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Conte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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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앞에 있는 텐트가 작년에 네팔에서 지진 나고 나서 처가 식구들과 함께 3개월을 보낸 텐트다. 가운데를 제외하곤 높이가 상당히 낮아 나 같은 롱허리는 오래 앉아 있기 힘들다. 그럼에도 저기서 딴지와 한겨레에 카트만두발 소식을 써서 보냈다.

동네 사람이 갖고 있던 디젤 발전기를 내다놨고, 동네 사람들은 디젤 값을 모아 전화기와 라디오 충전을 했는데 난 딴지 수뇌부에서 보낸 24000mAh 짜리 랩탑용 보조 배터리를 물렸었다. 그걸로 랩탑 전원으로 쓰고 테더링으로 원고를 보냈다.

느려터진 인터넷은 전기가 안 들어오는 동안 쓰지도 못했다. 그 느려터진 인터넷도 1년치를 선불로 줘야 연결할 수 있는 곳이 네팔, 데이터 요금은 한국 뺨치는 수준으로 비싸다. 외국인들 아니면 거의 쓰지 못하는게 데이터망이라 첫 3일 정도는 꽤 괜찮은 속도를 보장했는데, 지진 취재와 복구를 위해 전세계에서 기자들과 국제구호단체들이 모여든 뒤부턴 별로 믿을 만한 상태가 못 됐다.

2008년부터 네팔에서도 깡촌이라고 하는 곳들만 들어가서 생고생을 했던 결과를 다 잡았다고 생각했던 즈음에 지진이 터졌다. 내가 필요한 정보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곳에 지진피해가 없는가, 그리고 그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문제는 일을 할 수 있는가 없는가는 엔지니어들이 직접 현장에 가야 알 수 있는데, 상황이 상황인지라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지진 초기 약 2주 정도는 취재활동에 집중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현지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한국의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영국계 언론 매체들이 네팔의 살아 있는 여신인 꾸마리가 어떻게 네팔 사람들에게 심리적 안정을 주고 있는지 설명하는 기사를 쓰면 그 기사의 맥락은 "이 사람들이 지금 의지할 게 겁을 모르는 어린 아가씨의 천진난만함 밖엔 없다."는 것인데, 한국 매체가 이 기사를 건조하게 축약해서 보도해버리면 "야만적으로 어린 여자를 선발해서 더블로 착취하는 야만인들"이라는 반응이 나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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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의 모든 건물들이 폭삭 주저 앉은 덜발 광장에서 유일하게 멀쩡해보이는 건물이 꾸마리 가르, 꾸마리의 집이었다. 저 돌무더기 뒤의 건물이 그 집이다. 이런 사진이라도 좀 붙어 있으면 그 처참함이 전달될 텐데, 기사 우라까이야 쉽지만 사진을 그대로 베낄 수는 없잖는가.

뭐 그런 이유를 익히 알기에 냅뒀다. 나에게 오는 맨션도 제대로 읽기 힘든 판국에 남의 잘못된 생각을 정리해줄 여유도 없었고. 하지만 언제고 여유가 되면 꼭 다뤄야겠다고 맘 먹었던 것이 하나 있었다. NGO의 조직 유지 경비인 Overhead Cost(간접비용)논란, 특정 구호단체는 구호는 안하고 선교만 하는 선교조직이라는 루머였다.



2. Overhead Cost(간접비용)

서방 제국들이 식민지 경쟁을 벌이기 시작했을 때, 그들은 자신들이 지배하는 지역을 털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짜 먹으러면 상대에 대해 아주 잘 알아야 하는 법,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이 지배하려고 하는 지역에 대한 아주 디테일한 관찰기록들을 만들어서 남겼다.

그런 이유로 과거 식민지배 경험이 있는 지역에 대한 가장 많은 연구들은 그 지역을 식민지로 경영했던 국가들이 가지고 있다. 인도 대륙은 영국, 아프리카 대륙의 대부분은 프랑스, 남미는 스페인이 그렇다. 그래서 이들은 아직도 그 지역과의 유대 관계 같은 것도 있다. 어렸을 때부터 과거에 식민지배를 했던 나라에 대한 수많은 책들을 읽고 자란 애들이 하는 여행은 가이드북에서 소개하는 일정 클리어 하기 바쁜 한국 배낭여행자들과 급이 다르다.

그러니 네팔 지진을 보도할 때 영국 언론들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절대적인 우위를 가지고 갈 수 있었다. 이건 언론 뿐만 아니라 NGO도 마찬가지였다. 대표적인 곳이 Oxfam. 자기들도 감자 한 알 제대로 먹기 힘든 2차세계대전 통에 나치 치하에서 고생하는 그리스인들을 구호할 목적으로 옥스포드 주민들이 만든 단체인 이곳은 이제는 1년에 수천억원을 모금하는 국제적인 구호단체다.

이들은 다른 조직과 좀 차원이 다른 활동을 했다. 네팔의 몬순(한국으로 치면 장마)은 6, 7, 8월이 절정이다. 지진이 났던 것은 4월 25일. 이들은 몬순이 본격화되기 전까지 식량이 긴급하게 필요한 40만명에게 몬순 기간을 넘길 수 있는 식량과 장비들을 보급하겠다고 나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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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프로젝트를 추진하려고 하면 현지 상황에 빠삭한 물류 전문가, 구호전문가, 포터가 달라붙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국경없는 의사회에서 꽤 많은 권한을 행사하는 이들은 의사들이 아니라 admin, 즉 행정인력들이다. 전기 없고 물 없는 곳에 수술실을 만들기 위해, 현지의 없는 자원들을 조립하고 현지의 망가진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인간들이 달라붙지 않으면 의사 선생님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죽어가는 사람 붙잡고 우는 것 밖엔 없다. 수술 도구 소독할 소독약도 구할 수 없는 곳에서 뭘 할 수 있다고?

그런데 말이다... 이 사람들을 키워내는 시스템이 공짜일 것 같은가?

국제구호 NGO들이 자신의 조직을 유지하는데 많은 비용을 쓰고 있다는 이야기는 이들이 어떤 일을 어떤 상황에서 하는지 아는 것이 전혀 없을 때 가능한 이야기다. 사실 문제가 되는 조직들은 국제조직들보다 구호가 필요한 지역에서 돌아가는 지역 NGO들이거나 몇몇 교회의 재정적 지원을 바탕으로 활동하는 선교사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유일하게 읽을 수 있었던 공간인 트위터에서 가장 많이 봤던 것은 '믿을만한 NGO가 있긴 하냐'는 것이었다. 조직 유지 비용으로 너무 많은 비용을 쓰고들 있는 곳들이 NGO니까 믿을 만한 곳에 돈을 줘야 한다고 하면서 다니는 교회에서 네팔을 위해 모금하고 있어서 거기다 줬다는 분들이 태반이었다. 그러니까 회계 공시도 하고 조직 내에서 감사체계가 있는 구호단체는 '못 믿을 곳'이고 회계보고의 의무가 없는 선교사는 믿을 수 있으니까 돈을 줘도 된다는 이야기가 같이 돌고 있던 것.

여튼 그 분들 덕택에 네팔에서 선교활동하고 계시던 분들 대부분 몇 년치 활동비를 통장에 쌓을 수 있었다. 전문적인 구호 활동을 하는 조직들은 '믿을 수 없는 이들'이 되는데, 남의 나라에 예배당 짓는 것이 우선인 분들의 통장에는 몇 년치 활동비가 차는 것, 좀 깨는 부조리극 같지 않으신가?

내 생각엔 오지에서 뭔 일들이 벌어지는지 전혀 모르기 때문에 그러는 것 같다. 이 이야기부터 좀 하자.



3. 왜 공정무역 같은 복잡한 시스템이 필요한가?

인간이란 원래 비대칭적인 법이어서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지혜로울 수 있지만 어떤 영역에선 초등학생보다 못한 수준인 경우, 꽤 봤다. 예를 들어 전에 내가 구독하던 블로그 중에 철두철미한 기계과 공돌이의 시각을 보여주던 블로그가 있었는데, 그 분이 공정무역에 대해 터무니없는 소리들을 늘어놓은 적이 있었다. 돈을 주면 될 것을 딱히 품질도 좋지 않은 물건을 비싼 값 받는 거, 자신의 조직을 가동하기 위해 그러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었다.

그런데 말이다. 나, 이런 곳 들어가서 피마자 농사 지었었다. 공정무역단체들이 공정무역으로 가난을 극복하겠다고 하는 지역들과 비슷한 상태인 곳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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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임기가 끝나는 반기문 UN사무총장의 대표적인 실책 중 하나로 꼽히는 게 콜레라에 감염된 네팔 PKO(Peace Keeping Operation : UN 평화유지활동)를 아이티에 파병해서 콜레라를 돌게 했다는 게 있었는데, 사진의 이 마을에서 30km 서쪽으로 가면 그 문제의 마을이 나온다. 이 마을들의 상태는 대략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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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들이 트레킹 다니는 코스는 그래도 돈이 도는 코스다. 이곳은 정말 아무 것도 없다. 가난한 네팔에서도 마을이 공동 우물을 팔려고 하면 정부가 절반 정도를 지원해준다. 한국돈으로 15만원 정도를 마을 사람들이 모으면 우물을 팔 수 있다. 그런데 그거 못 모아서 우물을 못 판다.

이런 곳에 들어가서 비교적 빠르게 돈을 만들 수 있는 작물을 키워야 했으니 적지 않은 급여를 고용한 농민들에게 줬다. 꽤 많은 돈을 줬으니 마을 사람들의 생활 수준이 좀 나아질 것 같지? 아니다. 이 지역 농민들, 주급 주면 그 다음날 대체로 안 나온다. 평소에는 구경할 수 없었던 위스키 반주로 염소고기 먹고 잔다고.

사실 이거, 도시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광경이다. 노숙자들에게 한 백만원쯤 모아서 전달해 보라. 그 양반이 그걸로 새로 시작할 수 있는 뭔가를 만들어 낼 것 같은가? 못 먹던거 잔뜩 먹고 술 퍼 마시는데 다 써버리지.

절망적인 상황에 한 번도 가 본적이 없는 사람들은 자신이 겪었던 상황이 가장 절망적인 상황이라고 믿는다. 그런데 그 밑에 더 있고, 더 밑도 존재한다. 농부는 지금 당장 굶어죽는 한이 있어도 다음해에 쓸 종자로 밥을 하진 않는다. 하지만 이들 지역의 농업 노동자들은 한다. 이들은 지주에게 이런저런 명목으로 한국돈으로 수백만원에서 천만원대의 빚을 지고 있거든.

하루 1달러로 사는 사람들에게 수 백에서 천만원대의 빚은 갚을 수 없는 빚이고 그 빚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자살하는 것 밖엔 없다. 그런 이들에게 자신의 처지를 바꿀 수 있다는 이야기는 뭔가 자신들을 이용하기 위해 꼬득이는 달콤한 사탕발림 이상이 아니다.

반면에 불가촉천민들은 좀 다르다. 인도 대륙의 힌두교 세가 강한 곳에선 체제 유지를 위해 불가촉 천민에게 교육의 기회도 따로 주고 공직의 일부까지 할당한다. 교육의 기회가 있고, 자신의 아들 딸들이 더 나은 직업을 가질 수 있는 사람들에게 농사 못 짓는 기간 동안에 벌 수 있는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는 아주 소중하다. 이들은 기회가 있다면 죽자고 잡으려고 하는 이들이다.

공정무역 단체는 바로 이런 이들, 삶을 바꾸겠다는 의지를 가진 이들과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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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가난한 소작농이 공정무역 조직과 결합해 의미있는 수익을 벌어들이게 되는 데는 꽤 시간이 걸린다. 새벽 다섯 시에 나가서 오후 다섯 시쯤 집에 돌아가는 게 소작농의 삶인데 밥 먹는 짬짜미 자신들의 집 마당에 커피 묘목 열 댓개를 키우는 것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공정무역 단체의 현지 팀들이 하는 것은 수십 km에서 수백 km씩 떨어져 있는 이런 농가들에게 커피 재배법을 알리고 중간 중간에 재배 상태까지 확인하고 수확해서 한국으로 보내는 과정을 총괄해야 한다. 정말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재배 교육법부터 시작해 이걸 수확하는 과정도 난감한데 여기에 품질관리까지 해야 한다. 이 과정은 돈이 안 들어가고, 이 사람들을 교육 훈련 시키는 과정은 돈이 안 들어갈 것 같은가?



4. 무지한 선의는 지옥을 만드는데 어떻게 기여하는가?

세계 최빈곤 지역의 사람들에게 돈을 쥐어주는 거, 의미 없다. 마찬가지로 지역에 돈을 퍼붓는 것도 큰 의미가 없다. 경제라는 것은 인풋과 아웃풋이 계속 유지돼야 의미가 있는 것 아닌가. 잠깐 돈이 돈다고 해서 극적으로 나아지는 것은 없다. 하지만 그게 어느 정도로 나빠질 수 있는지, 사례는 많다.

1984년 12월 3일, 쟁쟁한 월드 클라스 뮤지션들이 녹음한 크리스마스 노래 하나가 빅 히트를 친다. 노래 제목은 "Do they know it's Christmas?"였다. 이 싱글이 1천1백만장 이상이 팔리자 이 싱글을 프로듀싱했던 밥 겔도프는 다음 해에 Live Aid 콘서트를 기획한다. 1985년 6월 13일 영국의 웸블리 스타디움과 미국 필라델피아의 존 J 케네디 스타디움에서 같이 벌여진 이 콘서트는 150개국에 방송되었고 19억명 이상이 시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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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영국의 BBC는 이디오피아 대기근을 다룬 다큐를 방영했다. 이 다큐를 봤던 밥 겔도프는 뮤지션들을 접촉하기 시작했던 것이 싱글 앨범의 성공으로, 그 싱글 앨범의 성공으로 진행되었던 세계적인 규모의 콘서트는 현재 가치로 15억파운드, 한화로 2천억원이 넘는 돈을 모으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비슷한 형태의 자선공연을 만드는 것이 팝 스타들의 유행처럼 되었으며 사람들은 기꺼이 그 공연에 돈을 썼다. 전세계에서 구호물자들이 쏟아져 들어가기 시작했는데, 가난한 나라에 제대로된 항만처리 시설이 있을리가 없잖는가? 용케 화물을 내렸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에게 배포되기 위해선 배달할 수단이 필요한데, 그 배달할 수단 조차 없었던 것.

물자들을 실은 배들은 모두 잘 사는 나라들 소속이었다. 뭔 이야기냐면 언제 끝날지 모르는 하역을 끝없이 기다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는 말씀. 이디오피아 주변 국가들에 대충 하역 시키고 돌아가는 배들이 속출했다. 그리고 바로 그때 소말리아에서 내전이 터지면서 중앙정부가 붕괴되었다. 소말리아에 하역되어 바로 옆 나라 이디오피아로 들어가기 위해 대기하고 있던 그 물자들은 고스란히 반군의 자산이 되었다.

거기다 하필이면 내전 발발로 중앙 정부가 무너지기 전에 소말리아 정부가 열심히 하고 있었던 일은 비교적 원양에서도 고기를 잡을 수 있도록 어부들의 어선을 현대화하는 작업이었다. 그것도 국제기구들의 지원을 받아서.

지상 최강의 전투부대인 델타포스가 블랙 호크 다운 찍고 철수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그리고 그 나라가 전세계의 다른 국가 사람들에겐 해적들의 소굴로만 기억되는 이유는 이렇게 만들어졌던 거다.

그래서 요즘은 내전지역에 대규모 재난이 발생하면 군이 우선적으로 투입된다. 군대는 물자들을 실어나를 수 있는 자원이 있고, 무력을 바로 투사할 수 있어서 지역 무장 세력들이 구호물자 가지고 돈벌이 하지 못하도록 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 군은 지구 어디든 달려갈 수 있는 천조국과 지역 맹주 역할을 하는 군대다. 전시작전권은 고사하고 그 능력이 있는지도 모르겠는 수준의 군대는 해당사항 없다.



5. 선교

대략 이쯤까지 이야기해도 쿨쉭한 분들은 요렇게 대답할 것 같다. "아무나 하지 못하는 것을 하는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필요한 것을 하는 것도 중요한 것이 아니다. 여튼 월드비전은 선교조직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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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다? 구한말에 "최초"의 현대식 뭐라는 타이틀이 붙어 있는 사람, 혹은 시설 치고 영미계열의 선교사와 무관한 곳이 있나? 그 분들이나 그 기관들이 기독교 계열이라고 해서 만악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는가?

예를 들어 최초의 여의사 박에스더는 메리 벤턴이 남편을 잃은 후 자신의 아들 윌리엄 스크랜튼과 함께 선교사가 되어 조선으로 향하지 않았다면 나오기 어려웠던 사람이다. 여자 대접이 ISIL급이었던 조선조에 결혼한 아내의 의학 공부를 위해 농장 노동을 자청했을 남자가 당시 선교사들의 네트워크가 없었다면 걸려들리 만무했으니까.

아니, 알베르트 슈바이처는 선교사 아니었나? 아프리카 대륙에서 인술을 펼치다 암으로 돌아가신 이태석 신부님은?

그들이 찾아간 곳에서 구호활동을, 인술을 펼치는 분들은 자신들의 활동을 '사역'이고 '선교'라고 한다. 이 '선교'는 남의 나라 성지 찾아가서 "예수천당 불신지옥" 외치면서 다니는 거나, 교회 먼저 지어넣고 신자 받아들이기 위해 사탕 뿌리는 것과는 엄연히 다른 활동이다.

아니, 나도 거의 10년을 세계 최빈국들의 가장 험한 지역들에 들어갔던 넘인데 그 나라 수도에서 편하게 탱자거리면서 헌금 받아 사는 기독교 팔이들을 못 봤을 것 같은가? 반복해서 말하지만 걔네들은 영수증 처리하고 회계 보고해야 하는 조직이랑은 일하지 않는다.

카트만두 인근의 불가촉 천민촌들을 돌아다니면서 찍은 비디오를 한국 교회에서 틀어주면서 눈물 많은 할머니들에게 "이게 대부분의 네팔인들의 삶입니다" 어쩌고 하면서 사발을 풀면 들어오는 헌금을 감사하게 받아서 잘 먹고 살 수 있는데 왜 귀찮은 보고 같은 걸 해야 하냐고. 현지 애 몇 명 학교 보내주는 것 갖고도 칠 수 있는 사기가 얼마나 많은데?

난 네팔에서 한국인들과 어울릴 일이 없었던 넘이다. 거기 있는 한국인들 중에 진짜로 오지 들어가는 사람들이 거의 없으니까. 부처님 탄생 성지인 룸비니도 여우가 신발 물고 도망가는 일 종종 벌어지니 신발 간수 잘 하라는 경고문 붙어 있는 곳이 네팔인데, 거기서도 내가 들어가서 일하던 지역들은 하루는 풀로 버스타고 들어가야 하는 곳들이었다고. 그런 곳에서 일하는 넘이 산 보러 간 관광객들이랑 뭔 공통의 분모가 있다고 같이 놀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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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같이 놀던 이들은 현지 관계자, 현지 관계자의 친구인 외국인, 집 주인의 친구인 외국인 들이었다. 네팔 온 지 얼마 안 되서 '이런 곳에서 사람이 어떻게 살아요?'라며 눈 크게 뜨는 꼬꼼화들이랑 노는게 지겨운 사람들. 그 중에 한 명이 미국계 프랜차이즈 사립학교에서 미술 가르치던 양반인데, 조금 친해지고 나서 진지하게 물었던 것이 '한국 선교사들은 뭔 돈이 그렇게 많아서 연 3천만원이 넘는 학비를 내야 하는 학교에 다니느냐?'는 것이었다. 낄낄거리면서 '신 만큼 팔기 쉬운 상품이 없잖아? 구원도 준다는데?'라고 대답했었다.

그랬던 넘이 지난 지진 때, '선교하겠다'고 네팔 들어와 있던 선교사들의 통장엔 몇 년치 활동비가 꽃히는데, 정작 구호활동 구력이 되는 조직들은 "쟤네 조직 운영비 많이 쓰는 조직이야", "남의 가난 팔아서 먹고 사는 놈들이지", "쟤네에게 돈 주면 다 교회 짓고 남의 종교 전파하는데 써"라는 말도 안되는 욕을 듣고 있는 걸 보면 기가 차겠나 안 차겠나?



6. 사람값

반복하지만 국제구호단체, 특히 현장 활동가들은 말 그대로 전문가들이다.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수 없는 환경에서 벌어지는 참극의 현장에서도 깨지지 않는 멘탈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말 아무것도 없는 지역에서도 현대적인 지원이 가능하도록 물류망을 건설하고 그 물류망을 확장해내는 것. 이거 2000년대 초반에 인도의 오지, 그것도 산적들이 날뛰는 곳에 대리점 열던 LG 직원들을 능가하는 사람들이 아니면 못한다.

그런 사람들의 활동이 다른 의미로 해석되어야 할 '선교'라는 단어 하나 때문에 개똥 취급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면 전임 가카가 좋아했던 단어 '오해' 외에도 다른 많은 것들이 작동되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예를 들자면 박근혜 정부 들어 공적 신뢰가 완전히 날아가버렸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자기 퇴임 이후를 위해 재벌들 삥 뜯어서 사회 재단 만들고, 그 돈 삥뜯기 위해 국민연금 손실까지 끼쳤잖는가?

다행이 박근혜는 탄핵되었고, 헌재에서 인용될 것이라 믿는다. 문제는 그 이후다.

공적 신뢰를 다시 회복하기 위해 해야 할 것만 해도 무진장 많을텐데, 거기서도 한참 해야 할 것들이 많다. 이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거, 난 '사람값'을 지금보다 훨씬 더 높여야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본다. 최소한의 생존 조차도 가난을 증명해야 가능한 지금 같은 체계가 아니라 개인의 자긍심까지도 보살필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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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묵혀놨던 이야기를 한참 탄핵 정국때 꺼내고, 탄핵 하고 나서 다시 긴 버전으로 다시 쓴 것도 그 때문이었다.

뭐 이 정도로 썼는데도 '쟤넨 선교조직'이니 문제라고 한다면 뭐 어쩔 수 없지 뭐.




지난 기사


월드비전에 대한 소소한 변명







거의 모든 재난으로부터 살아남는 법의 저자이기도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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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uel S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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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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