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꾸라지와 독종 기본 카테고리


 

기자를 째려봤다. 팔짱을 꼈다. 8년 전에 전직 대통령에게 어떤 발언을 했다. 청문회 중에 삐딱하게 앉았고, 메모를 했다.

 

괘씸할 수는 있다. 그렇지만 눈빛과 자세, 태도 따위를 해석하는 것에 공공재인 전파를 얼마만큼 사용해도 되는지, 그 범위를 누가 정할 것인지, 무엇보다 그것이 필요한 의제인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태도 불량, 괘씸죄를 적용하는 것에 대상이 누구이든 극심한 거부반응이 이는 것은 개인주의적인 내 성향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청문회라는 한정된 시간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시간이 아니라, 해야 하는 말들을 하는 시간이 아닌가.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를 보고 있는 것이 힘들었던 건 꼭 증인과 참고인들 때문만은 아니었다. 대부분의 증인들이 모른다’,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말하리라는 것은 사실 모두가 예상했다. 답답한 건 그 발언들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들이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물론 증거와 자료들을 수집할 만한 충분한 시간도, 제도적 뒷받침도 없었다는 걸 안다. 많은 의원들이 밤잠을 설쳐가며 뛰어다니고 있다고도 한다. 그렇지만 증거가 부족하면 허를 찌르는 기민한 심리전을 펴서라도 퍼즐을 맞추어갔으면 좋겠는데, 의원들 대부분이 단체로 교감신경을 자극하는 약이라도 먹은 듯 아드레날린만 과다 분출된 양상이었다. 일부지만 어떤 의원들을 보면 도덕적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 것인지, 드라마를 찍고 싶은 것인지, 본인이 그들과 얼마나 다른지에 대한 자기증명을 하고 싶은 것인지 모르겠는 기분이 들었다.

 

국회의원들은 우리가 그들에게 증인을 향해 호통을 치고 모욕할 권리를 위임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글쎄, 적어도 나는 그들에게 그런 권리를 준 적이 없다.

 

증인은 훈계하지 말고 증인답게 말하라’ / ‘내가 검사였다면 당신처럼 답변하는 피의자를 한 방 쥐어박을 것이다’ / ‘내가 밉죠?’, ‘국민이 우습죠? 우스운 거예요’ / ‘똑바로 앉으라, 메모하는 자세를 취하지 말라

 


초등학교에서 일개 선생 노릇을 하는 나이지만 아무리 화가 나도 학생이면 학생답게 내게 훈계하지 말라’, ‘내가 부모였으면 너를 한 방 쥐어박을 것이다’, ‘똑바로 앉아라’, ‘그렇게 건방진 자세를 취하지 말라’, ‘너는 친구들이 우습지? 우스운 게 확실해라는 말 따위는 하지 않는다. 그런 무례함이 스스로에게  부끄럽기도 하거니와 내 개인의 감정을 배설하거나, 타인의 감정을 예단해 윽박지르는 행위가 당장 내 속을 시원하게는 할망정 전혀 교육적이지도, 모두를 위해 생산적이지도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분노가 치밀어 올라도 공적인 일을 행하는 자리에서 호통을 치고 상대를 모욕하는 것이 답이 될 수 없음을 안다. 시민들의 속이 뻥 뚫리며 카타르시스라도 느끼리라 기대하는 모양이지만 일부는 나처럼 속만 더 답답해질 수도 있다.

 

사회가 이 지경이 되도록 방치한 책임은 나에게도 있지만 청문회장에서 호통을 치고 있는 그들에게도 있다. 굳이 양적인 계산을 하자면 일개 시민인 나보다는 다수의 위임된 권한을 부여받아 훨씬 큰 권력과 정보력을 가졌던 그들의 책임이 더 크다. ‘알았다고 해도 문제고, 몰랐다고 해도 문제다라는 말이 박씨 측근 및 여당에게만 해당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책임은 여·야당과 지위고하를 막론해 우리의 권한을 위임 받아간 모든 이들에게, 또 못난이들에게 권한을 위임한 우리에게도 있다.

 

지금 미꾸라지 짓을 하는 사람들은 비단 김기춘과 우병우만이 아니다. 귀중한 청문회 시간을 위증, 호통, 모욕, 증거부족, 자기증명으로 낭비한 사람들, 박근혜 이전의 새누리당은 건전했다는 기도 안차는 소리들을 하고 앉아있는 소위 개혁보수들, 스스로의 판단능력과 도덕적 역량에 단 한 올의 의심도 품지 않으려하는 일부 야당 세력들, 물 만난 고기마냥 연일 단독경쟁을 하면서 그간 아무것도 몰랐다는 듯 발뺌하는 언론들도 모두 현사태의 미꾸라지들이다.

 

우병우는 검사시절 사건을 한 번 물면 절대 놓아주지 않는다는 뜻에서 독종’, 어지간해서는 목을 숙이지 않는 다는 뜻에서 기브스라는 별명을 가졌었고 싸가지 없다는 소리도 많이 들었다고 한다. 자신보다 못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보인 태도였기에 잔인하고 천박했을 뿐, 맥락에 따라서는 나쁘지 않은 태도다.

 

필요하다면 적에게서도 배워야 한다.기브스라도 한 듯 그들에게 목을 숙이지 말자.  좋은 시민 착한 시민이라는 말 따위에 일희일비하지도 말자국정 역사교과서, 공무원 노동기본권 탄압, 전교조 법외노조화, 경찰 차벽 집회방해, 민노총위원장 징역형.  미꾸라지들을 절대 놓아주지 않는 독종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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