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샘 프로젝트(5) 역할극 평화샘

 지난 글에서 평화로운 공동체를 위한 4대규칙과 '멈춰!'에 대해 어마어마하게 줄여서 대~충 살펴 보았다. 교실에서 진행할 때에는 하나의 규칙으로 하루 종일 토론하기도 하고 구성원 모두가 4대 규칙을 내면화하고 실천하기까지는 짧게는 한 달, 길게는 1년이 걸린다는 것이 함께 실천하는 선생님들의 말이다. 특히나 4대규칙의 마지막인 '어른은 평화의 본보기가 된다.'라는 규칙은 이 나라에서 자란 어른들에게는 넘사벽. 필자는 거의 매일 이 규칙을 어겼다는 항의를 듣고 매일 사과하고 매일 다시 다짐하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런데, 아이들에게 사과하고 아이들에게 평화의 본보기가 되겠다는 선언을 할 수록 아이들과의 신뢰가 역설적으로 쌓여가고 1년을 돌아보면 조금은 덜 폭력적이 된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느껴진다.


 아무튼 오늘은 역할극에 대해 이야기 해 보기로 했으니, 역할극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1. 왕따 예방 역할극

 

 < 왕따 예방 역할극을 왜 할까? >

 폭력, 특히나 관계적폭력에 대한 인식이 없으면 대략 만4세 정도부터 아이들 사이에서 왕따가 생겨난다. 관계적 폭력에 대한 인식이 있더라도 적절한 조치가 없거나 대안(이 대안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이야기 해보자.)이 없으면 아이들은 괴롭힘을 멈추지 않는다. 인간은 타인과의 관계를 맺어가기 시작하면서부터 왕따를 만들어 내기 시작한다. 사람이 사람을 돌보는 문화가 사라지고 자본고 권력만이 천박하게 남은 사회에서 아이들은 남을 소외시키고 자신이 살아남는 방법을 선택한다. 더욱이, 부모세대 조차도 돌봄의 문화에서 자라 본 경험이 없어 알아서 생존해 왔는 데다가 관계적 폭력에 대한 개념도 없는 경우 아이들 사이의 관계적 폭력과 따돌림이 눈 앞에 펼쳐져도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고 방치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안타깝지만, 그런 상황에서 해당 부모에게 이야기를 해 주어서 도움이 되었던 경험을 못 해보았다. 남의 교육 방침에 참견하는 걸림돌로 인식 되는 것 같았다. 특히나, 직업이 교사이다보니 12년간 학교에서 교사들에게 갖은 소외와 차별과 모욕을 당한 경험이 있는 분에게 정서적 반감을 사는 것은 더욱 당연한 일이 아닌가 싶다.


 살아남기 위해 다른 누군가를 소외시키거나 괴롭히거나 했을 때, 괴롭힘을 당하는 사람이 겪는 고통이 얼마나 큰 가에 대해 잠깐 동안 체험해 보는 것. 그래서 그 과정을 통해 집단으로 누군가를 소외시키거나 괴롭히는 일이 얼마나 해서는 안 되는 일인지에 대해 성찰해 보는 것. 그리고 괴롭힘을 당하는 사람을 돕기 위해서는 공동체가 함께 움직여야한다는 것. 그리고 공동체가 함께 움직이면 어쩌면 모두가 괴롭지 않은 상태에서 불안하지 않은 마음으로 살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보는 것. 왕따 예방 역할극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들이다.



 < 왕따 예방 역할극에 대한 걱정들 >


 왜 꼭 괴롭힘을 당하는 경험을 해 봐야 되냐는 질문이 꼭 들어 온다. 왕따 예방 역할극 과정을 통해 아이들이 괴롭히는 방법을 훈련하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도 꼭 들어 온다. 피해자의 마음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만이 진심으로 피해자를 도와줄 수 있다. 체험을 해보는 몇 분 간의 시간은 어마어마하게 길게 느껴진다. 2분 정도 체험했다고 이야기하면 아이들은 물론이고, 체험한 어른도 굉장히 놀란다. 그리고, 그런 2~3분 정도의 시간으로 이루어진 하루가 펼쳐진다면? 그런 하루가 1년 동안 계속 된다면? 이런 생각을 해보고 나서도 괴롭힘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다른 방법이 있기는 할까? 스스로가 가해 행동을 하지 않도록 스스로 조절하게 된다. 항체 형성을 위해 예방 주사를 맞는 것에 비유하곤 한다.

 왕따 예방 역할극 과정에서 심각한 트라우마를 가지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질문도 들어 온다. 실제로 염려되는 부분이어서, 왕따 피해자 역할을 하기 전에 가상의 괴롭힘 상황이지만 현실 상황에서 너무 괴로운 약점이 있거나 하는 지점이 있으면 미리 이야기 하도록 하고 있다. 나의 경우에는 어렸을 때 외모를 비하하는 놀림을 받은 기억이 많아서 외모 비하 발언은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는 편이다. 또, 이미 과거에 따돌림 경험이 있는 경우 예방 역할극 과정에서 과거의 아픈 경험이 건드려지는 경우가 있어 왕따 예방 역할극을 시작하기 전에 미리 이에 대해 이야기하고 모두가 다 체험해보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위와 같은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피해자 역할에서 제외해 주기도 한다. 



< 왕따 예방 역할극의 진행 >

 왕따 예방 역할극의 체험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진행자가 질문을 통하여 사람들이 느꼈던 감정을 잘 잡아내고 서로 나누는 것도 중요하다. 아무튼, 왕따 예방 역할극은 한 사람 당 4번의 상황으로 진행되는데, 다음과 같다.


 첫 번 째 

 괴롭힘의 상황에서 방어자가 한 명도 없을 때

 인간지옥 상황. 가해자가 괴롭힘을 시작하면 아무도 도와주는 이 없다. 오히려 가해자를 응원하는 조력자 무리가 생겨나고 실제로 함께 괴롭히는 동조자 무리도 생겨난다. 가해자는 영웅이 되어 응원을 받고 피해자는 아무런 잘못도 없이 괴롭혀도 되는 존재가 된다. 피해자 역할을 하는 사람은 처음에는 이런 저런 자기만의 대응을 시도 해보다가 점점 무기력감을 느끼게 된다. 피해자의 경험에 따라 몇 가지 유형의 대응을 한다. 가장 만만해 보이는 사람을 붙잡고 늘어지거나, 자리에 앉아서 무대응하거나. 도망갈 수 있다면 도망가는 사람도 있겠지만, 학교는, 특히나 교실이라는 곳은 도망이라는 카드는 쓸 수 없는 곳이다. 상황이 끝나면 참여했던 모든 사람들에게 자신의 역할은 무엇이었고 어떤 기분이었는지 이야기를 나누어 본다.


 두 번 째 

 괴롭힘의 상황에서 방어자가 한 명일 때

 공동체 안에서 정의감이 높거나 활달한 친구들이 자청해서 방어자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방어자가 한 명일 때, 손 쉽게 제압당하고 함께 왕따 피해자가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를 통해 다수의 괴롭힘 상황에서 연대를 하지 않으면 별다른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공유한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인간지옥 상황보다는 방어자가 1명이라도 있는 상황이 얼마나 다르게 느껴지는지 들어 본다. 아이들은 성향에 따라 갈등한다. 피해자를 구하기 위해 같이 괴롭힘을 당하게 되더라도 뛰어들 것인지, 아니면 다른 누군가가 나설 때까지 기다리며 훗 날을 도모할 것인지. 상황이 끝나면 참여했던 모든 사람들에게 자신의 역할은 무엇이었고 어떤 기분이었는지 이야기를 나누어 본다. 

 

 세 번 째

 괴롭힘의 상황에서 방어자가 세 명일 때

 세 명의 방어자가 등장하면 상황은 반전된다. 물론, 각 개 각파 당하는 수가 생기기 때문에 사전에 세 명의 방어자가 함께 한 목소리를 내는 연습을 하고 시작하지 않으면 안된다. 세 명이 함께 피해자를 방어하기 시작하면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한다. 역할극임에도 가해자(괴롭힘을 주도하고 시작하는 역할)를 담당한 사람이 쉽게 시작을 하지 못한다. 역할극이 끝나고 가해자와 인터뷰를 해 보면, 그 이전 상황에서는 자신의 괴롭힘 행동에 주변 사람들이 호응해주고 격려해주고 재미있어 해 주었기 때문에 힘을 받았었는데, 셋 이상의 사람이 자신의 괴롭힘을 말리면 사회적 지지를 받지 못하여 동력을 상실하게 된다. 상황이 끝나면 참여했던 모든 사람들에게 자신의 역할은 무엇이었고 어떤 기분이었는지 이야기를 나누어 본다.


 네 번 째

 괴롭힘의 상황에서 모두가 방어자일 때

 가해자가 괴롭힘을 시작한다. 다른 모든 사람들이 가해자에게 괴롭힘을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피해자가 괴롭힘을 인식하기도 전에 괴롭힘 상황은 종료된다. 도덕책에나 나올 것 같은 이 상황을 연습해보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먼저, 피해자 역할을 한 사람에 대한 회복 시간을 주고, 방어자의 방어행동은 어떻게 해야하는 지에 대해 생각해보고 연습해보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칫 폭력적이고 징벌적인 방어 전략으로 가해자가 집단 괴롭힘의 피해자로 전환되어버리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이다.



 2. 역할극


 왕따 예방 역할극이 예방적 차원에서 사전에 피해자의 아픔에 공감해보고 가해자가 되지 않아야됨은 물론이고, 괴롭힘의 상황에서 너 나 할 것 없이 방어행동을 하는 것이 공동체에서 너와 나 모두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길임을 합의하는 과정이라면, 역할극은 혹시나 생긴 공동체 내의 괴롭힘으로 총회 요청이 들어왔을 때에 하는 사후 프로그램이 되겠다. 하는 방식은 왕따 예방 역할극과 동일하고, 다만 괴롭힘의 상황이 실제로 벌어졌던 일이라는 점이 차이점. 괴롭힘에 의한 총회 요청이 들어와 함께 총회를 진행하는 중에 상황이 정확하게 정리되지 않거나(특히 10살 미만의 아이들의 경우에는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상황 재현을 역할극으로 해 보는 편이 훨씬 효과적인 때가 많다.) 피해자의 아픔에 가해자가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 서로의 입장을 바꾸어서 체험해보고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활동이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쎈척 하느라 자기는 피해자의 입장이 되어 보았지만 아무렇지도 않았다고 버티는 경우도 많지만, 느긋하게 기다려주면 늦어도 하루 이틀 내에 사실은 미안했었다는 모습을 보이기도. 물론, 그 때 상대방이 사과를 받아줄 마음이 사라져 버린 경우도 많다. 그래서 사과는 빠르면 빠를 수록 좋다는 것을 이야기 해볼 수도 있고. 1년 정도가 지나면 죽어도 미안하다는 말을 안 하던 친구가 먼저 미안하다고 표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다시 말해 볼 수 없을 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혼내고 다그쳐서 하는 엎드려 절 받기 식 사과와 자기 성찰에 의한 사과. 둘 중 어떤 사과가 진정성이 있을 것인지는 물어볼 필요가 있을까 싶다.



 3. 예고


 다음 글에서부터는 우리 아이들이 또래 집단과 관계를 맺기 시작하면서 겪데 되는 각종 폭력의 상황을 예방하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 지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좀 더 자세한 이야기는 평화샘프로젝트 1~8권 책을 읽어보시기를 바란다. 자녀 연령에 따라 추천되어지는 책이 다르다고 하나 다 읽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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