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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8. 10. 금요일

춘심애비


 


 


1. 문제


 


거두절미하고, 문제의 트윗을 보자.


 



친박들의 공천장사에 관한 재트윗:'공천헌금'이 아니라 '공천장사'입니다 장사의 수지계산은 직원의 몫이 아니라 주인에게 돌아가지요 그들의 주인은 박근혜의원인데 그년 서슬이 퍼래서 사과도 하지 않고 어렁뚱땅...



 


가장 말초적이고 직접적인 논쟁은 저 '그년'이 그 그년인지, 그녀는의 줄임인지, 그녀는을 쓰다가 오타를 낸건지 정도 되겠다. 물론 이종걸 의원은 그 '그년'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다음과 같이.


 



'그들의 주인은 박근혜인데 그년 서슬이 퍼래서...'의 문맥으로도 '그년'은'그녀는'의 오타입니다 쬐그만 아이폰 사용때,그리고 한번 보내기클릭하면 정정이 안되는 트위터에서 흔히 있는 일입니다.'그년'본래 제가 하려고한 표현은 아닙니다



 


이런 문제는 확실한 증거를 토대로 추론을 할 수 없다. 사실은 본인만 알거고, 어쩌면 본인조차 잘 모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냥 한번, 우리가 일상에서 비슷한 실수를 했다고 가정해보고, 그 과정을 생각해보자.


 


[caption id="attachment_99193" align="aligncenter" width="346" caption="(출처 : 마이팬)"][/caption]


 


그 유명한 'ㅇ벗어요' 부터 이미 사실상 표준어라 해도 무방한, 뭥미, 업ㅂ어, 오나전 등등의 말들은 타이핑을 하는 과정에서 오타가 발생된 매커니즘을 명확하게 추정할 수 있는 대표적 오타사례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녀는'의 오타라면 대략 이런 결과를 예상할 수 있다.


 



그년는 / 그년ㅡㄴ / 그녀ㅡㄴㄴ



 


여기에, 이종걸의원이 아이폰을 사용한다는 정보에 의거, 아이폰 키보드의 특성을 고려하면 이러한 프로세스를 예상할 수 있다.


 




 


보다시피 [ㅡ] 자판의 위치는 백스페이스키와 바로 나란히 있다. 그렇기 때문에 [ㅡ]를 누르려다가 백스페이스를 누르면 이런 상황이 발생한다.


 


원래는 [그녀] --> [그년] --> [그녀느] --> [그녀는]으로 이어졌어야할 것이


 


[그녀] --> [그년] --> (여기서 ㅡ 대신 백스페이스를 누르고) [그녀] --> [그년]


 


이 부분이 이종걸의원 측을 디펜스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다.


 


하지만 이종걸의원의 트위터를 볼 때, 스마트폰에서 아주 자주 벌어지는 사소한 오타들인, ~~했아요, ~~아기때문에, ~~애서는 등등의 오타도 매우 적은 편이다. 최근 1개월간 트윗에서 'KBS교향악단 여러분 내세요' 정도를 발견할 수 있다. 띄어쓰기는 잘 지켜지지 않지만, 글자수 제한이 있는 트위터 특성상 무시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넘어가고,


 


박원순시장조차도 엄청난 오타로 귀여움(?)을 사고있는 마당에, 1살차이로 동년배인 이종걸의원이 이정도로 오타가 적다는건, 트윗을 하기 전에 한번정도는 오타를 확인하거나, 타이핑을 천천히하거나, 암튼 평소에 오타에 대해 어느정도 신경을 쓰는 스타일이라는 사실을 추정할 수 있다.


 


결국 가능성은 둘 중 하나다.


 


그날따라 트윗을 올리고 다시 읽어보지 않아서, 문제가 제기될 때 까지 본인자신은 그 오타의 존재를 전혀 모르고 있었거나


 


슬쩍 보니 '그년'이라고 쓰긴 했는데, '그녀는'의 줄임말이라고 볼 수도 있으므로 그냥 넘어갔거나.


 


전자의 경우는 그냥 '손가락의 실수'다.


 


후자의 경우는, 이종걸 의원 정도면 온국민이 주목하는 정치인은 아니고 팔로어도 38000 정도 수준이기 때문에,


 


팔로어가 십만단위를 넘어가는 정치인들에 비해서는 이러한 사안에 대한 민감도가 낮아서 발생한 '판단 실수'다.


 


아주아주 냉정하게 판단하자면, 트윗을 올려놓고 뒤도안돌아보고 창을 닫고, 자기가 쓴 내용을 한번도 읽어보지 않는건 졸라게 부자연스러운 일이고, '그녀는'과 '그년'은 얼핏보면 눈에 안띄는 류의 오타도 전혀 아니기 때문에, '판단실수'의 가능성이 좀 더 높다고 보는 쪽이 아주 조금 더 합리적이다.


 


그런데 당근, 이게 중요한게 아니지.


 


 


2. 미스매치


 



 


안티 새누리당 적인 포지션의 사람들이라면, 이종걸 '그년'파문에 대해 기본적으로 같은 생각을 갖고 있을거다.


 


시바, '그년'으로 공천헌금을 막아?


 


이런 일은 예를 들기도 귀찮을 정도로 수도 없이 많았다. 아주 사소한 내용으로 엄청난 비리와 의혹을 묻어버린다. 상식적으로는 그 심각성의 크기가 너무도 큰 격차를 보이는데도, 어떻게든 그림을 만들어서 물타기에 성공하는 모습. 뭐 걔네들의 전매특허 아니겠는가. 독재 vs 민주화를 지역감정으로 물타기할 때 부터 말이다.


 


이러한 미스매치, 상대방의 눈꼽으로 내 똥덩어리를 덮는 능력.


 


그 능력이 구현 가능한 이유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근거를 보자.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언론장악. 주변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다. 조중동과 공중파를 꼭두각시로 만들어두고, 지들에게 유리한 보도만 내보내고 불리한 보도는 안내보내는, 졸라 말초적이고 원시적인 전략인데 이게 통해버려서 어처구니가 없는 그런 상황. 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 자유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 어느때보다 깊이 깨닫고 있는 요즘 아니겠는가. 김용민 막말파문때도 드라마 중에 속보 자막을 깔아버리는데 할말 다했다.


 


이 언론장악을 통한 여론조성을 활용하면, 막말로 가카가 역대최고의 지도자가 될 수도 있고, 괴벨스 말처럼, 누구든 범죄자로 만들 수도 있을거다.


 


하지만 이것만이 그 이유의 100%는 아니다. 언론장악이 용의 모든 몸체를 그린거라면, 눈알에 점을 찍는 것 까지 처리되는 건 아니라는 것. 예를 들어 아무리 모든 언론에서 어떤 여배우에 대해 최고라고 조장을 해도, 실제로 그 배우의 외모와 연기력과 성격이 정말 매력적이어야먄 대중들이 그녀를 최고라 인정하기 때문이다.


 


즉, 여론조성을 하고 싶다면 '언론장악'이라는 강력한 수단에, 여론이 조성될 수 있는 '컨텐츠'를 실어야 그 여론조성은 완성될 수 있다.


 


이 '컨텐츠'의 성격, 다시말해 어떤 종류의 컨텐츠가 삽시간에 천리밖까지 퍼져나가고 어떤 종류가 아무리 쏟아부어도 제자리에 맴도는지. 이를 구분하고있느냐 아니냐가 용의 눈깔에 점을 찍을 수 있냐 없냐의 기준이 된다.


 


 


3. 무엇이 용의 눈깔인가


 



 


두가지 비리 상황을 보자.


 



A. 국내 최다 계좌수를 자랑하는 은행의 한 직원이, 1년에 걸쳐 250만개 계좌에서 매월 지급되는 결산이자에서 4원씩을 누락시키고 이 누락분을 빼돌려 1억2천만원을 횡령했다.


 


B. 영국에 본사가 있는 한 투자은행에서, 유가 관련 파생금융상품을 만들고 아랍지역 내전의 거짓루머를 금융가에 퍼뜨려 18억달러의 수익을 낸 반면, 그 거짓루머로 인해 아랍지역의 전후피해 아동을 후원하던 한 대규모후원단체가 후원을 중단하게 됐다.



 


비윤리적 방식으로 천문학적 액수를 거둬들인 대신, 한 지역의 어린이들 인생에 걸림돌을 만든 투자은행의 문제가 객관적인 규모나 피해상황에서 훨씬 심각하다고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저 2개 뉴스를 보고 친구나 가족에게 '야야 이거 봤어?'라고 하게되는건 A의 한 은행에서 벌어진 일일거다.'나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가능성'이 훨씬 높고 그 영향이 직접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본인이나 주변인이 그 은행에 계좌가 있다면 당연히 통장정리를 한번 해볼거고 말이다.


 


반면 영국의 투자은행의 경우는, 직접적으로 나와 관계가 없는데다가 원래 그쪽바닥은 그렇다는 인상도 있기 때문에 이성적 판단결과와는 무관하게 저 소식 자체가 나의 행동에 어떤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거다. 영향을 끼치는 부류가 있다면, 아랍권의 전후피해아동에 관심이 있는 부류거나 저런 파생상품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부류일게다.


 


다시 말해서, '이 일은 얼마나 심각한가'에 대한 판단결과가 나의 구체적 행동에 끼치는 영향의 근거는 아니라는거다.


 


그러면 다시 이종걸의 '그년'을 보자.


 


공천헌금 문제는 당연히 졸라게 중요한 사안이다. 하지만 그 문제가 밥먹고와서 인터넷 뉴스 보는 한 시민에게 끼치는 영향은, 졸라게 쓰리쿠션이다. 이런일이 계속 묵과되면 좆같은 인간들이 국회의원이 되는거고, 그러면 국민들을 위한 법안이 아니라 지들을 위한 법안이 통과되는거고, 세금이 버려지는거고, 나라 경제는 병신이 되는거고, 그러면 그 한 시민의 삶이 힘들어진다.


 


그 한 시민이 이 사실 모두를 졸라게 잘 이해하고 깊이 분노하고 있다고 치자. 그때 내가 그 사람옆에 가서 큰 소리로 이렇게 말한다.


 


야 이 씨발년아.


 


이 순간 어느쪽의 분노가 더 직접적으로 발현될까. 새누리당 공천헌금에 비하면 왠 듣보잡이 욕지거리 한 정도는 그냥 넘어가게 되나? 당근 아니다. 일단 공천헌금이고 나발이고 간에 나한테 화를 내겠지. 어따대고 욕이냐고.


 


인간은 원래 그럴 수 밖에 없다. 이념, 가치관, 환경 등과 같이 강력하게 나에게 영향을 끼치는 거시적 요소보다 지금 바로 이순간 나에게 직접적으로 자극을 주는 것에 더 민감하다. 거시적 변화는 적응의 버퍼가 있지만, 직접적 자극은 지금 바로 처리해야하니까.


 



 


그 예로, 인간의 신경계에는 재미있는 특징이 있다. 다덜 아시다시피 인간의 피부에는 여러 감각세포가 있다. 통점, 압점, 냉점, 온점. 이 중 통점이 제일 많다. 생물학자들은 그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아프다는건 일종의 경고다. 아픔을 느끼는 상황이라는건 보통 생명에 위협을 주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 상황이 지속돼서 죽음으로 이어지지 않기 위한 얼럿 시스템이다.


 


그런데 말이다, 통점에 자극이 들어와서 막 아픈 상황, 그러니까 통점에서 신호를 보내 뉴런을 통해 신경으로 그 신호가 전달되고 있는 중에, 같은 뉴런에 연결된 압점이나 냉점 같은 다른 점에 자극이 들어오게 되면 어떻게 될까. 뉴런은 통점의 신호를 유지하고 다른 자극을 무시할까 아니면 그 반대일까.


 


이 경우, 뉴런은 통점의 신호를 일시적으로 캔슬하고 압점이나 냉점의 자극을 통과시킨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어디에 부딪히거나 넘어져서 통증을 느끼면 반사적으로 그 부분을 만지거나 입으로 부는 거다. 그렇게 일반적인 다른 자극을 보내면 통점의 신호 중 일부가 캔슬되기 때문에.


 


이 과정은 보통 이렇게 설명된다.


 


통점은 말했듯 얼럿 시스템이다. 일단 얼럿이 성공적으로 전달됐다면 그 후에는 그 상황을 피해야한다. 그런데 얼럿시스템이 너무 빡세서 일반적인 행위에 방해가 된다면 오히려 그 상황을 모면하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다. 쉬운 예로 검도 대련을 존나게 열심히해서 손바닥이 아무리 아파도, 손바닥의 감각이 아예 없어져버리면 검을 휘두룰 수 조차 없으니까. 그러다가 어느순건 손에 아무 감각이 없을 정도로 아프면, 그건 '이대로 계속 검도 하면 니 손 좆된다'는 더 큰 얼럿인거다. 그 전까지, 손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다면, 순간순간의 아픔보다 손의 감각 자체가 더 중요한 정보인거다.


 


어차피 다 뇌에서 벌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회사에서 짤려도 배는 고프다. 배가 고파도 간지러운건 간지럽다. 나라가 망해도 꼴릴땐 꼴린다.


 


정리하자면, 구체성이 심각성을 이긴다.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영향이, 졸라게 심각하고 간접적인 영향을 이긴다.


 


바로 그 순간에는 말이다.


 


그런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자극이, 용의 눈깔에 점을 찍는다.


 


 


4. 영리한 악행, 어리석은 실수


 



 


서서쏴분덜은 대충 무슨 사진인지 별도의 설명 없이 많이들 아실게다. 모르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비공식 집계로, 한국에서 아가씨가 나오는 유흥업소가 7000개 정도 된다는 말이 있다. 더 많을지 적을지 정확치는 않지만, 어쨌든 수십개~수백개 수준은 확실히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만큼 한국은 술자리에서 여성접대부를 끼고 술을 먹는 남자들의 유흥문화가 일반화됐다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분명히 법적으로 매춘은 불법이다. 명백한 불법.


 


그럼에도 불구, 우리는 한 영업사원이 룸싸롱 접대를 해서 갑님들에게 2차를 보내줬다는 말을 들을 때 '이런 씨바 천하의 좆같은 나쁜새끼!' 이런 느낌이 거의 들지 않는다. 그냥 그런가보다 한다. 원래 다들 그런거니까.


 


이런 상황을 생각해보자. 한 30대 유부남 사업가가 룸싸롱 접대를 받았고, 여성접대부와 2차를 가서 섹스를 했다. 그리고 그걸 어쩌다 와이프에게 들켰다.


 


이런 상황도 생각해보자. 한 30대 유부남 사업가가 동창회에 갔다가 옛연인을 만났고, 와인을 한잔 하다가 옛 추억에 빠져 가볍게 키스를 했는데 그걸 어쩌다 와이프에게 들켰다.


 


둘 중 어느 상황이 더 좆된상황일까. 뭐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다. 하지만, 이렇게 말할 수는 있다.


 


이걸로 투표를 하면, 룸싸롱 상황이 압도적으로 몰표가 나오진 않는다.


 


남편이 사업가로서 여기저기 접대도 하고, 접대를 받기도 하고 하는걸 뻔히 아는 와이프들 중 어떤 사람들은, 남편이 룸싸롱에 가는 것 자체를 그냥 서로 까놓고 얘기하는 경우도 있다. 필자 주변의 한 사업가의 사모님은, 심지어 남편이 룸싸롱에서 술이 떡이돼서 들어오면, 다음날 아침에 본인이 직접 마담과 통화해서 가격을 네고하기도 한다.


 


하지만 남편이 첫사랑과 지속적으로 만나는걸 이런식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경우는 존나게 없다.


 


룸싸롱 상황은 '범죄'지만 한국사회에서 이건 '구조적 문제'라는 인상을 준다. 하지만 능력있는 남편이 첫사랑과 키스하는건 매우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감정의 문제다. 이 둘은 맥락이 매우 다르고, 결과적으로 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문제가, 한 나라 밤문화의 구조적 문제보다, 나에게는 더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종걸의 실수는 새누리당에게 졸라게 좋은 소스가 된다.


 


김문수의 '따먹다'라던가, 정우택의 '관기' 같은 것 보다 훨씬 좋은 소스다.


 


'그년'이라는 욕은 어떤 맥락도 배경도 구조도 없다. 그냥 들으면 기분이 존나 나쁜 말이다.


 


그걸 여당 최강 대선후보에게 썼다. 그녀에게 '516에 대한 입장표명을 분명히하라'는 말이 훨씬 근본적이고 중요한 물음임에도 불구하고,


 


'그년'이라고 칭했다는 사실이 훨씬 구체적이고 직접적이다. 아무 맥락 없이.


 


만약 이종걸이 위의 추정대로 '그년'이라는 활자를 보긴 했으나 순간적 판단미스로 교정하지 않은거라면


 


그 실수는 너무도 어리석다. 마치 오랜만에 만난 첫사랑과 몇시간만 데이트를 하고 다시는 만나지 않기로 하는 것이, 안마시술소에서 매춘하는 것 보다는 훨씬 덜 나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처럼 어리석다.


 


이러한 구조상으로는 대선후보가 곰쓸개를 먹다 걸리는게 500억짜리 비리보다 크다.


 


대선후보가 거리에 가래침뱉는 사진 찍히는게, 주가조작보다 크다.


 


 


5. 재발방지


 


[caption id="attachment_99200" align="aligncenter" width="378" caption="(이미지는 이미지일 뿐, 개인적으로 오바마에게 악감정 없음을 밝힙니다.)"][/caption]


 


이종걸의원에겐 미안하지만, 첫부분에 추론했던 바와 같이 이건 손가락의 실수보다는 판단실수라고 보는 것이 조금 더 합리적이고,


 


혹여 손가락의 실수라고 해도, 본인 및 측근들이 새누리당보다 더 먼저 발견해서 '그년'이라는 활자를 수정할 수 있는 타이밍이 분명 있었을 것으로 추정할 법한 개연성도 꽤 있기 때문에 과실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프로이트 말마따나 그게 무의식의 발현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상황은, 새누리당 및 가카측근 등 저쪽 애들은 항상 용의 몸통 그림을 들고 다닌다. 그냥 점만 찍으면 된다.


 


아직 그들의 언론장악은 건재하니까.


 


그렇기 때문에 경미한 실수를 갖고, 초거대 비리를 물타기하는 모양새에 탄식을 한다던가,


 


남의 눈에 티끌만 보고 제 눈 대들보는 못본다고 새누리당을 비판하는건 시바 너무 나이브하다.


 


틀린말이라는게 아니라, 너무 순진무구하다는거다.


 


그래도 이러한 상황이 벌어지는 이 구조 자체가 졸라게 맘에 안든다면, 역이용할 수 있다.


 


부정적 자극 뿐 아니라, 긍정적 자극도 유사한 구조가 통하기 때문이다.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개선과 발전보다 지금 당장의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이익에 더 관심이 가듯.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이익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 존나 아니다. 당연히 근본적인 개선과 발전이 더 중요하다.


 


하지만, 더 '관심이 간다'는건 다르다.


 


졸라 산좋고 물맑은 알프스 초원에 가더라도 몸매 존나 좋은 여자가 비키니 입고 있으면 풍광보다 그 미녀에게 눈이 가는 본능처럼 말이다.


 


그 사람이 둘중 하나를 선택하라 했을 때 미녀를 선택하는건 아니다. 하지만 일단 눈은 간다. 알프스의 광활한 자연보다 그녀의 몸매에.


 


안타깝게도 야당 대선후보나 정치인중에, 이런식으로 스킬을 부리는 경우는 거의 없는거 같다.


 


이종걸의원은 분명 사과를 했고, 그 이상의 무언가를 할 필요는 없다.


 


최대한으로 잡아봤자, 박근혜의원에게 직접 사과하는 정도면 끝이다. 윤리위원회고 지랄이고 좆까는 소리다.


 


하지만 분명 새누리당은 '그년'이라는 두글자를 존나 굶주린 개처럼 물고 늘어질거다.


 


물고늘어지면 늘어질수록, '그년'이라는 두글자는 계속 언론을 타게 되고 그 활자들의 선정성으로 어지간한 비리보다 더 먼저 클릭될 거다. 부수적으로, 박근혜의원에게 실수로라도 말한마디 잘못하면 좆된다는 인상까지 깊이 심어줄 수 있고 말이다.


 


이번 상황은 민주통합당 입장에서는 억울하긴 하겠지만, 새누리당의 영리한 클린히트다.


 


한골 먹은걸 무를 순 없다.


 


두번 당하지 않을 정도로만 영리해 지길 졸라게 바란다.


 


시바 매번 너무 불쌍하잖아;


 


졸라.


 


끝.


 


 


춘심애비

트위터 : @miiru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