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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총선 결과로 인해 많은 분석과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새누리당 참패만으로 규정짓기에는 복잡한 결과가 나왔다. 국민의당 약진이라는 결과를 본다면 야당 역시 ‘심판’의 대상이 되었다고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민의당 출현으로 새롭게 짜여진 구도는 기존의 진영과 정치구도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다. 이번 총선이 주는 의미가 결코 가볍지 않은 이유다.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민심의 향방을 보니 향후 정국 예측도 쉽지 않아 보인다. 기존 야권과 구별되는 식견을 보여주는 주대환 사회민주주의연대 공동 대표를 만나 이번 총선 결과가 주는 의미와 향후 전망을 들었다. 그의 정국 진단을 음미해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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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 결국엔 해체될 것

 

리버럴(이하 리): 모두가 야권 참패를 예상했는데 여소야대 결과가 나왔습니다. 새누리 패배의 근본 원인은 무엇인가요?

 

주대환(이하 주): 이미 신문에서 나온 얘기지만 가장 직접적으로는 공천과정에서 보여준 여당의 오만이고 더 넓게 보면 박근혜 정권의 실정에서 비롯된 것이겠죠.

 

: 박근혜 정권의 실정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걸 의미합니까? 박 대통령의 불통, 독선 등 통치 방식인가요?

 

: 공천은 이한구 씨가 주도했지만 그 배후에는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의 오만이 있는 거잖아요. 공천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정치 전반을 오만하게 끌어왔다고 볼 수 있겠죠. 안 되는 것은 국회 탓만 하고 말이죠. 그렇다 하더라도 경제를 살린다든지, 성과가 났으면 통했을 겁니다. 그러나 성과조차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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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국민들이 여당에 만족하기가 쉽지는 않아요. 경제가 좋은 경우는 웬만해서는 없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애로 사항이 있으면 같이 해법을 찾아가고 소통도 해야 하는 것이죠. 이렇게 안 좋은 상황에서도 계속 남 탓만 하고 소통도 안 하고 해법도 없고. 이것이 심판의 대상이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 선거 결과 새누리당 내에서 친박이 다수를 점하게 되었는데요, 청와대의 방식이 앞으로도 지속될 경우, 새누리당 입장에서 본다면 정권 재창출이 힘들 거라는 전망이 나올 수밖에 없을 텐데요. 당의 변화를 친박계에서 주도하지는 못하더라도 수용할 수는 있을 거라고 보십니까?

 

: 사실은 난 친박과 비박의 철학적 차이를 모르겠어요. 유승민은 친박과 비박의 차이를 고급스러운 언어로 ‘따뜻한 보수’ 노선과 그렇지 않은 노선(친박 노선)으로 설명하잖아요. 본인을 돋보이는 식으로 잘 설명하고 있죠. 그런데 친박에서는 그런 산뜻한 설명이 없는 거 같아요. 친박의 노선은 분명치 않죠. 시간이 흐르면서 단임제하에 친박은 결국 해체되지 않을까요.


: 이번 총선 결과에서 새누리당이 과반 미달도 치명적이지만, 유력 대선주자, 김무성 오세훈 김문수 등이 큰 상처를 입은 것도 타격일 것 같습니다. 새누리 입장에서는 차기 정권 창출 관련해서 더욱 시계 제로인 상황인데요. 그나마 유승민 의원이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는데, 새누리당 차후 대권 경쟁 구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 외부 사람이 짐작하기 힘들지만, 만약 유승민 중심으로 여권이 재편된다면 정말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큰 폭의 변화가 오겠죠. 여당 내부 변화뿐만 아니라 한국 정치의 판 전체를 바꾸는 것일 테고 대선의 판 자체도 흔들릴 겁니다. 여당의 노선 전체를 바꾸는 것이기도 하고요. 


현재 친박은 온갖 손해를 감수해가며 그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아주 굳은 결의를 갖고 있는데, 모르겠습니다. 과연 그 사람들이 생각하는 큰 정세 변화가 오면 알 수 없죠.

 

 

북한 급변 사태는 다가오고 있는가

 

: 과거 새누리당을 보면 극한 위기 상황으로 몰리면 천막당사 등으로 변화나 혁신의 모습을 외부에 많이 보여주려고도 하고요, 경제민주화, 복지 노선도 과감하게 공약으로 수용하기도 했어요. 그 실현 여부는 차치하고서도 말이죠. 어쨌든 그 당시에는 박근혜라고 하는 구심점으로 뭉쳐서 그런 변화의 모습을 주도했는데, 지금 새누리당은 변화를 주도할 인물이나 세력이 뚜렷하지 않아요. 이런 총선 결과가 나왔는데도 이한구의 태도를 보면 친박은 변화에 대한 절박감이 없는 것 같은데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 글쎄요. 친박이 뭘 믿고 저러는지 잘 이해가 안 되는데... 어쩌면 북한 정세가 굉장히 파국적 상황으로 급히 달려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중국과 미국 정부가 북한을 거의 무너뜨리려고 거의 합의 단계에 오지 않았나 이런 추측도 가능하겠죠. 그렇다면 지금까지 우리가 생각하는 정치구도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겠죠. 그러니까 정세인식을 다른 팀과 전혀 다르게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그런 거대한 변화가 목도해 있다면 현재의 국내 정치적인 상황이나 구도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겠네요.

 

: 그런 상황이 오면, 지금 이러저러한 분란 등은 전혀 중요한 문제가 아니겠죠. 그게 아니라면 저런 태도는 설명이 안 됩니다.

 

: 북한 정세의 급변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보나요?

 

: 급변이라고 한다면 아무래도 북한 정권이 무너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 텐데, 어느 정도 그 가능성이 있기도 하고, 어쩌면 이미 그런 길로 들어선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지금 정권에서 그런 판단을 내리는 사람들이 허황된 것만은 아닌 것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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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점에서 그런가요?

 

: 이번에 중국이 제제에 동참하는 것은 이전과는 전혀 다르죠. 북한에서 받아들이는 강도는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일 겁니다.

 

: 그럼에도 현재 북한은 계속 강경일변도로 치닫고 있는데 그 변화 가능성도 없다는 얘기인가요?

 

: 그러기엔 좀 늦은 게 아닌가, 기회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고요. 그런 급변이 대선 전에 일어나게 될지, 그 후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 그 북한 변수가 한국 정치판을 크게 흔들 것이다, 이런 생각은 듭니다.

 

 

오른쪽 주먹으로 새누리, 왼쪽 주먹으로는 더민주를 때려

 

: 야권 얘기로 좀 넘어가 볼까요. 더민주가 수도권을 석권하고 이른바 낙동강 벨트도 뚫으며 상당히 선전했는데, 호남은 빼앗겼습니다. 절반의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국민의당은 호남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전국 지지율은 더민주를 앞섰어요. 이런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합니까?

 

: 정말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어요. 다시 말해서 유권자들이 두 번째 표를 이런 또 하나의 의사 표현의 방법으로 이렇게 유효하게 쓸지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죠. 그 동안 한쪽 팔만 사용해 왔다면 이제는 다른 한 손마저 제대로 쓰며 양손 사용이 가능한 선수가 되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국민은 고민을 많이 한 끝에 오른쪽 주먹으로는 새누리당을 때리고 왼쪽 주먹으로는 더불어민주당을 때린 것이죠.

 

: 3당 체제가 다시 들어섰는데, 소선구제 단순다수 대표제는 양당제로 수렴된다는 두베르제 법칙이 흔들렸다는 해석이 가능합니까?

 

: 그런 법칙은 장기적인 추세를 말하는 것이고요, 일시적으로 강력한 3당이 나타날 수 있죠. 특히 지역정당이 있는 경우에는 캐나다 같이 제3당이 존속할 수 있죠. 영국도 양당 체제이지만 스코틀랜드를 기반으로 하는 지역 정당은 3당으로 존속하잖아요. 또 지역 내에서 본다면 양당 내에서 경쟁하게 되니까, 또 그 법칙이 관철된다고도 볼 수 있겠죠. 이번 호남의 경우에도 그렇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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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남이 왜 국민의당을 선택했을까요?

 

: 피상적으로 본다면 호남이 친노를 거부한 것이지만, 그것을 더 깊이 들어가면 호남이 전대협, 486, 낡은 진보를 거부하고 있다, 이렇게 봅니다. 즉 안 좋은 의미로서의 빨갱이, 낡은 진보라는 의미에서의 그런 빨갱이들 따가리 노릇하는 것을 거부하는 것으로 보는 거죠. 왜 우리가 그렇게 빨갱이 소리를 들어야 하는데 이런 생각인 거죠.


어떤 점에서 보수화로 보이기도 하고 어떤 점에서 세속화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그 심층적 의미는 운동권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친노의 헤게모니를 지역에서 뒷받침해주는 것을 거부한 것이다?

 

: 경상도를 기반으로 하는 문재인 중심의 친노라기보다는 전대협으로 대표되는 486 운동권, 그런 류를 거부하는 것이죠. 왜 우리가 걔들과 함께 빨갱이라는 오해를 받아야 하나. 말하자면 이런 것이죠.

 

: 아까 세속화라고 말씀하셨는데, 더민주의 코어 지지층 중 일부는 호남의 민주화 운동, 광주 정신 그런 것에 부채의식을 많이 가졌는데 이제 그것을 버릴 때가 되었다고 하는데요.

 

: 그게 어떤 건지 잘 모르겠지만, 사실 세속화를 해야지요. 어쨌든 호남이 먼저 광주의 기억, 정신, 그런 것을 먼저 벗어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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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 문재인은 김종인을 내세워서 총선을 치렀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 이유는 뭐 뻔한데, 실제로 그렇게 한 것이 신기한 일이죠. 정말 잘한 일을 한 거죠.

 

: 이번 총선에서 김종인이 기대한 만큼 역할을 했다고 보십니까? 또는 그 영향이 크게 미쳤다고 보나요?

 

: 김종인 선생이 의사를 자처하고 암 수술을 하겠다고 공언했는데, 그 결과만 보면 아직까지는 잘 못 했던 것 같아요. 그러나 환자가 수술을 받으려고 의사를 모셨구나, 당장에는 수술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더라도 저 환자가 자신의 병을 알고는 있구나, 이런 인식을 국민에게 보여준 것은 굉장한 일이죠. 그렇게 보면 시간의 촉박함도 있고, 치료가 완치되지 않은 상태지만, 제대로 된 길로 들어서려는 중이구나 그렇게 국민들이 판단해 준거죠.

 

: 앞으로 치료가 잘 될 거라고 생각합니까?

 

: 모르죠. 이렇게 국민이 좋아하는 것을 보고 그런 치료 노력을 계속할지는 두고 봐야죠.

 

: 그렇다면 앞으로 김종인에게 계속 대표를 맡길 수 있느냐가 그 의지를 가늠할 시금석이 되겠네요?

 

: 그렇겠죠.

 

: 이번 선거의 다른 측면을 보자면, 손학규가 떠오르는데요. 어떻게 하다 보니 패자 아닌 패자인 셈이 된 것 같습니다. 김종인 대표는 정계 복귀할 명분과 기회를 잃어버렸다고 하던데요. 손학규의 앞으로 행보는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 김종인 대표가 본인이 그렇게까지 몸을 굽혀서 모셨는데도 안 왔으니 마음이 불편하고 기분이 나빠서 그렇게 한 거 같은데요. 사실은 누군가가 김종인 대표에게 손학규를 초청하라고 건의했겠지만, 건의 자체가 무리였던 것 같아요. 손학규계 사람들이 더민주에도 있고 국민의당에 흩어져 있는데, 며칠 남지도 않은 상태에서 그런 요구는 좀 그렇죠.


자신(손학규)에 대한 기대가 높은 호남에서 국민의당이 크게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더민주당을 지지하라는 것은 곤혹스러운 요구인 거죠. 손학규가 전남 강진에 머물러 있는 것은 그곳이 마음이 편하기 때문 아니겠어요? 호남 사람들에게는 말이죠 지금 안철수냐 손학규냐 이것에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거의 같은 사람인 거죠.



안철수, 2절을 부르지 못하는 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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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 말이 나왔으니 여쭤보겠는데요. 이번 총선을 거치면서 어떤 강단이나 뚝심을 보여주면서 존재감이 크게 부각되면서 정치적으로 성장했다는 인상을 강하게 심어줬는데요. 윤여준 전 장관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철수 대표를 두고 새정치의 내용, 알맹이를 채워야 한다고 주문했어요. 안철수에 대해 정치권의 일반적인 시각도 이와 대동소이한 것 같은데요. 주 대표께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 기대 이상으로 잘한 것 같은데요. 여기서 ‘잘한다’는 말은 일관되게 자기 뚝심대로 밀고 나간 뭐 그런 것인데, 아직은 노래를 1절만 부르고 2절은 안 부르고 있죠. 아직 2절 가사를 못 써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는 2절을 부르지 못하는 가수라는 생각입니다.


: 앞으로 안철수 대표가 2절을 부르는 데 성공할 것 같습니까?

 

: 글쎄, 그 사람이 20대나 30대라서 앞으로 경험을 쌓고 발전해서 대선후보가 된다든지 그런 게 아니잖아요. 대통령감이 될 만한 인물로 성장하려면 많은 숙성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대선까지의 시간은 많이 남지 않았잖아요. 그 사람이 나이가 50이 넘었는데 어려울 겁니다.

 

: 국민의당 내부를 보면 안철수뿐 아니라 정동영, 천정배 등 대선 주자로 평가되는 분들도 있구요, 또 호남의 기반을 둔 그 분들은 종국엔 야권 통합론으로 기울지 않겠습니까? 국민의당 내부가 이처럼 균열적 요소를 갖고 있는데 국민의당 향후 진로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 국민의당은 전혀 안정적인 당이 아니죠. 대선 때까지 이 모습 그대로 존재한다? 저는 상상이 잘 안 됩니다.

 

: 결국 내부 분열은 불가피하다고 보시는군요?

 

: 분열을 안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도 아니고요. 아까 유승민 의원 얘기도 나왔는데, 기존 구도가 깨졌지만 새로운 구도가 잡힌 건 아닌 상황이기 때문에 대선을 앞두고 새로운 판이 짜여질 수도 있다, 이렇게 봅니다. 국민의당이 쪼개져 나오면서 상당수는 여당으로 가고 나머지 한쪽은 야당으로 갈 수도 있다고 봅니다. 철학적 베이스가 같으면 그럴 수도 있는 거죠.

 

: 여야로 각자 흩어진다?

 

: 그게 더 바람직할 겁니다. 비전을 중심으로 재편되야 그것이 정치의 발전이지, 정체성도 분명치 않은데 지역기반 정당으로 존속하는 것이 제대로 된 일은 아니죠.

 

: 19대 국회까지 보면 지금까지 진보정당이 제3당으로서 위치를 점했는데,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당 빛에 가려 제4당의 지위로 떨어졌어요. 지난번보다 1석 늘었지만 존재감은 현격히 줄어든 느낌이 없지 않습니다. 진보정당 진로를 어떻게 보십니까?

 

: 노회찬 후보 경우도 문재인 의원이 단일화에 적극 나서서 만들어주다시피 했는데, 제1 야당에 대한 의존도가 더 높아졌다고나 할까. 내부 일각에서는 더민주당과 합쳐야 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는 모양인데, 그게 맞을 겁니다. 그런데 기왕 이렇게 버텨왔으니까 앞으로 대선 국면을 앞두고 여야 구도가 바뀌는 시점, 정치 재편이 진행되는 시점에 자연스럽게 진로 선택을 해도 늦지 않을 겁니다.

 


합리적 보수와 진정한 진보의 양당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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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앞으로 진보정당 노선은 어떻게 될 거라 생각하십니까?

 

: 그동안 진보정당은 주류 정당이 있고 그 바깥에 존재하는 방식으로 생존해왔잖아요. 그러나 앞으로는 그런 모습이 아니라 두 개의 주류 정당 중의 하나로서 진보정당으로 존속할 겁니다. 그렇게 진행되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 더민주당이 미국 민주당 모델로서의 진보정당이 된다는 뜻입니까?

 

: 그렇게 말하면 진보의 색이 진하지 않다든지, 다양한 칼라가 섞여 있다든지 하는 방식의 현재의 미국 민주당을 염두에 둔 것 같은데, 최근의 미국 민주당과 비교하자면 그보다는 색이 더 진하고, 색깔의 종류도 적은 그런 진보정당일 겁니다.

 

: 그것은 한국 정치가 발전, 진보하고 있다는 현상으로 볼 수 있는 건가요?

 

: 그렇죠. 말하자면 유승민 씨가 말하는 그런 노선의 보수정당이 만들어진다면 그렇게 되겠죠. 사실 유승민 씨가 얘기하는 것과 안철수의 말과 큰 차이가 있습니까?

 

: 없죠.

 

: 유승민이 주도하는 노선의 그런 보수정당이라면 거기에 대립하는 야당이라면, 그 때는 정말 흔히 우리가 말하는 (진정한) 진보정당 그런 노선으로 가게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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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유럽의 사회민주당과 유사한 컬러의 진보정당?

 

: 유승민류의 노선이 보수정당 노선으로 자리 잡혀진다면...

 

: 어쨌든 현재 야당은 그것과 차별화를 어떻게든 해야 하니까.

 

: 그럴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김종인 선생도 그렇고 안철수도 모두 낡은 진보는 청산하자고 하는데 같은 목소지 않습니까. 국민들도 호응을 했잖아요. 낡은 진보, 운동권 청산하자. 여기서는 뭐 안철수나 김종인 차이가 없죠.


그럼 청산한 다음에 뭐 할건대? 그렇게 되면 낡은 진보 대신 새로운 진보 하자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밖에 없잖아요. 경제민주화니 뭐니 하지만, 사실은 독일 사민당이라든지 이런 곳에서 이미 실천에 옮겨 졌던 정책들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게 되겠죠. 아까 말했던 그 ‘2절’의 내용이 이런 게 아니겠어요? 대선에서 앞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두고 경쟁에 벌어진다고 하면 아마 훨씬 더 급진적인 얘기들이 쏟아져 나올지도 모릅니다.

 

: 그렇다면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결국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보수-진보의 구도로서 한국 정치가 양분된다고 볼 수 있겠네요?

 

: 그럴 수밖에 없죠. 지금 한국의 사회 경제적 현실이 이미 선진자본주의, 유럽 등이 경험했던 문제 -빈부 격차라든지- 등을 겪는 그런 단계까지 왔잖아요. 그런데도 정치가 여전히 그 이전 즉, 빈부 격차가 심하지 않았던 시절에 계속 머물러 있을 수는 없겠죠.


그런 관점에서, 이번 총선은 적어도 그 길로 가는 데 방해가 되었던 장애물은 깼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가령 기존의 진영론 틀이 깨졌잖아요. 김종인 같이 저쪽 진영에 있던 분을 데리고 온다든지 해서 말이죠. 호남의 안철수 선택도 탈진영의 움직임 아니겠어요. 이렇게 기존의 구도가 좀 무너지고, 경계선도 왔다갔다 하잖아요. 그럼 결국엔 새롭게 진영을 다시 갈라야 하는데, 뭘 갖고 가르겠어요?



진영을 허문 20대 총선, 그리고 대선

 

: 그렇다면 사회경제적 비전을 두고 결국 진영이 새롭게 구축될 수밖에 없다는 말씀이겠네요?

 

: 그렇죠. 총선이 기존의 진영을 깨는 과정이었다면, 대선은 새롭게 진영이 재편되는 과정일 거라고 봅니다.

 

: 그런데 말이죠, 야당에만 국한해서 볼 경우 이번 총선에서 더민주당 후보로 당선된 분들 면면을 본다면 그 분들이 새로운 진영을 구축할 수 있는 마인드나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겠습니까?

 

: 글쎄, 국회의원 개개인이나 그 구성원들 생각을 총합해서 그렇게 된다는 뜻은 아니죠. 그와 무관하게 진행될 겁니다.

 

: 마지막으로 대선 관련해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그동안 대선은 일(一)여다(多)야 구도로 진행되다가 막판 야권에서는 후보 단일화 과정을 거치며 결국엔 1:1 구도로 치렀는데요, 이번 국민의당 안철수는 야권 통합이나 야권 연대는 안중에 없는 듯이 하고 있습니다. 이번 대선은 다자구도에서 치러질 가능성이 높지 않겠습니까? 어떻게 보시나요?

 

: 그건 현재의 3당, 4당 체제가 그때까지 존재한다는 걸 전제로 한 거잖아요? 현재의 구도가 그때까지 지속될지는 알 수 없죠.


: 지금 분위기를 보면 더민주당 후보로 문재인이 기정사실화되고 있잖아요. 지지율도 그렇고요. 그런데 김부겸 등 내부 경쟁자도 만만치 않고, 문재인의 표 확장성에 대해서 의구심을 표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대선 후보로서 경쟁력을 본다면 야권에서 누가 유력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 음... 아마 지금 시점에서 보면 문재인 대 안철수를 생각하는 분이 많을 텐데, 문재인이 후보가 되지 않기를 원하는 사람들, 가령 박지원 같은 사람들과 함께 야권 재편이 이루어진다면 재편된 야당 안에서 손학규를 후보로 만들려고 나설 가능성도 많지요. 그 사람들은 문재인에 대적할 대선 후보감으로 안철수를 보지 않기 때문에 다른 카드를 생각하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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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시각차 때문에 국민의당에서 균열이 일어난다면 새누리당에서 안철수를 영입할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겠네요?

 

: 아마 우리 경선에 오라고 손짓할지도 모르죠. 장기적으로 보면 말이죠. 호남 사람들도 꼭 새누리당이라서 안 된다, 이런 인식도 많이 달라지게 될 겁니다.

 

: 네, 말씀 잘 들었습니다. 장시간 인터뷰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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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대표의 말대로 20대 총선으로 판이 크게 흔들렸다. 유권자들의 선택으로 지역주의가 완화됐고, 바로 그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었던 양당 체제에 금이 갔다. 이렇게 대한민국은 또 한 걸음을 내딛었다.


2017년 대선까지는 단 1년 8개월이 남은 상황. 대선 레이스를 앞두고 정계개편이 불가피해 보인다. 어쩌면 우리에게 각 정당이 내걸은 가치 아래 해쳐모여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온 걸지도 모른다. 한국 정치가 이 기회를 이용해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 제자리로 돌아갈 것인가. 흥미롭게 지켜보기로 하자.






리버럴


편집: 딴지일보 coco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