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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14.금요일

 

이창희


 

 

 

 

 

 

지난 12월 6일에 안철수 전후보가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통령후보를 조건 없이 전폭적으로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이제는 문재인 후보가 화답할 차례라고 생각한다. 필자가 만일 문재인 후보라면 안철수 전 후보를 중심으로 하는 공동집권내각에 대한 밑그림을 발표하겠다. 그러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물론 문재인 후보는 새로운 정치를 원하는 세력과 함께 “대통합 내각”을 구성하고 “시민의 정부”를 출범시키겠다고 밝혔다. 국민은 문재인 후보의 대통합 내각이라는 말 속에 안철수 전 후보를 토사구팽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굳이 그 이유를 대라고 한다면 아래와 같이 주장하겠다.

 

 

 

 

첫째,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후보 지지율이 뚜렷하게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손석희의 시선집중이 에 의뢰해 12월 8일 실시한 여론조사결과(신뢰도 95% 표본오차 ±3.1%)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에 대한 지지율은 각각 47.5%, 41.7%로 두 후보간 지지율 격차는 5.8% 포인트였다. 12월 10일 6개 종합일간지가 발표한 여론조사결과의 평균치를 보면 박근혜 47%, 문재인 42.5%로 지지율이 나타났다. 이틀 만에 박 후보 지지율이 소폭 하락한 반면, 문 후보지지율은 상승했다는 것 아닌가. 선거 7일 전인 12월 12일 문화일보의 여론조사결과를 보면 전체 유권자의 약 절반을 차지하는 수도권과 부동층 비율이 가장 높은 40대에서 문재인 후보가 박근혜 후보를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격차는 오차범위 내에 들어있는 수치에 불과하지만, 늘 뒤지기만 하던 문재인 후보가 박근혜 후보를 추월했다는 데서 그 의미가 크다 하겠다. 드디어 민심이 움직이면서 역전의 불씨가 타오르기 시작한 것이라고 한다면 섣부른 해석일까?

 

 

 

 

 

 

 

 

둘째, 이런 때일수록 문재인 후보는 더욱 적극적인 공세로 나가야 한다. 공격은 최선의 방어란 말도 있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공격은 박근혜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공격이 아니다. 네거티브 공격은 통합진보당의 이정희 후보에게 맡기면 될 것이다. 그렇다면 포지티브 공격은 무엇이고, 어떻게 할 것인가? 박근혜 후보를 네거티브로 공격하지 않으면서도 선거운동을 유리하게 이끌고, 반MB 정서를 가진 유권자를 결집시켜 승기를 굳히는 밴드왜건효과를 가져 오는 방책으로 어떤 것이 있을까? 나는 그러한 전략 가운데 가장 좋은 방책이 문재인 후보가 공동집권내각에 대한 밑그림을 발표하는 것이라고 본다. 혹자는 초박빙의 선거가 한창 진행 중인 이때에, 후보가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 판에 집권을 가정한 공동내각에 대한 구상을 당장 발표하는 것이 그리도 시급한가 라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내가 여기서 제안하고자 하는 것은 민주당의 전략통들께서 좀 더 박스 밖에서 사고해 달라는 것이다. (한니발과 파비우스 사이에 벌어진 칸나에 전투와 옥타비아누스와 안토니우스 사이에 벌어진 무티나 전투처럼 상대방의 의표를 찌르는 전략으로 전쟁의 판도를 바꾼 예는 얼마든지 있다.)

 

 

 

 

셋째, 안철수 전 후보를 지지했지만 문재인 후보에게 마음을 주지 않은 채 아직도 지지자를 결정하지 못한 전체 유권자의 3-4%(출처: 2012년 12월13 연합뉴스 인터넷판, 박성민 기자)에 달하는 부동층 심리를 소비자행동론에 근거해서 유추해볼 때, 이들은 구호로만 그치는 정치가 아닌 정책실효성을 가진 정치를 바라는 사람들이다.

 

 

 

 

내년도 세계경제상황이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다수당이 아닌 민주당 혼자만의 힘으론 내년도에 닥쳐올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어려울 것 같다. 자칫하다간 집권초기의 국정장악력마저 잃을 위험성이 있다. 참여정부 초기와 미국쇠고기수입결정 하나로 급속하게 국정장악력을 잃어버린 이명박 정부를 보면 알 수 있잖은가. 내가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또 안철수를 지지했으나 지금은 지지를 유보하고 있는 부동층이 굳이 아니더라도, 민주당만으로는 안 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것은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를 포함해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다 알고 있다.

 

 

 

 

그렇기에 문재인 후보는 안철수 전 후보와 함께 지금이라도 공동집권내각을 논의하고 그 결과를 서둘러 발표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안철수 전 후보의 지지자들이 조직화되어 있지 않다고 해서 거품으로 보면 안 된다. 그들은 가만 놔둬도 투표장으로 나오는 386세대가 아니다.

 

 

이들은 문재인 후보가 18대 대통령선거에서의 승리 후에 어떤 행보를 보일 것인지 특히 더 궁금해 할 것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의심한다. 이미 문재인 후보에게 한 표를 행사할 결정을 내린 다른 많은 유권자와 마찬가지로 이들 또한 민주당을 믿을 수 없다고 말한다. 안철수 전 후보는 새 정치와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저버릴 수 없었겠지만 안철수를 지지했으나 지금은 부동층인 유권자들에게 “일단 문재인을 믿어보자”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이런 성향의 유권자를 결속시켜 표로 연결시키려면 가시적이고 구체적인 국정운영의 밑그림, 즉 공동집권내각에 대한 문재인 후보의 구상을 보여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선거가 한창 무르익어가는 지금의 상황에서 공동집권내각의 밑그림을 공표하는 일이 정서적으로나 조직적으로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다. 안철수와 그의 사람들이 포함된 내각으로 총론을 보여주고 대통령직인수인수위원회를 통해 각론을 보여주겠다고 약속해서 안철수 지지자들 가운데 아직도 문재인 후보에게 마음을 주지 못한 전체유권자중 3-4%사람들을 움직여야 한다. 지금의 상황에선 투표율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국무회의 구성원 전체를 발표하라는 말은 아니다. 국무총리, 교육부총리, 환경부장관 그리고 노동부 장관 정도면 된다고 생각한다. 이들이 부정부패, 비윤리적 행위, 독직 등의 일에 연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전제로 차기 5년 동안 임기를 보장해준다면 금상첨화라고 생각한다. 이는 18대 대통령선거에서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후보가 승리할 수 있도록 공헌한 안철수의 지분을 5년 동안 보장한다는 의미가 절대 아니다. 우리나라의 교육을 책임지고 개혁할 수 있는 전문가를 교육부총리에 임명하고, 사회양극화 문제를 노동과 연계해서 해결하는 데 앞장 설 수 있는 전문가를 노동부장관에 임명하고, 4대강사업으로 파헤쳐진 우리나라 국토를 최소한 이명박 정부 이전의 수준으로 복원시킬 수 있는 전문가를 환경부장관으로 임명하겠다는 대통령 후보로서의 의지를 미리 드러내는 일이다. 그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이는 적어도 교육부총리, 노동부장관, 환경부장관만큼은 정무적인 고려를 해서 임명하지 않겠노라고 국민과 약속하는 정치행위이기도 하다. 노동은 밥을 먹어야 살 수 있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가장 기초요건인 동시에 교육과 환경은 국가의 백년대계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후보마저 안철수 전 후보의 차기정부에서의 임명직거부선언에 대해 지나치게 큰 의미를 부여해선 안 된다. 새누리당이 뭐라 하던 신경 쓸 필요는 없겠다. 아무 조건 없이,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자신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겠다는 안 후보의 말은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자신의 정치행로는 스스로 개척하겠다는 말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후보가 이 상황에서 안철수 전 후보의 임명직거부선언이라는 울타리 안에 스스로를 가두어 소극적으로 대처한다면 눈앞에 놓인 승리를 발로 걷어차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안철수 후보 자신이 무슨 말을 했던 절대 다수의 국민이 그를 원하는 상황이 올 것이다. 내가 만일 문재인후보라면 이 상황을 빨리 간파하고 공동정부 구성의 의지를 좀 더 명확히 밝히겠다. 수구기득권세력이 뭐라고 하던, 조중동이 뭐라고 하던 안철수 후보가 국민에게 봉사해야 하는 시점이 왔을 때, 정무적인 판단으로 인해 그를 (혹은 그가 추천하는 인사를) 국무총리내정자로의 임명하는 일을 회피하지 않겠다는 정도만이라도 선언하겠다. 그리하여 다양한 성향의 안철수 지지자들과 좀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계기로 삼겠다.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 가운데 안철수 전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기성정치권에 불만이 많은 사람이다. 그들은 민주당을 지지했다가 안철수 전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보다 불만의 강도가 더 크다. 또한 그들은 아직 몰락하지 않은 중산층에 속하며 탈물질주의 성향을 보이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절대로 적극 투표층에 속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문재인 후보가 12월 13일 이후의 여론조사에서, 비록 그 결과가 공개될 수는 없더라도, 박근혜 후보를 7~8% 차이로 따돌리면서 12월 19일을 맞이하려면 안철수 전 후보와의 밀착관계를 좀 더 공세적으로 이끌어 가야 한다고 본다. 다시 말해, 차기 정부에서 어떠한 임명직도 맞지 않겠다는 안철수 전 후보의 선언에도 불구하고, 남은 선거유세 기간 동안 일방적으로라도 안철수 전 후보측과의 공동집권내각에 대한 밑그림을 발표해야 한다고 본다.

 

 

 

 

넷째, 문재인 후보가 선거에서 이기고 개표에서 지지 않으려면 출구조사에서 7~8%를 이겨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정투표와 부정개표를 단행할 수 있는 집단이다. 지금과 같은 0.5% 차이의 초박빙의 선거에서는 더욱 그렇다. 따라서 문재인 후보는 20대와 30대 유권자들을 최대한 투표장으로 불러낼 수 있는, 예를 들어 투표를 한 20대가 자신의 친구들에게 트위터나 카카오톡으로 투표를 독려할 수 있는 신나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어린 시절 IMF사태를 겪어본 20대와 30대 유권자들은 민주주의라는 당위성만 가지곤 투표장으로 가지 않는다. 그들을 투표장으로 나오도록 하는 일은 TV토론을 잘 하고, 시민사회의 원로들의 지지성명을 이끌어내고, 머리가 허연 사람들이 거리에서 투표독려운동을 하는 일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들을 움직이려면 대통령선거가 끝난 후에 자기가 선택한 대통령에 의해 사회가 바뀔 것이라는 희망의 씨앗을 심어줘야 한다. 말로만의 새 시대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공동집권내각에 대한 밑그림을 미리 보여주는 것은 안철수를 지지하는 부동층 유권자들에게 대통령선거 이후에 국정운영이 민주당만의 잔치로 끝나지 않을 거라는 걸 확실하게 보여주는 효과도 있다. 공동집권내각에 대한 밑그림을 발표해서 여론을 환기시키고 진보개혁성향의 유권자들 가슴에 감동의 물결이 넘쳐흐르도록 만들면 투표율이 올라가는 건 자명하다. 그렇게 된다면 조중동이 뭐라 떠들든 그것은 선전선동의 정치적인 쇼는 아니다. 예측가능한 정치의 시작이다. 그것은 한국 정치사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내가 만일 문재인이라면”이라는 위 제목과 관련하여, 필자와 관련이 있는, 정확히 말하면 공동 기획한,『내가 만일 대통령이라면』(느티나무아래, 2010)을 이 지면을 통해 소개하고자 한다. 필자는 이 책에서 “새의 눈, 곤충의 눈, 물고기의 눈”이란 제목의 짧은 글에서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면 어떤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하는가에 대해 썼다. 이 책에는 필자의 졸고를 제외하고, 딴지일보 김창규 기자 외 24인의 저자들이 쓴 참신하고 재기발랄한 글들이 수록되어 있다. 딴지일보 독자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이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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