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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4. 30. 월요일

골드문트2


 


지난 2월 28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


 


1월 30일에 시작한 MBC 파업이 거의 한 달이 되어갈 무렵, 이곳에서는 MBC 노동조합의 촛불 문화제 [촛불이 빛나는 밤에]가 열렸습니다.


 


이날 사회를 맡은 허일후 아나운서의 “질기고 독하고 당당하게 와주시는 분들”이라는 소개말과 함께 무대에 오른 이들은 인기 밴드 [브로콜리 너마저]였습니다.


 


 



2011년 한국대중음악상 최다 부문 후보의 '브로콜리 너마저'


 


당당하게 파업을 지지한다고 밝힌 이 밴드는 본인들의 겸손함과는 달리 파업 현장을 종횡무진 누비는 용기 있고 소신 있는 밴드인데, 저는 개인적으로 2011년 9월 경에 기타 제조업체인 콜트/콜텍 노동자들의 정리해고 문제를 다룬 영화 [꿈의 공장]을 보다가 노동자들의 복직 투쟁을 지지하는 뮤지션들의 연대공연에 [브로콜리 너마저]가 나오는 것을 보고 상당히 놀랐고, 이들을 다시 보게 된 경험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멜로디와 서정적인 가사로 삶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신산스러움을 노래하기도 하고, 엇갈리는 남녀의 마음을, 어려운 현실을, 아픈 마음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이 있다는 것을 노래하기도 하는, 다채로운 성향의 노래를 부르는 밴드 [브로콜리 너마저].


 


이들은 왜 집회 현장으로 나오게 되었는지, 그리고 최근의 근황은 어떠한지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최근 앨범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문도 들리던데, 좀 더 자세한 내용을 듣기 위해 인터뷰 요청을 했고, 딴지일보라면 바쁘더라도 시간을 꼭 내주겠다는 유쾌한 답변을 받아 홍대 인근의 모 커피숍에서 잠시 만날 수가 있었습니다.


 




 


골드문트(이하 골드)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브로콜리 너마저 : 반갑습니다.


 


골드 : 바쁘실 텐데 인터뷰 요청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즘 많이 바쁘시죠?


 


덕원 : 예. 요새 녹음도 하고 여러 일정들 때문에 조금 정신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브로콜리 너마저, 덕원(베이스, 보컬)


 


골드 : 그런데 덕원님은 전생에 무슨 공덕을 쌓은 것 같아요. 나라를 구하신 건지, 이렇게 미인 세 분들 속에서 노래를 부르시는데요. 브로콜리 너마저가 어떻게 해서 이렇게 결성되었는지 궁금합니다.


 


덕원 : 예. 원래 이 친구(잔디)와 제가 동아리 선후배 사이입니다. 그렇게 시작을 해서 이런 저런 친구들과 시작을 했다가 여러 사정으로 멤버가 교체가 되고 아는 친구와 후배들에게 드럼 치는 친구 소개해 달라, 기타 치는 친구 소개해 달라 그렇게 부탁을 했는데, 공교롭게도 모두 여성멤버가 왔네요.


 


골드 : 일부러 이렇게 뽑으신 건 아니고요?


 


덕원 : 예. 정말 우연히...


 


골드 : 남자 분들도 왔는데 막 짜르고 그런 건 아니고요?


 


덕원 : (웃음) 그건 정말 아니고요. 정말 우연하게 이렇게 결성된 겁니다. 처음에 드럼 치는 친구는 남자였는데요. 그 친구 그만 두고 나서 또 잠깐 중간에 다른 분이 있었는데 그분 그만 둘 때 누구 좀 소개해달라고 부탁을 했더니 바로 여기 계시는 류지님을 소개해주셔서 멤버가 최종적으로 이렇게 결성 된 거지요.


 


골드 : 아 그렇군요. 전혀 사심 없는 멤버 구성으로 알고 있겠습니다. (웃음)


이렇게 멤버 구성을 보면 여성 성비가 상대적으로 많아서 조금 부드럽게 보이기도 합니다만, 예전부터 브로콜리 너마저는 집회현장에서도 자주 보이는 조금은 터프해 보이는 그런 그룹이었거든요? 바로 얼마전 2월 말에 MBC 노동조합의 촛불 문화제 현장에도 나왔었고, 다큐멘터리 영화 [꿈의 공장]에서도 콜트/콜텍 정리해고 노동자들을 지지하고 후원하는 여러 뮤지션들이 나오는데, 거기에도 적극적으로 참가하셨더라고요. 이런 집회현장 같은 곳에 자주 나오는 그런 이유가 있으신가요?


 


덕원 : 저희가 특별히 집회현장에 자주 나간 건 아니지만, 언론사 파업 같은 경우는 조명이 많이 되니까 그렇게 느껴졌던 것 같고요. 일반적인 파업현장에서 불러주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뭐 이런저런 사정으로 동의하는 바도 있고, 아닌 바도 있지만, 동의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가끔 찾아가기도 하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까 눈에 띄게 된 것 같네요.


 


 잔디  : 저희보다 더 열심히 하는 분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브로콜리 너마저, 잔디(건반)


 


골드 : 아무래도 브로콜리 너마저가 인디밴드계에서는 인지도가 대중에게 높다 보니까 좀 더 조명을 받게 되는 거 아닐까요?


 


덕원 : 그런 부분이 없지는 않겠지만, 아유 좀 부끄럽네요. (웃음)


 


골드 : 방송사 파업을 특별히 지지하는 이유가 있나요?


 


덕원 : 이번 파업 같은 경우에는 사람들이 좀 더 넓게 공감하는 그런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에도 나갔었고, 예전에 KBS 파업 때도 지원 공연을 나가게 되었습니다. 아주 첨예하거나 판단하기 조금 애매하고 어려운 그런 경우에는 아무래도 밴드다 보니까 쉽게 지지표명을 하기는 어렵지만 이번 같은 경우에는 좀 명확한 것 같아서요.


그리고 아까 다큐멘터리 영화 [꿈의 공장]을 언급하셨는데, 그 공연도 그때 클럽에서 진행되는 소규모 공연 하고 여러 팀들이 모여서 진행하는 조금 더 큰 공연, 이렇게 두 번 정도 출연했는데요. 실제 그 투쟁은 길고 오랫동안 진행되었던 투쟁인데, 그 투쟁 속에서 저희가 한 건 그리 많지가 않거든요? 그런데 그게 영화에 나오게 되고 조금 알려지게 되다 보니까 저희가 굉장히 열심히 참여한 것 같은데, 사실 좀 부끄러운 부분 이예요.


 


향기 : 저희가 실제 한 건 별로 없어요.


 


골드 : 굉장히 겸손하게 말씀하시네요?


 



브로콜리 너마저, 향기(기타)

 


향기 : 아뇨. 저희가 한 게 진짜 별로 없으니까 없다고 말씀드린 거예요. 뭔가를 했다고 말하기에는 너무나도 부끄러운 일이거든요.


 


골드 : (웃음) 아... 외모도 훈훈하신 분들이 이렇게 겸손하시기까지 하다니, 인터뷰가 좀 재미없는데요.


그리고 지난 번 서울시장 선거가 끝나고 한겨레신문에 [2030이 박원순을 지지한 10가지 이유]라는 기사가 올라왔었는데, 그 10가지 이유 중 8번째 불평등 부분은 덕원님의 의견이 실렸더라고요.


 










(기사 일부 발췌)


(기사 전문)


 


#8. 불평등


 


인기 인디밴드 ‘브로콜리 너마저’의 보컬 윤덕원(27)씨는 나아가 “천박한 자본과 권력, 자기 이익만을 생각하는 구 정치권력에 대한 반발감”이 젊은층 결집의 주요 요소로 보았다. 윤씨는 “지금의 사회는 공정하지 않다. 열심히 일한만큼 보상받지 못하고 있고, 하고 싶은 일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가수로서 그가 느끼는 현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음악 유통도 대기업에 유리하게 짜여 있고, 대형 기획사들 위주로 돌아간다. 특히, 성과물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공정하지 못한 것이 제일 문제다.” 윤씨는 “그런 불공정을 해소하기 위한 수단으로 투표를 삼은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동시에 그는 경쟁 시스템 자체의 문제도 지적했다. “(우리 사회는) 경쟁하지 말아야 할 것들까지 모두 경쟁하고 있다. 그렇게 누적돼온 피로감을 해소하기 위해, 경쟁을 조장하는 한나라당을 심판하는 성격의 투표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한다.”




 


골드 : 꽤 정치적인 발언을 하셨던데요? 브로콜리 너마저가 지향하는 어떤 정치색 같은 게 있는 겁니까?


 


덕원 : 일단 그 기사는 기자 분에게 전화를 받고 전화로 응답한 내용인데요. 저희가 무슨 특별한 정치색을 가진 그런 밴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기사는 밴드 공통의 의견이라기보다는 제 개인적인 의견이고요. 어떤 정치색이나 특정 노선을 지지하거나 하는 그런 부분은 없고, 단지 상식선에서 이야기했을 뿐입니다. 저희는 뮤지션인데 자꾸 정치적으로 몰아가지 마세요. (웃음)


 


골드 : 알겠습니다. (웃음)


 


류지 : 상식선에서 옳다고 생각하는걸 말했을 뿐인데, 그런게 자꾸 이슈가 되고 언론에 노출되는 그런게 참 이상해요. 오히려 비상식적이라고나 할까요?


 



브로콜리 너마저, 류지(드럼, 보컬)


 


골드 : 네. 맞는 말씀입니다. 그럼 이런 질문은 이 정도로 마치고요. 좀 편한 질문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아마 인터뷰 할 때마다 매번 듣는 질문일 것 같은데, 브로콜리 너마저는 무슨 의미가 있는 이름인가요?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니까 작년 전주영화제 공식 블로그에 인터뷰 기사가 있던데요. 거기에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이름보다는 색다르고 재미있는 이름을 짓고 싶어서 여러 생각을 해봤는데, 그중에 ‘엄마 쟤 흙먹어’, ‘저여자 눈좀봐’등 여러 후보가 있었고 그중에 ‘브로콜리 너마저’가 가장 마음에 들어서 밴드 이름을 이렇게 지었다, 라고 적혀있더라고요. 이거 정말 맞습니까? 정말 이렇게 지은 이름 이예요?


 


잔디 : 그냥 맥락과 관련 없이 길가에 있는 간판을 보고 생각해보기도 하고, 옛날에 봤던 무협지를 떠올리면서 무공 이름을 떠올려 보기도 하고, 그런 식으로 자유롭게 멋 부리지 않고 지어보자 하다가 그냥 어느 순간 이렇게 짓게 되어 버렸어요. 우발적으로.


 


골드 : 그런데 사람들이 의미를 두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중의적인 표현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고요. 예를 들면 ‘브루투스 너마저’를 떠올리게 하는 이름이라며 어떤 배신, 배반에 대한 표현이 아닐까, 시대가 워낙 배신의 시대니까 그런 것을 표현한 게 아닐까 하는 그런 의견들도 있더라고요. 그런데 이런게 아니라는 말씀인거죠?


 


향기 : 예. 아닙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되는 게 참 재미있는 것 같아요.


 


덕원 : 그렇게도 보일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거잖아요? 사람들 상상력을 자극할 수도 있고.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간에 말이죠. 어쨌든 큰 의미는 없는 이름입니다.


 


골드 : 멤버들 이름이 참 예쁘신 것 같아요. 덕원 씨 빼고. (일동 웃음)


류지님, 잔디님, 향기님... 굉장히 이름이 예쁘신데 실명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들었습니다. 실명이 어떻게 되시는지?


 


류지 : 저는 류지현이고 잔디는 김잔디, 향기는 반향기, 이렇게 본명에서 성만 빼든지 아니면 저처럼 이름 맨 끝 글자를 빼버리고 만든 이름이예요.


 


골드 : 다른 분들은 다 이름만 부르는데, 왜 류지님만 성과 이름 앞글자를 붙여서 만들었죠?


 


류지 : 아... 예전부터 친구들이 그냥 이렇게 불러왔어요. 특별히 만든 건 아니고요.


 


골드 : 네.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이쯤에서 초기 멤버에 대한 질문을 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초기멤버였던 현호 씨는 2006년에 탈퇴하고 나서 [장기하와 얼굴들]로 가셨던데. 가게 된 이유가 뭔가요? 트러블 같은 게 있었나요?


 


덕원 : 그런 건 없고요. 그쪽에 영입되서 탈퇴하고 바로 그쪽으로 간 그런 경우가 아니라 한참 뒤에 갔어요. 스카웃된 게 아니라, 저희와 활동을 그만두고 한참 쉬다가, 한 2년 쉬었나? 어쨌든 그리고 나서 그쪽으로 간 겁니다.


 


골드 : 아 그럼 지금도 연락하고 만나는 뭐 그런 관계인가요?


 


잔디 : 그럼요. 학교 다닐 때부터 알고 지냈는데요. 저랑은 친한 선후배 관계예요. (웃음)


 



 


골드 : 그런데 계피 씨와는 어떻게 된 건가요? 조금 불편한 질문일 것 같기도 한데요. 많은 사람들이 계피 씨와 ‘음악적 견해 차이’로 결별한 이유를 궁금해 하고 있는데요. 통상 밴드가 해체되거나 갈라설 때 꼭 등장하는 이유가 ‘음악적 견해 차이’ 아닙니까? 혹시 금전 문제가 있었는지, 아니면 남녀상열지사 같은 문제가 있었는지 궁금하거든요? 그리고 앵콜요청금지 같은 노래는 콘서트할 때 계피씨가 게스트로라도 잠깐 합류해서 들려줄 수는 없는지 궁금해 하는 분들도 꽤 많은 것 같습니다.


 


덕원 : 저는 밴드 결성시부터 여자친구가 있었고, 또 그 여자친구와 결혼했기 때문에 남녀상열지사 같은 문제는 생길수가 없었고요. 음악적 견해 차이라기보다는 솔직하게 멤버들과 성격이 그리 맞지 않았던 것 같아요.


 


골드 : 그럼 싸운 건가요?


 


잔디 : 싸운 것도 아니고요. 참 애매한데, 차라리 싸워서 헤어졌다면 화해하기라도 하는데 저희와 계피씨와는 그렇게 대판 싸운 것도 없고요. 그냥 정말로 성격이 맞지 않아서 같이 밴드를 계속 할 수가 없었던 것 같아요.


 


골드 : 예전에 콘서트 때 앵콜곡으로 팬들이 앵콜요청금지를 신청했더니 네 분이서 같이 잠깐 상의하더니 부르지 않았다더라, 이런 이야기가 있던데, 계피 씨가 없으면 이 노래는 부르지 않습니까?


 


류지 : 예전에 그랬던 적이 있었는데, 바로 지난 번 공연 때는 불렀어요.


 


브로콜리 너마저 - 앵콜요청금지 (계피 보컬 무대)



 


잔디 : 그게 아마 연습부족 때문이었을 걸요? (웃음)


 


덕원 : 불렀다면 오히려 욕을 먹었을 그런 경우였을 겁니다. (웃음)


 


향기 : 연습 많이 해서 지난번 연말 공연 때는 잘 불렀어요. (웃음)


 



 


골드 :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지금 정규앨범이 2집까지 나와 있고, 데모앨범 3장, EP앨범 1장이 나와 있던데요. 그런데 데모앨범하고 EP앨범은 구하기가 어렵고, 중고로만 구할 수 있던데요. 재발매 계획은 없습니까?


 


덕원 : 데모 같은 경우에는 저희가 열악한 환경에서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노래를 녹음해서 그렇게 한정적으로 만든 앨범인데, 사실 아쉬운 부분이 많죠. 저희 입장에서는. 그리고 또 예전에 잠깐 소속되어 있었던 루오바팩토리와 얽혀있는 문제가 있어서 재발매가 쉽지는 않은 것 같아요.


 


잔디 : 1집은 루오바팩토리에 소속되어 있었는데 지금 계약은 만료되어 있지만 계피 씨가 1집에 대한 권리가 있으니까, 계피 씨가 1집 재발매를 원하지 않는 상황이다 보니까 재발매가 어려워진 거죠.


 


덕원 : 그러다 보니까 저희도 이런 복잡한 상황에서 재발매를 하고 싶지가 않은 거죠.


 


골드 : 하지만 브로콜리 너마저를 좋아하는 팬들을 위해, 요즘에 브로콜리 너마저가 유명해졌으니까 이 밴드가 과거에는 어떤 노래를 불렀는지 궁금해 하는 팬들을 위해 리메이크 버전 같은 앨범을 만들 수도 있지 않나요?


 


덕원 : 네. 그래서 요즘에 그런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골드 : 그럼 3집이 아니라 리메이크 버전, 이런 앨범 작업을 하고 계신 거예요?


 


덕원 : 뭐라고 콕 집어서 표현하기가 좀 그렇지만, 굳이 표현하자면 ‘개량 보수 버전’ 정도? (웃음)


 


골드 : 아니 고작 7년 된 밴드가 무슨 ‘다시 부르기’ 앨범을 낸다는 거예요? (일동 웃음)


 



 


잔디 : 저희 곡들은 저희밖에 다시 부를 사람들이 없기 때문에요. (웃음)


 


골드 : 그럼 3집은요?


 


덕원 : 3집은 올해 안에 나오고요. 4월 정도에 이 ‘개량 보수 버전’ 앨범이 나올 예정입니다. 열심히 준비 중에 있습니다.


 


골드 : 알겠습니다.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지난번 2집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수록곡중에 졸업이란 곡이 KBS로부터 방송 부적격 판정을 받았었잖아요? 당시에 방송 부적격 판정의 사유가 좀 가관이던데, 선정적이라고 했다면서요?


 


잔디 : 예. 좀 어이가 없었죠.


 


골드 : KBS측이 가사중에 “꿈에서 아직 덜 깬 아이들은 내일이면 모든 게 끝날 듯 짝짓기에 몰두했지” 이 부분하고 “우리들은 팔려가는 서로를 바라보며 서글픈 작별의 인사를 나누네” 이부분을 문제 삼았었는데요. KBS 가요심의위원회측에 따르면 “짝짓기는 원래 동물의 교미 행위를 뜻하는 말로 인간의 성행위를 연상케 한다. 또 팔려가는이란 표현은 성매매, 인신매매를 연상케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하면서 문제를 삼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건 제가 봐도 이쪽 정신상태가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아니 어떻게 살아왔고 배워왔길래 이런 해석을 할 수가 있는 거죠? 이런 연상을 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더라고요. 가사의 앞뒤 문맥을 조금만 살펴봐도 이렇게 문제 삼을 수가 없는데, 이건 뭐 완전히 엉뚱한 해석인데요.


 


류지 : 기자님이 오히려 더 흥분하시는 것 같은데요. (웃음)


 


골드 : (웃음) 아 죄송합니다. 제가 불의를 보면 못 참는 성격이라. 어쨌든 이때 상황을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은데요. 그리고 방송국의 이런 잣대에 대해서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듣고 싶습니다.


 


브로콜리 너마저 - 졸업



 



verse 1)

그 어떤 신비로운 가능성도

희망도 찾지 못해 방황하던 청년들은

쫓기듯 어학연수를 떠나고


 


꿈에서 아직 덜 깬 아이들은

내일이면 모든 게 끝날 듯

짝짓기에 몰두했지


 


난 어느 곳에도 없는 나의 자리를 찾으려

헤매었지만 갈 곳이 없고

우리들은 팔려가는 서로를 바라보며

서글픈 작별의 인사들을 나누네


 


hook)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행복해야 해

넌 행복해야 해 행복해야 해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잊지 않을게

잊지 않을게 널 잊지 않을게


 


verse 2)

낯설은 풍경들이 지나치는

오후의 버스에서 깨어

방황하는 아이 같은 우리

어디쯤 가야만 하는지 벌써 지나친 건 아닌지

모두 말하지만 알 수가 없네


 


난 어느 곳에도 없는 나의 자리를 찾으려

헤매었지만 갈 곳이 없고

우리들은 팔려가는 서로를 바라보며

서글픈 작별의 인사들을 나누네


 


hook)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행복해야 해

넌 행복해야 해 행복해야 해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잊지 않을게

잊지 않을게 널 잊지 않을게


 


outro)

이 미친 세상에, 이 미친 세상에

이 미친 세상에, 이 미친 세상에

이 미친 세상에, 이 미친 세상에

이 미친 세상을 믿지 않을게



 


덕원 : 방송국의 잣대에 대해서 뭐라 말씀드려야 할까요. 음... 저는 이런 부분이 결국은 그쪽이 어떤 생각들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이런 것들 때문에 저희들의 창작의 자유가 크게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조금 화가 나기는 하지만, 일단 저희들은 외곽에서 활동을 하다 보니 그런 것도 있고요. 그런데 뭐랄까 주된 매체가 이 정도 수준 밖에 안 된다는 점이 좀 황당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고 그래요. 사실 심의가 어느 정도 선을 가지고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은 인정을 합니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건 간에요. 그리고 시대에 따라 그 선이라는 게 부분적으로 변하기도 하지만 이건 너무 선을 넘지 않았나, 그런 부분이 참 아쉽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골드 : 저는 부적격 판정이 나온 걸 보고 치졸하고 졸렬하다, 뭐 이런 생각을 했었어요. 사실 노래 내용이 조금 어둡잖아요?


 


향기 : 네. 그렇죠. ‘이 미친 세상에’라는 말이 후렴구를 통해서 반복되기도 하고요.


 


골드 : 그런데 그런 가사가 사실 지금 시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거잖아요. 지금 학생들이 워낙 힘드니까. 그런데 지금 정권은 굉장히 불편한 것 같아요. 그런 직설적인 가사가 말이죠. 사람들이 가카 치하의 현재를 굉장히 밝고 아름답게 봐주길 원하고 있는데 미친 세상 운운하며 노래를 부르니 눈엣가시로 다가왔겠죠. 그래서 꼬투리를 잡은 것 같은데요. 어쨌든 결과는 어떻게 나왔습니까? 다시 재심의 신청을 하셨잖아요?


 


덕원 : 그대로 다시 가져갔더니, 수정 없이 왜 가져왔냐고 핀잔을 주더라고요. 그래서 뭐 내년이든 내후년이든 다시 수정 없이 가져가 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골드 : 아무래도 정권이 바뀌면 무사통과 되지 않을까요?


 


덕원 : 제 생각에는 정권이 바뀐다고 달라질 건 없을 것 같아요. 그쪽 조직의 특성상...


 


골드 : KBS라는 조직의 특성상?


 


덕원 : 예. 그쪽 입장이 원래 좀 굉장히 보수적인 것 같아요.


 


잔디 : 어쨌든 저희 입장에서는 의도하지 않았던 ‘노이즈 마케팅’이 된 것 같아요. 사람들이 그 소식을 듣고 오히려 노래를 검색해보기도 하고 저희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셨으니까요.


 


골드 : 다음 앨범에는 의도적으로, 아니 우발적으로 완전히 선정적인 가사를 집어넣어서 방송3사에서 다 부적격 판정을 받고 언론에 떠들썩하게 기사화되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요? (웃음)


 


덕원 : 그렇잖아도 그런 가사를 구상 중에 있습니다. (웃음)


 


골드 : 기대하겠습니다. 가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김에 그 부분을 이야기 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브로콜리 너마저의 노래들을 들어보면 멜로디와 가사 모두 굉장히 서정적입니다. 굉장히 아름답고요. 특히 1집 같은 경우에는 ‘이지리스닝’ 계열의 노래 같이 들리더라고요. [카펜터스(Carpenters)]의 노래들이 떠오르기도 하고요. 이런 아름다운 노래들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는지, 작사 작곡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덕원 : 음. 일단 제가 곡을 만들어 온 다음에 멤버들한테 들려주고, 그리고 곡을 같이 완성해 나가는 형태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거의 다 작사 작곡을 했는데, 요즘에는 다른 멤버들도 서서히 작사 작곡을 시작하려고 하고 있어요.


 


골드 : 덕원님이 거의 다 작사 작곡을 혼자서 하신다고요?


 


덕원 : 예.


 


골드 : 혹시 음악을 전공하셨나요?


 


덕원 : 저는 사실 신문방송학을 전공했습니다. 그런데 학교 다닐 때 노래패 동아리 활동을 했는데요. 저희 노래패가 자작곡 위주로 부르던 노래패라 거기서 활동하던 경험이 어떤 자산이 된 것 같아요.


 


골드 : 대학교 들어가기 전에 음악을 공부하신 것도 아니고요?


 


덕원 : 예. 따로 음악을 공부하거나 그랬던 적은 없습니다.


 


골드 : 우와. 그러면 거의 천재수준 아닙니까? 동아리 활동을 하다가 이렇게 프로 밴드가 된 것도 대단한데, 수준급의 작사 작곡 능력까지 별다른 공부 없이 이렇게 갖추게 되었으니 말이죠.


 


덕원 : 대단한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좀 부끄럽네요. (웃음)


 



 


골드 : 그렇다면 덕원님과 브로콜리 너마저가 추구하는 음악은 무엇입니까?


 


덕원 : 아, 저희는 그런 게 없습니다. 정말로요.


 


향기 : 노래가 처음 나오면 같이 합주를 하면서 기타는 이렇게 가면 좋겠다, 키보드는 이렇게 가는게 좋겠다, 서로 이야기를 하면서 곡을 완성시켜 나가거든요? 그런데 어떤 방향으로 가자, 이런건 없어요. 단지 이 곡은 이런 부분이 좋았어, 이런 연주가 좋았어, 하면서 좋은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곡 하나하나를 완성시켜 갈 뿐이지, 어떤 음악을 추구한다던지 하는 그런 것들은 저희에겐 없는 것 같아요.


 


골드 : 추구하는 음악이 없다고 하더라도, 어떤 장르의 음악을 해야겠다, 뭐 이런 건 있지 않을까요?


 


덕원 : 전혀 없어요. 그때그때 떠오르는 음악을 만들고, 막연한 이야기지만, 연주하면 재미있고, 사람들도 재미있게 들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그런 노래를 만들고 싶습니다.


 


잔디 : 실력은 미흡하더라도, 사람들이 좋아하는 노래를 저희가 만들어서 들려주고 싶어요.


 


골드 : 알겠습니다. 조금 현실적인 질문 하나 할까요? 금전적인 부분 같은 경우에는 어떻게 나누시나요?


 


덕원 : 저희는 무조건 4등분해서 공평하게 나눕니다. 제일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소액이지만 무조건 균등하게 나눴어요.


 


골드 : 작사 작곡을 덕원님이 거의 다 하시는데 그래도 되나요?


 


덕원 : 저작권료가 따로 나오니까요.


 


잔디 : 그건 당연히 덕원님의 권리니까 덕원님이 가져가고, 나머지 밴드로 발생한 이익은 무조건 균등하게 나누고 있어요.


 


골드 : 우와. 밴드가 굉장히 오래갈 것 같은데요? 무슨 견해 차로 헤어질 일도 없을 것 같고요. (웃음)


 


류지 : 네. 남자 문제로 헤어질 일도 없을 것 같고....


 


골드 : 덕원님이 이미 결혼했으니까요?


 


향기 : 어차피 관심도 없지만요. (웃음)


 


골드 : 아, 그럼 멤버들 각각의 연애사는 어떻게 됩니까? 덕원님은 결혼 하셨고요.


 


류지 : 저는 남자친구 있어요.


 


향기 : 저는 솔로입니다. 얼른 생겼으면 좋겠어요. (웃음)


 


잔디 : 저도 솔로예요.


 


골드 : 아니 이렇게 아름다운 분들이 어째서 아직도... 안타깝습니다. 저라도 괜찮으시다면... (웃음)


 


잔디 :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아요. (웃음)


 


골드 : (한숨) 안타깝습니다. 어쨌든 질문을 계속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현재 생계는 온전히 음악활동으로만 이루어지고 있나요? 예전에 멤버 중 한 분의 직업이 간호사라는 이야기를 들었었는데요.


 


잔디 : 예. 제가 간호사를 했었는데요. 지금은 안 하고 있어요. 거의 3년 전에 그만두고 음악만 하고 있고,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예요. 음악에만 전념하고 있어요.


 



 


골드 : 인디밴드가 음악에만 전념하기가 상당히 쉽지 않은게 현실인데, 참 멋지십니다. 한가지 더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예전에는 ‘언더그라운드 뮤지션’ 이라는 호칭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 사라지더니 ‘인디 밴드’ 라는 호칭으로 변하게 된 것 같습니다. 브로콜리 너마저는 ‘인디 밴드’ 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리고 과연 ‘인디 밴드’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덕원 : 저는 두 표현 다 ‘팬시’한 용어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엄밀한 카테고리로 존재하기에는 좀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돌’이란 용어는 어느 정도 바운더리가 있고 개략적인 이미지가 있는데, ‘인디’는 규정짓기가 좀 애매한 것 같아요. 아무나 갖다 쓰기도 하고.


 


골드 : 씨엔블루도 ‘인디’를 가져다 썼죠.


 


덕원 : 네. 그런 부분이 문제인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이제 ‘인디’란 용어를 버려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언더그라운드’ 보다는 ‘인디 밴드’가 뭔가 자립심도 있어 보이고, 진취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상 카테고리의 범주로 사용하기에는 좀 부족하기도 하고 아닌 것 같아 보여요.


 


골드 : 그렇다면 브로콜리 너마저를 소개할 때 ‘인디밴드’ 브로콜리 너마저 라고 소개하는 것 보다는 ‘밴드’ 브로콜리 너마저 라고 소개하는게 더 좋다는 말씀이신가요?


 


잔디 : 네. 저희는 그냥 ‘밴드’가 더 편하고 좋아요.


 


향기 : 도대체 어디까지가 인디펜던트 하냐고 했을 때 정말 이야기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그리고 아무리 독립적으로 활동을 한다고 해도, 큰 틀 안에서 그걸 거스르면서 활동할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거든요.


 


잔디 : 그냥 매체에서 만들어낸 말 같아요.


 


덕원 : 저희뿐 아니라 많은 밴드들이 그렇게 느끼고 있을 것 같습니다.


 


골드 : 알겠습니다. 그리고 올해 콘서트 계획을 알고 싶은데요.


 


덕원 : 올해 7월에 3주 간의 장기 공연을 합니다.


 


류지 : 3주 동안 수목금토일 세 번씩, 그러니까 총 15일 공연을 합니다.


 


잔디 : 삼성동에 있는 상상아트홀에서 하니까 많이들 보러 와주셨으면 좋겠어요. (웃음)


 


골드 : 마지막으로 딴지일보 독자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덕원 : 저희가 다음 앨범에서 여러 가지 다양하고 재미있는, 새로운 시도를 해보려고 하고 있거든요? 들어보시면 아마 상당한 즐거움을 느끼시리라 생각되니까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골드 : 아마 많은 독자 분들이 콘서트에도 가고 앨범도 구입하지 않으실까 생각됩니다. (웃음) 바쁘실 텐데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브로콜리 너마저 : 딴지일보 독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브로콜리 너마저 덕원 님 트위터 : @yoondw


브로콜리 너마저 향기 님 트위터 : @hyanguitar


브로콜리 너마저 류지 님 트위터 : @Iamryuji


브로콜리 너마저 잔디 님 트위터 : @IamJANDI


 




 


브로콜리 너마저와의 유쾌한 인터뷰는 이렇게 끝이 났습니다.


 


집으로 향하는 길에, 단지 상식선에서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이야기 했을 뿐인데 주목을 받게 되는 현실이 참 이상하다는 브로콜리 너마저의 말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습니다.


 


상식을 이야기 하니까 이슈가 되고,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노래하니까 방송 부적격 판정을 받게 되는 참으로 이상한 세상에서, 브로콜리 너마저의 용기 있고 개념 있는 행보는 오히려 빛을 발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이들이 참여하게될 집회 현장이 없어지고,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게 되는 세상이 올 때, 이들의 노래는 더욱 빛을 발하게 되지 않을까요?


 


때로는 직설적인 화법이어서 조금은 적나라하게 들리기도 하지만, 보편적으로 아름답고 서정적인 이들의 노래가 앞으로도 계속 우리 곁에 함께 하기를 기대합니다.


 


글 : 골드문트2


사진 : 정호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