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1986년 10월 월간 <컴퓨터 학습>에 'EDDY2'란 MSX용 그래픽 툴이 소개 되었다.



IMG_6422.JPG

일본의 <MSX Magazine> 기사를 이리저리 번역한 뒤 살을 덧붙여 실은 기사였다.

 

모눈종이에 그림 그리고, 그걸 전부 좌표 계산한 뒤 LINE CIRCLE등의 명령을 이용해서 MSX-BASIC으로 코딩(아래 이미지 참고)해 그림을 그렸던 당시, EDDY2란 프로그램은 신이 내린 선물같아 보였다. (EDDY2의 등장으로 인해 손쉽게 이미지를 편집하고 그릴 수 있게 되었다. 포토샵보다 무려 6년 전에 등장)





1055213230.jpg

당시 BASIC으로 그렸던 KITT들. 내부에 1986년이라 써있다.


소개 기사 말미엔 EDDY2 TAPE를 단돈 3,000원에 판매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몹시나 갖고 싶었지만 어린 학생의 신분으로 학교를 빼먹고 갈 수는 없었다. (당시 TAPE가 가장 일반적인 저장방식이었다.) 우편주문을 해도 되겠지만, 성질이 급하디급해 지랄 맞은 나는 하루라도 빨리 써보고 싶어 어머니께 부탁드렸고, 감사하게도 어머니가 직접 찾아가서 사다 주셨다.



aa.jpg

당시 <컴퓨터 학습> 기사다. 밑에 쓴 글은 어머니께서 찾아가느라 메모하신 것.



지금 보면 참 우스운 일이지만, 당시에는 저게 당연하던 시절이었다. 컴퓨터 전문지가 불법 복제를 해주고, 대형 복제 업체들이 불법 복제품을 케이스에 담아 설명서를 첨부해 정품처럼 팔던…



1202321039_msxgrp.jpg

CASIO에서 발매했던 かきくけコン(카키쿠케콘)이라는 그래픽 소프트웨어를 TOPIA에서 카피해 팔았던 제품. 

밑의 GRAPHIC MASTER & EDDY II라는 레터링은 나중에 인스턴트 레터링으로 넣은 것이다. 

그땐 카키쿠케콘이 그래픽마스터라는 프로그램이라고 착각했었다.



뭐, 그렇게 해서 MSX용 EDDY2를 구했고, 예전에 BASIC으로 좌표를 찍어 선 등을 그어 그리던 방식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컴퓨터 그래픽이라는 것을 즐길 수 있게 됐다.


, 지금처럼 타블렛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일본처럼 컴 환경이 좋아서 마우스나 트랙볼이 있던 것도 아니니 전부 키보드 커서 키를 눌러가며 그렸지만, 그게 어딘가. 모눈종이에 그리고 좌표 계산해 하나하나 코딩 하는 것보다야 낫지 않은가!


아무튼, 그때 그렸던 것이 바로 AIRWOLF.



97370196.jpg



1987년 <컴퓨터 학습> 2월호에 소개됐던 그림이다. 참고로 MSX의 그래픽 성능은 256x192 해상도에 16색 동시표현이고 거기에 약간의 제약이 있다. (뒤에서 설명하겠다.) 



 

IMG_6420.JPG



<컴퓨터 학습>에 투고하면서 프라모델 케이스에서 로고도 잘라 같이 보내줬건만 AIRWOLF를 AIRWOOLF로 잘못 표기하고 말았다.


ㅇㄹㅇㄹㅇㄹ

수정됨_IMG_6426.jpg



그동안 저 데이터를 못 찾아서 아쉬웠는데, 오늘 옛날 테이프들을 뒤지다 그때 구입한 EDDY2, 그 뒷면에 AIRWOLF 저장해놓은 테이프를 발견했다.



IMG_6425.JPG

이번 테이프 찾기에 사용된 시스템. National MSX2 FS-5500과 데이터레코더



이젠 쓰이지도 않는 플로피디스크 드라이브는 당시엔 매우 비싼 장치여서, 값싼 카세트테이프에 데이터를 소리로 바꿔 기록하고, 그걸 다시 불러들이는 데이터 레코더를 일반적으로 사용했다.


 



동영상을 누르면, 작업 과정이 재생된다.


ㅇㅇ 

찾은 건 카세트 테이프에 기록된 데이터지만, 이미 DISK로 옮긴 상태에서 불러 들이는 걸 촬영했다.



당시에 MSX VDP인 TMS9918의 독특한 특성 (8도트 단위 내에는 2색밖에 못쓴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잘 그려놓고 색을 칠하니 다른 색으로 변해 사라지는 등의 삽질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볼만하게 그려졌다. (사실 배경의 빛내리는 건 좀 더 다단계로 처리했음 좋았겠지만, 그때 칼라 TV에 안테나로 연결해서 그리던 시절엔 저것도 몇 시간이나 작업한 것이라 눈과 체력이 버텨내질 못했다)


그때, 페르샤(샛별공주)도 그렸었는데. 아쉽게도 페르샤 데이터는 찾지 못했다.

그래도 이거라도 찾은 게 어디냐.

세월이 지나 MSX를 거의 쓰지 않게 되고 나서도 항상 EDDY2를 불법복사해서 사용했던 게 마음에 걸렸고, '언젠가 정품을 구해둬야지'라는 생각이 항상 있었는데, 운이 좋아 HAL연구소(EDDY2 제작사)에서 직접 낸 버전과, SONY 트랙볼에 번들된 버전 둘 다 구했다.


ㅇㄹㅇㄹ 

IMG_6418.JPG

사진은 SONY 번들판



이것으로 과거의 빚을 갚은 걸로 칠 수 있으려나.





편집부 주


이 글은 독자투고에서 납치되었습니다.

딴지일보는 삼진아웃 제도의 유구한 전통을 이어온 바,

독자투고 및 자유게시판(그외 딴지스 커뮤니티)에 쓴 필자의 글이

3번 마빡에 올라가면 필진으로 자동 등록됩니다.







독자투고 ASTERis


편집: 딴지일보 너클볼러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