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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10.월요일

 

백골프


 

 

 

 

 

 

 

 


 

 

 

 

 

 

 

에이스 류현진의 마인드-포맷 류현진 선생님.


 

 

 

 

 

 

신경현이라는 조력자 선배 선수 이야기 그리고 포수 이야기와 엘지의 야생마 이상훈 이야기를 좀 할까 했는데 처음부터 좀 매니악틱한 이야기를 하면 독자분들게 부담을 드릴까봐 다른 주제의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바로 류현진의 마인드에 대해서. 제목 그대로 그는 포맷의 달인인데요.


 

 

 

 

 

 

“안녕하세요? 달인을 만나다의 류담입니다, 오늘 이 시간에는 20년간 포맷 하나만을 연구해오신 류현진 선생님을 모시고“


 

 

 

 

 

 

개그콘서트 최장수 인기프로그램이었던 달인 코너를 볼 때마다 전 저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포맷의 달인?? 그게 무슨 뜻이지? 왜 그리고 류현진이 포맷의 달인이지? 궁금들 하실겁니다. 네 맞습니다, 류현진은 포맷의 달인이고 그게 대투수 류현진을 만들어줬지요. 그리고 그 포맷은 말입니다. 항상 경기중에 머릿속에 잡념 없이 가는 자세를 말합니다.


 

 

 

 

 

 

투수에게 있어서 마인드. 정말 중요하고 많이들 강조하지요. 경기를 혼자서 떠안고 가다시피하는 투수는 굉장히 그라운드에서 외로운 존재고 지극히 예민해지기 쉬운 존재입니다. 쥐어짜야 반응하는 아주머니가 아니라 스치기만 해도 반응하는 사춘기 소녀 같은 존재, 타자와 두려움을 안고 싸우는 투수들도 많고 경기중에 자신의 실수, 동료들의 실수에 기분 상해 무너지고 그런 모습 언제든 볼 수 있는게 야구란 스포츠입니다. 그래서 투수들에게 마인드 중요하죠. 절대 타자들 두려워하지 말고 경기중에 감정 기복 드러내지 말고 동료들의 실수에도 그냥 덤덤하게 넘어가라. 이런 마인드들은 투수에게 요구되는 덕목입니다. 없어선 안될 덕목.


 

 

 

 

 

 

타자를 상대하는 마인드를 기준으로 보면 한국야구 역대 최고 마인드의 투수는 구대성일겁니다. 구대성은 그냥 타자 니들 다 죽었어 하는 표정을 짓고 던지죠. 항상 타자를 한 수 아래로 놓고 본채, 깔본 상태에서 던지고 어느 타자든 절대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고교시절엔 스릴을 즐기고 싶다고 해서 일부러 주자 만루 채운 상태에서 나머지 세 타자들을 연속삼진으로 돌려세우곤 했던 구대성은 한국 프로야구의 강타자들뿐만이 아니라 일본프로야구와 메이저리그의 강타자들을 상대할 때에도 조금도 위축되지 않은 채 항상 그래왔듯이 타자를 깔보면서 던지고는 했죠. 구대성을 두렵게 했던 타자?? 그나마 두려움이 아니라 부담을 준 선수가 있다면 태평양의 하득인이라는 선수와 니혼햄 파이터즈의 오가사와라가 전부입니다.


 

 

 

 

 

 

그런데 한술 더 뜨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류현진입니다. 그 류현진도 구대성처럼 배짱이 두둑하고 타자들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선수는 타자를 우습게 보고 던지는 구대성과 조금 다른 색의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데 항상 경기중에 무념무상. 아무런 잡념 하나 없이 공을 던지고는 하지요.


 

 

 

 에이스 류현진의 마인드-포맷 류현진 선생님.


 

 

 

 

 

 

제가 예고편에서 올렸던 사진입니다.


 

 

 

 

 

 

류현진을 오프라인에서 처음 만났을 때 찍은 사진인데요. 류현진선수의 표정이 어둡지 않고 밝아보이지 않나요?? 사실 이날 동산고는 대통령배대회 지역예선전 제물포고와의 경기에서 져서 본선탈락이 확정되었고 류현진은 첫 05년도 첫 공식경기에 나와서 난타를 당하며 약체 제물포고가 일으킨 이변의 희생양이 되었죠. 당시 류현진선수 가족분들도 굉장히 속상해하셨는데 경기후에 이 선수를 보니 웬걸 생글생글 웃고 있더라구요.


 

 

 

 

 

 

“학생이 류현진 선수에요??”하면서 인사를 건넸는데


 

 

 

 

 

 

이날 전에는 핸드폰문자와 싸이월드 방명록으로만 서로 기별을 주고 받았는데 처음으로 오프라인에서 이렇게 만나게 되었고 인사를 하게 된건데 사진 찍어가니 마냥 좋아하더라구요. 야구학교라는 홈페이지서 기자노릇하는데 유망주 소개에 올리겠다고 하니 생글생글 웃던데 누가 보더라도 방금 벌어진 경기 그르친 투수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해맑은 표정을 지었습니다. 원래 명랑 쾌할해서 긍정의 에너지를 무한히 주는 명랑소년 귀염둥이기도 했지만 그걸 떠나 뭘 마음에 담아두고 하는걸 모르는 사람입니다.


 

 

 

 

 

 

투수가 사실 그래야합니다, 마음에 담아두는 것도 없어야하고 거기에 뻔뻔하면 더 좋습니다. 특히 에이스라면


 

 

 

 

 

 

“내가 나가서 안되면 너희들이 해도 어차피 안돼”하는 생각이 있어야하고 나쁜 일, 좋지 못한 일 마음에 담아두고 가면 안됩니다.


 

 

 

 

 

 

구대성 선수가 한화에서 뛸 때 야수들이 실수하면 괜찮다며 해당 야수들에게 사인을 보내고는 나머지 타자들 모두 힘으로 눌러버려 어떤 보스다운 모습을 보였는데 류현진은 항상 그렇습니다. 한화 야수들이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해도 똑같은 표정. 구대성은 야수들에게 리더라는 느낌을 확실히 주는 느낌이었다면 류현진은 아무 표정 변화가 없으니 덩달아 동료들도 크게 심적 동요를 일으키지 않고 둘다 각자가 동료 야수들을 편하게 해주는 거지만 방법과 자세는 좀 다르다고 해야할까요. 괜찮다고 웃으며 다독이고 가는 구대성. 아무 일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류현진. 올한해는 극단적으로 한화가 어처구니 없는 실수 퍼레이드를 벌이자 가끔 류현진도 표정이 변하곤 했지만 올해 같은 한화이글스의 플레이에선 부처가 아니고서야 조금도 심적동요가 없을 순 없는 노릇이고 류현진은 커리어 기간 내내 항상 표정 변화 없이 항상 똑같은 감정 기복 없는 얼굴로 살림을 꾸려온 에이스지요.


 

 

 

 

 

 

그가 경기 내내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비결?? 별거 없습니다. 포맷을 아주 잘해서 그래요. 한타자 상대하고 바로 머리 포맷, 경기 내내 그럽니다. Shift+delete를 연신 눌러가면서 갑니다. 경기에서 일어난 안좋은 일들 조금도 , 잠시도 마음에 담아두지 않고 한타자, 한타자 상대할때마다 1회 첫타자 상대하듯이 경기를 풀어가지요. 포맷의 달인 이런 포맷의 달인은 멘탈 최강의 투수일 수밖에 없습니다. 타자를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을뿐더러 경기내에서 벌어진 어떤 일들에 대해서도 심적동요를 일으키지 않고 계속 던지니 말입니다.


 

 

 

 

 

 

 

예전에 제가 어떤 어린 색시와 야구 이야기를 하는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박찬호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박찬호 선수는 경기할 때 보면 완벽주의적 성향도 있고 깔끔도 많이 떨고 경기중에 벌어진 동료의 실수나 자신의 실투를 마음에 두고 가는 경향이 있다고. 그러니까 그 처자가 글쎄 “맞아요 좀 보면 꽁~~해 있을 때가 많아요"


 

 

 

 

 

 

저는 그 이야기를 듣고 “아가씨가 이 삼촌보다 야구 보는 눈이 훨씬 낫구만 ㅎ”하면서 껄껄 웃었던 기억이 나는데 과거 박찬호가 좀 그랬죠. 동료들 실수에 얼굴 표정 확변하고 동료들 실수나 자신의 실투, 그런것들을 좀 담아둔채 경기를 풀어가고 경기후 인터뷰에도 그런 뒤끝이 남아 있고...


 

 

 

 

 

 

 

기아의 한기주라는 투수가 있지요. 데뷔후 주로 불펜투수로만 뛰었는데 본인이 선발가고 싶어하기도 하고 팬들 사이에서도 한기주 선발 전환 관련해서 이야기 많이 나왔는데 구종이 단조롭고 직구는 좋아도 변화구가 아쉬워서 선발은 좀 힘들지 않을까 하는 말들도 많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한기주는 박찬호와 많이 비슷합니다. 완벽주의적 성향을 가지고 지나치게 완벽을 기하며 던지려다보니 좀 망설인채 던지기도 하고 경기중에 벌어진 안좋은 일들 때문에 심적 동요를 일으키기도 하고 위에서 말씀 드린대로 박찬호처럼 꽁해 있는 모습 보이고는 하지요.


 

 

 

 

 

 

변화구가 없다니, 구종이 단조롭다니 이렇게 선발전환시에 우려되는 약점들을 말하고는 하는데 사실 한기주는 신인시절 전반기에 선발로도 등판을 쭉 했고 그 때 선발투수로서 한기주에게 가장 아쉬운건 단조로운 구종보다 저런 꽁해 있는 마인드였죠. 그냥 마음 비운채 뭘 담아두지 않은 채 경기를 풀어가는 모습이 아쉬웠습니다. 불같은 구위까지 생각하면 더욱더 박찬호가 생각이 나던데 긴이닝 던져야하고 한 경기를 책임져야하는 선발투수는 꽁해 있으면 곤란하지요. 지나친 완벽주의 내지 뭔가를 떨쳐 버리지 못하는 자세는 선발투수에게 좋지 않은거 같습니다. 짧은 이닝 확실하게 막아야하는 불펜투수라면 이야기가 다르지만요.


 

 

 

 

 

 

흠…… 한번은 제가 예술하는 사람의 저서에서 이런 말도 들은 적이 있는거 같습니다.


 

 

 

 

 

 

"결벽증 정도로 완벽을 기한다고 완벽에 가까운 결과물이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마음 비춘 채 잘 놀 줄 알아야 완벽에 가까운 작품과 퍼포먼스, 결과물이 따라오는 것이다."라고.


 

 

 

 

 

 

기렇지 않나 싶습니다. 완벽에 가까운 결과물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려 하지 말고 마음을 비운 채 잘 놀고 해야지 않나 싶습니다. 그래야 자연스레 따라오는 결과로서의 뭔가가 완벽해지지 않을까요.


 

 

 

 

 

 

제가 아는 포맷 류현진 선생님은 그렇습니다. 바로 바로 머리 비운채 던지고 매 타자를 상대할때마다 1회 선두타자처럼 여기고 던지고 경기중에 조금도 깔끔 떨지 않고 흙 튀기고 뭐 좀 뒤집어 써도 그냥 가던 길 가고. 그러면서 완벽에 가까운 경기 운영이 따라오고.


 

 

 

 

 

 

아버님이 어린시절에 묘지 근처에서 재우기도 할 정도로 강인한 마인드를 길러주시려 애를 쓰셨고 실제 배짱이 엄청난 선수 류현진, 근데 그 선수의 그런 투수로서의 마인드는 단순히 배짱 좋고 뱃심 두둑하다는 말로 설명이 부족할거 같고 저런 철저한 포맷주의, 무념무상의 경지 그런 것을 언급해야할거 같습니다.


 

 

 

 

 

 

경기중 멘탈 붕괴?? 뭘 담아두고 그래야 붕괴고 자시고 있는 거지요. 무조건 포맷 시키는데 붕괴될 여지가 뭐 있나요??


 

 

 

 

 

 

 

이제 머지 않아 뇌도 다운로드 되는 시대가 온다고 합니다. 포맷하다가 뇌의 중요프로그램, 운영체계 날라가도 되는 시대가 오는데 투수에게 참 좋은 포맷이란 거, 얼마든지 해도 되는거 아닐까요? 포맷 류현진 선생님이 메이저에 가서도 항상 포맷의 달인다운 투구와 경기 운영 해줄거라고 믿습니다. 마인드 최강의 투수 류현진에 대해서 이번 시간에 이렇게 이야기 해보았습니다.


 

 

 

 

 

 

 

아 그리고……. 위에 사진보면 또 눈에 보이는 뭔가가 없나요? 유니폼에 있는 SK라는 글자. 사실 구단서도 신경을 꽤 써왔던 선수이고 류현진 선수 집으로 1차지명 할 거 같다는 구단의 연락도 간걸로 압니다, 나중에 입 쑥 닦았지만요. 어쩌면 SK구단은 지명 약속을 파기하고 이재원이라는 인천고 포수로 돌아섰던거지요. 이런 세세한 뒷이야기는 뒤에서 많이 이야기할 것이니 오늘은 여기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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