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씨(이하 반기문)가 대통령 선거에 나올 거란 걸 부정하는 사람은 이제 없을 듯하다. 반기문은 제주 포럼에서 대권에 대한 자신의 의지를 두루뭉술하지만(?) 확고하며(?) 정치 뉴스 좀 봤다, 하는 사람은 다 알아들을 수 있게 밝혔다.
그러니 이 글에서 '반기문이 정말 대권에 나올 것인가'에 대한 소모적인 논의를 펼치지는 않겠다. 물론 나오지 않을 가능성도 있긴하다. 반기문이 필패할 가능성이 대두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반기문은 대선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반기문이 필패할 가능성이 명확하게 대두되지 않는 이상 반기문은 대선에 나올 것이다. 반기문에 대한 여론이 꽤나 좋기 때문이다.
반기문이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받는 이유
반기문이 지금의 인기를 누리는 건 반기문이 뭔가 승리자의 아우라를 풍기기 때문이다. "UN에서 사무총장을 하다니!" 이런 지지에는 딱히 합리적인 뭔가가 없다. 현대라는 대기업에서 CEO를 했던 'CEO 이명박'에게 표를 주는 것이나 '박정희의 딸'에게 표를 주는 것과 비슷한 느낌의 지지다. "한때 큰 회사를 이끌었으니 나라도 잘 이끌겠지!", "박정희가 잘했으니 딸도 잘하겠지!" 같은 심리다. 딱히 합리적인 판단을 통한 지지가 아니며 반기문에 대한 지지도 마찬가지다. 그 아우라 때문에 여권에게 지지를 받는다.
막상 반기문이 UN사무총장을 하면서 뭘 했느냐, 물어보면 대답할 수 있는 반기문 지지자는 찾을 수 없다. 그들이 찾아보지 않아서도 있지만(그들은 찾아보지 않는다. 자신의 판단에 근자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 실제로 그 양반이 한 게 없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가장 걱정이 많은 사람'이라는 별명이 붙었을까. 일은 안 하고 걱정만 한다. 강자에게 약한 그의 기회주의적 성향 때문이다.
반기문이 여권에서 나올 거라 보는 이유
반기문이 대권 의지가 있건 없건, 그가 앞으로 걸으려는 길은 아름답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와 맞붙을 상대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반기문이 대권주자로 나선다면 그는 야권보다는 여권에서 출마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반기문의 안전지향적 성향(=기회주의적 성향, 미꾸라지 성향)과 부합한다. 반기문이 야권에 출마하면 경선에서 승리하는 것부터가 불가능에 가깝다. 당시 고 김대중 후보를 타겟으로 스파이짓을 한 것과 박근혜 씨의 위안부 합의를 찬양한 것만으로도 야권에 안티팬은 충분히 생겼기 때문이다. 경선이 아니라면 추대되어야 하는데, 딱히 그럴 일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또한 반기문이 사무총장 시절에 보인 박근혜와의 친분, 최근에는 김종필과 단독으로 만난 것 등을 고려하면 반기문이 야권에서 진출할 거란 소리는 하기 어렵다. 반기문은 여권 후보로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새누리당에서 경선을 하는 경우
여권인 새누리당에는 대권 후보로 거론되는 후보들이 몇 명이 있으나, 사실 다 약체들이다.
김무성은 청와대에 미운 털이 박혔다. 사실 미운 털이 박힌 것까지는 별로 문제될 게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김무성의 가장 큰 문제는 그가 박근혜에게 매번 고개를 조아리며 별로 믿음직한 인상을 주지 못했다는 것에 있다. 그는 박근혜와의 갈등 속에서 매번 굴욕적으로 패배했다. 또한, 한 때 김무성에 대한 지지는 인간 김무성에 대한 지지였다기보다는 그가 새누리당 대표였기에 얻은 지지라는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그가 경선에 나온다고 해도 이렇다 할 성과를 얻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고 김무성이 국회의원으로서 그럴듯한 법안을 제출해서 인기를 얻었는가 하면 딱히 그런 것도 아니다. 똥폼은 잡고 다녔는데, 정작 해놓은 게 하나도 없다는 이야기다.
오세훈은 총선에서마저 떨어진 양반이다. 범여권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패자에게 자비롭지 않다. 오세훈은 무상 급식 이슈 때 패배자가 되었고, 이번 총선에서도 패배자가 되었다. 오세훈은 그냥 나가리다. 대선에 나온다고 해도 이번 대선은 무리다. 그리고 나중에 대선에 나온다고 해도 그리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김문수? 풉!
안철수
반기문이 대선에 나올 때 가장 경계해야 하는 인물은 안철수다.
안철수는 지난 총선을 통해 승리를 위해서라면 수단의 정당성 따위 가리지 않는 사람임을 드러냈다. 반기문과 같이 기회주의적 성향을 갖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거기다, 안철수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야권에도 있지만, 여권에도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반기문과 안철수는 비정치권이었다는 정체성 때문인지 지지자나 뭐나 겹치는 게 많은 인물이다.
반기문은 이번 대선이, 그의 나이 때문에, 처음이자 마지막 대선일 텐데, 안철수에게 양보할 거란 기대는 하기 어렵다. 반대로 안철수는 2012년 대선에 나왔지만, 문제인에게 양보를 했던 사람이다. 이번에도 반기문에 양보를 하게 될 지는 알 수 없다. 안철수가 정치인생을 멀리 보고 반기문에게 양보할 수도 있지만, 뭐가 됐건 다 가정일 뿐이고, 확실한 건 안철수가 반기문에게 있어 가장 큰 변수가 될 거라는 거다. 안철수가 반기문에게 양보를 하면 야권에서 문재인이 나오건 박원순이 나오건 피장파장의 양상이 될 테지만, 안철수가 문재인 쪽으로 또 한 번 붙거나, 마이웨이 루트를 타면 그야말로 이번 대선은 끝을 알 수 없는 레이스가 될 것이다. 이러나저러나 반기문에 딱히 유리한 판이라고 볼 수 없겠다.
박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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