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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17.화요일

부편집장 필독


 


1


 


새누리당 비례대표 15번 이자스민 당선자에 대한 인신공격이 도를 넘고있다고 한다. 새누리당은 물론 MBC, KBS를 위시한 보수언론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지 않는 우리 사회의 배타성, 특히 트위터 등 인터넷 공간의 폭력성을 성토하고 있고, 우리는 그네들이 언제 소외계층의 권리를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 있나 반추하며 어이를 상실하고 있다.


 



 


이 문제는 사실 어이없을 정도로 간단하다.


망망대해에 동동 떠있는 돛단배가 있다. 아 불안하다. 파도가 아주 위협적이다. 여기는 성차별, 인종차별, 경제적 차별이 많은 바다거든. 돛단배에서 흔들거리던 이자스민 씨는 마침 조우한 크고 아름다운 해적선에 합류한다. 해적선에는 먹을 것도 많고, 배도 아주 튼튼하고, 또 해적들은 싸움도 아주 잘 하고 삥도 잘 뜯어서 이제 이자스민 씨는 안전하다. 여기까지는 해피엔딩일수도 있겠으나 해적은 역시 해적. 바다의 평화를 위해서는 없어져야 할 친구들이다. 해양구조대 행세를 아무리 잘한다 하더라도.


우리는 알고 있다. 우리가 대포를 들이대면 해적들은 이때다 싶게 이자스민씨를 난간에 세울 거라는 걸.


"이 선량한 사람이 무슨 죄가 있다고 이 나쁜놈드으을..."


 


아니 보아 하니 이미 지금 난간에 세운 모양이다. 이제 해양경찰의 함포에 자스민씨의 사지가 떨어져나가야 그 시체를 붙잡고 남들 다 들으라고 울부짖을 텐데, 어째 저쪽에서 뭐 별다른 반응이 없다. 출신과 피부색으로 사람을 사람취급 안 하던 사람 같지 않은 것들이야 예전부터 있어 왔는데, 물론 이자스민씨가 새누리당이라 욕하면서 출신을 들먹이는 찌질이들도 저능아 커밍아웃을 하고 있긴 한데, 그걸로 약자의 수호신 코스프레를 하기엔 배경이 영 부실하다.


하지만 해적이 달리 해적인가. 공격이 없으면 공격을 받는 셈 치면 된다. 이자스민 씨의 몸엔 빨간 페인트 좀 뿌리면 되고.


 



이 예시의 원문은 사실,


 



이거다.


 



오마이뉴스가 밝혀낸 바에 따르면(기사 링크) 이건 한윤형(@a_hriman) 씨의 새누리당 비판글이다.


 



이자스민 비난 트윗을 찾아보면 이런 사람도 있다. 팔로워 수 1에 주목하라.


 



이 사람은 DC 정사갤 출신이 확실하다.


 



이런 것도 이용을 좀 해서,


 



짜잔. 완성이 되었다.


 



홍성수 씨의 분석.


 



팔로우 8천여 명의 허재현 기자 분석.


 



허재현 기자의 또 다른 분석.


 



위는 팔로우 2만여 명인 박대용 기자의 트윗. 역시, 잘 안 보인단다.


아래는 본지 필진 사무엘성 님의 트윗. 트윗에선 못 찾고 인종주의 카페에서 많이 찾았다는 제보다.


 





IT 전문 블로거 한글로 정광현(@hangulo) 씨는 이를 아주 심층적으로 밝혀냈다.


이분이 찾은 리트윗 전문 봇들은, 확인 결과 본지 카인 기자가 찾아냈던 위장봇 리스트에 포함되어 있었다.


 



참고로 이 모든 것의 시작인 조선일보 기사에는 딱 3개의 계정이 예시로 포함되어 있었고,


추적해본 결과 이 세 계정의 팔로워는 극히 적은 수였다.


 


참 약다. 얕기도 하고.


 


 


2


 


새누리당도, 괴뢰정부 아니 괴뢰방송국이 된 MBC도 알았을 것이다.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게 될 쇼라는 거. 허술해도 상관 없다. 들켜도 상관 없으니까. 쪽박 찰 줄 알았던 총선도 이겼겠다, 이제 저 괘씸한 것들을 응징해줘야 하지 않겠는가. 트위터를 위시한 인터넷 공간 말이다. 인터넷 공간에서 생산되는 담론의 질을 흉봐야겠는데, 담론의 질이 떨어지지 않아도 방법은 있다. 떨어진 셈 치면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팩트는 상관없다.


자신들이 보내는 신호에 충성스럽게 따르는 유권자 그룹의 믿음만 조작하면 된다.


 


그리하여 특정 인터넷 공간을 더욱 고립시키면 된다.


 


과연 눈에 뻔히 보이는 거짓말을 해도 되는가 하는 도덕적 문제도 별 일 아니다. 이미 양심의 명령으부터 자유로우니까.


 


우리가 얻는 것은? 하나, 해적은 역시 해적이라는 믿음.


둘, 오늘도 계속되는 투표근 단련. 총선 결과를 보아 하니 아직 단련이 부족했던 것 같으므로.


 


 


3


 


그렇다면 우리는 이자스민 당선자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 이 문제 역시 어이없을 정도로 간단하다.


 


카테고리 구분만 하면 된다. 이자스민 씨의 출신과 배경, 성별은 존중받아야 한다. 그게 전부다.


 


김용민 교수의 과거 막말발언이 문제가 된 건 물론 그런 폭력적인 발언을 했기 때문이지만, 범주를 나누는 선이 애매하게 받아들여졌기 때문인 점도 있다. 그것이 김용민 교수의 실수였고. 콘돌리자 라이스는 더러운 전쟁을 주구질한 나쁜 사람이 맞다. 문제는 그가 '나쁜 여자'였다는 거. 김용민의 막말은 '나쁜'을 겨냥했으나, 사람들이 보기에 그 발언은 '여자'에 가서 꽂혔다.


 


라이스가 비난받아 마땅한 건 자국 장병과 죄없는 이라크인의 피를 서슴없이 석유와 맞바군 국제폭력단의 행동대장이어서지, 그가 여성이고 흑인이어서는 아니다. 이자스민 당선자도 필리핀 출신이라는 이유로 모욕을 받아서는 안 된다. 다만 그는 이제 한국인으로서 한국의 정치인이 되었다. 본인이 정치생활을 선택했고, 이제 당선까지 된 공인이다. 따라서 정치적으로 싫은 소리 듣는 거, 전혀 이상한 일 아니라 하겠다.


 


우리 사회의 약자를 대표하는 동남아시아 신부, 그 중에서 국회의원이 나왔다는 사실엔 하등 불만이 없겠으나, 이자스민 당선자의 정치적 식견은 아쉽다. 해적선이 제공하는 풍요와 안전을 누가 어떻게 제공했으며, 이자스민이 대변해야 할 계층이 누구인지를 생각해보면 말이다. 이자스민이 한국사회 기득권의 생존법칙을 조망하기엔 불리한 조건에 있었다고 해도, 그는 이미 생활인을 넘어 정치인이 됐으니까.


 



 


 


4


 


내가 사는 사회에서, 필시 내가 경험하지 못한 폭력을 견뎌내왔을 이자스민에게 적대감을 가지기란 쉽지 않고, 그러고 싶지도 않다. 다만 그를 난간에 세운 해적선의 모습이 심히 불편하다. 해적들이 이렇게 치사하게 나오면 우리의 타격도 정교해져야 한다. 함포를 거두고 소총 저격을 하는 수밖에. 무식하게 심지에 불부터 붙이지 말자. 그러다 불발탄 터진다. 이자스민의 출신과 피부색을 욕하는 그거. 불량생산된 저질 포탄 그거. 나중에 다 우리 배 안에서 폭발한다.


 


본 기사, 결론도 단순하다.


 


해적을 소탕하는 그날까지 우리는 모두 살아있으면 된다. 나도 살아서 빨리 테무진to the칸 쓸게.


 


부편집장 필독

twitter: @DDanziFieldD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