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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2. 16.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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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에 조또 벙쪘다. 주말에 딴지일보가 업데이트된 것도 놀라자빠질 일인데, 그 마빡의 1/3을 내가 점령했다. 이게 대체 뭔일인가.


 


저 많은 기사 중 하나 빼고 다 내 거. 이게 뭐지 대체;;;


 

나 아직 안 죽었으나 언젠가는 죽을 테니 미리 보내주는 트리뷰트 투 카인(Tribute To Kain)인가, 퇴사 후 한참 지나 주어지는 퇴직금 대신인가, 아니면 어서 빨리 복직하라는 너부리 편짱의 츤데레성 권유인가. 하긴 그런 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나는 지금 책임감이라는 이름 하에 돌아왔다. 내가 시작한 것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중간 정리의 책임이 있지 않겠는가. (알고 보니 부편집장 필독의 만행이었다. 역시... 나으 편짱님은 이렇지 않다능!)


 

사실 나꼼수에서 총수가 이 취재를 가져가서 십알단이라고 이름 붙인 이후, 난 의도적으로 이쪽에 관심을 끊었다. 하지만 어쩌면 운명이란 게 있을지도 모른다. 자꾸 알바들 얘기가 눈에 밟혔다. 나도 모르게 자료를 수집하고 해석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머나 이러면 안 되지 싶어 다시 관심을 끊는다. 하지만 몇 주 뒤엔 또 새로 알바 계정들을 모니터링하고 있었다. 그동안 이런 반복을 경험하고 있었다. 나 혼자 하는 밀당. 어쩌면 운명이 아니라 집착일지도 모르겠다. 그도 아니면 중독이거나.


 


그래도 운명일 가능성도 있다. 난 딴지일보의 성재기 인터뷰에 대한 반응이 궁금했을 뿐이라고. 근데 왜 이런 게 나오는 거야. 설마 성재기 씨도 연관이 있는 거야? 응? 그런 거야?


 

아마도 몇몇 독자들은 이쯤에서 '색히, 변명 까고 있네... 미친놈이니까 저렇게 물고 늘어지지...' 하시겠지. 맞다. 찬성한다. 나 미친놈 맞다. 미친놈이 아니면 기사를 6개나 낸 작년 12월부터 금년 2월에까지, 그리고 그 이후로도 트위터 알바들을 계속 감시하며 붙들고 있지 못한다. 그러고 보니 처음 그들을 찾기 시작한 12월 6일이, 얼마 전 지나갔다.


 


벌써 1년이라니... 하지만 1년 후에도 이러긴 싫다.


 

그 미친놈의 강박적 집착증에서 비롯된 뽕빨정신을 오늘로 일단 마무리한다. 현재까지의 '그놈들의 변천사'를 주욱 복기해주겠다. 어제 업데이트랍시고 올라간 지난 기사 8개를 다 읽기엔 독자들도 짜증나지 않겠는가. 내친김에, 내가 마지막으로 기사를 쓴 2012년 2월 14일 이후 동정까지 합해서 정리해준다. 때도 딱 좋다. 십알단도 여기저기서 적발 되고 있고, 게다가 국정원 607호까지 터졌으니까.


일단 지난 기사 요약 정리를 간단하게 간다. 졸라 착하게 링크도 하나하나 걸어뒀으니까 자세히 읽고 싶으면 클릭하면 된다. 새 탭에서 열리도록 해놨다. 나 이렇게 섬세한 남자다.


일단 여기선 트위터 알바만 다루겠다.. 후에 '십알단'이라고 애칭이 붙는 아이들 말이다. 뉴스 댓글 알바도 다룰지는... 나도 모르겠다. 거기까지 하기엔 귀찮아 죽겠단 말이다.


 




 

첫 번째 기사 : [가관] 그들의 순수 역시 의심하지 말자(링크)


 

그 '벌써 1년'의 그날은 사실 12월 5일이다. 12월 5일 저녁에 접하고 조사하여, 다음날 6일에 써서 올렸지만 공개는 7일로 밀렸다. 그래서 날짜는 7일로 되어있는데 기사의 업로드 시간은 6일로 되어 있다. 뭐, 이딴 게 중요한 건 아니다.


기사의 주요 내용은 아래 이미지만 훑으면 끝난다. 트위터 이용자인 @planner95 님의 조사 결과다.


 


 

이 첫 기사에서 발견된 유형은 신문 기사의 제목과 내용을 그대로 복사해서 유통하는 유형이다. 매우 기계적이지만, 예쁜 여자 사진으로 팔로워를 낚으려 했다는 심증은 지나칠 정도로 짙다. 예쁜 여자 사진, '미아리 여가수' 등의 관심 갈 만한 자기소개. 고발자도, 이를 확인한 우리 세 사람도 똑같이 생각했다. "예쁜 여자 프로필로 팔로워를 낚아서 자기네 정치 기사 홍보하는 목적이다! 나아가 이런 사람이 많이 있는 척 하고 있다!"


 

하지만 저 제보만으로는 기사가 안 되므로, 나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질문을 던졌다. '대체 저 예쁜 여자 사진은 어디서 구했지?'


 

구글의 이미지 검색을 이용하자 금방 답이 나왔다. 쇼핑몰 모델 사진을 도용한 것이 제일 많았다. 그 다음으로는 김태희, 강지영, 전지현 등의 연예인 사진도 있었다. 심지어는 일본의 AV 배우인 야베 아이카의 사진도 있었다. 5일 저녁, 우리는 이 사실에 폭소했고, 6일 낮 근무 시간에 난 기사를 썼다. 이 알바 계정의 관리자를 인터넷 상에서 여자인 척 하는 남자인 '넷카마'에 빗대는, 딴지일보 특유의 풍자 기사였다. 행복했다. 당시 딴지 수뇌부 중에서 나만 유일하게 웃기는 기사를 못 쓰고 있어서 갈굼 당하고 있었는데 드디어 해낸 것이다.


 


아직도 이런 유형들은 천 단위 수준이다. 물론 실제 영향력은 0에 수렴할 정도로 적지만.


 




 

두 번째 기사 : [막장탐험] 얘들이, 쪼는 걸까?(링크)


 

두 번째 기사의 중요한 제보는 트위터 이용자 @methis4u 님에게서 왔다. 나꼼수의 첫 미국 투어 당시 혼자 한국에 남은 정봉주 의원이 출연한 TVN '백분토론'에 등장한 윤주진 씨가 잠깐 화제가 되었고, 이분은 윤주진 씨에 대한 우호적 트윗이 대량 유포되는 상황을 정확히 포착해냈다.


 


 

이건 이전 기사의 계정들과는 좀 달랐다.


@janghy10라는 한 계정이 트윗을 올리고, 다른 계정들은 이 트윗을 리트윗하는 데에 주력하는 형태다. 그룹 활동이 이루어진 것이다. 나는 여기에 '조장-조원'이라는 가칭을 붙였다. 조장이 되는 '소스 트윗'을 총수는 나꼼수 봉주 21회의 총수에서 '얼굴마담'이라고 불렀다. 후에 이 '얼굴마담'은 변희재, 조갑제, 윤주진 등의 인사들까지 확대된다. 물론 그 인사들이 자기 트윗을 퍼나르는 계정의 정체를 알고 있었을지는 확실치 않지만.(뭐, 그 중 누군가는 알고 있었겠지.) 아무튼 조장=얼굴마담=소스계정이 트윗을 올리면 이를 다수의 조원 계정이 리트윗하여 퍼나르는 형태였다. 나는 이렇게 조장-조원의 형태를 접하게 되었다.


이렇게 조장-조원으로 분업해서 트윗을 생산-유통하는 유형 중에서 조장 계정의 트윗은 아래와 같이 이용된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일단은 의심일 뿐이다.


 


아래 조그만 캡션이 보이는가? 어떤 기사에서 가져온 이미지다.


 




 

세 번째 기사 : [골방취재] 진화해도 이 정도냐?(링크)


 

이제 문제는, 어떻게 소스가 되는 조장 계정을 찾아내느냐였다. 기사 RT 유형과 조원 유형은 그 기계적인 활동 형태 때문에 쉽게 구별이 된다. 하지만 퍼날리게 될 트윗을 쓰는 조장 계정은 애매해진다.


 

당시 함께 근무하던 아외로워 기자가 @snspage에서 이상한 것을 보았다며 제보해왔다. 지가 하기 싫으니까 나한테 넘기고 흑흑 제보를 받아들여 조사했다. 팔로워 수가 몇십 수준인데 리트윗 500개를 달성하는 위업을 이룩한 계정들을 여럿 찾아낼 수 있었다. 드디어 조장 계정을 찾은 것이다. 이제 이 조장 계정들과 이어지는 조원 계정들을 찾아야 했다.


씨바 조또 고생했다.


 


조장 계정들 간의 리트윗 순서 같은 것도 찾아보려고 하다가 GG 치고,


 


얘들의 활동 내역을 DB화 해보고,


 



결국 이런 식으로 조장-조원 계정 한 묶음을 찾아냈다.


 

저렇게 찾아내느라 연말연시를 반납하고 말았다. 뭐 함께 할 가족이나 애인은 없으니 큰 상관은 없었다.


 




 

여기까지 하고 나서 난 좀 다른 취재거리와 업무에 눈을 돌렸다. 이 정도면 됐겠지 내지는 이젠 다른 누가 할 때도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었다. 마침 필진 중에서 앗싸 님이 이 건에 잠깐 관심을 보였다. 그가 이틀 정도 뚝딱 조사해보더니 5일에 기사를 냈다.


 

번외 기사 1 : 앗싸의 [애프터서비스] 수꼴 봇 계정 추가 단속


 

이제야 밝히지만 앗싸 님의 조사 결과는 좀 실망스러울 정도로 적었다.(여기서 밝혀둔다. 난 질투하는 타입이 아니다.) 하지만 실망을 보완할 요소가 있었다. 기사에서는 짧게 언급하는 데에 그쳤지만, 기계적 리트윗과 같은 기능을 수행하는 오토 프로그램의 존재를 확인한 것이었다.


 

앗싸 님은 직접 업체와의 통화에 성공했고, 자동 맞팔과 오토 리트윗을 수행해주는 프로그램이 당시 가격 월 30만 원 정도였다는 것까지 알아내었다. 물론 여러 개의 아이디를 동시에 돌리면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만 대강 100만 원 안쪽에서 결제 가능하다는 것까지. 이런 오토 프로그램과 다수 계정 이용자를 위한 twitterfeed 등을 연계해서 이용하면 매우 많은 수의 계정을 손쉽게 관리할 수 있다는 것도.


 

또한 이 업체가 제공해준 다른 정보는 매우 중요했다. 트위터 본사에서 이런 오토 프로그램 중에서 트위터의 네트워크 환경을 해치는 일부를 불법 프로그램으로 규정하여 주기적인 체크를 한다는 것이었다. 이 경우엔 적발된 계정은 정지된다.


따라서 트위터 본사가 인정하는 오토 프로그램과 서비스만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트위터 본사가 트위터 네트워크 내의 경찰 활동을 한다는 정보는 중요하다. 기억해두자.


 




 

번외 기사 2 : 한겨레 허재현의 [경제/IT] 조선일보 기사 퍼나르는 미녀들 대체 누구인가(링크)


 

우리가 이러고 있을 동안, 한겨레신문의 허재현 기자는 묵묵히 감시를 계속해오고 있었다. 그 역시 12월에 있었던 @planner95 님의 적발을 보았고, 조사에 착수해 1월 10일에 기사를 냈다. 내 첫 기사와 출발점은 같았으나 허재현 기자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다. 그는 추가로 하나금융(당시 론스타 먹튀 사건이 끓던 때다)에 대한 우호적 트윗을 생산하고 리트윗하는 계정 그룹을 찾아냈다.


 

또 허재현 기자는 조장 계정 일부의 새로운 특성을 찾아냈다. 한 계정을 예로 들며 정확히 30분에 한 번씩 트윗을 올리는 것, 올라오는 트윗 중에 주기적으로 같은 트윗이 올라오기도 하는 경우를 발견해냈다. 이건 해당 계정들의 운영이 기계에 의존한다는 것을 입증하는 정황이었다.


 

이건 원래 봇 계정의 특징이다. 봇 계정은 수십에서 수백 개 정도의 트윗이 담긴 데이터베이스를 따로 두고, 여기에서 랜덤 혹은 규칙에 따라 트윗 하나씩을 정해진 시간에 올리는 형태로 운영된다. 그런데 개인 사용자의 사진과 프로필을 걸어놓은 계정이 이런 활동 형태를 보인다면 그건 개인이 아니라 봇이라는 의미가 된다.


 


내 인생의 활력소 중 하나인 고양이봇. 데이터베이스의 존재를 언급하고 있다.


 

허재현 기자 역시 앗싸 님과 마찬가지로 관련 업자를 인터뷰하는 데에 성공했고, 이 업자 역시 같은 대답을 들려주었다. 그리고 더하여 허재현 기자는, 내가 하지 못한 것을 해냈다. 리트윗 순서의 규칙성을 간파한 것이다. 그는 종적인 관계에 집중한 내 패착과 달리 횡적인 관계에 집중했고, 그리하여 기사에 다음과 같은 개략적인 규칙성 도표를 넣을 수 있었다.


 


난 이걸 보고 정말 감동했다. 해본 사람은 안다. 이게 얼마나 개고생인지. (출처 : 위 링크의 한겨레신문 기사)


 




 

그리고 다시 내 시간이 왔다.


 

회사원에게 가끔 있는, '사소한 프로젝트가 점점 크게 발전하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사무실에 나타나지 않아 내게는 전설상의 동물과 동급이었던 총수가 갑자기 (나타나지는 않고) 다음 뉴스의 댓글 알바를 조사하도록 지시를 내렸다. 편집장님은 당연히 알바 추적 경력이 있는 내게 패스해줬고, 나는 덕분에 지옥같은 시간을 즐길 수 있었다.


조사가 끝나가는데 편짱님께서는 '이거 아예 기사로 가자'라고 새 지시를 내렸다. 그때 내게는 트위터 서비스 업체에서 들어온 자료들이 쌓여가고 있었다. "편집장님. 이거 둘 다 할 수는 없습니다."라고 말하자, 편짱님께서는 매우 자애롭게도 "둘 다 해."라고 말씀하셨다. 5초 있다가 편짱님의 한 마디가 더 쌓였다. "오늘 내로."


 

 

네 번째 기사 : [고민해결] 수꼴 트윗 봇, 검거에서 처벌까지(링크)


 

세상은 내 편이 아닌 게 분명했지만, 어쨌든 기사는 나왔다. 이 네 번째 기사를 통해서 대략적인 '위장봇 계정'의 개념과 그 활동 및 운영 형태가 정리되었다.


 

위에서 거론한 고양이봇처럼, 봇은 본질적으로 놀이다. 보노보노봇, 자본가봇, 허세봇, 감성봇, 한우봇 등은 그렇게 기능한다. 봇의 팔로워들은 봇의 트윗 중에서 맘에 드는 것을 리트윗하거나 거기에 반응하면서 놀이에 참여한다. 놀이임을 확실히 하기 위해 봇은 자신이 봇임을 명시한다.


 

이런 봇 계정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봇 운영자에 더하여 다수 계정을 운영하는 사용자들을 위한 서비스가 위에서 거론했던 트위터피드(twitterfeed), 트윗봇닷넷(twittbot.net), 트윗덱(twitdeck) 등의 서비스 프로그램이다.


 


트위터를 중심으로 한 서비스 확장도, 트위터 유니버스. 무궁무진한 서비스 형태가 존재한다. 트위터 통계 산출 서비스나 봇 운영 서비스도 그 중 하나다.


 

이런 프로그램들과 다른 서브 오토 프로그램을 결합해 사용하면 한 명이라도 수십 개의 계정을 관리하는 데에 어려움이 없다는 것을 앞에서 설명했다. 따라서 물경 3, 400개를 훌쩍 넘기는 알바 계정들을 단 몇 명이서 운영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인건비 때문에라도 저게 다 관리되지 않는다. 개개의 계정마다 한 명씩 붙는다면, 개인당 10만 원으로 낮게 후려쳐 잡아도 프로그램 비용을 빼고 이미 인건비로만 천만 원 단위가 넘어간다. 이 정도의 돈은 쉽게 숨기기 힘들며, 이 정도의 일에 천만 원 단위의 돈을 쓰는 것은 가격 대비 효과의 경제 법칙에 의해 무모한 발상이다.


따라서 모든 운영자가 같은 조직 소속인지는 확정할 수 없으되, 백만 원 단위 규모의 프로그램비+인건비를 대주는 조직이 있고 이 조직의 지시를 받아 움직이는 운영자 혹은 운영팀이 있다는 추론이 나오게 된다.


 


이 계정의 증언을 신뢰한다면, 정확한 추론이라 아니할 수 엄따. 음화화.


 

왜냐 하면... 지금까지 찾아낸 계정들은, 그게 기사를 자동 리트윗하는 유형이든, 소스 트윗을 제공하는 조장 계정이든, 조장의 소스 트윗을 리트윗하는 조원 계정이든, 완벽하게 동일한 공통점을 가지기 때문이다. 봇의 활동 형태를 보여주니 봇이 분명한데, 일반 사용자인 척 프로필을 만들어놓은, 위장봇이라는 공통점 말이다.


 


어때, 막 팔로우하고 싶지! 물론 이 계정은 현재 정지되었다.


 

그렇게 하여 당시(뭐 지금도 다르지 않지만) 진보 성향의 여론이 매우 강한 트위터 내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위장하는 것이다. 도용해온 미녀 사진으로 팔로워를 낚아 자기네 기사를 타임라인에 들이밀고, 트위터 순위 사이트에 자신들의 트윗이 올라가도록 대량 리트윗을 조작하는 방식으로. 명백한 여론 조작이다.


 

그리고 조장-조원이라는 대량 리트윗 그룹의 활동이 슬슬 바뀌기 시작했다. 소스 역할을 몇 계정만 담당하지 않고 거의 모든 계정이 맡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장이건 조원이건 가리지 않고 서로를 리트윗했다. 그렇게 하자 대량 리트윗의 양이 증가했다. 관리 프로그램과 그 이용 노하우가 상승한 것이다.


 

게다가 프로필도 다변화되어 이제는 일반인의 사진을 미니홈피나 카페 등에서 도용해 사용하기도 하고, 기존에는 대량 리트윗 형태이던 계정들이 갑자기 기사 복사 유형으로, 혹은 반대로 전환되기도 했다. 입력 플랫폼은 여전히 다수 계정 운영 용도의 프로그램이었지만 주기적 트윗 노출은 많이 줄어들었다. 이 전환은 너무 광범위해서 전체 상황을 조망할 수는 없었지만, 최소한 운영 방침의 변화가 있었고 이게 적용되는 것을 목격하긴 한 것이다.


 

그래서 일단 두 가지 형태의 위장봇을 포괄할 수 있는 감별법을 고안해봤다.


 


기사에 썼던 감별도. 왼쪽은 주로 대량 리트윗 유형을 찾는 과정이고, 기사에도 언급했듯 100% 적중률은 아니다. 오른편은 기사 복사 유형을 찾는 과정이고, 이건 지금도 100% 적중률이다. 현재 왼편은 이에 적용되지 않는 새로운 유형이 등장해 제한적으로만 적용 가능하다.


 

그러나 찾으면 뭐하나. 이들을 없앨 수는 없어도, 최소한 안 보이게는 하는 것이 일반 사용자에게 필요하다. 하지만 모든 사용자가 일일이 모든 위장봇을 찾아다니며 차단할 수는 없다. 이에 유일하게 기사에 자신들을 드러내도 된다고 승낙한 협력업체, 트위터의 서드 파티인 코리안트위터스(koreantweeters.com)가 그 해결책을 제시했다.


 


코리안트위터스는 이렇게 영향력 집계 등의 통계 제공과 twitpal이라는 트위터 앱을 제공하는 업체다. (이미지는 회사 링크)


 

이 업체의 대표는 내게 매우 우호적이었고, 정보 제공에만 머무르지 않고 자신들이 새로운 서비스를 하나 개발하고 있다며 소개를 부탁했다. 내 조사에 우호적이었던 이유 역시, 개발하고 있는 서비스가 내게 필요할 것을 예측했기 때문이다. 정확한 판단이었다. 서비스는 딱 내가 고민하던 것을 해결해주는, 대량 신고/차단 기능 서비스였다.


 

이 서비스를 요약하자면, 누군가가 스팸 광고 계정이나 위장 봇 계정을 다량으로 발견해 리스트에 모아둔 후 여기에 등록하고, 다른 사람들이 그 리스트에 ‘신고 찬성’하는 방식이다. (서비스를 사용하고 싶다면 [고민해결] 수꼴 트윗 봇, 검거에서 처벌까지를 눌러 해당 내용을 찾으면 된다. 친절히 설명해놓고, 링크도 달아놓았다.)


 

친절한 대표님 덕분에 나는 이 서비스의 첫 고객 겸 실전 테스터가 되었다. 지금 들어가 보면, 당시 총수 사칭 계정(참고로 유명인 사칭은 트위터 본사가 매우 싫어하는 약관 위반 행위다.)을 시험 등록한 바로 위에, 내가 등록한 첫 리스트가 있다. 트위터의 리스트는 500개 계정을 모아놓으면 꽉 차기 때문에, 난 최근 계정을 하나 더 만들어 또 하나의 리스트를 업데이트 해놓았다.


 

물론 지옥의 끝은 멀었다.


 




 

마지막 기사 : [수사] 지옥까지 쫓아가마 (下) (링크)


 

지옥은 달이 바뀌어 2월이 되어 다시 찾아왔다.


 

정보와 데이터는 차곡차곡 쌓여갔다. 제보도 여럿 들어왔다. 트위터 알바와 댓글 알바 양쪽에서 나 혼자서 처리하기 벅찬 양으로. 특히 몇몇 제보자의 열의는 대단했다.


 

그래, 나도 처음엔 이게 재밌었다. 그리고 이제는,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무언가를 하듯, 게임을 하는데 너무 익숙해져서 조작이 호흡과 같은 수준에서 발휘되듯, 하루의 일과 속에 위장봇 모니터링을 집어넣고 있었다.


 

하지만 남은 생 내내 이 짓을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어느 정도 정리를 해놓고 한동안 손을 놓기로 했다. 때마침 트위터와 뉴스 댓글 양쪽 모두에서 약간의 성과가 있었기에 그 모니터링 결과를 가지고 두 편의 기사를 썼다. 지난 기사처럼 트위터 알바를 하편으로 놓았다.


 

2월 초의 상황은 상당히 호전되어 있었다. 매우 많은 수의 대량 리트윗 그룹이 사라지거나 활동이 극도로 뜸해지거나 기사 복사 유형으로 돌아섰다. 사실 최초로 발견한 위장봇들에 대해서는 나름 애착이 생겼는데, 내게는 좀 아쉽게도 그 계정들 대다수가 사라졌다.


 


최근까지 남아서 소스 계정 역할을 했던 @eroticking25에는 미운정이 굉장히 많이 들었다. 최근 사라졌기에 애도를 표한다. 에로틱킹25 계정의 운영자는 꼭 연락을 달라. 정말 보고 싶다. 다른 의도 없다. 그냥 얼굴만이라도 먼 발치에서 보고 싶다. 진심이다. 나는 그대와 함께 보낸 나날이 고통스럽지 않았다.


 

따라서 이 당시는 알바 위장봇들에게는 암흑기임과 동시에, (후에 알게 된 것이지만)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는 시기였다. 원래 위기와 기회는 같이 오는 거니까. 어쨌든 당시의 나는 암흑기라는 것만 볼 수 있었고, 그래서 그 원인을 분석했다.


쉽게 결론이 나왔다. 이들의 활동이 거두는 성과가 너무 미미했기 때문이 그 이유였다.


 

트위터와 같은 SNS에서의 영향력/파급력은 공감력과 같다. SNS 내에 존재하는 대중 대다수가 선호하는 트윗은 생산자에서 매우 먼 거리까지 그리고 많은 사람에게 퍼져나간다.


 

영향력 점수와 순위를 매기는 업체에서는 단순히 팔로잉/팔로워 숫자나 트윗 숫자 내지는 리트윗 숫자만으로 영향력 점수를 매기지 않는다. 리트윗 수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멀리'이다. 당신의 트윗을 당신의 팔로워 한 명이 리트윗하는 것보다, 당신의 팔로워를 팔로우하는 사람이 리트윗한 것이 좀 더 높게 매겨진다는 것이다. 이건 타당한 집계법으로 보인다.


 


최근 모 사이트의 영향력 순위. 보다시피 팔로워 수와 트윗 수에서 매우 밀리는 기성용 선수가 이외수 씨보다 영향력이 높게 잡힌다.


 


따라서 이런 주장은,


 


이런 영향력 순위를 보면 헛소리가 된다.


 

내 경우, 트위터를 지인들의 소식을 듣는 용도로 이용하기에 주로 안면이 있는 사람 위주로 팔로우 하는 편이다. 따라서 난 문재인, 안철수 등을 팔로우하지 않는다. 본 적도 없고 말을 섞어본 적도 없으므로. 그런데 내가 팔로우한 사람 중 한 명이 안철수의 트윗 A를 리트윗했다고 가정하자. 내가 A 트윗을 보고 공감하거나 혹은 인용하고 싶어 이걸 리트윗했다면, 안철수의 A 트윗은 한 다리를 건너 내게 온 것이 된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안철수를 팔로우하지 않은 내 팔로워 중 한 명이 내가 리트윗한 A 트윗을 보고 또 리트윗 한다면, 두 다리를 건너간 것이므로 안철수의 영향력 점수는 급증한다. 때문에 모든 SNS 전문가들은 영향력에 있어서 팔로우/팔로워는 그닥 중요하지 않고, 리트윗 횟수는 좀 중요한 편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자신의 팔로워가 아닌 사람에게도 퍼져가는 파급력이라고 지적한다.


 


이해를 돕는 그림. 나꼼수 비키니 논란 때 (주)트리움이 만든 리트윗 관계도다. 여러 다리 건너가야 그게 영향력이라는 거다. 상단 그룹은 한 발원지에서 여러 번 점프하는 게 보이지만 아래는 그렇지 않다. 물론 아래의 기계적 방사형 모습은 위장 봇 알바들의 형태다. 이 관계도에서 얻어낼 수 있는 의미는 꽤 많다.


 

이 파급력이 위장봇들에게 있을 리가 없다. 위장봇 계정들의 팔로우 형태는 '무차별 팔로우'다. 또한 어쩌다가 자신을 팔로우한 사람이 있으면 무조건 '맞팔'한다.(맞팔 문화는 한국에서 유독 강하다. 팔로우/팔로워 수가 중요한 줄 아는 한국 웹에서만 말이다.) 마구 팔로우 하다가 규정 위반으로 사라지기도 한다. 트윗의 리트윗 수를 올려서 통계 결과에 진입시키면, 다른 진보 인사와 아이돌 그룹 트윗에 묻혀 홍수 속 낙엽처럼 다음 순간 사라진다.


 

서울대 사회학과 장덕진 교수 또한 11월 11일 한겨레신문에 기고한 칼럼에서 같은 부분을 지적했다. "친박근혜 성향의 글을 쓰는 계정은 12%에 불과하다. 하지만 소수에 불과한 박근혜 지지 계정들은 문재인 지지 계정에 비해 평균적으로 약 9배, 안철수 지지 계정에 비해 약 35배의 글을 썼다." 그 계정들은 다른 트윗 없이 공주님 지지 트윗만 계속 했다는 말이다. "박근혜 후보나 캠프에서 쓴 글들은 최대 30만명에게 가고 있는 반면, 야권 두 후보나 그 캠프에서 쓴 글들은 최대 60만명에게 가고 있다. 박근혜 지지자들은 최대 35배나 많이 쓰고 있지만 절반에게밖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세상 읽기] 트위터 대선 민심 중간보고 / 트위터에서 친박 성향 글이 60% 이상인 까닭) 내가 2월에 분석한 것과 장덕진 교수가 11월에 분석한 것에는 같은 문제가 있다. 파급력의 한계. 이 한계는 위장봇 계정이 결코 극복하지 못한다.


 

이렇게 알바 위장봇들에게 위기가 닥쳐왔다. 하지만 다시 말하노니 위기와 기회는 함께 오며, 암흑기는 또한 변화를 추진할 수 있는 시기다. 이때쯤 이들은 나 같은 사람들을 피해갈 방법을 개발하고 있었다. 파급력이 안 되니 기동성으로 커버치겠다는 심산이었던 것 같다.


 

그리하여 곧 계정 세탁, 은신술, 계정폭파 괴담이라는 것이 등장했다.


 




 

복기 끝났다. 이제부터 새로운 이야기 내지는 떠돌기만 했던 이야기를 정리해준다. 잘 따라오셨다. 물론 빈말이다.


 

위에서 거론한 세 가지, 계정 세탁 / 은신술 / 계정폭파 괴담을 하나하나 설명해주겠다. 거론한 순서대로 하면 왠지 정이 없어보여 반대로 한다. 먼저 계정폭파 루머.


 

 

1) 새로운 도시괴담, 계정폭파


 

보수/수구 성향의 트위터리안들이 자주 하는 항의/비난이 있다. '계정폭파', 줄여서 '계폭'이라는 것이다.


그분들의 주장에 따르면, 좌빨들이 신고를 누적시켜 반대 세력의 계정 정지를 일으키고 이를 은연중에 지시하는 '헤드'가 있다는 것이다. 그 헤드가 총수나 나라고 하더라. (내가 그렇게 유명한 줄 미처 몰랐다. 난 총수가 자기가 한 걸 넘어 내가 한 것까지 자기가 한 것처럼 방송에서 얘기하는 게 배 아파서 알아달라고 징징대는 쫌생이에 불과한데!)


 

어쩌면 이런 오해(?)는 기사에 별 생각없이 넣은 '벌써 여럿 보냈다'는 내 문장 때문일 가능성도 없지는 않겠다. 그런데 사실 신고나 차단의 누적만으로는 계정 정지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위의 번외 기사 1에서 필진 앗싸 님이 취재한 업체 관계자의 증언을 상기해보자. 불법 프로그램 사용이 트위터 본사의 체크에 걸리면 정지가 된다는.


 

더군다나 내가 트위터 서드 파티 업체들과 대화하면서 얻은 정보 중에는 이런 것도 있다. 트위터 본사 내에는 주기적으로 그리고 필요할 경우 출동하는 운영조사팀이 있으며, 팔로워 대비 매우 높은 차단/신고 점수(회수가 아니라)를 얻은 계정은 조사 대상이 되며, 이들에 의해 약관 위반 행위가 포착되면 해당 계정이 정지된다고. 즉 트위터는 무작정 자동으로 계정을 정지시키는 것이 아니라 명백한 귀책 사유가 포착되어야 정지시킨다는 얘기였다.


얼마 후 트위터 코리아가 이를 다시 입증해줬다. 과거 새누리당 김종훈 의원의 계정이 정지되면서 '계정 폭파'가 정치인에 의해 언급된 적이 있었다. 김종훈 의원은 자신의 계정이 악의적인 신고에 의해 계정 폭파 되었고 그게 벌써 세 번째라고 주장했다. 이때 트위터 코리아의 직원 이수지 씨(@susielee)는 '어처구니 없다'며 이렇게 설명했다.


 


 

이수지 씨가 언급하는 '거절'이라는 것은 팔로우했을 때 상대가 맞팔을 해주거나 놔두는 경우가 아니라 스팸신고/차단으로 응수하는 경우로 보인다. 이수지 씨에게 직접 묻고 싶었지만 아직 답변이 없다. 이해해달라. 또한 '공격적인 팔로잉/스팸'이란 트위터 이용 약관에 명시된 '공격적인 운영'을 의미한다. 해당 부분을 직접 가져와보겠다.(강조는 내가)


 

공격적인 팔로우하기란?


 

팔로우를 하는 이유는 해당 사용자의 트윗을 타임라인에서 받아보기 위함입니다. 많은 트위터 사용자들이 누군가가 본인을 팔로우하기 시작하면 이메일로 알림을 받거나 새 팔로워 프로필에 가서 공통 관심사가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따라서 누군가가 관심을 끌기 위해 공격적, 무차별적으로 수백명의 계정을 팔로우한다면 트위터 사용자들에게 피해를 주게 됩니다.


 

공격적인 팔로우 취소란?


 

누군가를 팔로우했다가 나중에 취소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공격적인 팔로우 취소란 사용자가 반복적으로 다수의 사용자를 팔로우했다가 언팔로우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거나, 트위터 한도를 피하기 위해, 또는 팔로워/팔로잉 비율을 유리하게 하기 위해 이러한 수단이 남용되고 있습니다.


 

이는 다른 트위터 사용자들에게 피해를 주며, 스팸 행위로 간주되어 계정이 정지될 수 있습니다.



 

또한 트위터의 규정 중 '스팸' 항목에는 명백하게 차단과 스팸신고만으로는 계정 정지의 기준이 되지 않는다고 적혀 있다. 이 규정에서는 계정 정지의 판단 근거가 되는 '스팸 행위'를 설명하고 있다. (물론 그 기준치를 계산하게 되는 공식은, 트위터 본사가 결코 공개하지 않는다. 공개되면 이를 교묘히 피해가는 편법 사용이 나올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자기 계정이 폭파 당했다고 주장하는 경우의 진실은 논리적으로 셋 중 하나일 수밖에 없다.


 

1. 해당 사용자가 '스팸 규정'에 명시된 것처럼 과도한 팔로우 등의 공격적 운영을 통해 스팸 계정으로 자동 분류된 경우.


2. 해당 사용자가 불법 오토 프로그램 등을 사용한 것이 조사팀의 정기적인 조사, 혹은 신고 누적에 의한 조사에 의해 포착된 경우.


3. 자기가 손수 계정을 지운 경우.


 

이 부분은 보수/수구 성향의 트위터리안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교양이다. 계폭이라며 분노하는 당신의 트친은 사실 스패머 운영을 했거나, 불법 프로그램을 쓴 게 들켰거나,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셋 외에는 경우의 수가 없다. 트위터 본사, 트위터 코리아, 트위터의 서드 파티(협력업체), SNS 전문가, 트위터 약관 및 규정이 모두 그렇게 증언한다. 계폭 전설을 믿는 사람이 있다면 꼭 말해줘라.


 


이런 메시지가 나오는 경우는, 트위터 본사의 수사망에 걸려 정지된 경우다.


 


이런 메시지가 나오는 경우는, 스스로 계정을 삭제한 경우다. 참조하자.


 

이런 상황이 자주 발생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위장봇 계정과 그들에게서 트위터 사용을 배운 사람들은 매우 공격적으로 팔로잉 수를 늘리고, 또한 맞팔을 강요하다시피 한다. 한국에서 유독 강한 '맞팔 문화'는 사실 해괴한 거다. 그리고 맞팔을 가장 강조하는 사람들은 스팸 광고를 하려는 사람들과 위장봇들, 그리고 위장봇과 똑같이 움직이는 개인이다. (이 개인들에 대해서는 은신술에서 설명한다.) 맞팔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이쪽 동네의 특성이다.


 


강재천 씨는 이렇게 우기지만,


 


이찬진 씨 말을 좀 들어봤으면 좋겠다.


 


이렇게 교육 받은 노인분들은 이런 맞팔 위주 서비스로 서로를 찾기도 하고


 


트윗아고라 같은 설문조사/토론 서비스 사이트를 점령하기도 했다.


 

추가로... 이건 확인되지 않은 여담인데, 정지 당한 계정을 살릴 수 있도록 트위터 본사에 청원을 넣어주는 서비스 업체의 간부급 직원이 최근에 내게 해준 말이 있다. '계정폭파'라는 단어가 집중적으로 나오기 시작한 것은 위장봇, 그 중에서도 조장 계정으로 출발한 대량 리트윗 유형들로 추정된다고. 이걸 말해준 사람 자신도 완전히 신뢰하지는 못했지만, 자기의 데이터에서는 그래 보인다고 했다. 그리고 트위터 본사가 정확한 통계를 내줘야 확실해지겠지만, 타국에 비해 한국의 계정 정지 비율이 높은 것 같다고도 했다. 죄다 추정형이고 근거는 빈약했지만, 참고할 가치는 있어 보였다. 이 부분만은 믿거나말거나다.


 

결국 '계정폭파'라는 단어는 '스스로 계정을 삭제'라는 의미로 되돌아가야 한다. 원래는 그런 의미였다. 그러고 보니 군대 정신 교육 시간에 배웠다. 용어혼란전술은 빨갱이들이 쓴다.


 

 

2) 숲 속에 나뭇잎을 숨기는, 은신술


 

열도의 흔한 닌자의 은신술은 본디 연막탄을 던지는 데에서 끝나지 않는다. 연막이 걷힐 무렵에는 이미 그 지점을 이탈하여 몸을 숨길 다른 곳에 숨어버리는 것이 진짜 은신술에 해당한다. 계폭 괴담이 연막탄이라면, 은신술은 실제 개인 이용자들 틈바구니로 들어가는 것이다.


 

다시, 앞에서 인용한 장덕진 교수의 칼럼에서 또 발췌해보자. "박근혜 후보나 그 캠프, 그리고 친박 ‘빅 마우스’들의 글을 집중적으로 리트위트하는 계정의 수는 약 3000개에 이른다. 이들이 모두 알바라고 볼 수는 없다. 알바와 자발적 결집이 섞여 있다고 보아야 한다." 나 또한 동의한다. 그 이유를 설명해주겠다.


 

나꼼수에서 총수가 이 위장봇들 중에서 윤정훈 목사의 팀에게 '십알단'이라는 별명을 지어주고 그 명단을 공개했을 때를 떠올리자. 총수는 아마도 자동 검색 엔진을 이용해 십알단 계정들을 찾아낸 것 같다. 왜냐 하면, 이따금 개인적 내용의 트윗을 올리거나 타인과 멘션을 주고받는 등의 활동을 보여 위장 봇일 수가 없는 계정도 몇몇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패턴 검색 프로그램을 이용해 찾지 않으면 이런 오류는 나올 수 없다. 패턴 필터링이 모든 경우의 수를 커버해주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난 이런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무조건 수동 검사를 했다. 패턴 검색을 할 줄은 알았냐고 묻지 마라. 지금도 모른다.)


 

그리고 이렇게 위장 봇 계정들과 뒤섞여 있는 개인 계정들이, 예상 외로 많아지고 있었다. 이게 대략 5월쯤부터 포착된 흐름이다. 즉, 보수 성향의 개인 사용자 중에 위장 봇 계정들과 동일한 활동 패턴을 보여주는 경우가 꽤 많다는 것이다. 난 이를 '주변을 둔갑시킨 것'이라고 본다. 왜냐고?


 

둔갑시키는 모습이 노출되었기 때문이다.


 


두, 둔갑과 노출... 미안타. 궁금한 사람을 위한 설명, 게임 [사이퍼즈]의 캐릭터 호타루다.


 

난 한 몇 달 정도를 위장 봇과 엉켜 있는 개인 계정들을 보면서 가설만 세우다가, 10월 중순에서야 퍼즐을 맞출 수 있게 되었다. 박사모에서 박근혜를 지지하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투윗터 전사 교육'을 한다는 게시물을 보았기 때문이다. 어디서? 박사모 게시판에서. 그 게시물을 그대로 링크하기엔 사진에 얼굴이 그대로 실린 분들의 개인 정보가 위험할 수 있으므로, 그 게시물을 이용한 기사를 링크한다. 헤럴드경제의 ‘박사모’ SNS교육현장, 트위터 전사들 보니… 기사다.


 

심지어 지난 토요일, 12월 15일에 업로드된 한겨레신문의 잠입기사인 한겨레 기자, 두시간만에 ‘박사모 사이버 전사’로 거듭나다 기사에서는 이런 교육 과정이 매우 빠르고 효율적으로 전개됨을 알 수 있다. 허승 기자는 당시 박사모 교육 정보가 나왔을 때 직접 박사모에 잠입해 교육을 받았고, 교육생들이 특히나 리트윗 중심으로 교육을 받았다는 것을 밝혀냈다. 위장 봇을 가려주는 그 개인 계정들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왜 똑같은 패턴을 보이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나는 10월 이전에 대강 눈치를 채고 있었지만, 제대로 된 퍼즐 조각을 찾아낸 한겨레와 직접 보여준 박사모에게 매우 감사할 따름이다.


 

자, 이런 식으로 '투입'된 사람들이야 문제가 없다. 그들은 돈을 받지도 않았고, 트위터 사용법을 교육받았을 뿐이며,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리트윗을 통해 노출할 뿐이다. 법적 문제가 있다면 찾아낼 수 있겠지. 문제인 사람들은 교육 받은 후 '근무'하는 사람들이다. 교육 받은 후 집에 가서 자의에 의해 트위터를 하는 사람은 알바가 아니라 정당한 의견 표출이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 틈새로 십알단을 비롯한 위장 봇 계정들이 숨는 게 문제다. 때문에 최근에는 패턴 검색만으로는 이들을 완전히 분리해서 찾아내기가 힘들다. 반드시 수동으로 검사를 해주어야 한다. 피곤해지는 거다.


게다가 이들은 계정 활동 패턴뿐만 아니라 운영 패턴, 그러니까 팔로잉 수를 막 늘이고 맞팔을 요구해 팔로워도 늘리는 식의 공격적 운영 패턴까지 빼다 박았다. 트위터 약관이 규정하는 바, 이는 스팸 활동에 가깝다. 게다가 위의 허승 기자의 잠입기사를 보면 맞팔률이 높은 계정 위주로 선팔하라는 지침까지 가르쳐주고 있지 않은가. 뭐든 많은 게 좋은 줄 안다. 하긴 SNS의 파급력은 SN(Social Network)이 받쳐줘야 생기는 거고, 이런 건 인위적으로 만들기 어렵다. 그러나 많은 것에만 집착할 수밖에. 그러니 가르치는 것도 딱 그 정도다.


 



난 왜 이 프로필들에서 진심이 느껴졌을까.


 


난 그래서 이런 유형들을 '자봉'이라 부른다.


 

게다가 교육생들의 트위터 이용 패턴과 맞팔 집착증이 위장 봇과 똑같다는 건, 교육 커리큘럼을 제시한 '헤드'와 위장 봇을 운영하는 '헤드'가 일치할 가능성도 시사한다. 박사모, 조선일보, 군소 인터넷 보수 언론, 윤정훈, 변희재... 트위터 교육과 위장 봇에 관련된 명사를 주욱 나열해보면 새누리당과 깊은 관계가 있는 이름들이 공통적으로 나오지 않는가.


 

자, 이제 그만 호타루 그림에서 눈을 떼고 다음 기술인 계정세탁으로 가자.(남자들, 자꾸 스크롤 업 하고 있는 거 알고 있다.) 나 같은 추적자들을 제일 쉽게 골탕먹였던 기술이란 말이다.


 

 

3) 극단의 기동성, 계정세탁


 

계폭 괴담으로 연막을 치고, 자기들의 교육생 사이로 숨는 전술은 하나의 목적으로 수렴한다. 기동성이다. 들키면 째야 되잖나.


 

그래서 이들은 가끔 계정을 지운다.(앞에서 설명한 계폭 괴담을 상기하자.) 그러고서 얼마 뒤에 계정명을 바꾸고서는 계정을 살려서 돌아온다. 그리고 했던 짓을 또 한다. 이러면 나 같이 무식한 사람들은 이들을 놓치고 만다. 사라졌다고 착각할 수도 있는 것이다. 실제로 많이 착각했다.


 


3월에는 저런 프로필 사진에 이런 활동을 하던 계정이



최소 9월 이후부터는 이런 파티 홍보 계정이 되어 있다.


 


역시 3월에는 이랬던 계정이,



역시 최소 9월 이후부터는 사용되지 않는 개인 계정이 되어 있다. 이 두 경우는 원래의 위장 봇이 계정명을 바꾼 후, 다른 사용자가 계정명을 갖게 된 경우다.


 

몇몇 보수 트위터리안 중에서도 이런 위장 봇 준동에 대해 개탄하며 심각성을 외치는 사람들이 있다. 모두들 딴지일보에 자신이 노출되는 것을 거부하였기 때문에 대화 스크린샷 같은 것은 올릴 수 없지만, 그들 중에 이렇게 세탁하는 계정들의 추적을 집요하게 지켜봤던 분이 있었다. 그분은 "어느 정도 주기적으로 계정 세탁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증언해줬다.


 

이분들의 주장과 가설에는 색다른 시각이 있어 내 관심을 끌었다. 이분들의 해석에 따르면 계정 세탁을 하는 계정 중에는 세탁 후에 반대 진영으로 말을 갈아타는 그룹이 있다고 한다. 때문이 이분들은 위장 봇 계정을 각 진영에 제공해주는 '업자'가 있다는 가설을 이끌어냈다. 돈을 더 많이 주는 쪽을 위해 계정을 운용해준다는 것이다. 비록 이 해석을 내게 전해준 본인 또한 비약이 심하긴 하다고 인정했고, 스크린샷 등의 증거는 전해주지 못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그런 업자가 굉장히 많다는 식의 결론은 동의하기 힘들었다.


내 의견? 비약이 심하긴 하지만 그런 업자가 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다만 둘 이상을 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오독의 가능성도 꽤 크다. 즉, '업자'가 아니라 나꼼수 호외 12에 등장한 윤정훈 목사 증언의 내용처럼 상대 진영에 심겨지는 트로이 목마 팀의 존재를, '업자'로 잘못 읽었을 가능성이 더 높다. 무엇보다 야당 진영은 이미 SNS 여론에서 절대 강세를 갖고 있기 때문에 딱히 업자를 고용해서까지 여론 붐업을 시킬 이유가 없다. 댓글 알바 정도야 운용할 가능성이 있지만 트위터는 그럴 가능성이 적다. 따라서 이 가설에 대해, 나는 트로이 목마 팀의 움직임을 잘못 읽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러면 이렇게 세탁된 계정에는 어떻게 대처하는가? 그 해답은 나보다 똑똑한 도아(@doax) 님이 내주셨다. 새누리당 십알단, 바뀐 사용자 계정을 찾는 방법은?이라는 블로그 게시물에 있다. 이 블로그 게시물은 딴지일보에도 링크 형태로 기사화 된 적이 있다. 요약하자면,


1. 트위터에는 8자리 이상의 숫자로 구성된 내부 ID라는 것이 각 사용자마다 주어지고,


2. 계정명은 바뀌어도 이 내부 ID는 결코 바뀌지 않으므로,


3. 이 내부 ID를 알고 있다면 계정명을 바꿔도 알 수 있다는 것


이다. 구체적인 방법은 저 링크를 타고 들어가면 알 수 있다. 또한 저 게시물을 포함해 총 세 개의 십알단 관련 게시물이 있다. 모두 알찬 내용이다. 링크 누르면 볼 수 있다. 도아 님은 이미 작고하신 고 배리 리(Barry Lee) 님을 비롯해 총수가 이 취재거리를 가져가 십알단에 집중하기로 한 후, 손을 보탠 전문가 중 한 명이다.


 

뭐... 얘들, 훌륭한 기동성을 보여주긴 했다. 하지만 결국 날아봤자 메뚜기요 뛰어봤자 개구리다. 결코 멀리는 못 간다. 다 잡히게 되어 있다.


그리고 기동성을 잡는 최고의 방법은 기동성의 근원을 치는 거다. 이 경우엔 본진털이와 장수 공격이 되겠다. 나처럼 모니터 앞에 앉아 얘들이 이리 가고 저리 가는 것을 감시하고 쫓아다니면 영영 끝이 안 난다. 실제 운용을 하고 있는 바로 그 팀을 현피로 끌고 나오면 끝이 나는 거다. 그게 나꼼수가 직접 윤정훈 목사를 조사한 이유다.


 


본진을 털고,


 


장수를 잡다.


 


특수요원은 보너스. (난 이 요원이 IP 추적 회피용 서버 관리 같은 고등한 업무를 맡고 있었을 거라 의심한다.)


 


하지만 결국 다 뽀록나고 있다. (이미지 : KBS 노조가 공개한 트위터 알바 활동 사례)


 

나꼼수가 윤정훈 목사의 사무실을 추적하고 녹음 파일을 공개한 것, 선관위가 윤 목사의 사무실에서 새누리당과의 관계를 입증하는 증거를 여럿 찾아낸 것, 이런 게 다 장수를 잡고 본진을 터는 거다. 기동성의 근원을 제거하여 그들을 잡아내는 것. 비록 십알단이라 명명된 팀들은 일부에 불과하지만 이 사건에는 큰 의미가 있다. 양심선언에 기대지 않고, 정보 조사를 통해 제대로 찾아낸 거다. 거기에 작은 고양이손이나마 보탤 수 있었다는 게 기쁠 따름이다.


 




 

지금까지 열분덜이 읽으신 바... 나는 딴지 재직 시절, 트위터 알바, 나아가 다음 뉴스 댓글에서 발견된 알바까지를 포괄하는 '인터넷 정치 알바'들에 대한 일련의 기사를 써내려갔다. 쓸 때마다 부편집장 필독은 마빡 자리를 큼지막하게 비워주고 나아가 DSI(딴지잉여수사대)라는 별명도 지어주었다. 힘든 만큼 보람찼다.


그러다가 어느 날, 한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 내 기사와 그 바탕이 되는 조사 결과를 가지고 책을 출판해보자는 기획을 제안했다. 정말 아주 잠시 고민하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결과는 실패였다.


 

내가 준비가 모자랐던 것이 그 원인이었다. 1차 마감, 2차 마감, 3차 마감을 다 넘겼는데 책으로서의 형태와 분량, 둘 다 갖추지 못했다. 자료는 넘쳐났지만 그걸 잘 조직하여 재미있고 완성도 있게 전달해주는 구성과 문장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기존에 써놓은 기사를 적당히 고쳐 합치기만 해도 반 권 분량은 충분히 나올 수 있었는데, 그게 안 되었다. 자료와 가설의 미로 속에서 길을 잃어버렸다. 다양한 사유와 연구가 모자랐기 때문이었다. 업무 조절도 실패하여 회사 업무와 다른 취재거리에 더 큰 정신을 뺏겼고, 결국 난 계약금을 돌려줬다. 깊은 사과와 함께. (다시 한 번 당시의 내 담당 편집자께 사죄드린다. 힘든 업무를 더 힘들게 만들어드리고 말았다.)


 

이제는 좀 준비가 된 것 같지만 지나간 기회가 또 올 리는 없으리라.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게 낫다. 나꼼수에서도 다루었고, 나아가 최근에는 몇몇 조직이 적발되기도 했으니. 아마도 이 건을 둘러싼 여러 가지 헛소문과 유의점, 나아가 알바들의 유형 분류, 이들의 조직을 설명할 수 있는 몇 가지 가설 등등을 이야기하는 일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책을 쓰겠다고 끙끙거리다가 키보드에 코피를 쏟던 때보다 난 분명히 발전했기에, 이제 이렇게 총정리 기사를 쓰게 되었다. 마침 백수 프리랜서 되어 시간도 많겠다...


 

때문에 십알단 적발을 계기로 하여, 나의 경험을 전달해드렸다. 내가 좀 더 일찍 이런 준비가 되어 있었더라면 아마 이 내용은 책으로 독자 열분덜을 찾아갔을 거다. 그렇게 되지 않은 게 다행일지 불행일지 나는 판단하지 못하겠다.


 


열분덜이 판단하시라.


 

사실 나의 역할이나 공은 '십알단 명명' 이후에는 전혀 없었다. 이미 공은 총수와 총수가 모은 전문가들에게 넘어가 있었고, 내가 알지 못하는 영역에서 조사가 착착 진행되고 있었던 모양이다. (추정형을 사용하는 이유는, 정말 몰라서다. 직원 시절에도 총수와는 거의 대화해보지 못했다. 어쩌면 최근까지 내 이름을 몰랐을 수도 있다. 참 다행이다. :D) 최초 조사를 벌였던 입장에서 서운함을 느끼는 것이야 인지상정이겠지만, 난 차라리 후련하다. 내가 모은 증거와 정황을 보라. 저거 다 수작업으로 했다.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정말 피곤했단 말이다.


 

나란 남자 천상 문돌이여서 원래 이런 IT 계열에는 약하다. 난 아외로워의 프로그래밍 연재 기사를 아무리 읽어도 하나도 이해가 안 가는 사람이다. 다만 데이터를 수집하고 해석하는 데에 좀 변태같은 완벽주의가 있어서 얼떨결에 달려들었고, 계속 맡았을 뿐이다. 이 건을 IT 비전문가인 나보다 더 잘 다룰 수 있는 사람들에게 넘겨주는 것, 그것이면 족하다.


 


해방이다. 게다가 꽤 큰 팀이 잡혔으니 다른 팀들도 잡히거나 잠적할 거라고 희망해본다.


 

물론 십알단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그건 단지 위장봇 팀 하나에 나꼼수 팀이 붙여준 애칭이다. 각 언론사에서 돌리는 기사 홍보용 자동 봇은 빼버린다 쳐도, 여전히 많은 수의 위장봇들이 돌아가고 있다.


 


내가 모은 두 개의 리스트. 위의 리스트는 500개를 꽉 채웠고, 아래의 리스트는 400여 개를 넘겨놨으나 지금은 저렇게 줄어들어 있다. 몇은 정지되고 몇은 계정을 세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 게 보인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정말 IT 기술과 정치의 영역에서 수사가 벌어질 것이다. 더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없다. 그래서 이 총정리 기사를 마지막으로 트위터 알바 건을 내려놓는다. 나는 이 건을 가장 먼저 파고들었다는 정도의 자부심으로 만족하겠다. 여기저기서 알바 지부가 적발되는 걸 보고만 있는 기분도 썩 괜찮다. 팔짱 끼고 씨익 웃으면서 무슨 흑막인 것처럼 폼 잡는 거 재밌다. 그리고 내게 그런 식의 재미를 줄 수 있는 사람들 중에는, 독자 열분덜도 있다. 아래 경우처럼 해보면 어떨까.


 


이미 회유 및 구제 작업에 들어가신 분이 있다. 이런 분들이 받아주시니 맘 편히 내려놓을 수 있다. 이 메시지는 널리 전파하도록 하자.


 

오래 갖고 있던 것을 이런 식으로 내려놓으니... 시원섭섭하다. 난 이런 기분을 언제 느끼는지 알고 있다. 엄청 오래 만나서 권태기가 올 만큼 온 애인과 오랜 대화 끝에 그간의 앙금을 털어버리고 깨끗이 헤어지며 서로를 격려해줄 때 느끼는 감정이다. 글타. 난 위장 봇들과 연애해온 것이다... 요 1년 동안... 아, 씨바...


 

위의 조사 과정을 읽으며 혀를 찬 독자들 앞에, 다시 인정한다. 난 미친놈이 맞다. 이렇게 편집증적으로 매달리는 건 내가 봐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렇게 집요한 놈에게 애인이 있을 확률은 매우 적다. 없어서 시간이 남다 보니 이런 일에 더 매달렸고, 별 관련 없겠지만 금년 들어 데이트 신청을 죄다 거절 당했다. 악순환 속에 들어왔다. 어쨌든 십알단은 잡히고 있으니 아름다운 세상이다. 첫머리에는 뉴스 댓글 알바를 다룰지 모르겠다고 썼지만 쓰다 보니 결정을 내렸다. 그건 안 쓸 거다. 이젠 나도 좀 즐겁게 살아야 하지 않겠나. 여기까지 읽은 독자들은 내 편이 돼주리라 믿는다. 미쳤어도 청춘이다. 내 청춘을 즐겨야겠다.


 


 

최근 실연 당한 춘심애비 님한테 술 사달라고 조를 계획이다. '외로우면 야동 보라'는 총수, 편짱님, 마사오 님의 조언은 이제 안 들을 거다. 앞으로 열심히 살겠다. 긴 글 읽어줘서 고맙다. 다른 자리에서 같은 건에 손을 댄 앗싸 님, 허재현 기자님, @planner95 님, @methis4u 님, KoreanTweeters.com, 그리고 공개를 바라지 않았지만 제보해주시고 도와주신 분들 모두에게 박수를 보내드린다.


 

이제 인터넷 알바들에 대처하는 몫은 여러분의 것이라고 말하고 튀겠다. 수사하는 수사관들, 조사하는 IT 전문가들, 도끼눈 뜨고 감별하여 감시하는 일반 사용자들 모두 말이다. 내 경험은 다 전달했다. 난 수고했으니 이제 수고하시라. 화이팅.


 


아오. 끝나써. 드디어.


 

카인
@Kain_sul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