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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4. 30. 월요일

아외로워

 

 

 

 

멘붕이란 무엇인가. 멘탈이 붕괴하는 것이다. 그것은 아마도 돌이킬 수 없는 과거에 대한 회한일 것이다. 마땅히 이루어져야 했던 현재와, 실제로 이루어진 현재 사이의 괴리에서 오는 당혹감이나 좌절감일지도 모른다. 멘붕을 명확하게 정의하긴 어렵지만 멘붕의 이데아적 사례를 찾는 것은 비교적 쉽다. 우리에겐 멘붕의 대명사, 이 시대 멘탈의 경향을 선도하며 '멘붕' 이라는 아호를 얻으신 멘붕 김용민 선생이 있기 때문이다.

 

 

 

 

 

총선 이후, 시커먼 수염을 달고, 한밤 지하에서도 선글라스를 쓰고 다니며, 낯선 사람들과 마주치기 싫어서인지 고집스럽게 딴지일보 사무실에 딸린 조그만 투명 화장실을 애용하는 그를 보며 많은 생각을 했다.

 

 

 

 

 

 

 

 

 

 

일단 '저거 저 사람 저러다 큰 일 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또한 문득 사무실에 나타나 "아이고 이거 제가 이걸 할 줄을 몰라서 아하하 미안합니다" 라며 수줍게 뭔가를 부탁하는 그를 보며, '왜 저런 착한 사람이...'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무엇보다도, 멘붕한 김용민에게서 멘붕한 나의 내면을 보는 것 같아 더욱 마음이 아팠다. 확실한 것은 그 멘붕이라는 것이 사람을 참 초라하게 만든다.

 

 

 

 

 

총선 직후 자폭 일색이었던 트위터 타임라인도 그렇고, 김용민이 총선 직후 기르기 시작한 수염도 그렇고, 총선 열흘쯤 뒤에 내가 사무실에서 부렸던 꼬장도 그렇고, 그 멘붕이라는 거 참 사람을 초라하게 만든다.

 

 

 

 

 

이러한 집단 멘붕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집단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집단 멘붕은 집단적으로 치유해야 한다는 이 탁월한 처방은 칼 융과 뒤르켐 등에 의해 주창되었을 법 하지 말란 법도 없다.

 

 

 

 

 

이런 정신분석학적 고찰과 분석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혹은 있을 리가 없었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나꼼수는 지난 4월 29일, 한강 시민공원에서 집단 멘붕 집단 치유를 위한 집단 운동회를 열었다.

 

 

 

 

 

 

 

 

 

 

한 많은 세상 한바탕 운동으로 털어버리자는 이 운동회에는 총선 이후 멘붕 증상에 시달리는 수많은 무고한 시민들과, 4월 11일에 낙선한 정치인들이, 뭐가 잘났다고 많이들 모여들었다.

 

 

 

 

 

 

 

 

 

 

아마 오늘 운동회 최초의 행사라고 해도 나쁘지 않을 장면이다. 나꼼수 3인의 폭풍식사

 

 

 

 

 

 

 

 

 

 

'김어준총수 수염차'. 결코 마시고 싶지 않은 브랜드지만 날씨가 워낙 더워서 어쩔 수 없이 받아마셨다.

 

 

 

 

 

 

 

 

 

 

아직 멘붕의 기운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멘붕 김용민 선생의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측은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나꼼수 3명과 수많은 시민들에 이어 낙선한 정치인들이 모여들었다. 물론 낙선도 아무나 하는 것도 아니다.

 

 

 

 

 

 

 

 

 

 

4대강 저격수로 활약하던 김진애 의원은 공천조차 못 받지 않았던가.

 

 

 

 

 

 

 

 

 

 

 

 

 

 

어느 때보다도 쟁쟁한 낙선 정치인들 사이에서, 유달리 돋보이는 유일한 당선 정치인이 있었으니 그는 바로 정청래. 그는 이름조차 부를 수 없는 정치계의 아이돌, 강용석을 누르고 당선됐다.

 

 

 

 

 

 

 

 

 

 

시민들 사이에서 웃음을 되찾는 김용민.

 

 

 

 

 

 

 

 

 

 

 

 

통합진보당 비례 14번을 받고 낙선한 서기호 전 판사, 서초갑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민주통합당 이혁진 후보.

 

 

 

 

 

 

 

 

 

 

수염을 깎아서 못 알아볼 뻔한 강기갑 전 의원은 정동영 전 의원과 동갑이다.

 

 

 

 

 

 

 

 

 

 

맛있는 것도 먹고

 

 

 

 

 

 

 

 

 

 

 

 

 

 

나들이 나온 시민들과 함께한 김용민이...

 

 

 

 

 

 

 

 

 

 

드디어 활짝 웃기 시작한다.

 

 

 

 

 

 

 

 

 

 

 

 

 

 

고양이 차림으로 깜짝 등장해서 괜히 아이 한 명을 울린 김용민은, 드디어 이날 예정됐던 중대발표를 한다. 다른 말 필요 없다. 동영상으로 보도록 하자.

 

 

 


 

 

 

 

 

 

 

 

 

 

 

 

 

어쨌든 저쨌든 성황리에 끝난 행사에서 어떤 사람들은 나꼼수의 인기를 볼 것이다. 얼마 전 예비군 훈련장에서 예비군 정훈교육을 담당했던 퇴역 장성께서는 남한 내 종북세력의 위협을 볼지도 모른다. 여기에서 무슨 거창한 정치적 의미를 찾지 말라는 법도 없으나, 이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이 하나 같이 원하는 것은 단순한 위안이었다.

 

 

 

 

 

나쁜 지도자는 국민을 혹사시키고, 학대하고,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한다. 민중은 무기력해지고 좌절해서 결국 그 나쁜 지도자에게 의지한다. 이해하긴 어렵지만 역사가 입증한 사실이다.

 

 

 

 

 

운동회에 모인 사람들은 나쁜 지도자에게 끝까지 굴복하지 않은 끈질긴 사람들이다. 그들은 상처 입고 지쳤다. 그들에게 위안을 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언제 잡혀갈지 모르는 힘 없는 세 남자와, 이미 잡혀간 한 남자라도 위안이 된다면 그걸로 된 거다. 그래도 이왕이면 이 네 남자에게도 위안이 될만한 무언가가 나타났으면 좋겠다.

 

 

 

 

 

아외로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