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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화장품 브랜드 <네이처리퍼블릭>의 정운호(51) 대표는 화장품 업계의 레전드다.


중졸 학력인 그는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바나나 노점상으로 시작해 27세이던 1992년 화장품 대리점을 차렸다. 이듬해 화장품 OEM 업체인 <세계화장품>을 창업했고 3년 만에 자체 브랜드 <식물원>으로 대박을 쳤다.


2003년, 정운호는 초저가 화장품 브랜드 <더페이스샵>을 선보인다. 더페이스샵는 당시 업계 1위 <미샤>의 매장 바로 옆에 매장을 여는 공격적인 경영으로 2년 만에 1,5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업계 1위로 올라섰다. 그러자 그는 더페이스샵 지분 70%를 사모투자펀드와 LG생활건강에 매각했고 2009년 나머지 지분도 정리했다. 그는 총 2,000억 원의 시세차익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만든 것이 바로 네이처리퍼블릭이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자연주의 화장품'을 모토로 2009년 첫 매장을 연 이후 2년 만에 흑자를 거뒀고 2015년 업계 5위로 성장했다. 일각에서는 정운호 대표의 재산이 최대 5,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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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가 아름다운 정운호 대표>


문제는 정운호 대표가 도박에 빠져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마카오, 필리핀 등지에서 범서방파 계열 조폭들이 운영하는 불법 도박장에서 100억 원대의 원정 도박을 벌였다.


2014년 경찰의 수사가 시작됐고 정운호 대표는 법조브로커 이민희의 소개로 홍만표 전 검사장을 변호사로 선임한다. 이민희는 홍만표 변호사의 고교 후배로 2007년 회삿돈 32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인재다. 정운호 대표는 네이처리퍼블릭의 서울메트로 입점 로비를 위해 이민희에게 9억여 원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홍만표 변호사는 특수수사(정치인, 기업 비리 수사) 전문으로 검사 시절 노태우·전두환 전 대통령 비자금사건, 한보 특혜 대출 사건 등을 수사했다. 2009년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지휘하던 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살해 피의 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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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에 소환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보며 즐거워하는 홍만표 당시 검사장>


2011년 퇴임 후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해 전관 변호사답게 2013년에만 91억 2천만 원을 벌어 전국 개인소득자 중 15위를 차지했다. ^오^


전관 변호사란 판·검사 출신 변호사를 말한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검찰 내 인맥을 동원해 담당 검사와 형량을 거래하거나 구속 대신 불구속 수사를 부탁하기도 한다. 판사 출신 변호사는 법원 내 인맥을 이용해 재판을 지연시키거나 보석, 구속집행정지로 피고인을 일시 석방시킬 수도 있다.


공교롭게도 정운호 대표는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이후에도 같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지만 역시 무혐의 처리됐다.


2015년 초, 검찰은 조폭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정운호 대표가 연루됐다는 진술을 받아낸다. 이와 함께 삼성라이온즈 임창용, 윤성환, 안지만과 삼성 출신 오승환도 원정 도박을 했다는 정황을 포착했다. 2015년 10월, 검찰은 상습도박 혐의로 정운호 대표를 구속했고 12월에는 임창용과 오승환을 벌금 700만 원에 약식기소했다. 윤성환, 안지만 개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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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된 정운호 대표>


정운호 대표는 이번에도 홍만표 변호사를 선임했지만 2015년 12월,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정운호 대표는 즉시 항소했고 이민희는 항소심 재판을 배당받은 임 모 부장판사에게 식사 대접을 하며 선처를 부탁했다. 하지만 임 부장판사가 눈치를 까고 다음 날 사건을 다른 재판부에 넘겼다.


그러자 정운호 대표는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 변호사에게 변론을 의뢰한다. 그녀는 보석(보증금을 내고 일시로 석방되는 것) 등을 받아 주겠다며 착수금 20억 원, 성공보수 30억 원을 요구했다. 변호사 수임료는 착수금과 성공보수로 나뉜다. 착수금이란 변호사를 선임할 때 지급하는 돈으로 환불 불가다. 반면 성공보수는 의뢰인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왔을 때 지급하는 돈으로 일종의 인센티브다.


정운호 대표는 가족에게 '최유정 변호사에게 두 장 (20억 원)을 갖다 줄 것'을 지시한다. 근데 가족이 2억 원으로 알아듣고 2억 원만 갖다 줬다가 쪽을 당했다고 한다.




2.


2016년 1월, 정운호 대표는 구치소로 접견 온 최유정 변호사를 통해 네이처리퍼블릭 박 모 부사장에게 자필 메모지를 전달한다. 메모지에는 정운호 대표가 평소 '형님'으로 부르는 K 부장판사(이하 판사형님), 성형외과 의사 이 모 씨, 홍만표 변호사, 법조브로커 등 8명의 명단이 적혀 있었는데 일명 정운호 로비 리스트다.


박 부사장은 홍만표 변호사에게 "정운호 대표의 지시"라며 "그만 활동하셔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2016년 2월, 정운호 대표가 수감 중이던 서울구치소에서 독방 2주의 징계를 받는 사건이 발생한다. 소란을 피우다 교도관들의 지적을 받자 "나가면 쳐다보지도 못할 새끼가. 넌 나가면 죽었어!"라며 몸을 밀친 것이다.


그는 최유정 변호사의 탄원서로 독방에서 풀려날 수 있었다. ^오^


정운호 대표는 부장판사 출신인 유 모 변호사를 수임료 1억 원에 선임한다. 유 변호사는 항소심 재판장인 S 부장판사와 사법연수원 동기에 연수원 시절 같은 애니 동아리에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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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즈 시절 정운호 대표>


하지만 S부장판사는 정기인사에서 다른 법원으로 발령됐고, 장일혁 부장판사가 재판을 맡게 됐다. 그러자 성형외과 의사 이 씨는 판사형님에게 장일혁 부장판사에게 잘 얘기해 줄 것을 부탁한다. 그러나 장일혁 부장판사는 재판 도중 정운호 대표 측에게 '소정 외 변론(판검사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 의뢰인을 쉴드치는 것)을 하지 말라'며 공개 경고했고 보석신청도 기각했다.


3월 2일, 최유정 변호사가 돌연 사임계를 제출하고 부장판사 출신 A 변호사가 선임됐다.


최유정 변호사에 따르면 정운호 대표가 "A 변호사가 항소심 재판장과 이미 얘기가 돼 100% 집행유예라는 확답을 받았다고 한다"면서 "판사형님의 뜻도 그렇다"며 사임을 요청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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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정 변호사>


실제로 정운호 대표는 다음 날, 그녀에게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라는 자필 메모를 전달했다.


하지만 4월 8일, 정운호 대표는 징역 8월을 선고받았다. 그러자 그는 최유정 변호사에게 수임료 20억 원 중 10억 원을 환불해 줄 것을 요구한다. 12일, 최유정 변호사는 구치소에 있는 정운호 대표를 찾아 '20억 원은 착수금'이라며 환불을 거부했다.


실랑이 끝에 최유정 변호사가 자리를 뜨려 하자 정운호 대표는 그녀의 손목을 잡아 앉혔다. 최유정 변호사는 '쌍욕과 함께 손목을 비틀고 의자에 패대기쳐 전치 3주의 상해를 입었다'며 정운호 대표를 감금 폭행치상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자 정운호 대표 측은 '최유정 변호사가 보석을 구실로 소송 계약서도 없이 과다한 수임료를 요구했다'며 서울변호사회에 진정을 냈다. 타다다다닥 팝콘 튀기는 소리


보통 원정도박 사건은 착수금이 최대 수천만 원, 성공 보수도 3억 원 선인데 최유정 변호사의 수임료는 착수금만 20억 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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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게 싸움 구경>


서울지방변호사회는 '변호사비로 부당하게 과다한 액수를 약정할 수 없다'는 규정을 근거로 그녀에 대한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최유정 변호사 측은 "20억 원 중 8억7,000만 원은 세금이며 나머지는 정운호 대표가 연루된 민·형사 사건 16건(!)을 처리하기 위해 꾸려진 로펌 3곳의 변호사 27명(!!)이 나눠 가졌다"고 반박했다.


이어 그녀 몫으로 6,800만 원을 받아 서류 복사비 1,400만 원, 서울 구치소로 접견을 가기 위해 지출한 교통비 2,400만 원을 제외하면 수익은 3,000만 원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복사비 1,400만 원에 2개월 교통비가 2,400만 원이라니 물가가 많이 올랐다.


최유정 변호사는 정운호 로비 리스트를 터트리며 반격에 나섰고 재판장 식사 접대, 판사형님 청탁 사실들도 까발렸다.


개싸움이 법조 로비 게이트로 번진 것이다. 그녀는 '정운호 대표가 임직원을 동원해 네이처리퍼블릭이 후원하는 미인대회에서 판사형님의 딸이 1등을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음 편에 계속...








문화병론가 고성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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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딴지일보 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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