 주식하면 내가 빠질 수 없지! 하시는 분들은

과감히 (링크)를 누질러 주시라.


이상.





워크홀릭

트위터 : @CEOJeonghoonLee


편집: 딴지일보 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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