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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공회의소가 5월 6일을 임시 공휴일로 정해 5일 어린이날부터 8일 일요일까지 4일간 휴일을 통해 내수 진작을 이루자고 정부에 건의를 했다고 한다. 청와대는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답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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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공회의소라는 단체는 말 그대로 '상인과 공인의 권익을 대변하는 단체'로 과거에야 상인과 공인이지, 현재는 상공회의소 회원인 기업들의 권익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흔히 말하는 경제 4단체로 꼽힐 만큼 역사와 전통이 있는 단체이다. 일본의 상공회의소를 모방하여 1884년에 세워졌으며 우리가 잘 아는 워드프로세서 검정에서 샵(#)메일 논란까지 누구나 한번은 들어봤을 단체이다.


최근에는 위세가 쪼그라들어 기업조사 및 정보제공이라는 본연의 사업인 기업 정보 서비스(코참비즈넷)을 폐쇄했으며, 총선 전 대통령이 국회를 압박하기 위해 벌였던 경제법안 통과 요구 서명을 주동했으니 관변단체라는 소리를 들어도 딱히 반론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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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카께서 참여를 호소하신 서명운동에 관심이 많은 곳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갑작스레 작년(2015년) 8월 14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한 바 있다. 소비 진작이라는 명분과 함께 높은 분이 내려주신 은혜에 천한 것들이 감복하여 지지율 확보라도 될까 기대했었으나 되레 여론의 한편에서 쏟아지는 비판에 당혹해 하는 모습이었다.


올 5월 6일 임시 공휴일은 작년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대한상공회의소를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대한상공회의소를 공공기관을 착각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저 비영리 민간단체일 뿐이다.)


민의를 받아들여 임시공휴일을 선포하며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을지 모르나 작년 8월 14일의 그것과 다르지 않은 민심의 모습을 SNS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우리 회사는 그냥 일한다는데요, 돈이 있어야 어딜 놀러 가죠." 등등의 불만은 작년과 다르지 않은데 임기 말이라 그런지 갑자기 쌍욕도 툭툭 튀어나오는 모양새다.


공휴일은 법에 의해 정해진 ‘공무를 쉬는 날’이다. 엄격히는 정부 및 공공기관이 쉬는 날인데, 정부 관공서가 쉬고 한국은행이 쉬는데 굳이 기업들이 일을 해봐야 업무 진행이 안 되니 다 따라서 쉬게 되는 흐름이다. 하지만 대형마트나 극장, 공사 현장과 같은 곳들이 이 휴일을 따라갈 필요는 없다. 이미 계약된 수출 선적을 위해 공장은 돌아갈 것이고, 임시공휴일이 있으리라 예상하지 못했던 병원과 같은 곳은 예약된 진료를 받아야 할 것이다.


이게 웬 떡인가 싶은 한가로운 사람들도 있겠지만, 휴일은 남 얘기고 ‘나 같은 건 목구멍이 포도청이니 사장이 하라는 대로 일이나 해야지.’라며 박탈감 속에 5월 6일을 보낼 사람도 있을 것이다. 고단한 삶 속에 하루 쉬는 날을 만들어줘도 이 삐딱한 민심은 도대체 고마워할 줄은 모른다며 심기가 불편할 청와대에 한 말씀 드려야겠다.


정부는 노동법 개정을 통해 특별연장근로 및 탄력적 근로 시간제 확대를 꾀하고 있다. 이 법을 밀어붙여 통과시킨다면 노동자는 일주일에 60시간을 일하게 될지, 70시간을 일하게 될지 모를 일이다. 그 와중에 임시 공휴일이라는 선심성 휴무가 노동자들의 눈에 고맙게 보일 리 만무하지 않겠는가?


조삼모사는 원숭이에게나 통할 일이지 그게 어디 사람에게 할 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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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JTBC>


그깟 임시 공휴일, 어차피 샌드위치데이에 공장 문을 열어봐야 전기세만 나간다고 생각하는 사장님들이 알아서 쉬게 할 일이었다. 소비 진작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면, 최저임금 6,030원을 7천 원이든 1만 원이든 올려서 늘어난 임금이 소비로 전환되게 했어야 마땅했다.


혹여 노동자의 고단한 삶에 작은 기쁨이라도 선사하고 싶었던 선의라면 어서 서둘러 2017년 5월 1일 노동자의 날이 법정 공휴일이 되도록 지정해 주길 바란다.


대한민국은 왕정이 아니다. 우리에게 빵 하나 던져주고 고마워하길 바라지 마라.






워크홀릭

트위터 : @CEOJeonghoonLee


편집: 딴지일보 coc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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