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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4. 30. 월요일

앗싸


 


28일 두 개의 일정이 있었다.


 


하나는 딴지일보 벙커에서 있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의 패러디 트위터 계정으로 유명한 "金氷三" 님과 <정치가 밥 먹여준다>의 저자 물뚝심송이 모여서 관심 있는 분들하고 함께 노는 총선 후유증 멘붕 힐링 모임. 두 번째는 벙커원에서 도보로 이동 가능한 거리에 딴지 독투 음주불패 멤버들이 주관하는 “게시판 실명제에 반대하는 바자회 및 일일주점” 예쁜 누나들이 모여 있는 바자회였다. 연예인 뺨을 4만5천RPM으로 후려칠 미모를 뽐내는 자원봉사 누나들에게 내 귀여움을 발산하고 싶은데 눈물을 머금고 전주로 향했다.


 


전주 시외버스터미널에 아직도 그들이 있었다.


 


작년 그러니까 11년 10월 19일 전북고속 파업기사(편집자 주 : 현재 DB 연결 상태가 불안정해 이미지와 텍스트 속성이 엉망임)가 나갔을 때 내 개인적인 생각은 늦어도 올해 총선 전 모든 일이 해결되고 후속취재라 해봤자 파업에 참가했던 이들이 사측으로부터 혹시 있을지 모를 불이익이나 부당해고 혹은 정말 후속 취재할 이유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안일한 생각을 조금은 했었다.


 


몇 번의 사전 통화 끝에 상황실장님과 약속을 잡고 오후 1시부터 전주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인터뷰가 있었다. 편의상 상황실장님을 상으로 앗싸를 앗으로 표현한다.


 




 



 


앗 : 작년에 제가 10월 15일 왔었어요. 제 개인적인 생각은, 이렇게 오래 갈 줄은 몰랐어요.


 


상 : 저희들도 사실 이렇게 오래 올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고, 이렇게 오래 갈 거라면 누가 파업 투쟁 했겠습니까? 파업 투쟁이 508일째 이어지면서 여러 가지 많은 것을 느끼는데 이 파업이 전북고속 황의종 사장과 노동자와의 싸움이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생겨요.


 


앗 : 사업장에서 벌어지는 일반적인 노사충돌이 아니라는 뜻인가요?


 


상 : 제 말의 의미는... 지금 전주 시내버스 5개 사가 2차 총파업을 하고 있어요. 전북고속은 파업 중이였고요. 1차 파업 때 전북고속만 복귀를 못 하고 있다가 2차 총파업 때 공동으로 타결하고 공동으로 복귀하자는 기조로 2차 파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이번 2차 총파업을 통해서 더더욱 내 생각, 일부 조합원들이 공감하는 게 사업주들이 이 민주노총을 인정하면 노조의 생명인 임단협을 체결했을 때 나중에 전개될 수 있는 일들을 사업주들이 염려하더라. 기존 한국노조에 있었을 때 노조와의 성격이 워낙 상반되다 보니까 5개 사업주들이 나름 자기들끼리 단결한거 같아요.


그래서 2차 총파업은 전면 파업을 안 하고 부분 파업을 하면서 사업주들이 성실하게 단협 체결을 위한 교섭 자리에 나와 주기를 촉구했는데 사업주들이 48개항 중에 중요하지 않는 사항은 진행하다가 근무일수 줄이는 문제, 징계 위원회 구성할 때 노사 동수 인원으로 하는 부분, 수당에 관한 문제에 대해서 서로 양보 없이 팽팽히 가다가


(현행 ‘노동시간 및 근무제도’에서 버스노동자들의 만근은 월 12일(하루 16시간 노동의 경우, 8시간으로 하면 24일)이다. 이렇게 되면 버스노동자는 주 44시간 근무를 하게 된다. 이럴 경우 버스노동자들은 1일 종일 근무를 하고도 다음 날 쉬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이에 노조는 임금 저하 없이 월 11일 만근으로 하고, 12일부터 휴일근로수당을 산정하여 지급하라는 내용의 조항을 넣었다.)


결국 3월 8일 조정 신청을 내서 노동부로부터 조정 중지가 떨어졌어요. "이로써 전북고속과 전주 시내버스는 정당한 쟁의권을 획득한다." 그래서 그날을 노동부의 기적이라고 했어요. 이번에도 교섭 미진이니 이런 이유를 들어서 교섭을 특별 기간까지 두고 연장을 하라고 할 줄 알았는데 노동부 특별 자문위원 3명이 노조 쪽 손을 들어줬어요. 이거 더 이상 의미가 없고 합법파업이다. 이렇게 손을 들어줬어요. 4월 11일 총선도 있고 해서 이번 파업은 정치적인 것도 있고 해서 쉽게 해결될 줄 알았는데 사업주들이 완고하게 버티고 있어요. 계속 버티면서 교섭은 교섭 자리에 나와서 엉뚱한 소리만 하고, 민주노조를 인정하면서 노조의 꽃인 단협 체결을 위한 진정성은 전혀 안 보였어요.


 


앗 : 그러면 그 자리에 사업주들이 직접 나왔어요? 전북고속 사장도 나왔어요?


 


상 : 각 사 대표 사장도 나왔는데 전북고속 황의종 사장은 한 번 나오고 전무만 위임장 들려 내보내요. 단협 체결을 위한 기본 몇 가지 안 된 걸 꼬투리 잡으며 진정성 갖고 교섭 하려는 의지가 전혀 없는 거죠.


황의종 사장이 전북 버스 사업조합 이사에 당선 됐어요. 그러니 대표 이사 자격으로 와서 전북고속 관련해서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단협을 맺자는 게 아니라 단협은 법적으로 노조가 이겼기 때문에 진행되는 거고 이렇게 노동자들이 조합원들이 장외에서 투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단협은 의미가 없다. 단협이라는 것은, 이 파업 문제를 어떻게든 마무리를 짓고 복귀를 해서 일을 하면서 지도부들이 회사 내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순서라고 주장하고 있어요. 그런데 사측은 '그건 별개다. 이번 파업으로 형사 처벌자들은 회사 사규 원칙이 있는데 사규를 깨면서 유야무야 합의 성격으로 받아들일 수 있느냐? 그러면 한국노총에서 반발한다.' 이러는데... 우리가 보기에는 회사에서 사규를 원칙으로 고수하고 적용한다고 하면은 지금 우리 파업이후에 대체자라고 해서 기존에 회사에 있다가 사고나 음주로 3진 아웃 돼서 면허 취소된 사람들 형사 처분 다 받은 사람들 왜? 그 사람들은 재입사를 받아줬냐? 그건 사규 원칙에 벗어나는 거 아니냐? 이런 문제가 많아요. 폭행 같은 문제로 형사 처분 받은 사람도 다 재입사를 받아주고 있어요.


기존에 성실하게 일하던 조합원들이 임금착취와 한국노총의 무능함에 분노해서 민주노총에 가입했다는 이유가 대단한 잘못이냐? 사측이 처음부터 민주노총을 인정하지 않고 탄압하려 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벌어진 거다. 대부분 조합원들이 단순한 업무방해로 몰려서 범법자가 된 상황인데 이런 일들은 서로 대승적인 차원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서로 양보하면 되는 거 아니냐? 우리는 다른 것 없고 파업 이후에 벌어졌던 민형사상 처벌, 우리도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사측도 파업 이후에 벌어졌던 일에 대해서 신변에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 이거 하나만 들어줘라. 그러면 업무 복귀 하겠다. 했는데 어떤 핑계를 대면서 안 받아주는지 알아요? '만약에 들어주면 한국노총에서 가만히 있겠느냐? 한국노총 조합원이 대다수인데.'


 



 


앗 : 한국노총 박종만 지부장. 그 사람이 모든 걸 조종한다고 하던데요?


 


허재현의 현장일기 18회 전북고속 파업 부분에 이 대목이 나온다.


 


상 : 그렇죠. 보이지 않게 선동을 하겠죠. 그렇게 진행될 수 있는 상황이 초래 되겠죠. 작년에 1차 파업 후 기본 합의 하고 시내버스 노조가 업무 복귀를 하면서 한국노총 조합원들이 대거 민주노총으로 이탈해 왔어요. 박종만 지부장도 자기 나름대로 사업장에서 한국노총 지부장 선거가 8월에 있으니까 민주노총을 많이 견제하는 상황이죠. 왜냐하면 시내버스 노조처럼 조합원들 대규모 이탈상황이 벌어질 걸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겠죠. 그러면 노동 조직형태 변경이 있고 사업주들도 그런 상황을 가장 두려워해요. 그렇기 때문에 전북고속 같은 경우에는 고착 상태가 지속 되는 거 에요. 지금 상황이 서두에 말씀드렸지만 이 일이 전북지역에 벌어지는 일련의 상황이라고 볼 수 없어요. 단순히 버스 노사와의 싸움이 아니라 정권에 보이지 않는 병풍과의 싸움이 분명히 있다. 라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어요.


국회의원 당선자들, 시장, 도지사들... 우리가 요구해도 사업주들 부당행위를, 공격적 직장 폐쇄로 인한 시민들의 불편을 보고만 있어요. 이번 파업은 우리 노동자가 일으킨 게 아니라 사업주들이 했어요. 우리는 직장폐쇄 풀어 달라. 시민들 불편함을 초래하니 조건 없이 복귀하겠다. 선언을 해도 직장 폐쇄를 안 풀어요. 그러면서 공고로 쟁의 종료를 선언하고 과거처럼 준법운행, 행선지 미 부착, 시내버스 요금 통, 정비 이유로 회차 금지, 이런 것을 하지 않겠다는 확약서를 쓰고 또한 투쟁조끼 입지도 말라고 하니 조합원들이 더 분노했어요. 노동자들은 전주에서 열리는 국제 영화제나 한지 축제를 의식해서 방해하고 망가트리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어요. 우리는 파업이 500일 넘게 진행 되면서 공교롭게 축제 기간과 맞물린 것이고 파업을 하면서 시장, 도지사에게 우리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서 창구를 만들어야 해서 그 일환으로 국제 영화제와 한지 축제 때 저희 의견을 말할 수밖에 없었어요.


 


앗 : 그러면 이번 총선 이후에 당선된 정치인들 중에 방문한 사람이 있나요?


 


상 : 며칠 전에 전주지역 통합민주당 당선자들이 시청에서 시장하고 면담을 하려고 약속을 했어요. 우리가 그때 집회를 하고난 뒤 시청을 면담 이유로 장악하려 한다는 이유로 장소를 옮겨 회동을 했다고 하는데 뭘 했는지 알려주지 않아요. 언론노조 파업은 서울에서 정세균 당선자가 전주에 내려왔어요. 내려오기 전에 우리가 정세균 서울 사무실 앞에서 24일간 노숙하며 있었어요. 그때 구두상의 약속으로, 자기가 당선 되면 전북고속 파업에 대해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약속을 받았는데 당선되고 전주 내려와서 MBC언론노조 파업 문화제 행사 할 때 그 자리에 와서 언론노조 지지발언만 하고 그냥 가버렸어요. 우리는 어차피 정치인들 안 믿어요. 문제는 시장하고 도지사가, 사업 인허가권을 갖고 있는 행정기관으로서, 사태 해결에 대한 강한 의지가 없다는 게 더 힘들어요.


노동부에서도 합법 파업이라고 했어요. 그런데도 관광버스 하루 예산 4~5천만 원 쓰면서 관광버스 투입보다 버스 파업해결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합의가 전혀 없어요.


 



 


인터뷰가 끝나고 녹취록을 정리할 때즈음 트위터에 정동영 의원이 망루에 오르고 있다는 사진이 돌기 시작했다. 고소 공포증 있으시다는 분이 저길 올라가고 있다.


 


앗 : 그럼 도움 주는 시민단체나 종교단체는 없나요?


 


상 : 전주 국제영화제 오신 영화인들이 지지성명을 받는 걸로 해서 진행될 거 같아요. 지역 원로들 중심으로 시장하고 면담을 하기로 해왔어요.


 


앗 : 그럼 시장이나 도지사를 압박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사실 이 대목에서 유명 정치인이나 민주당이 나올 줄 알았다.


 


상 : 사실 제일 안타까운 것은 시민들이 움직여 줘야 해요. 노동자가 시내버스나 전북고속 파업을 알리고 홍보해도 관심이 없어요.


예를 들어 시내버스 현금 인식기 도입을 줄기차게 주장했어요. 시내버스가 공공성을 띄고 있어서 막대한 시 보조금이 시민들 혈세가 들어가는데 허투루 쓰여 지는 걸 우리가 목격해서 알고 알려 냈는데도, 그런 부분을 시민들이 같이 협조해서 투명하게 쓰일 수 있도록 시와 도를 압박해야 하는데 당장 자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무관심해요. 시내버스 현금 인식기 도입을 100대 했어요. 운행 끝나고 차고지 복귀하면 사업주들이 와서 현금 2~300만 원 회사 공금을 가져가가요. 기사들이 보고 있으면 뭘 쳐다보냐며 내가 내 돈 갖고 간다고 윽박질러요. 그러면서 매해 적자 타령이에요. 그 핑계로 보조금 올려 받아내고 있어요.


전주가 버스 카드보다 현금 사용률이 많아요. 그런 문제를 그렇게 알려내고 근무 조건도 하루 16시간 넘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다는 걸 단순히 월급을 올려 달라는 걸 요구하는 게 아니거든요. 이런 걸 말해도 시민들 관심이 없어요. 차라리 무관심한 게 나아요. 우리한테 욕하는 시민들이 있어요. 파업 한다고. 한진 중공업은 시민들 관심이 있어서 어떻게든 해결이 됐어요. 오랜 시간 투쟁하는 재능교육, 쌍용차도 있지만 전북지역 버스 파업이 시민들 관심이 있어야 해결되는데 한진으로 갔던 희망버스가 전북으로 올 수 있도록 기획되고 현실화 된다면... 그게 제일 큰 바램이에요.


조합원들이 계속 빚으로 살아가고 희생하면서 살아가는 조합원들이 가장 안타까워요. 장기 사업장들이 다 어렵죠. 장기적으로 있다 보면 다 있는 일이니 극복 하면 되지만 원초적으로 마무리 할 수 있는 연대나 제2의 희망버스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어느 언론에서 부각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힘들어요. 이런 힘든 점이 언론이나 트위터를 통해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앗 : 한진중공업은 김진숙 위원장님 트위터를 통해서, 연예인들이 알려 주시고 해서, 많은 분들이 알게 되었어요.


 


상 : 저희도 트위터에 많이 알리고 있어요. 특히 얼음꽃(@only0264)아이디를 쓰시는 여성분이 전북 고속 상황이나 후원 계좌에 대해 도배 수준으로 올리고 계세요. 관심 있는 분들은 아실 거 에요. 저는 그래서 김여진 씨도 한번 와주셨으면 좋겠어요. 개인적으로 팬이고 트위터에서 몇 번 대화를 했어요. 시민들이 전북고속 문제는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가 될 성격이 아니라서 파급력이 떨어지는 문제라서 그런지 많은 분들의 관심이 없는 게 아쉬워요. 김여진 씨도 오시면 시민들 관심이 집중될 거 같아요. 공지영 씨도 트위터에서 제 연락처를 물어보셨는데 아직 연락은 못 받았어요.


우리 조합원들은 2년이 지나고 5년이 지나도 계속할거에요. 최소한의 생계만 이루어진다면 끝까지 갈려고 해요. 오랜 기간 지나며 가족보다 조합원들하고 더 끈끈해졌어요. 피 한 방울 안 섞였지만, 이혼 당하고 대다수 신용불량이고 많은 걸 다 잃어서... 그래서 남은 건 옆에 남은 우리 조합원들 동지라고 생각해요. 이런 어려움 끝까지 함께 하니까요.


 


 


이렇게 상황 실장님과 한 시간에 걸친 인터뷰가 끝나고 망루에 45일간 단식을 하고 계시는 지부장님을 만나기 위해 망루에 올라갔다.


 


망루의 계단을 오르며 질문 내용을 정리하다 한 평 남짓한 공간에 앉아 계신 지부장님을 보고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아래는 남상훈 지부장님과 대화 내용이다. 건강이 너무 걱정돼서 최대한 짧게 질문하고 바로 내려와야 했다. 


 


편의상 남상훈 지부장님을 남 앗싸를 앗으로 표현한다.


 




 



 


한 평도 안 되는 공간에서 혼자 45일을 넘는 단식을 하고 계신다. 인터뷰 했던 날 날씨가 좋아 바람이 전혀 안 불었음에 망루는 계속 흔들렸다.


 


 


앗 : 우선 드릴 수밖에 없는 질문이... 건강은 어떠세요?


 


남 : 건강이 좋다고 하면 안 되죠. 오늘이 45일차에요. 지상에서 단식하는 것과 망루에서 단식하는 차이가 대변을 못 봐요. 지난번 단식 경험이 있어서, 작년에 35일 단식 할 때는 경험이 없어서 비닐을 준비 했는데 차마 거기다 볼 수 없어서 참다가 5일 만에 겨우 해결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14일 넘게 못 보다가 겨우 봤는데 요즘 와서 전혀 못 보고 있어요.


망루에 올라가면 보이지 않게 감시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제 성격 자체가 여기서 몰래 음식을 먹거나 하지 않아요.


 


앗 : 검진해 주는 의사 분들은 안 계세요?


 


남 : 전라북도는 그런 일을 하는 분은 안 계세요. 한의사 선생님 한 분이 일주일에 한 번 오세요. 그 선생님도 학생 때 운동권 하셨던 분이라 그분만 오세요. 지난 번 단식 때도 그분이 오셔서 진료해 주셨어요. 대전에서 서울에서 와서 해 주셨는데 전북에는 안 계세요. 이런 단식을 봐 줄만한 의사님이 안 계신가 봐요.


 


앗 :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세요?


 


남 : 제가 35일까지는 책을 열심히 봤어요. 지금은 책을 못 보겠어요. 책을 보고 싶어도 글씨가 두 개 세 개로 보여요. 아이패드로 뉴스 조금 보는 수준이에요. 체력이 고갈되고 딸리니까 잠을 많이 자요. 낮잠을요. 처음 올라와서는 단식을 해도 편안한 마음으로 쉬었어요. 외부일에 신경 안 쓰려고 일부러 책에 집중했어요. 그런데 책을 못 보게 되니 잡생각도 많이 나고 시내버스 파업도 오래 가니 고민이 많아요. 앞으로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제가 전북고속일과 지부장을 같이 하니까 노조원들 노동자들이 걱정 되요. 그 사람들 가정들, 그 사람들 자식들이.


 



 


망루에서 세상을 볼 수 있는 창은 가로 세로 20cm도 안 되는 조그만 창살이 전부다.


 


앗 : 그러면 외부랑 소통은 전혀 안 하고 계신가요?


 


남 : 외부 소통은 우리 버스 지도부하고는 일부러 안 해요. 제가 여기서 전화를 하면 그분들이 부담 가지니까 안 하려고 해요. 그분들이 하면 전화는 받지만 일부러는 안 해요. 우리 동지들하고도 안 하려고 해요. 부담 주는 거 같아서요.


 


앗 : 트위터는 하시던데 5일 전부터는 글을 안 쓰시네요.


 


남 : 제가 트위터를 한겨레 허재현 기자 덕분에 시작했는데 지금 트위터로 글을 잘 못쓰겠어요. 하도 답답해서 올릴 때 말고는. 전주 지방지나 언론에서 모 방송국 작가가 전화 왔어요. 제가 단식이 45일이 넘었는데 그 작가는 제가 단식하고 있는지도 몰라요. 타 지역 사는 사람도 아니고 전주 사람이요. 언론도 며칠 전 지방지에서 취재 하고 일반 언론은 전혀 안 와요. 거기 언론사 일하는 기자들은 노동자가 아니고 사업주에요? 지방지나 도청 출입기자도 한번 안와요. 일간지 기자도 마찬가지구요.


트위터에 자주 글을 못 올리는 것도 제가 너무 격해지니까 회사를 비방하고 속상해지니까. 여기 올라온 것도 저를 살릴 수 있는 것도 죽일 수 있는 것도 여러분인데 속상해요. 인간이니까. 감정적인 말을 안 쓸 수가 없어요. 그런데 일반인들은 객관적인 입장에서 보시면 좋게 보실 수 없잖아요. 그래서 감정적인 내 표현을 하다 보면 좋을 수 없을 거 같아서 가끔 소식을 듣는 정도로만 사용해요.


 


자신은 괜찮다 하시는데 힘들어 하는 모습에 더 이상 질문을 할 수 없었다. 말씀하시면서 움직이는 팔과 손이 자꾸만 떨렸다.


 


앗 : 마지막으로 시민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 있으시면 부탁드릴게요.


 


남 : 시민들은, 전주 시민, 전라북도민은 너무나 무관심해요. 시민단체 몇 단체, 전북 버스 노동자를 위해 헌신하시는 분 말고는 보통 시민단체, 시민단체라고 해봤자 도에서 자본을 받고 민주당 눈치를 보며 입을 닫고 있어요. 정치인들도 여기 민주당 모 당선자는 당선 되고 이틀만에 제주도 강정마을 갔어요. 서민을 위해 정치한다는 사람이 자기 지역구는 신경도 안 쓰고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 맘만 먹으면 생각만 있으면 찾아올 수 있는 사람들이 전혀 안 와요. 시민들도 전부 다 노동자이면서 무관심 하고 저녁에 촛불집회 하는데 남의 일 보듯이 보면서 지나가요. 전주 영화제 하는데 물론 영화 마니아들 전국에서 몰려드는 그분들... 다 노동자잖아요. 여기서 전주에서 버스 파업하는 거 왜 그런지 왜 이렇게 단식하고 있는지 조금만 관심 주시면 고맙겠어요.


 




 


인터뷰가 끝나고 내부 촬영을 할 때 지부장님이 힘겹게 아이패드를 집어 들고 자신이 망루에 올라온 후 매일 매일 찍었다며 얼굴을 보여주셨다. 45장의 사진. 매일 수척해지는 사진 사이에 아들 사진이 있었다. 그 사진을 물끄러미 보시더니 “이 녀석이 4월 11일에 입대를 했어요. 의정부로 갔는데 5월에 훈련 끝나고 퇴소식을 하는데 그때는 가보고 싶은데... 입대하는 모습도 못 봤어요. 내가 망루에 있어서. 아들 녀석이 여기는 왔다 갔는데...” 라며 눈시울을 붉히셨다. 더 이상 가슴 먹먹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지부장님과 인터뷰를 마치고 다시 천막으로 내려 왔을 때 정말 반가운 분들이 오셨다.


 



잘생긴 얼굴과 포근한 뱃살을 뽀샵 처리 부탁해서 그렇게 해 드린다. 절대 부러워서 이렇게 하는 거 맞다.


 


제주 강정마을에서 만나 커플이 되어 전주국제영화제 보러 오셨다가 들리셨다는 커플.


그랬다. 시민 여러분이 그냥 이렇게 와서 관심 가져 주시고 파이팅 해 주고 가면 된다. 전주 시외버스터미널 바로 옆에, 전북고속 파업 현장과 50일 가까이 단식을 이어 가시는 남상훈 지부장님이 망루에 외롭게 있다. 여러분의 관심이 그들을 살리고 우리를 살릴 수 있다.


 


앗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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