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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6. 5. 화요일

워크홀릭


 


지난 [특허전쟁]의 리뷰에서 주목할만한 역사적 사건으로 코닥과 폴라로이드의 특허전쟁을 예로 든 바 있습니다. (폴라로이드는 코닥과의 특허소송에서 이겼지만 코닥과 협력관계의 단절 등으로 결국 문을 닫았죠.)


 


특허소송의 판결에서 승리한 자라고 결코 영원한 비즈니스의 승자가 될 수 없음을 말씀드렸었는데요. 공교롭게도 이번 리뷰에서는 코닥의 몰락을 말씀드리게 됐습니다.


 


아날로그 필름 기술의 선두주자이며, 패러다임을 선도했던 코닥은 digital이라는 시대의 전환기에서 충분한 기술력과 지식재산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찬란한 영광을 이어가지는 못했습니다.


 



[Goodbye KODAK]


 


리뷰에 앞서 힘주어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바로 이 부분입니다.


 


혁신적인 기술, 특허, 상표...... 아주 중요한 기업의 자원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보석들도 비즈니스를 통해 잘 꿰어지지 못하면 그 가치는 빛이 바래질 것입니다.


 


이 책이 일견 흥미로운 특허전쟁의 해설서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얻어야 할 것은 이 책이 제시하고 있는 글로벌 비즈니스의 방향, 모바일과 SNS로 대표되는 전환기의 시대적 인식에 있을 것입니다.


 



[세상을 뒤흔든 허전쟁 자는 구인가? 정우성 지음, 에이콘 출판사]


 


필자는 지난 [특허전쟁] 리뷰에서 농구팀 하나도 구성할 수 없는 4개의 댓글을 받은 바 있습니다. 인과응보였겠죠. ㅜ.ㅜ 특허는 물론 상표, 디자인을 망라한 백과사전 같은 책을 어렵고 또 어렵게 리뷰했으니 당연한 결과였을 겁니다. 하지만 이번 리뷰에서는 최소한 야구팀 하나 정도는 꾸릴 수 있는 댓글이 달리리라 기대합니다. 이 책 특승누(편의상 줄이겠습니다.), 의외로 어렵지 않습니다. ^^


 


미리 말씀드리자면 이 책은 전작 특허전쟁의 2부가 아닙니다. 1년 전 '특허전쟁'이 출간될 당시에는 세인의 관심이 뜨겁던 삼성-애플의 특허전쟁에는 최소한의 페이지만을 할당하고, 특허와 비즈니스 본연에 중심을 두었었죠.


 


반면, 오히려 언론의 관심이 많이 사그러든 현재 특승누는 최근 1년간 일어나고 있는 특허전쟁의 감상법(?)에 엄청난 지면을 할애했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무협지처럼 쓰고 싶었다고 얘기할 정도로 전작에서의 '어렵다'는 반응에 나름 칼을 간 것으로 보입니다. ^^


 


이 책을 통해 특허는 무엇이고, 직접 특허에 관련된 출원이나 지식재산권에 관련된 지식들을 독학하려는 생각이었다면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입니다.


 


이 책은 특허에 대한 지식이 없더라도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앞으로 어떤 시대가 도래할 지를 예상하고 이해해 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 책을 보실 땐 부담 없이 친한 변리사 사무실에 찾아가 커피를 한 잔 마시며, 이것저것 모르는 것 없는 얘기하기 좋아하는 변리사의 수다를 듣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서설이 길었습니다. 이제 책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1. 특허 전쟁 발발의 이유


 


“시장의 강자와 특허의 강자가 불일치하는 순간 특허전쟁이 발발한다.” - 1장. 그들은 왜 싸우는가?, 25p


 


휴대폰 시장의 강자는 명확했습니다. 노키아, 삼성전자, 모토로라... 세상은 평화로왔고 국경은 명확했지요.


 


심해에서 부상하고 있는 (미래)스마트폰의 두 축이 될 구글과 애플의 야망은 세상을 뒤흔들기에 충분했지만, 오랜 평화에 익숙해진 세인들은 그들을 애송이 취급했습니다. 그만큼 강자들의 위세가 견고했다는 방증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구글은 2005년 7월 미국의 벤처기업 안드로이드 사를 인수했습니다.


 


기존 벤처기업들의 M&A와는 뭔가 다르고 위험한 행보였지만, 차고에서 검색엔진을 만들어 운 좋게 돈 방석에 앉은 젊은 친구들이 돈이 넘쳐 감당을 못해 저러지 구글은 그저 소프트웨어 기업일 뿐이라는 세상의 시각은 안일했음을 깨닫는데 채 3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수많은 휴대폰 제조사들은 애플의 아이폰 쇼크에서 구글신(神)의 안드로이드라는 마법의 힐링(healing)을 받으며 목숨을 부지하고 권토중래를 꿈꾸게 됩니다.


 


애플은 오래 전부터 2007년에는 아이폰을 출시하겠다고 큰 소리를 쳤습니다. 소위 애플빠는 물론, 덕후라고 자부하는 사람들은 이미 수 년 전부터 확신을 갖고 아이폰의 출시를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9년 11월에 우여곡절 끝에 아이폰이 출시되었습니다.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아이폰에 대한 저주는 신문 지면을 통해 꾸준히 생산되었지만, 이들의 귀에까지 도달하기에는 맥아리가 없었습니다.


 


결국 애플은 아이폰을 출시했고 명가의 사랑채에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 이유를 한 번에 증명했죠.


 


아이폰 앞에서 전통의 휴대폰 강자들은 눈뜨고 보기 처참할 정도로 지리멸렬했습니다.


 


애플은 명실공히 최강자의 왕좌에 스스로 올랐습니다.


 


그러고 보면 맥베드의 앞에 나타나 재수없는 예언를 하던 마녀들과 혁신적 마인드의 소비자들은 같은 맥락이었을지 모릅니다. 분명 세상은 변했고 어떤 영웅도 영원히 왕좌를 지킬 수는 없었으니까요.


 


애플은 시장의 강자이지만 특허의 강자는 아니었습니다.


 


당연히 수많은 특허로 무장한 전통의 강자들이 애플을 그대로 둘 리 없었습니다.


 


2009년 노키아는 애플을 상대로 특허소송을 걸었습니다. 애플은 2010년 봄, 대만의 HTC를 상대로 특허소송을 제기하며 드디어 전쟁의 서막이 열렸습니다.


 



[누가 이 상황을 전쟁이라 하지 않을 수 있는가?]


 


 


2장. 글로벌 특허전쟁의 배후


 


“삼성전자는 종속변수다.” - 2장. 글로벌 특허전쟁의 배후, 61p


 


이 책을 읽으며, 제가 우려했던 점은 국내 언론들이 흠모해 마지 않는 삼성전자를 계속 초라하게 만드는 저자의 날카로운 분석이 었습니다. 언론의 일방적이고 외곡된 애국적 기업관에 피폭된 일부 독자들에게는 이런 문장 하나하나가 불쾌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갖고 책을 읽어나갔습니다. (실제로 저자 정우성 변리사는 '일시적으로 고용된 전문가들로 추정되는 자들'로부터 개인 블로그에서도 지속적인 공격을 받은 바 있습니다.)


 


그러나 저자에게 이런 비판의 두려움이 없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리뷰를 하는 제가 불편해 할 것이 아니라 저자의 진정성을 드러내는 것이 오히려 비판에 대한 소심한 불안보다는 옳은 선택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시 돌아가서, 화제가 되어온 삼성전자와 애플과의 전쟁에서 적의 백기를 받아들고 개선장군의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무수한 프레쉬를 받으며 인천공항을 들어오는 모습은 보기 힘들 것입니다. 왜냐하면 애플의 적은 삼성전자가 아니라 구글(구글진영)이기 때문이죠. 삼성전자는 구글진영의 대표성을 갖기 힘들며, 애플이 휴전협정을 끌어낼 끝판왕 구글 이전의 스테이지 왕 정도이기 때문이죠.


 


우리가 삼성전자와 애플의 전쟁으로 시야를 좁게 설정하는 것은 글로벌 특허전쟁이라는 숲을 보지못하고 나무에 집착하는 오류를 범하는 것입니다.


 


구글진영과 애플진영은 이해관계에 따라 다음과 같은 피아구별이 갖추어진 상태입니다.


 


구글-모토로라-삼성-HTC   Vs.   애플-노키아-마이크로소프트웨어


 


 


3장. 애플과 삼성전자의 특허전쟁


 


“삼성전자의 표준특허 주장은 우리나라 중소기업, 벤처기업, 신출내기 기업, 개인의 관점에서 보자면, 응원할 대목이 아니다. 삼성전자가 성공한다면 그 위험은 부메랑이 되어 우리 중소기업에게 돌아온다.” - 3장. 애플과 삼성전자의 특허전쟁, 99p


 


위의 문장은 표준특허가 준수해야 할 한계를 명확히 정의하는 문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삼성이 애플과의 특허소송에서 결정적으로 실수한 부분이지만 언론을 통해 잘못 알려진 점은 바로 삼성은 표준특허를 갖고 있어, UI 따위의 별로 기술적이지도 않은 특허를 갖고 있는 애플은 한 방에 무너질 것이라는 예측이었습니다.


 


그러나 표준기구가 표준특허권자에게 부여한 FRAND(Fair, Reasonabel and Non-discriminatory) 규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오판이었습니다. 표준특허권자는 의도적으로 자신의 특허들을 숨겨서는 안 되며,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인 라이선스 부여를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왜냐구요? 어느 후발업체나 반드시 지킬 수 밖에 없는 ‘표준’이라는 강력한 코어를 갖고 있는 힘 있는 자이기 때문이죠. 아주 힘이 쎈...


 


삼성이 자신이 가진 힘이 시장의 공정한 거래를 위해 제어되어야 한다는 걸 인지하지 못한 것은 어쩌면 국내에서 삼성이 갖고 있는 무소불위의 위상이 그 이유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우연히 리뷰 도중 만난 업계 관계자로부터 전해 들은 재미있는 얘기가 있습니다. 삼성 출신 엔지니어들이 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에 의거, 후환이 두려워 퇴사 후 1년 정도는 전직 후의 신분이 노출되지 않도록 알바(?)생활을 한다는군요. 이런 업계의 제보를 들으니 더더욱 이번 전쟁에서 삼성이 가졌던 오만에 가까운 대응은 아마도 국내에서 누렸던 대우(?)가 그 이유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4장. 네 개의 국면


 


“애플과 삼성전자의 특허전쟁은 아직 현재 진행 중이며,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질기고 오랜 싸움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 4장. 네 개의 국면, 103p


 


저자는 애플과 삼성전자의 특허전쟁을 시간 순으로 네 개의 국면으로 나누었습니다.


 


제1국면은 애플의 선공으로 시작된 특허전쟁이 개시된 후 무딘 칼(?)을 내밀었던 삼성의 패배.


 


제2국면은 반격을 개시한 삼성전자의 전략이 애플이 쳐 놓은 그물을 뚫지 못한 상태 2011년~2012년 3월.


 


제3국면은 두 개의 탑, 미국과 유럽에서의 방어(2012년).


 


제4국면으로 출구전략의 모색.


 


위와 같이 제시하고 있는데 삼성과 애플의 특허전쟁을 현재는 물론 미래의 방향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삼성은 애플을 압도하는 특허의 보유량을 자랑합니다. 하지만 양이 곧 질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건 업계 관계자가 아니더라도 조금만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홀딱(?) 넘어갈 수 밖에 없던 논리 중에 하나는 “삼성의 특허는 기술의 핵심에 포진된 표준특허이기 때문에 삼성이 소송을 걸면 백이면 백이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다.” 였을 것입니다.


 


반면 저자는 삼성의 표준특허 기반의 맞소송은 삼성이 빼어든 '무딘 칼'이라고 지적합니다.


 


이제 저자의 이 표현에서 표준특허에 대한 지속적인 언급은 좀 더 상세히 얘기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표준특허라는 것은 국제표준화 과정에서 선도적인 기업들이 주도적으로 만들어낸 신기술에서 만들어집니다.


 


일반적으로 국제표준화 과정은 SIG(Special Interest Group) 등이 주도합니다.


 


우리가 쓰는 거의 모든 신기술들(컴퓨터의 통신기술, 휴대폰 기술 등)은 이런 SIG, 국제표준화기구, 전통적 표준화기술의 강자들에 의해 만들어져 왔습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과정, SIG라는 그룹에 속하는 힘있는 기업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기술의 표준화를 유도할 수 있습니다. 이런 문제는 지속적으로 일어났고, 국제표준화 기구는 이런 문제점을 방지하기 위해 국제 표준화 과정에서 모호함을 배제하는 과정, 불필요하게 한 기업에 종속될 수 있는 부분은 배제하고 가다듬어 국제표준을 발표합니다.


 


그리고 이 험난한 과정에서 막대한 자금과 인력을 투입한 회원들에게 보상책으로 표준특허를 갖게해 줍니다. 단, FRAND 규정이라는 제어장치는 달아 놓는 것이죠.


 



[컴퓨터의 저장장치를 위한 통신전송기술인 SATA 구실에 대한 표준문서]


 


 


제 5장. 특허전쟁 그 후


 


“혁신의 시대는 특허전쟁 그 후의 세상이다.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통합된 세계, 제조사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의 세계, 기술과 예술이 통합되는 세계, 인문학적 통찰과 성찰이 중시되는 세계, 이종의 학문과 전문성이 서로 협업하고 융합하는 세계, 개인의 창의성이 글로벌화 되는 세계다.” - 5장, 특허전쟁 그후, 159P


 


이 책이 단순히 ‘사태에 대한 빠른 이해서’에 머물지 않는 것은 책 곳곳에 숨겨져 있는 저자의 진정성 때문일 것입니다. 특히 저자의 이런 애절한(?) 마음이 극대화된 챕터가 바로 ‘5장 특허전쟁 그 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특허전쟁을 현상으로 볼 것인가, 미래 시대의 사전적 징후로 볼것인가? 저자는 후자를 볼수 있는 안목을 독자들에게 선물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특히, 중소기업들이 나와는 먼 나라 얘기로 이번 특허전쟁을 바라볼것이 아니라, 미래 도래할 상황에서 자신들을 이런 세계의 주인공으로 드러나게 하기 위해 이 전쟁에서 어떤 드러남을 봐야 할지를 안내하고 있습니다.


 


 


부록


 


이 책은 I. 특허십계명: 특허와 관련된 오해와 진실, II 각국에서의 특허 소송 진행 상황, III 그냥 읽어도 재미있는 주석이라는 3개의 부록을 싣고 있습니다.


 


꼭 살펴봐야 할 부록은 I.특허십계명으로 저자가 이전에 펼쳐냈던 ‘특허전쟁'의 요약본이라 할 수있습니다.


 


무언가를(특히 어려운 무언가를) 배워야 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쉽게, 기초에 충실하게, 어렵지 않고 재미있게 라는 요구를 지식생산자들에게 요구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초보적 단계에 계속 머물며 안타깝게도 쉽고, 기초적이고 어렵지 않고 재미있게 기초과정이나 입문서를 몇 번씩 반복학습하고 전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책의 재미는 이번 리뷰를 통해 소개되는 ‘특승누'의 손을 들어 줄 수밖에 없지만, 냉정하게 책이 줄 수 있는 지식의 양과 깊이를 따지자면 오늘 리뷰한 ‘특승누’보다는 ‘특허전쟁'의 손을 들어 줄 수 밖에 없습니다. 혹시 이 책을 읽고 특허와 지식재산권에 대해 제대로 알고 싶다는 지적 호기심이 있거나 특허와 브랜드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 현재의 일자리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갖고 계신 분이라면 부록I을 읽기보다는 ‘특허전쟁'을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특허교양서, 특허전쟁]


 


 


특승누(세상을 뒤흔든 특허전쟁 승자는 누구인가) [사러가기]


특허전쟁 [사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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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 @CEOJeonghoon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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