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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29. 목요일


춘심애비

 


 


본 연재에서 수없이 많이 강조했던걸 다시금 강조하겠다. 듣기 싫어도 뭐 어쩔 수 엄따. 전편을 못읽고 본편을 먼저 읽는 히치하이커도 분명 있을테니.


 

본 연재의 가장 큰 목적은, 열분덜이 발을 들이려 하는 그 직업사회에 짧게는 몇주, 길게는 수십년간 몸을 담았던 사람들을 미리 이해하는 것이다. 왜냐면 바로 그들이, 열분들을 뽑고, 월급주고, 일도 같이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열분덜과 생각이 많이 다를 수 있기 땜시롱, 열분덜이 그 다른 생각을 미리 이해할 수 있다면 뽑힐 확률도 올라가고, 함께 어우러져 잘 살아갈 확률도 올라가는게 당연하다. 그리고, 시행착오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다.


 

글고, 댓글로 건전한 비판을 올려주시는 분들께도 한말씀 드린다. 본 연재는 말 그대로 '취업을 준비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해 존재한다. 물론 취업전선과 직장사회에는 구조적 문제가 존재한다만 '그 구조적 문제 해결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논지는 피하려 한다.그건 마치, 미국 서민층의 한 사람이 악성 천식에 시달리는데, 미국 의료보험 제도의 문제점을 설명하는 것과 유사하다. 그에겐, 지금 당장, 벤톨린을 최대한 저렴하게 처방받을 수 있는 팁도 필요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벤톨린만 주면 다 해결된다는 얘기는 아니다. 구조적 문제가 바뀌어야한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단, 이 연재는 그런 목적보다는 취업을 준비하는 각각의 개인을 위한 실용서 차원이라고 봐주시라. 구조적 문제에 대해서는 계속 비판해주시면 좋다. 그냥 나는 이 연재를 이렇게 쓸거고, 나름의 로드맵에 따라 그 구조적 문제를 다루겠다.


 

마 암튼 그렇고.


 

 

전편에서 열분덜께, 사회생활의 첫페이지를 폼나게 장식할 방도들을 알려준다고 했던 바.


 

역시나 사람들이 살아가는 또 하나의 사회인 직장사회에서, 폼나게 살려면,
사람을 대하는 법이 졸라게 중요할 수 밖에 엄따.


 

그리하야 본 편과 후속편에서 직장사회에서의 '사람', 그러니까 내 동료 및 선후배들에 대한 이바구를 풀고,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른바 '사내 정치'에 대한 개론을 풀어가겠다.


 

 

1. 직급체계의 기본상식


 


 

아주 기본적이면서도 엄청 복잡한 직급체계. 흔히들 직위/직급/직책은 각각 다르다고들 한다. 문제는 직급체계 자체도 회사마다 다 다르고, 직위/직급/직책간의 '차이'마저도 회사마다 다 다르다. 뭔말이냐면, 어떤 회사에서는 "야 시바 <팀장>이 직급이야? 직책이지!!"라고 하는가 하면 어떤 회사에서는 "야 시바 <팀장>이 직책이야? 직급이지!!"라는 회사도 있다는 얘기다. 만약 둘 중 한가지가 당연하게 생각된다면, 당신은 그냥 그런 회사만 알고있는거다. 이 체계는 회사마다 생각보다 졸라게 다르다.


 

사실 회사마다 그런 체계를 모두 통일할 의무따위는 없기 때문에, 뭐 어쩔 수 엄따. 하지만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흐름은 있다. 고걸 짚어보자.


 

사원 - 대리 - 과장 - 차장 - 부장 - 이사 - 상무 - 전무 - 부사장 - 사장 - 부회장 - 회장


 

보통은 이렇다. 여기에 포함되어있지 않은데 꽤나 많이 쓰이는 것이 3가지 있다. 팀장, 계장, 실장.


 

어떤 회사는 계장이 사원과 대리 사이에 있다. 어떤 회사는 계장이 대리와 과장 사이에 있기도 하다. 어떤 회사는 팀장이 부장과 이사 사이에 있고, 어떤 회사는 팀장이 과장과 차장 사이에 있기도 하며, 어떤 회사에서는 팀장이라는 개념은 위의 직급과는 관계없는 '직책'으로써, 대리가 팀장이 될 수도 있고 부장이 팀장이 될 수가 있기도 하고 뭐 그렇다.


 

실장이라는 직책은 참으로 마법과 같은 직함이어서, 어떤 경우는 사장의 나이가 좀 어릴때, 명함에 '대표이사'라고 붙이기가 거시기해서 그냥 실장이라고 쓰기도 하며, 어떤 회사는 과장과 차장 사이에 실장이 있기도 하고, 어떤 경우는 부사장 급이 실장이 되기도 한다. 정말 아무데나 갖다 붙이고 싶을 때 붙이는게 바로 실장 되겠다. 바로 글키 때문에, 전형적인 신데렐라형 드라마에서는 남자주인공이 실장인거다. 실장이라는 직함만으로는 아무런 추측도 할 수 없어서. 참으로 가제트 만능팔 스러운 직함이라 아니할 수 엄따.


 

또 한가지 염두해야 할 체계는, 위와 유사한데 아예 부르는 말이 대체되는 경우가 있다.


 

주임 - 선임 - 책임 - 수석보 - 수석 - 이사 - 상무 - 전무 - 부사장 - 사장 - 부회장 - 회장


 

이사 위의 임원들은 업종에 따라 부르는 말이 크게 바뀌지는 않는데, 그 아래의 직원들은 디자인이나 공학 관련 업계의 경우 위와 같은 체계를 사용하곤 한다. 저 주임/선임/책임/수석보/수석 이건 <연구원>이나 <디자이너>라는 말이 빠진 상태인거다. 즉, 디자인 회사라면 <선임 디자이너>인거고 IT개발회사라면 <선임 연구원>이 되는거다. 그리고 이 둘은 다른 회사라면 <대리>에 해당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회사에 따라서는 두 체계를 혼합하기도 한다. 예컨데, 사원-주임-책임-대리-과장 이런식으로. 뭐 지들 맘이니까 뭐라고 할 수는 엄따.


 

회사마다 다 다르다는 점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하곤 한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부장이 팀장 직책을 맡는 회사다. 그런데 거래처는 팀장이 대리 밑에 있다. 그걸 모르는 바람에, 거래처 팀장한테 졸라게 부장대하듯 공손하게 대했다가, 나중에 알고보니 나보다 나이도 5살 어리고 일도 잘 못하는 핏덩이여서 졸라게 억울했다… 뭐 이런 스토리. 그러니까 애매한 직급에 대해서는 미리 파악해두면 이런 쪽팔림이나 열받음을 방지할 수 있다.


 

암튼 재미없는 내용 읽느라 고생이 많았다. 이제 정리해보자.


 

1) 직급체계는 회사마다 다 다르다. 하지만, 보통은 사원 - 대리 - 과장 - 차장 - 부장 - 이사… 체계의 변형이다.


 

2) 저들의 순서가 바뀌는 경우는 0%다. 다만 계장, 팀장, 실장 등이 어디에 들어가느냐가 다 다르다. 또는 부장이 없는 회사, 이사가 없는 회사, 상무가 없는 회사 등 특정 직급을 안쓰는 경우도 있다.


 

3) 업종에 따라 저 체계를 주임 - 선임 - 책임 - 수석보 - 수석- 이사… 로 대체하기도 한다.


 

4) 일단 본 연재에서는 사원 - 대리 - 과장 - 차장 - 부장 체계를 기준으로 삼겠다.


 



2. 직급별 디비기


 

재미있는 점은, 각각의 회사들이 다 직급체계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각 직급들의 공통점은 상당부분 공유한다는 점이다. 마치 군대를 떠올릴 때, 부대마다 문화가 다 다르지만 각각의 계급에 따른 <전형성>이 존재하는 것 처럼 말이다. 예컨데, 코미디 프로나 드라마에서 아주 전형적인 군대를 그리려 할 때 보통 이등병은 뭘 시켜도 그걸 못알아듣거나 이상한 짓을 하고, 일병은 걔땜에 혼나면서 뒤처리 다 해주고, 상병이 쫄병들 다 갈구고 병장 커버해주고 중대장 비위맞추고 하면서 혼자만의 고충을 갖고 있으며, 병장은 아무것도 관심이 없다. 디테일한 부분에서는 정말 다양하겠지만 대체로 저 틀은 많은 사람들이 동감하곤 한다.


 

당장 나만 해도 군대에서의 기억은 저 틀과 많이 다르다. 일단 나는 의경으로 근무했고 내무실에 5명밖에 없었던데다가 기수가 좀 꼬여서 모든 계급이 다 공존한 기간이 얼마 안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틀에 공감할 수 있는건, <구조적으로 그럴 수 밖에 없는> 조건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금 막 배치를 받은 이등병은 당연히 어리버리할 수 밖에 없다. 평생 한번도 안써본 말들이 오가고, 평생 한번도 안해본 행동을 해야하니까 어색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대부분의 신병들은 청력과는 무관하게 잘 못듣고, 생활습관과는 무관하게 청소를 못한다. 즉, 이등병의 특징은 개개인의 인간이 보이는 특징이 아니라 그 구조가 유도하는 특징이다.


 

마찬가지로, 회사의 직급도 어느정도 공유되는 구조와 환경이 있다. 당연히 예외도 많고 개인차도 크지만 일단 그 구조와 환경을 이해한다면, 어떤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할 때 이해하기가 훨씬 편할 것은 자명하다.


 

글타면 그 구조와 환경이 만들어내는 특징을, 직급별로 디벼보자. 오랜만에 취준안 내용을 인용한다.


 

한가지 덧붙일 점은, 여기서의 '사원'은 당연히 신입사원이 아니라, 신입사원입장에서 바라보는 사원급 선배이다.


 



○ 사원 (명사. 중요도 하)


 

● 개요 : 직장내 먹이사슬에 최하단에 있는 직원


 

상세 설명 : 갓들어온 새내기부터, 진급에 매번 실패하는 5년차 이상까지 분포하는 직급. 그보다 아래에 있다고 여겨지는 인턴, 알바들은 사실상 시계열적 연속성이 부재하므로, '사원'이 최말단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아무 일도 못하거나, 일하는 양보다 사고치는 양이 더 많기 때문에 사고를 치더라도 금방 수습이 가능한 직무가 주어진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에게 맡겨진 직무가 자신의 능력에 비해 심각하게 하찮다고 생각하고 이직을 고려하는 경향이 있다.


 

주의사항


- 사원의 조언 : 선배 사원들이 회사 문화나, 각 상사들의 캐릭터, 업무를 효율적으로 하는 법 등을 알려주려 할 때, 적당히 걸러듣는 자체 필터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그들이 파악한 문화/캐릭터/업무 등이 사실과 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들의 조언대로 했다가 나중에 사고를 치게 된 경우, 그들은 당신을 3번 부정하리니.


 

 


 


대리(명사, 중요도 중)


 

개요 : 사원 위에 군림하는 직원


 

상세 설명 : 일반적으로 대리는 '과장 대리'의 줄임말로, 과장의 업무를 대리할 수 있을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실제로 한 회사에서 벌어지는 실무의 상당수는 대리에 의해 수행되므로, 한 회사의 실질적인 중추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보통 어느 회사든, 대리들이 가장 업무 수행량이 많고 바쁘다. 또한 대리 직급에서 그 사람의 직업진로가 어느정도 결정된다. 즉, 이직을 할지, 만년대리가 될지, 업계 내 능력자로 이름을 날릴지, 임원코스를 탈지가 판가름 된다.


 

세부 분류


- 만년대리 : 대기업에서 주로 발견되며, 입사 동기가 차장, 부장 심지어 임원이 될 때 까지 계속 대리에 머무르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이들은 옳은 주장을 하다가 상사들에게 제대로 찍혔음에도 불구하고 이직을 하고 싶지는 않은 경우이거나, 겨우겨우 짤리지 않을 정도의 최소한의 업무만 수행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흔히 만년대리와 친하게 지내면 같이 만년대리가 된다는 속설이 있지만, 경우에 따라 그 회사의 숨어있는 사연이나 역사에 대해 깊이있게 알 수 있는 소스이기도 하다.


 

- 업계 내 능력자 대리 : 대리 부터 본격적으로 다른 회사와의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회사 내에서 뿐만 아니라 업계에도 말이 퍼질 수 있다. 주로, 눈에 띄게 업무진행 능력이나 협상 능력이 뛰어난 경우에 좋은 소문이 퍼지며, 반대로 성격이 더럽고 예의라곤 찾아볼 수 없는 경우에도 나쁜 소문이 금방 퍼진다. 주변에 이러한 대리가 있다면, 그에게서 최대한 많이 배워두는 것이 좋으나, 그는 바빠서 부하직원들을 세심하게 따로 챙기지는 않을 것이다. 알아서 뽑아먹으시라.


 

- 임원코스 대리 : 위에서 말한 업계 내 능력자 대리가 회사 내에서 인정받거나, 혹은 스스로 사내 정치에 뜻이 깊은 경우 임원코스의 첫발을 밟는다. 이들은 실무능력이 떨어지지는 않으나, 실무능력보다는 사내 권력 라인을 판단하고, 실제 수익성 보다는 해당 라인의 상사에게 유리한 결과를 따라 움직인다.


 

주의사항


- 바쁜대리, 안바쁜대리 : 대부분의 대리들은 바쁘다. 그러므로 딱히 사원을 챙겨주길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가장 살아있는 정보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므로, 이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워내야만 한다. 간혹, 사원들을 엄청나게 챙겨주는 대리가 있는데, 높은 비율로 이들은 업무수행능력이 떨어져 일거리가 없는 것이므로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


 

- 대리와 과장의 관계 : 일반적으로 임원진은 대리의 보고를 잘 받지 않고 과장 이상의 보고를 받는다. 하지만 어떤 대리가 임원에게 일상적으로 직접 보고를 하거나 독대를 하는 경우, 해당 임원이 그 대리를 너무 신뢰하거나, 혹은 그 대리 위의 과장을 신뢰하지 못하는 경우이므로 과장과 대리의 사이에는 견제심이 만연할 것이다. 이때는 '어벙한 신입사원'모드로 어느 한 편에 서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과장(명사, 중요도 중)


 

개요 : 대리 위에 군림하는 직원.


 

상세 설명 : 대리와 함께 사실상 회사를 이끌어가는 중추. 일반적으로 차장부터 실무에서 손을 떼기 시작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과장은 실무와 관리를 동시에 수행하게 된다. 마지막 실무자이므로 관리자로서의 능력이 검증되지 않거나 줄을 잘못 선 경우 '만년과장'이 될 확률이 높다. 최초로 '장'이라는 말이 직함에 들어가는 만큼, 보통은 휘하에 대리와 사원들을 거느리게 되지만, 이들이 치는 사고는 보통 과장이 몸빵한다.


 

세부 분류


- 실무만 하는 과장 : 직급은 과장인데도 휘하에 아무도 거느리지 못하고 대리와 동등하게 일을 하다 못해 심지어 대리의 지시를 받으며 업무를 하는 과장들이 있다. 이 경우는 보통 연공서열이 칼같이 지켜지는 문화의 대기업에서 벌어지게 되는데, 한 조직이 굴러가는 거시적인 안목이 없이 실무스킬만 쌓인 경우이거나 혹은 사내 정치에서 완전히 밀린 경우이다. 그 과장을 유난히 싫어하거나 무시하는 상사가 있다면, 그 상사에게 집중하라. 그가 키맨일 가능성이 높다.


 

- 관리만 하는 과장 : 위의 예와는 달리, 마치 부장쯤 되는 아우라로 부하직원들 관리 및 임원보고만을 하는 듯해보이는 과장들이 있다. 사원/대리들 중 이런 과장에 대해 '일도 안하고 정치만 하는 과장'이라며 뒷담화를 까는 경우가 있으나, 이는 하수들의 습관이다. 그 과장이 그렇게 된 것은, 실무자 시절에 이미 업무능력을 인정받았거나, 혹은 정치력이 뛰어났거나, 혹은 낙하산인 경우인데, 세 경우 모두, 친해지면 좋다. 그러면 업무에 대한 팁을 조금이라도 배우거나, 정치력을 배우거나, 주요정치세력이 누구인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주의사항


- "힘들지?" : 상당수의 과장들은 신입사원에게 딱히 할말이 없으면 "**씨 요새 힘들지?" 라고 한다. 이 말의 의미를 분석하려고 고민하지도 말고, 그 과장이 나를 위한다고 생각하지도 말아야 한다. 그건 그냥 '얄리얄리얄랑셩' 같은, 그냥 나오는 말이다. 저 말에, "네… 사실은 이러이런게 좀…"이라고 하면 그 과장 입장에서는 "안녕?"이라고 했는데 상대방이 갑자기 그간의 불만을 얘기하는 벙찌는 상황이 된다. 문제는, "아니오, 요즘 행복합니다."라고 해도 벙찌는건 마찬가지. 모범 답안은 "회의 가세요?" 정도 되겠다.


 

- "바쁜가?" : 상당수의 과장들은 신입사원에게 일을 시키기 전에 "**씨 바쁜가?"라는 질문을 한다. 이 말도 역시 실제로 바쁜지 어쩐지에 대한 사실을 대답할 필요는 없다. 안바쁘다고 하면 할일없어 보이고, 바쁘다고 하면 일시키지 말라는 것 처럼 보이므로 좋지 않다. 마치 이름을 불리기만 한 것 처럼 "네 과장님 부르셨어요?" 정도로 응하면 일을 시킬거다. 여기서 만약에 과장이 "아니, 바쁘냐고 안바쁘냐고?"라고 한다면 분명히 개인적인 일을 부탁하거나, 자기가 해야하는 귀찮은 일을 떠넘기는 거다. 이 때는 "~~까지 ~~해야되는 것 외에는 괜찮습니다."라고 하는 것이 좋다. 그러면 그걸 시킬지 안시킬지 과장이 알아서 결정할거다.


 

- 과장간의 신경전 : 과장이라는 직책은 완연한 관리자부터 대리보다 더한 실무자까지 스펙트럼이 넓다. 그러므로 과장들끼리의 신경전이 종종 벌어진다. 예컨데, 관리만 하는 과장이 실무만 하는 과장을 아랫사람 부리듯 대놓고 부리려 든다던가, 이에 대해 실무만 하는 과장이 개긴다던가 등등. 이 때 신입사원으로서는 어떻게든 중립을 지키는 것이 좋다. 결국 승자가 누가 될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다소 한쪽 편에 서게 되는 상황은 연출될 수 있으나, 어차피 '신입사원이 뭘 알겠어'라는 강력한 쉴드가 있으므로 대놓고 한쪽 편만 서지 않으면 된다. 어떤 과장이 너무 좋아서 평생 그를 따를 확신이 든다면 그 때는 그의 편을 들어도 좋다.


 



 


차장(명사, 중요도 하)


 

개요 : 과장 위에 군림하는 직원


 

상세 설명 : 차장의 딜레마는, 본인 스스로는 과장과 차장 사이에 넘사벽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부하직원 대부분은 그 넘사벽이 차장과 부장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는 점에 있다. 그는 실무와 관리가 혼재된 과장에서 벗어나 완연한 관리자로 거듭나야한다고 생각하지만, 아무도 그렇게 생각해주지는 않는다.


 

주의사항


- 차장 히스테리 : 차장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실무에 손을 대야한다는 사실은 차장들에게 큰 스트레스를 준다. 그러므로 차장은 모든 류의 실무에 손을 댈 때 이미 기분이 안좋다. 하지만 부하직원들은 차장이 어느정도 실무를 하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스트레스를 잘 예상하지 못한다. 가장 안전한 방법은, 차장은 항상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최악의 심리상태라고 가정하고 응대하는 것이다.


 

 


 


부장(명사, 중요도 중)


 

개요 : 차장 위에 군림하는 직원


 

상세설명 : 비로소 완연한 관리자의 지위에 올랐다고 할 수 있는 부장. 과장 팀원이나 차장 팀원이라는 건 존재하지만 부장팀원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그만큼, 부장이라는 직함 자체가 그가 이미 세세한 실무는 하지 않고 의사결정 및 팀원 관리를 하는 관리자임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부장이라는 자리는 임원이 아닌, 직원의 끝자락이기 때문에 부장에서 임원으로 진급하지 못하면 계속 부장에 머무른 채 퇴직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부장들은 정치를 할 수 밖에 없으며,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주의사항


- 다른 임원을 언급할 때 : 간혹, 부장과 입사 동기이거나 후배인데 먼저 임원을 다는 경우가 있다. 이 때 부장 앞에서 그 임원을 치켜세우는 정도 조절에 실패한다면 큰 화를 입을 수 있다. 물론 그 화는 과장이 몸빵해줄거다.


 

- 그들의 건강 : 대부분의 부장들은 사내 정치에도 여념이 없고, 다른 업체 사람들과 접대를 주고받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간, 신장, 위, 폐, 심장 등에 이상이 있다. 그러므로 부장 앞에서 '몸이 안좋아서…'드립은 화를 돋굴 수 있다. 물론 그 화는 과장이 몸빵 해줄거다.


 

 


 

 

임원(명사, 중요도 중)


 

개요 : 모든 직원 위에 군림하는 정치세력


 

상세설명 : 이사, 상무, 전무, 부사장, 사장, 부회장, 회장 등 높은 사람들. 이들은 신입사원의 존재 자체에 그다지 관심이 없기 때문에 그들에게 잘보이려고 조바심을 내다가는 본인과 임원 사이에 있는 수많은 중간상사들에게 '튀려고 안달난 놈'으로 찍히기만할 뿐 별다른 인상을 주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아무리 순수하고 합리적인 임원이라도, '순수하고 합리적인 라인'을 형성할 뿐, 사내 정치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그러므로 각 임원이 어떤 라인을 형성하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부 분류


- 바닥부터 임원까지 : 공채로 입사해서 한걸음씩 차곡차곡 임원에 진급한 케이스. 근속연수가 길기 때문에 그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그 회사의 모든 것을 스스로 증명하는 산 증인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므로, 외부에서 끼어든 임원에 대한 적개심 및 우월감, 그리고 모순적인 열등감을 지니는 경향이 있다.


 

- 외부에서 끼어든 임원 : 크게 나눠볼 때, 해외 유명 대학에서 학위를 따고 온 케이스, 유명 기업에서의 성과를 인정받아 초빙된 케이스, 낙하산 케이스 등 총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셋 중 어느 케이스라도 '바닥부터 임원까지' 세력에게 자신의 능력을 보이기 위해 일반적으로 무리수를 두며, 기존 사내 문화 및 업무처리 시스템에 손을 대려 노력한다.


 



3. 현실에의 적용


 




 

일단 각 직급별 기본 정의를 알아보았다. 보면서 느꼈는지 모르겠다만, 직급이 올라갈수록 좀 더 거대한 정치관계의 맥락이 형성되며, 직급이 내려갈 수록 좀 더 현실적인 스킨쉽이 중요해진다. 임원이 열분덜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평가는, 디테일한 행동가지에서 결정되는게 아니라 수많은 직원들간의 캐미컬과 그로인한 구조에 의해 판가름난다. 하지만 열분덜의 사수 역할을 하는 대리와의 관계는 시시콜콜한 생활습관이 끼칠 영향이 지대하다.


 

그러므로 현실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지곤 한다. 앞서 인용한 정의에 따르면 '사원급 선배'들의 조언은 그대로 받아들여선 안된다. 쉽게 말해, 걔네도 잘 모르니까. 그러므로 예를 들어 '이사님 생신이니까 간단하게 이벤트 좀 하자'는 과장의 지시에 따라 케잌과 커피 심부름을 가는 중, 사원 선배가 '이사님은 이런거 좋아하니까 이런거 사면 되겠다'고 할 때 열분덜은 그말을 그대로 따를게 아니라 스스로도 생각을 좀 해봐야 한다.


 

만약 그 사원 선배가, 딴에는 젊은 사원급들의 재롱이 필요하다고 판단, 파티용품점에서 폭죽이나 꽃가루 같은걸 구매하려고 한다고 치자. 이 때 생일이벤트를 하기로 한 회의실이 다른 이사의 자리와 가깝다. 그런데 그 다른 이사는 '바닥부터 임원까지' 케이스고, 우리의 생일 맞은 이사는 '외부에서 끼어든 임원'이다. 이럴 때는 둘의 관계가 좋던 나쁘던 간에 '외부에서 끼어든 임원의 돌발행동'은 언제든 '바닥부터 임원까지'에게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 "우리 회사는 이런거 안하는데 잘 모르시나보네.."드립 부터, 임원 회의에서 "요즘 직원들 근무태도가 다소 불성실해보인다…"드립을 치는 등 다양한 어택이 가능하다.


 

열분덜이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면, 사원 선배가 뻘짓을 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 아무리 그 선배의 아이디어지만 앞서 밝혔듯, 그는 열분덜을 3번 부정할 예정이기 때문에 열분덜도 덩달아 좆된다. 하지만 "선배님, 그따위 좆같은 아이디어를 내시는 거 보니 대가리에 똥만 차셨습니까?" 뭐 이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나는 이 모든걸 알고 있지만 너한테 잘난척 하면 안되니까 적당히 돌려서 얘기하고 있음"이라는 뉘앙스를 줘서도 안된다. 어설프게 연기를 하지는 말라는 거다.


 

상황을 정리해보자.


 

1) 이사 생일 이벤트를 하는데 폭죽, 꽃가루 등의 눈에 띄는 짓을 하면, 이사가 엿먹을 수 있는 상황


 

2) 사원 선배가 그 엿먹는 상황을 천진난만하게 연출하려 하고 있어 이를 막아야, 동반 좆됨을 막을 수 있음


 

3) 그렇다고 선배를 가르치려 들 수는 없고, 안그런척 연기를 하려다가는 오히려 화를 입을 수 있음


 

여러가지 방안이 있을 수 있겠다만, 나라면 이럴 때 "얼마전에 케잌에 불붙인 채로 꽃가루와 폭죽 터뜨리다가 불이 잘못 붙어서 좆될뻔했다"는 일화를 대충 지어서 말하거나, "얼마전에 티비에서 봤는데, 그 꽃가루랑 폭죽 그거 건강에 졸라 위험하다더라."는, 이상한 소리이긴 하지만 선배 입장에서 그냥 쌩까고 그걸 사자고 하기에는 약간의 리스크가 발생하는 이런 상황을 연출하면, 보통은 "그래? 그럼 어떡할까?" 정도의 반응을 보인다. 그 때 뭐 열분덜이 적당히 얌전하면서도 귀여운 아이디어를 내면 되겠다. 종이 왕관 같은거 사서 단체로 사진 찍는 정도가 좋지 않겠냐는 정도로.


 

여기서, 그런 제안을 한게 사원 선배가 아니라 '업계 능력자 대리'라던가 과장 정도라면 얘기가 좀 달라진다. 무슨 말이냐면, 그 대리나 과장 정도라면 이사들의 관계 같은걸 모른 채 순진무구하게 삽질을 할 가능성이 매우 낮기 때문에, 그러한 아이디어 자체가 어떤 의도된 계산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옆자리 이사에게 일부러 보여주려한다던가, 일부러 관계를 악화시키려 한다던가 등등.


 

뭐 씨바 이따위로 복잡한가 싶을거다.


 

받아들이자. 모두가 이렇게 산다. 하물며 니들 연애할 때도 이정도는 신경 쓰잖나. 평생 열분덜 밥줄이 될 직장이 연애하는거 보다 쉬울리가 있겠나.


 



4. 마무리


 


 

일단 이번 시간에는 각 직급에 대한 기본 지식 및 정의를 알아봤다. 본문의 내용이 모든 상황에 100% 맞아떨어질 리는 없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이러한 특성은 그냥 개개인의 성격 특성의 통계학적 평균치가 아니라, 대부분의 기업들이 처해있는 상황에서 비롯되는 구조적인 특성이다. 즉, 어떤 회사에 과장이라는 직급이 아예 없다면, 위에서 말한 과장의 특성을 분명 다른 직급에게서 찾아볼 수 있을 거다. 왜냐면 그 특성은 과장이라는 이름 자체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실무자에서 관리자로 옮겨가는 중도적 상태'라는 상황에서 기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사내 정치에 대해 언급한다고 해서, 이것이 옳다는 것은 아니다. 그냥 다 쌩까고 나 하고 싶은 대로 하셔도 된다. 하지만 꼭 당부하고 싶으다. 그런 생각을 한게 열분덜이 처음은 아니다. 분명 회사 내에 누군가는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거나, 혹은 하고 있을거다. 그러니까, "모두가 사내 정치 따위에 신경쓰지만, 난 그런거 신경쓰지 않겠어!"라고 생각하는 오만함은 갖지 마시라. 분명 그런 생각을 가진 적이 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누군가가 있을거라는 생각과 함께, 그리고 그가 그렇게 변한 이유에 대한 생각 정도는 해봐야된다. 그러지 않으면 그냥 남이 했던 삽질 똑같이 한번 더 하는 것일 뿐이다.


 

담시간 부터, 본격적인 사내 정치의 필수 교양사항들과 함께, 사내 정치와 업무, 그리고 자신의 개인적 삶의 상관관계에 대해 디벼보자.



아 시바 니덜은 졸라 좋겠다. 누가 이런거도 갈켜주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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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심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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