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무용론

2016.12.25 15:56

naemaeumdaero 조회 수:1337 추천 : 11 / 0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보다보면 이런 청문회를 왜 하나 하는 생각이 가끔 든다. 막대한 시간과 돈을 들여 하는 청문회라는 게 거의 맹탕이다. 질문을 하는 국회의원들은 대체로 질 낮은 질문에다 언론에 이미 나온 이야기를 확인하는 수준이다. 증인이라고 나온 인간들은 무조건 모른다 하고 잡아뗀다. 게다가 이완영이라는 국회의원은 청문회를 하러 온 건지 국민 물 먹이러 온 건지 구분이 안 된다. 그는 아무리 봐도 새누리당이 국회에 심어놓은 프락치 같다.

 

청문회 때마다 늘 그랬듯이 청문회의 수준이 이렇다 보니 이번에도 청문회 무용론이 나온다. 다 쓸데없는 짓이다. 어차피 국회의원들이 검사나 형사가 아니니 증인들을 심문하는데 한계가 있다. 정말 중요한 증인들은 코빼기도 내밀지 않는다. 그리고 그나마 나온 증인들도 모른다 하고 잡아떼면 그만이다. 위증인지 아닌지 알 게 뭔가? 설사 위증이라는 게 나중에 밝혀져도 처벌되는 경우가 없다. 그러니 어느 미친 증인이 내 죄가 이렇소 하고 미주알고주알 털어놓겠는가?

 

결국 청문회는 할 일 없는 국회의원들의 낯내기 행사이다. 별로 제대로 된 질문을 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고 증인의 하나마나한 답변에도 반박할 능력이 없으니 그들이 잘 할 수 있는 게 호통이다. 그나마 성과라면 이번 청문회에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올리는 각종 정보가 청문회의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묘미를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그 정보를 바탕으로 가끔 국회의원들이 예리한 질문으로 증인들의 허를 찌르고 그들을 당황하게 했다.

 

자 그러면 청문회를 어떻게 해야 하나? 이딴 청문회를 없애버려야 하나? 아니면 그래도 계속해야 하나? 각자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이딴 청문회도 계속되어야 한다. 아무런 실제적 성과가 없어도 괜찮다. 이보다 더 맹탕 청문회여도 괜찮다. 그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하는 게 훨씬 났다. 어차피 검찰이 수사를 하면 될 텐데 왜 하느냐고? 그래도 해야 한다.

 

청문회에서 다른 모든 기대는 접어도 된다. 그래도 단 하나, 우리는 청문회를 통해 증인들의 민낯을 고스란히 볼 수 있다. 청문회장에서 각계각층의 이 나라 권력의 민낯을 우리가 고스란히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청문회는 그 가치를 충분히 하고 남는다. 검찰의 수사는 우리가 그 결과만을 확인할 수 있을 뿐이지 그들의 민낯을 볼 수 없다. 우리가 평소에는 절대로 볼 수 없는 그들의 민낯을 통해 우리는 우리가 얼마나 권력이라는 우상을 섬겼는지 확인한다.

 

멍한 표정의 재벌의 얼굴, 비굴하고 초라하게 더듬거리는 대기업 사장의 얼굴, 뻔뻔하게 치켜든 권력의 얼굴, 초라하게 쭈그려 앉아 있는 고위 공무원의 얼굴, 그 얼굴을 우리가 청문회 아니면 어디에서 볼 수 있는가? 우리는 그 얼굴을 단순히 우리의 말초 신경을 만족시키기 위해 지켜보는 게 아니다. 우리가 권력에 대해 갖고 있는 우상을 깨기 위해 우리는 그들의 얼굴을 바라본다. 그 우상을 두려워하지 않고 깰 때 우리는 민주시민인 우리 자신의 존재를 확인한다.

 

또한 우리는 청문회를 통해 우리가 뽑은 국회의원들의 자질을 확인할 수 있다. 누가 정말 국민의 대변자로 활동하는가, 누가 권력의 앞잡이인가, 누가 자신에게 부여된 국민의 위임권을 자신의 사익을 위해 이용하는가, 어느 정당이 국민을 위해 봉사하며, 어느 정당이 진실을 호도하고 권력에 맹목적으로 충성하는가? 우리는 청문회에서 그 물음에 대한 대답을 적나라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권력은 없다. 우리가 정말 두려워해야 할 것은 권력을 두려워하는 우리 자신이다. 권력의 힘을 두려워하는 우리의 마음속으로 권력은 바이러스처럼 파고들어 우리를 위협하고 우리를 권력에 순응하게 만든다. 우리는 청문회를 통해 그런 사실을 확인한다. 그것만으로도 청문회는 충분히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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