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편 - 호주발 시베리아행 새들의 쉼터 강화 에필로그 : 철새는 죄가 없다. 생존이 먼저다 - 강화상륙작전 since 2016

30일 한강변에서 발견된 뿔논병아리 폐사체가 H5N6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에 감염된 것으로 최종 확인되면서 서울도 AI 비상등이 켜졌다.

 

지난번 철새편을 준비하며 그동안 관심 1도 없었던 생태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겨울 철새 탐사와 두루미 먹이 주기 행사 참석을 고대하고 있었으나, 몽땅 취소. 이게 다 AI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철새편에 도움 주신 갯벌생태교육허브 <물새알> ‘들풀님은 이렇게 항변했다.

철새는 죄가 없다!”

 

만약 정부 측 주장대로 AI 주범이 철새라면, ‘철새들의 천국강화는 AI 무간지옥이 되었겠지만, 201729일 현재 강화는 아직까지 AI 청정지역이다.

말 못하는 철새에게 무죄추정의 원칙따위는 인정되지 않을 터.

철새측 변호를 위해 긴급 만남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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쎌러킴(이하 쎌) 강화도에서 진행 예정이었던 철새 프로그램은 모두 취소 된 것인가.

물새알(이하 물) “AI 이유가 철새라는 것은 일종의 대국민 사기극이다.” 심약하여 차마 외치지 못하고, 관의 요구대로 행사를 취소했다. 내내 괜찮았는데, ‘마침뭐 좀 해보려고 살짝 꿈틀거렸다가 AI 적발 되면, 빼박 철새는 유죄 확정이다. 오이밭에서는 신발 끈 안 묶는 게 상책이다.

 

철새의 무죄 근거는?

2014120, 농림축산식품부는 고창 동림저수지에서 집단 폐사한 가창오리 사체를 검사하여 AI H5N8형을 최종 확진했다. 조류독감 바이러스의 원흉이 철새가 된 결정적 사건이다. 이 바이러스가 처음 발견된 것은 2010년 장쑤성 가금시장. 최초 발견 이후 일절 소식이 없다가, 몇 년 뒤 한반도 남부지역 고창에서 재등장 한 것이다.
당국의 주장대로 철새가 범인이라면, 몇 가지 황당한 전제가 필요하다.

 

그 전제가 무엇인가

첫째, 바이러스가 발견 된 장쑤성 가금시장에 철새가 출몰해야 한다. 철새는 사람을 피하는 습성이 있는데, 하필 그날따라 가금시장에 마실 나가 덜컥 감염이 된 거지. 뭐 그럴 수 있다 치자. 세상에는 별일이 다 있으니까.

둘째, 조류독감 걸린 놈이 의지를 갖고 파이팅하여 오래 오래 생존해야 한다. 모름지기 반도의 흔한 철새라 함은, 수천 킬로 정도는 거뜬하게 논스톱 비행(전편 참조). H5N8바이러스에 감염된 철새가 EAAF(East Asian-Australasian Flyway : 동아시아-호주 철새이동경로) 구역을 몇 년간 아무 문제없이 활보하고 다니다가 하필 고창에서 조류독감을 퍼뜨린 것. 볼드모트의 저주로 유독 고창 동림저수지만 바이러스가 퍼지는 건가. 도통 알 수가 없다.

이렇게 지극히 확률 희박한 전제가 모조리 우연의 일치로 맞아 떨어졌을 때, 정부 주장이 옳다는 게 입증 되는데. 너님이라면 믿을래?

 

혼자만의 주장 아닌가?

다른 학자들도 문제제기 많이 했지. 특히 조류학자들. 그러나 정부는 노코멘트.

 

그렇다면 너님 생각에, 동림저수지 조류독감의 원인은 무엇인가?

인근에 AI 감염 농장이 있었다. 그 농장에서 나오는 폐수가 동림저수지로 흘러갔다. 그 때문에 동림저수지에서 살던 가창오리 100여 마리가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철새는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다.

 

진단 자체가 잘 못 되었다는 건데, 지금의 방역 체계로 AI를 막을 수는 있는 건가?

정부의 사전예방은 철새 이동경로 파악하고 우리나라 오는 철새를 중간 포획해서 조사하여 바이러스를 찾는 수준이다. 2003년 이후로 AI 건수가 늘고 있고, 죽는 닭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불고 있다. 조류독감 터지면 소독약 뿌리고 파묻는 게 전부다. 이 방식은 그다지 효과가 없다는 게 수 년에 걸쳐 증명 되었다. 실제로 몇 년에 주기로 나타나던 AI3,4년 전부터는 매년 출연하고 있다. 살처분도 계속 되고.

 

이번에는 대체 얼마나 파묻은 건가.

3300만 마리.

 

! 대한민국에 닭이 3300만 마리가 살았다는 건가!

15천만 마리가 넘는다. 그만큼 처먹는다는 거지.

 

대한민국은 역쉬 닭공화국이군. 하긴 지옥불반도는 이과든, 문과이든, 종국에 치킨집 창업으로 귀결된다는 서글픈 전설이 전해지지. 건물마다 닭집이니, 더 열심히 키워 얄 듯.

바이러스는 생명체를 떠나지 않는다. 너님도 바이러스 덩어리. 야생조류, 가금류 모두 인플루엔자바이러스를 안고 있다. 밀집사육 가금류는 면역력이 약하다. 상식적으로 생각 해봐라. 닭털, , 온갖 먼지에 휩싸인 닭장은 바이러스 증식에 최적화된 배양실이다. 그런 곳에 살면서 항생제, 산란촉진제, 생장촉진제, 착색제와 더불어 무럭무럭 자란 닭이다. 바이러스 감염되면 몰살은 당연지사다. 문제는 새로운 돌연변이의 도발이지. 이쯤 되면 치명적인 조류독감이 어디서 오는지 감이 잡히나?

 

너님만 어필중임?

여러 조류학자들이 주장하는데, 정부는 아몰랑 이다.

 

왜 그런가?

결국은 자본주의 대량 생산 시스템 문제다. 이걸 건들면 그야말로 헬게이트 열리니까. 양계업자, 치킨집 사장을 비롯한 관련 산업 종사자들의 이해관계도 얽혀 있고. 소비자도 한 몫 한다. 오천만의 소울푸드 치맥은 어쩔래.

 

불금에 치느님은 진리다.

다국적 곡물회사가 시장을 쥐락펴락 하는 것처럼, 축산농가도 마찬가지. 육계는 마니커, 하림이 이미 장악했다. 그나마 달걀 생산을 위해 기르는 산란계는 독립농가가 좀 있다. 이를테면 대기업 진출 불가 직종이다. 대기업은 끊임없이 압력을 넣고 있다. 계란 장사 하겠다고. 달걀가격이 몇 배씩 뛰자, 수입하지 않았나. 이번 사건이 대기업 진출의 전초전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느낌 쎄한데.

새삼스럽긴. 대기업, 걔들은 원래 그런다.

 

그건 그렇다 치고, 방역대책은 있는 건가?

바이러스와 공생 방법을 찾자는 원리주의자도 존재 한다. 바이러스를 멸족 시키면 인류도 함께 망한다는 논리다. 현실적으로 이건 좀 너무 갔지.

일본과 비교하는 목소리도 높다. 일본에도 한국과 같은 바이러스가 상륙했는데, 90만 마리 살처분으로 끝났다. 한국은 3300만 마리 파묻고도 여전히 진행형인데.

 

차이가 뭔가.

일본은 야생조류 똥에서 고병원성조류독감바이러스 H5N6이 발견되자마자 위기경보를 최고단계로 격상시킨 후 총리를 필두로 한 위기관리센터를 만들었다. 반면 우리 정부는 발생 이틀 후에 방역본부 설치하고, 이미 손을 쓸 수 없을 지경이 된 1215일이 되어서야 최고단계 위기경보를 발령했다.

물 방역을 위해 사용된 소독제의 80% 이상이 엉터리였고, 얼마 전 뉴스 보니까 제대로 못 묻어서 개가 파먹고 있고. 땅이 얼었다가 녹아서 드러났다나.

 

대한민국 is 뭔들

천박하고 저열한 방역 시스템 개선은 기본이고, 더 근본적 해결책은 동물 사육방식 관련하여 대대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대안이 있나.

국내 일반 양계장에서 사육되는 닭들은 A4용지 한 장도 되지 않는 공간에서 걷지도 못하고 날개 한번 제대로 못 편다. 독일을 비롯하여 EU에서는 2012년부터 이런 케이지 사육을 금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동물복지축산농장인증제도가 시작되었지만, 참여율은 1프로. 지난 3년 간 충북에서 조류는 독감으로 약 450만 마리가 살처분 되었는데, 소위 복지농장에서는 AI가 야기되지 않았다. 고기 먹지 말자는 얘기가 아니다.

 

인간적으로 고기는 건들지 맙시다.

나 역시 고기주의자다. 제대로 키우고. 너무 처먹지 말고. 비싸면 좀 덜 먹자는 얘기다.

 

없이 사는 사람들에게는 배부른 소리로 들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열 번 참았다가 제대로 한 번 먹자. 공산품처럼 길러내니 애들이 스트레스 받아서 골골하잖나. 죽지 말라고 항생제 무한리필, 그거 다 최종 포식자인 너님 뱃속으로 들어가는데. 어쩌려고 그러는지 원.

이보다 더 큰 걱정은 바이러스 종 도약이다.

 

! C8. 이 상황 몬지 알 것 같아.

전 세계적으로 1억 명 가량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 되는 1918년 스페인독감(H1N1) 이후 1957H2N2, 1968년에는 H3N2가 대 유행했다. 현재까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135개의 변이가 생성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1997, 새들에게만 치명적이었던 H5N1가 인간의 몸에서 발견 되었다.

 

사람도 조류독감에 걸릴 수 있다고? 혹시 검사 중 실수한 게 아닐까?

종을 뛰어넘는 바이러스 존재는 인류 대재앙의 서막이다. 검사는 확실했다. 종도약은 정설이다. 괜히 겁주려고 바이러스 재난영화가 나온 게 아니다. 이 와중에도 공장형 축산농장을 고집 할 것인지 질문을 던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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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 준비 중에, 설상가상 구제역까지 터졌다.

 

남의 살이라면 환장 하는 주제에 이런 말해도 될랑가 싶다.

2017년에는 값 싸고 병에 찌든 살덩어리를 향한 욕망을 조금씩 줄여보겠다는, 작심삼일성 다짐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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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싹은 마당을 바라볼 때가 그래도 행복했다. 오리들이 떼지어 돌아다니고, 개가 오리 꽁무니를 쫓아다니며 장난치는 걸 보는 재미가 모이를 쪼아 먹는 일보다 나았다.

잎싹은 눈을 감고 마당을 자유롭게 오가는 상상을 하곤 했다. 둥우리에서 따뜻하게 알을 품고 있는 모습, 수탉과 함께 밭에 나가는 모습, 오리들을 따라가는 모습도 상상해보았다. 그러나 끝내 한숨을 쉬며 눈을 뜰 수밖에 없었다.

'소용없는 짓이야, 그런 날은 영원히 오지 않을 거야.'

잎싹은 또 알을 낳지 못했다. 사흘째, 나흘째도 마찬가지였다. 당연했다.

이제는 거의 일어서지도 못할 지경이었으니까.

"폐계야. 그만 닭장에서 꺼내야겠는걸."

 

- 마당을 나온 암탉, 황선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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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임 : 본문 사진은 들풀님 블로그, 동물자유연대, 기타장인 곽웅수님에게서 엎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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