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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정체성을 규정할 때 가장 뚜렷한 특징이라면 미국은 이민자들의 나라라는 사실이다. 미국은 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서 밀려든 사람들로 구성된 나라이다. 미국 정부의 문장에는 ‘다수에서 하나로(E pluribus unum)’라는 구절이 새겨져 있다. 이것은 미국이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하나로 융합된 나라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나 그 문장에서 미국의 상징인 흰머리 독수리가 발로 쥐고 있는 한 다발의 화살을 보면 그것은 융합이 아니라 단순히 결속을 의미한다. 다양한 인종이 미국인이라는 하나의 국민으로 결속되었다. 그런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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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을 규정하는 말도 토마토수프(tomato soup), 도가니(melting pot), 샐러드볼(salad bowl), 잡종(hybrid) 같이 시대에 따라 변하고 있다. 토마토수프는 여러 가지 재료를 섞어서 만들어지지만 주재료는 토마토이며 토마토 맛이 난다. 즉, 미국은 다양한 인종들이 어우러져 만들어진 나라이지만 어디까지나 영국에서 온 앵글로색슨 족이 중심이 되어 만든 나라라는 뜻이다. 도가니는 다양한 인종이 화학적으로 어우러져 미국인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인종이 되었다는 뜻이다. 마치 온갖 재료를 집어넣어 푹 끓인 잡탕찌개처럼 말이다. 반면에 샐러드볼은 미국은 다양한 인종이 각자 고유한 정체성을 지닌 채 어우러진 나라라는 뜻이다. 샐러드가 겉보기에는 마요네즈의 하얀 색으로 통일되어 있는 듯하지만 물로 씻어내면 금방 각각의 재료들이 온전하게 모습을 드러내는 것과 같다. 잡종은 다양한 인종이 혈연으로 결합되어 새로운 인종으로 태어났다는 것이다.


미국인들은 복잡한 혈통을 지니고 있다. 미국인은 어떤 특정한 혈통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혈통으로 규정되고 양육된다. 미국에서는 우리가 생각하는 순수한 혈통이 비교적 드물다. 우리가 백인이나 흑인으로 알고 있는 많은 사람들도 혈통을 분석하면 흑인이나 인디언이나 백인의 피가 복잡하게 섞여 있다. 백인이라 하더라도 그 혈통 속에는 다양한 종족이 뒤섞여 있다.


[일례로 미국 대통령인 오바마의 혈통을 보자. 오바마의 아버지는 케냐에서 미국으로 유학을 간 흑인이고 어머니는 백인이며 의붓아버지는 인도네시아 인이고 이복동생인 세토르는 백인과 인도네시아 인의 혼혈이다. 그리고 어머니의 선조는 아일랜드계와 인디언 혈통을 이어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오바마의 혈관 속에는 적어도 흑인, 백인, 인디언의 피가 흐르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쉽게 그를 흑인이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백인의 혈통을 지닌 중남미계 출신은 백인이 아니라 히스패닉이라는 집단으로 분류된다. 많은 이들은 그들을 백인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상당수 미국인은 혼혈(Colored)이다. 미국이 인구조사에서 최근에 인종 분류에서 ‘혼혈’이라는 새로운 그룹을 만든 것은 이런 인식의 반영이다. 피부색이 검은 미국인들 중 어떤 사람은 자신을 흑인으로 생각하고 어떤 사람은 혼혈로 인식한다. 피부색이 흰 백인들 중 어떤 사람은 자신을 백인으로 인식하고 어떤 사람은 히스패닉으로 인지한다. 인종간의 결혼이 확장되면서 자신을 어떤 인종에 편입시켜 정체성을 확립할 것인지는 점점 더 개인에게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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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조사를 보면 19세기 이민바람이 불면서

독일계 혈통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 드 끄뢰브꾀르가 쓴 <한 미국 농부의 편지>의 한 구절을 인용해 보자. 그는 독립을 전후한 시기에 미국에서 오랫동안 농사를 지으며 살았던 프랑스인이다. 그의 눈에 비친 미국은 유럽의 계급제도의 질곡에서 벗어나 과거의 모든 멍에를 벗어던져 버리고 자신을 새롭게 창조할 수 있는 곳이었다.


"그러면 이 새로운 사람, 미국인은 누구인가? 그는 유럽인이거나 유럽인의 후손이며, 따라서 다른 나라에서는 결코 발견하지 못할 기이한 혼혈 혈통이다. 나는 할아버지가 영국인이고, 아내가 네덜란드인이며, 아들이 프랑스 여인과 결혼을 했고, 현재 네 명의 아들들이 다른 국적의 아내들을 맞이한 가족을 알고 있다. 그는 선조의 편견과 풍습을 모두 뒤에 버리고 그가 받아들인 새로운 삶의 방식과 그가 복종하는 새로운 정부와 그가 획득한 새로운 지위로부터 오는 새로운 편견과 풍습을 받아들이는 미국인이다. 그는 위대한 ‘소중한 어머니(Alma Mater)’의 넓은 무릎에 받아들여짐으로써 미국인이 된다."


이 구절은 미국이라는 나라가 갖는 특이한 성격을 압축해서 보여준다. 미국은 세계 여타의 나라들과는 달리 다양한 인종이 얽혀서 만들어진 나라이다. 미국인이라는 국적은 우리처럼 날 때부터 타고난 것이 아니라 이민자들이 자신들의 조국을 떠나 이민을 오고 시민권을 획득함으로써 정치적 시민으로 다시 태어난다. 그 이민자들에게 ‘조국’은 따로 있다. 그들이 조국을 떠나 미국으로 이주하고 미국인이 되는 것은 일종의 재생의식이다. 즉 그들은 미국인으로 다시 태어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새것과 옛것 사이에서 심각한 문화적 충돌을 경험한다.


인디언을 미국 사회에서 배제할 때 사용된 논리도 바로 미국은 이민자들의 나라라는 것이다. 인디언은 이민자들이 아니므로 미국의 구성원이 아니다. 인디언은 땅을 신성하게 여기고, 사적 소유가 아닌 공동 소유를 내세우고, 부족 단위로 생활하므로 개인의 사적 자유와 소유에 바탕을 둔 ‘미국적’ 가치와 명백히 충돌한다. 그들은 미국의 국가 정체성에 위협이 되는 집단으로 미국 사회에 자유롭게 존재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미국은 인디언을 말살하고 남은 사람들을 보호구역이라는 곳에 ‘수감’해 버렸다. 인디언은 미국 사회에서는 사실상 죄수나 정신병자나 다름없으며 보호구역은 푸코가 말하는 원형감옥이다. 인디언은 수감됨으로써 자신들의 정체성을 포기하고 ‘미국화’를 강요받는다. 그것은 제국주의적 기만과 폭력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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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작가 테네시 윌리엄스의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토착 미국인과 새로운 이민 세대의 갈등을 잘 보여준다. 블랑쉬는 몰락한 남부귀족 가문의 후예인 반면에 스탠리는 폴란드 이민 2세이다. 그녀는 스탠리에 대해 인종적인 우월감에 사로잡혀 그를 경멸한다. 반면에 스탠리는 야만적이고 폭력적이며 원초적인 본능에 지배받는 인물이다. 그러나 그에게는 블랑쉬와는 달리 생명력이 충만해 있다. 그녀가 찾아온 일리지언필드는 미국의 전형적인 게토의 모습을 보여준다. 허물어질 듯한 집, 끈적끈적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술집, 살풍경한 거리의 모습, 쉼 없이 지나가는 요란한 기차소리, 악다구니 소리를 우리는 이 극에서 쉽게 연상할 수 있다.


이 극의 배경이 되는 뉴올리언스는 카리브 해 연안 남부 깊숙이 자리 잡고 있지만 전통적인 남부와는 단절된 산업도시의 면모를 보여준다. 이곳은 대자본과 그것이 낳은 물질주의의 지배를 받고 있다. 그 세계에서는 개인의 도덕성과 품위 같은 전통적인 가치는 아무런 쓸모가 없으며 오로지 약육강식의 정글법칙만 지배한다. 이 작품에서 수없이 드러나는 정글이나 덫이나 감금의 이미지는 바로 이런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세계에서는 개인들은 서로 간에 의미 있는 교류를 하지 못한다. 이 세계에서 살아남으려면 스텔라처럼 과거의 모든 기억을 지워버리고 현재의 삶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든가 스탠리처럼 애초에 과거에 대한 기억을 갖고 있지 않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 블랑쉬처럼 자신의 고유한 가치를 주장하는 순간 파멸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제가 원하는 것을 말씀드릴게요. 마술이에요! 그래요, 그래, 마술말예요! 전 사람들에게 그걸 주려는 거예요. 전 사람들에게 사물들을 잘못 전해요. 전 진실을 말하지 않아요. 전 진실이어야 할 것을 말해요. 그리고 그것이 죄라면 벌을 달게 받을 수밖에요."


삭막한 동물적인 욕망만이 지배하는 세계에서는 블랑쉬의 이런 절규는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그 세계에서는 누구도 진실에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 하물며 진실이어야 할 것에 대한 그녀의 갈구가 받아들여질 공간은 없다. 그것이 게토(ghetto)로 대변되는 새로운 미국문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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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전쟁이 끝난 1865년부터 1915년까지 반세기 동안 미국에 이민 온 사람들은 약 2500만 명에 달한다. 그 중에서 1880년대 이후에 온 사람들의 숫자는 약 1400만 명이다. 이들 중 1880년대까지의 이민자들은 비교적 전통적인 이민 공급지역인 영국, 아일랜드, 북유럽 출신이었지만 19세기 말이 되면서 이민자들의 국적이 다양해졌다. 이 시기에는 폴란드, 헝가리, 러시아, 이탈리아, 그리스 같은 동유럽과 남유럽의 주민들이 주로 이주해왔다. 또한 1870-80년대에는 동유럽계 유태인들이 대거(약 200만) 이주해왔다. 하와이와 대륙 서부지역에는 중국인, 일본인을 비롯한 아시아인들이 몰려들었다. 서부지역에는 또한 멕시코 인들이 줄을 이어 유입되었다.


남북전쟁 이후의 이민은 그 이전의 이민과 중요한 차이점이 있었다. 전통적인 이민자들은 주로 미국의 농촌과 중소도시에 거주하면서 농업에 바탕을 둔 생활을 영위했다. 그들은 문화적으로 비교적 동질성이 강했으며 대부분 신교를 믿었다. 그들은 중소도시를 중심으로 한 미국문화의 주류에 비교적 쉽게 편입되고 그 일원이 되었으며 그 문화를 재생산했다. 그러나 남북전쟁 이후 이민자들의 국적과 인종이 다양해지면서 도시의 모습과 생활양식까지 급격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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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새로운 이민자들은 대부분 모국의 가난과 압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온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가난하였으므로 토지를 구입할 능력이 없어서 대도시나 공장지대의 변두리로 몰려들었다. 1890년경 시카고 인구의 87%, 뉴욕 인구의 80%, 밀워키와 디트로이트 인구의 84%를 이민자들이 차지했다는 사실은 이들의 도시 집중을 잘 보여준다. 이들로 인해 미국은 전통적인 중소도시 중심의 사회에서 대도시 중심의 사회로 재편되었다. 그곳에서 그들은 서유럽 계통의 유럽인들이 만들어놓은 문화를 해체하고 미국 사회의 풍경을 바꾸었다. 그들은 대부분 모국의 국적이나 인종별로 모여 집단 거주지를 형성하고 공장에서 막일에 종사하는 노동자가 되었다. 또한 그들은 서로 간에는 물론 기존의 토착민들과 심각한 충돌과 갈등을 겪게 되었다. 기득권 세력은 새로 이주해온 소수인종들 사이의 갈등을 묵인하거나 조장하면서 이득을 보았다. 그들은 분열되어 있으므로 기존의 질서에 조직적으로 저항할 수 없었다. 그들의 저항은 흔히 지역적이고 분산적이고 산발적이고 비조직적이었다.


이런 시대적인 분위기는 <갱스 오브 뉴욕>(Gangs of New York, 2003)이라는 영화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마틴 스콜세지가 감독한 이 영화는 남북전쟁 시기의 뉴욕을 배경으로 전개된다. 무수한 인종들이 이민으로 몰려들면서 기존의 거주민들과 새로운 이민들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고 여기에다 인종갈등까지 얽히면서 뉴욕은 지옥도를 그려낸다. 영화는 처음부터 토착세력과 아일랜드 이민자들이 파이브포인츠의 주도권을 놓고 피비린내 나는 투쟁을 벌이는 데서 시작된다. 그들의 갈등은 남북전쟁의 와중에 벌어지면서 혼란이 가중된다. 한쪽에서는 남북전쟁으로 인한 징집과 그것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불만이 폭동직전까지 고조되고 있다. 정부가 300달러를 내면 징집을 면제해준 것이 가난한 사람들의 분노에 불을 질렀다.


영화에서 도살자 빌이라는 악명을 떨치는 토착세력의 대부와 프리스트 발론이라는 아일랜드 이민자들을 대표하는 신부를 중심으로 한 양 세력이 충돌한다. 그것은 인종간의 충돌인 동시에 문화 간의 충돌이고 신교와 구교 사이의 종교 간 충돌이기도 하다. 이 충돌에서 발론은 살해되고 빌이 그 지역을 장악한다. 세월이 지나고 그때 현장에서 도망친 발론의 아들 암스테르담이 성장해서 복수를 하기 위해 신분을 숨기고 빌의 수하에 들어간다. 그러나 암스테르담의 신분이 노출되고 그의 단독 복수가 실패하자 마침내 양 세력은 다시 충돌한다. 그 충돌의 와중에 그 동안 쌓였던 강제징집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하면서 뉴욕은 폭동에 휩쓸린다. 폭도들은 닥치는 대로 부자들의 집을 약탈하고 흑인들을 잡아 죽인다. 경찰이 진압에 실패하자 결국 군대가 동원되어 주민들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하고 바닷가에 정박한 군함들은 뉴욕 시내를 포격한다. 포격의 포연 속에서 마침내 암스테르담은 빌에게 복수하는데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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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추악하고 질척거리고 거친 뉴욕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세련되고 아름다운 뉴욕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그곳은 인종들 사이의 전쟁터이다. 이 영화는 단순히 뉴욕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이상으로 뉴욕 그 자체의 서사시라고 할 수 있다. 그 질척거리고 피가 흥건하게 고인 뉴욕의 모습은 우리에게 야만적인 활력과 생기를 보여주기까지 한다. 그곳은 바로 게토라는 이름의 새로운 미국이다.


이 시기에 와서 다양한 이민자들로 얽힌 미국의 도시들은 인종에 따라 형성된 게토를 중심으로 발전한다. 그들은 모국에서 밀려났고 미국에서도 버림받은 존재들이다. 그들이 형성한 새로운 하위문화는 <갱스 오브 뉴욕>에서도 보듯이 비미국적인 것으로 매도되며 척결의 대상이 된다. 그들은 미국사회에서 고립되고 자기 폐쇄적이 되면서 오히려 민족적, 인종적 유대와 결속을 강화하고 도가니라는 미국의 이상이 무색할 정도로 다른 인종이나 민족 집단에 대해서 배타적이 된다. 그들이 다른 종족이나 민족에게 보이는 적대감은 대부분 편견이나 맹목적인 증오심에 바탕을 둔 것이다. 그들에게 진짜 적은 “소수민족들이 미국에서 서로에게 자행한 형제살해로 인해 생겨난 맹목적인 에너지 낭비와 암암리에 진행되는 절망감”이다. 그러나 그들의 투쟁의 밑바닥에는 게토 내의 제한된 경제적 이익을 차지하려는 욕망 또한 깔려 있다.


게토에서 새로운 이민자들로 뒤얽힌 대도시 문화가 만나는 접점이 거리이다. 이 빈민가들에서 “거리는 영토의 메타포였다.” 거리는 일종의 국경선이나 다름없다. 그곳은 다양하고 이질적인 인종과 문화가 만나고 충돌하고 융합되는 공간이다. 스티븐 크레인의 <거리의 소녀 매기>(Maggie: A Girl of the Streets, 1893)는 이 시기 뉴욕 거리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준다. <갱스 오브 뉴욕>의 거리가 성인들의 거리라면 이 소설에서 럼앨리라는 이름의 거리는 어린 소년들의 거리이다. 그곳에서 그들은 데블 거리의 아이들과 서로 알 수 없는 증오심과 적개심에 불타서 투석전을 벌이고 욕설을 퍼부으며 악머구리처럼 전쟁을 벌인다. 그들의 투쟁은 바로 성인세계의 축소판이다.


게토에서 학교는 이민자들을 ‘미국화(Americanization)’하는 중요한 기관이다. 학교는 이민자의 아이들에게 절대적인 권위를 지닌 공간이며 그들의 가정문화와 충돌하는 새로운 미국문화를 습득하는 곳이다. 이민자들의 2세들은 바로 그 학교와 가정 사이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 그는 미국인이 되는 교육을 받지만 미국은 그들을 미국인으로 받아들여주지 않는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서 스탠리가 “나는 100퍼센트 미국인이다”고 외치는 것은 그들의 이런 잠재된 분노의 표출이다.


학교를 통해 아이들은 부모세대보다 더 빨리 미국화의 길을 걷게 되고 세대 간의 단절 역시 심화된다. 그러나 학교는 단순히 아이들뿐만 아니라 그 부모에게도 미국화의 주된 통로이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운 것은 부모에게 전달되며 그것이 부모의 미국화를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한 마디로 “아이는 남자에게는 아버지가 되었고 여자에게는 어머니가 되었다.” 부모세대는 아이들을 통제하기 힘들어지고 오히려 그들에게 배우는 위치로 전락했다. 아이들은 그런 부모의 권위를 쉽게 무시하고 부모 세대의 문화에서 벗어나 그들만의 문화를 이루어갔다. 이렇게 신이민자들은 미국화의 길을 걷게 되었다.


대도시 주변의 게토는 20세기 초까지만 하더라도 현대 미국의 비정상적인 모습을 대변하는 곳이었다. 그러나 대공황을 거치면서 게토는 의미 변화를 겪게 되었다. 대공황의 여파로 게토는 미국의 일탈된 모습이 아닌 일상화된 모습, 미국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특징적인 공간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게토는 이제 산업화된 “미국의 원형(an American archetype)"으로 바뀐 것이다. 게토는 미국산업 발전의 한 상징적 존재로서 자리 잡았다. 바꿔 말하자면, 현대 미국 대도시의 모습은 바로 19세기 말에 밀려온 새로운 이민자들이 만들어낸 문화이다. 그것은 어느 사이 전통적인 미국문화를 밀어내고 미국의 주류문화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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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기사


[1부]

콜럼버스의 두 얼굴, 미국의 두 얼굴

먹기 위해 찬양하는 백인 정복자

영국신랑과 포카혼타스

신의 나라를 원했던 청교도들

아메리카 드림과 인종청소

흑인, 노예가 되다

마녀를 찾아라


[2부]

차(茶)를 바다에 처넣다

백인과 기득권만의 미국 독립

미국, 헌법을 제정하다

미국, 영국과 다이다이를 뜨다

미국 노예제도를 흔든 '내트 터너의 반란'

서부영화, 팽창야욕의 낭만적(?) 재현

여성, 세네카폴스에 모이다


[3부]

남북전쟁(civil war), 그 시작과 이면

KKK, 출현하다

대륙횡단철도를 건설하다

메이데이(May Day)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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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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