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일보는 최소한의 구글 애드센스 광고를 통해 사이트 운영비용의 일부를 충당하고 있습니다.

애드블럭은 장기적으로 정상적인 서비스 운영을 어렵게 합니다.

경제 박근혜, 그리고 그의 기자들

2017.01.04 02:38

naemaeumdaero 조회 수:2483 추천 : 5 / 0

 

(1)

벌써 여러 달째 광화문을 활활 태우고 있는 촛불항쟁의 최대 공로자는 누구일까? 자신 있게 단언할 수 있다. 박근혜이다. 그가 대국민 담화를 발표할 때마다 촛불의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매번 아무 생각 없이 텔레비전 앞에 앉아 뉴스를 보던 시민들이 그의 담화문을 듣는 순간 꼭지가 돌아 광화문으로 몰려나온다. 대단한 능력자이다.

 

수백만 명의 사람들을 움직이게 할 수 있는 힘. 그런 능력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러므로 국회에서 박근혜 탄핵이 가결되는데 가장 큰 공을 세운 자는 박근혜 자신이다. 아마 헌재에서 탄핵이 가결된다면 그 최대 공로자도 박근혜 자신일 것이다. 그러니 박근혜는 혹여 탄핵이 되더라도 남을 원망하지는 말 일이다. 그것 역시 그 자신의 출중한 능력의 결과일 테니 오직 기뻐할 일이다.

 

그런 그가 새해벽두부터 기자 간담회를 후다닥 벼락치기로 열어 능력자로서의 면모를 또 한 번 유감없이 발휘했다. 간담회 시작 15분 전에 예고도 없이 기자들을 모으는 능력도 대단하지만 최순실도 없는데 겁없이 간담회를 개최한 그 용기는 충분히 평가해줄 만하다. 그 자리에서 그는 그 동안 검찰과 특검과 헌재에서 시빗거리가 되는 자신의 행위에 대해 미주알고주알 주저리주저리 해명했다.

 

그런데 아쉬웠던 점은 역시나 그의 머리로는 쉽지 않았을까, 그의 그 정신없이 버벅대는 앞뒤를 종잡을 수 없는 무슨 소리를 하는지도 모를 하나마나 한 듯한 이야기의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일반인은 독해하기 어려운 그의 말의 내용을 친절하게 요약하자면 이렇다.

 

‘나는 나름대로 철학과 소신을 갖고 개념 있게 산다. 국정도 그렇게 운영했다. 그런데 개념이라고는 쥐뿔도 없는 기자나부랭이들이 근거도 없이 소설을 막 써댔다. 그리고 검찰은 그 소설을 근거로 자신을 터무니없이 엮었다. 그러니 헌재는 이런 상황을 잘 판단해서 나의 결백을 증명하기 바란다.’

 

바로 그 소리이다. 그러나 사실 그의 말의 내용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그것이 국민들에게 미치는 주술적 마력이다. 아마 이번 주말에 촛불항쟁의 규모가 새삼 커진다면 이번에도 그건 순전히 새해벽두부터 다시 국민의 가슴에 돌을 던지고 염장을 질러댄 그의 특출한 공이다. 이번 주말에도 그의 능력자로서의 자질이 빛을 발할지 벌써 참을 수 없을 만큼 궁금하다.

 

(2)

컴퓨터는 가지고 오지 마라. 카메라 촬영도 안 된다. 우리가 알아서 촬영해주겠다. 뭔 소리냐? 기자 간담회를 열면서 청와대가 기자들에게 요구한 내용이다. 한 마디로 전쟁터에 가는 군인들에게 총을 들지 말고 맨손으로 와서 싸우라는 말이다. 그게 말이 되나? 그런데 이 나라의 기자들은 그 말도 안 되는 말을 말이 되게 했다. 이번 기자 간담회는 그 점에서 박근혜의 능력자로서의 면모가 또 한 번 빛나는 순간이었다. 그는 이 나라 기자들의 자질을 꿰뚫고 있었다.

 

간담회에 참석해서 두 손을 공손하게 앞으로 모은 채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간간이 미소까지 짓는 기자들 정말 가관이었다. 청와대가 주연 촬영 감독 편집까지 다 한 드라마에서 기자들은 기꺼이 조연이 되어 주었다. 아마 많은 이들은 그들을 본 순간, ‘햐 쟤네들 기자 맞아?’ 하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메모지에 그의 말을 받아 적으려 애쓰는 기자들이 오히려 첨단시대의 원시인 같아서 너무 낯설었다. 그들은 모두 기자를 빙자한 박근혜의 홍보대사들이었다.

 

거기 얌전하게 서서 박근혜의 주옥같은 어록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사람들이 기자라는 사실을 몰랐다면 그가 무슨 대단한 상의 수상자들을 모아놓고 덕담을 하는 자리인줄 알았을 것 같다. 요즈음 기자질은 저렇게 우아하게 하는구나? 어차피 청와대가 친절하게 녹화해서 돌릴 테니 손 아프게 컴퓨터 자판 두드리고 셔터를 누를 필요가 있나? 그 수고를 청와대가 대신해주었으니 얼마나 좋을까. 기자 부럽다.

 

아무튼 문화융성의 시대에 기자질하기 참 편하다. 그냥 동영상 틀어놓고 받아쓰기를 하면 되니 말이다. 기자가 그런 직업이라면 뭐하려고 그렇게 치열하게 경쟁해서 뽑는지 모르겠다. 그냥 받아쓰기 시험을 봐서 잘 받아 적는 사람을 뽑으면 되지. 그것도 귀찮으면 해마다 신문사마다 신춘문예 뽑지 않나. 그 당선자들을 그냥 기자로 뽑아라. 그 사람들 글빨 좋잖아. 아, 안 되겠다. 그 사람들은 철학과 소신이 있는 개념 남녀들이어서 받아쓰기를 싫어할지도 모르니 말이다.

 

새해 첫날부터 박근혜의 기자 간담회를 보고 느낀 되지도 않은 생각이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33097 [인문/역사] 탐라의 여거상 김만덕! 제주도를 건져내다. [1] 09:12:31 17 -
33096 [정치/사회] 국제관례를 무시하고 국내법을 위반한 외교공관앞에 소녀상은 올바른 일인가? 07:02:21 12 -
33095 [과학/IT] 인공 지능 번역 대결 - 미디어 기사들의 호들갑 2017.02.22 31 -
33094 [음식/음주] 소풍 2017.02.22 26 1
33093 [경제] 금리에 대하여 2017.02.22 86 1
33092 [정치/사회] 일화로 보는 대선후보 시리즈 5편 - 황교안file [1] 2017.02.22 96 -
33091 [정치/사회] 복지수준은 선진국가 수준으로, 기업과 부자에의 부담은 후진국가 수준으로 ps 너 일베니?file [4] 2017.02.22 95 1
33090 [과학/IT] 심사위원들 "인공지능 번역 문장, 90%가 어법 틀렸다" [1]
kao
2017.02.21 82 -
33089 [정치/사회] 한국 멸망케할 일본방어용 사드배치 국민투표에 부쳐라 2017.02.21 25 -
33088 [국제/해외] 동아시아에 해군 대상으로 군비경쟁이 본격화 되겠네요.
kao
2017.02.21 51 -
33087 [문화/예술] [ 남진 & 윤수현 ] 사치기 사치기 ft. 좀비의 나라file [3] 2017.02.21 80 -
33086 [정치/사회] 범죄증거 넘치는데 헌재조종 기각하면 96%국민 역사적 심판할것이다 2017.02.21 23 -
33085 [정치/사회] 자동차 비정규직 영업사원 노조의 금속노조 가입을 정규직 노조가 반대 [1]
kao
2017.02.21 29 -
33084 [정치/사회] 바른정당, '4년 중임 이원정부제'로 개헌안 가닥
kao
2017.02.21 27 -
33083 [경제] [책] 국부론 - 2 (終) 중상주의 비판에 대하여 [5] 2017.02.21 45 -
33082 [경제] 한국 조선소에서 조빠지게 일을 시키는 이유file
kao
2017.02.21 179 -
33081 [정치/사회] JTBC 뉴스룸 - 안희정 충남 도지사 인터뷰 다시보기 [1]
kao
2017.02.21 75 -
33080 [정치/사회] [유배]여전히 자행되고 있으며 척살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는 문슬람 [8] 2017.02.21 318 -19
33079 [정치/사회] 안희정 번역기를 자처한다 [5] 2017.02.20 134 2
33078 [경제] [책] 국부론 - 1 2017.02.20 67 -
33077 [정치/사회] 문슬람의 척살이 발전하고 진화한 계기 2017.02.20 75 0
33076 [과학/IT] 엔비디아, 日서 가장 빠른 인공지능 슈퍼컴퓨터 구축 돕는다file
kao
2017.02.20 50 -
33075 [정치/사회] 그레그 전 美대사 "5·18 북한군 개입설 슬퍼…'깡패'같은 우익"file
kao
2017.02.20 53 1
33074 [정치/사회] 촛불의 다음 탄핵 대상은 문재인과 안희정이다. [3] 2017.02.20 170 2
33073 [경제] [이런] 시드릴(Seadrill) 파산 위기file [2]
kao
2017.02.20 153 -
33072 [정치/사회] (完)민주화를 발판으로 한 산업화 ft.경제지표순위비교시 간과하는 것file [1] 2017.02.20 78 -
33071 [과학/IT] UFO---이게 멀까요? 유성같은데...file 2017.02.20 146 -
33070 [정치/사회] 범죄피해자 생명위해시도와 관련된 정보경찰에게.. 2017.02.20 26 -
33069 [정치/사회] 박정희 새마을 운동의 결과물file
kao
2017.02.20 159 -
33068 [정치/사회] 내각제의 이상과 현실file [1]
kao
2017.02.20 93 -

    내 클럽 새글

  • 로그인 상태가 아닙니다
XE Login
로그인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