왱알왱알 통풍유발

1.

운전면허 기능시험이 다시금 어려워져 합격률이 90%대에서 50%대로 떨어졌다는 희소식을 듣고 '대체 뭐가 어찌 바뀌었기에 그러는가' 하는 마음이 들어 구경을 갔습니다.


사는 곳에서 느긋한 발걸음으로 5분쯤 간 후 자연스레 넘어지면 코가 닿을 법한 거리에 있는 모 면허시험장으로 향했고 정말이지 오랜만에 기능시험장을 기웃거렸습니다.

면허증 갱신을 하기 위해 본관 건물에 잠시 들른 적은 있지만 기능시험장은 오래전 기능시험에 합격했던 순간 이후로 올 일이 전혀 생기지 않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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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 15번 트럭의 탑승자께선 약 30초 후 빨간불을 무시하고 사거리를 통과하시다 불합격 통보를 받으셨습니다.  

다음 기회에!


차가운 바람을 피해 전망대에 설치된 작은 공간에 들어가 30분정도를 멍하니 바라보았습니다. 열댓분 정도가 시험 치루는 것을 보았는데 대충 50%정도가 합격하더군요. S자에서 연석을 밟고 올라가시는 분, T자에서 들락날락을 수 차례 하시는 분. 경사로에서 시동을 꺼먹는 분. 시대가 바뀌어도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제가 시험보던 때에도 꽤나 봤던 모습들이지요. 아 저는 학과, 기능, 주행 3종을 한방에 통과했었습니다. 겨우 문 닫고 들어가는 점수였지만요.


기사에서는 뭔가 엄청나게 어려워진 것마냥 쓰여있기에 큰 기대를 하고 보았지만 오래전에 제가 봤던 시험보단 오히려 쉬운 구성이었습니다. 경사로, 사거리통과, S자, T자, 가속구간 정도?(굴절코스, 평행주차, 건널목 통과는 없어진 듯) 그럼 대체 이전 시험은 어땠길래 이정도가 어렵다고 난리인건가 싶을 정도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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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박 4년 6월. 새 운전면허 기능시험.


바뀌었던 당시에도 쉽다쉽다 말은 들었지만 어려운 코스 한두개쯤 지우는 정도로 쉬워졌나보다 생각했을뿐 이 정도인 줄은 몰랐습니다. 민방위가 예비군 상황 신경쓰지 않듯이 기취득자로서 별 생각이 없었던게 사실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뭐랄까 대단하달까요. 그때 시험을 봤던 젊은 친구들이 "시동 켜고 엑셀 밟을 줄 알면 합격이다"고 말하던 것이 개드립성 농담인줄 알았는데 진심이었을 줄이야... 

명박가카의 호쾌함이란 과연 대단합니다. 일족을 위해서라면 국민의 안전따위 기꺼운 마음으로 내팽개칠 수 있는 기개라니. 가카의 큰 선물을 받고 자동차 업계와 보험 업계가 기쁨에 겨워 손녀를 껴안고 펄쩍펄쩍 뛰었을 모습이 눈에 그려지네요. 합법적 슈킹, 배운자의 슈킹이란 이런 것이구나 싶습니다. 그 당시에 제대로 느끼지 못했던 것이 죄스러울 정도입니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나오는 감탄의 목소리를 차마 막을 수 없어요. "개시키"


합격률이 50%정도라고 난리인양 떠들길래 엄청 어려운가 싶어 기대감을 갖고 구경을 했지만 시험이라 부를 수 없는 수준에서 겨우 벗어난 정도이려나요. 면허취득이 지금보다 10배쯤은 더 어려워져야 할텐데 말입니다. 면허를 이미 취득한 사람이 지금보다 더 어려워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예비군이 현역 복무 기간을 늘려야 한다고 말하는 것마냥 마음에 와닿지 않는 소리로 들릴 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진심입니다. 유럽의 모 국가들처럼 어려워져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명박 4년 이전에 취득한 자도 그 룰에 맞춰서 다시 취득하라고 한다면. 음...크흠 그건 그때가서 생각해보기로 하지요.


2.

운전면허 시험장 본관 지하에는 작은 요정이 살고 있습니다. 대사와 행동은 상당히 정형화되어서 크게 벗어나는 일이 없지요.


요정: "애니원씨?" 

나: "네"

요정: "선 앞에 서시고 왼쪽 가리세요"

_눈검사표.jpg

탁!

나: "6"

요정: "오른쪽이요"

탁!

나: "4"

요정: "내려놓고 오세요"

저벅저벅

56.jpg

나: "56"

요정: "네"

쾅!(도장찍는 소리)


1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지만 요정과 대화하기 위해서는 5천원을 내야합니다.  가장 효율적(?)으로 5천원을 써제끼는 방법에 관한 순위가 있다면 상위에 랭크되지 않을까요?

최저임금도 물가도 오르고 있는데 아직 같은 가격에 만나주고 계신지는 모르겠습니다.



뱀발. 딴지 형님, 누님들 그리고 면허시험 불합격자와 시험장의 요정을 포함한 세상 모두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설이 되길 바랍니다. (곧 수감자가 되실 가카와 그 뒤를 따라갈 가카는 특히 더 행복하길 바라요. 속세에서의 다음 설날이 언제가 될지 누가 알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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