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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지구 바깥의 우주를 비행하기 위한 로켓과 궤도 항해학에 대한 이론이 나온 지 60여 년이 지난 1969년, 인류는 달을 정복했다. 여세를 몰아 화성까지 정복하려던 일부 시도는 중단되었지만, 인류의 두 번째 정착지로 가장 적합한 화성에 대한 관심은 증폭되어왔다.

2024년, 달에 인류가 첫 발을 내딘지 55년이 되는 해에 인류의 첫 화성 유인 착륙이 예고되고 있다. 과연 2024년에 인간이 화성에 도착할 수 있을까? 만약 도착한다면 어떤 기술, 어떤 방식으로 여행하며 화성의 혹독한 대지에서 머무를 수 있을까?

이 모든 궁금증에 대해서 현존하는 기술과 함께, 화성 여행자를 위한 몇 가지 상식들을 하나씩 검토해 보기로 하자. 당신은 설령 화성에 갈 수 없더라도, 당신의 자식 세대에는 너무나 당연한 상식이 되거나, 또는 구세대의 멍청한 시도였다고 할 것이다.



지구가 아닌 곳에 발을 딛다


1969년 7월, 두 명의 인간이 처음으로 지구가 아닌 대지를 걸었다. 당시 아폴로 11호의 발사 현장 주변에는 백만 명에 달하는 인파가 몰렸고, 5억 명 가까운 인류가 TV를 통해서 닐 암스트롱이 달에 첫 발자국을 남기는 것을 바라봤다. 수백만 년 전 지구에 출현한 인류가 드디어 어머니 지구별을 떠나 다른 미지의 땅에 진출한 것이다.


하지만 몇 차례의 달 유인 탐사는 치솟는 비용, 정치적 이유 등이 겹치면서 중단되었고, 현재까지 44년째 아무도 달에 가지 못하고 있다. 아직까지도 인류의 달 정복에 대해서는 음모론까지 겹치면서 부정적인 편이고, 구시대의 기술로 달을 정복했는데 왜 최신 기술로도 달에 다시 가지 못하는지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왜 인류는 달에서 주저앉았을까? 왜 인류는 달을 넘어서 더 먼 곳으로 가지 못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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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 암스트롱이 달에 간 이유


달을 최초로 정복한 것은 인간이 아닌 무인 탐사선이다. 그럼에도 무인 탐사선의 성공적인 달 착륙을 인류의 달 정복이라 칭하진 않는다. 인간이 직접 목적지에 도달해야만 완벽한 정복 내지는 탐사라고 부르는 이유는 뭘까? 이것은 인간이 가진 철학, 인문학에 기인한다.


2차 세계대전을 통해서 비약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로켓 기술은 냉전 시기를 통해서 미-소 양국 간에 국가적 사활을 건 대륙간 탄도미사일, 군사용 인공위성 경쟁으로 이어진다. 이 와중에 서로의 체제 우월성 과시를 위해 우주경쟁이 시작되었다. 결국 미국이 상상할 수 없는 자본과 기술력, 인력을 동원하여 고작 10여 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달을 선점하였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사람이 직접 달에 가야 했느냐는 것이다. 그렇다! 사람이 직접 가야 할 만한 이유가 분명히 있었다.


지금 인간이 보낸 정교한 무인로봇들이 화성 표면을 탐사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도 이것이 진정한 화성 정복이라곤 여기지 않을 것이다. 왜냐고? 인류의 속성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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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 첫 발을 내디딘 닐 암스트롱

(출처 - NASA)


만약 인간이 만든 무인로봇, 탐사선들이 미지의 외계 행성에 착륙했다고 치자. 이것들이 재생산 기능을 갖췄다고 할 때, 자원을 채취하여 개체 수를 늘려가며 인공지능을 이용해서 이윽고 독자적인 문명체를 이룬다고 해도 그것을 인류의 외계 행성 정복으로 여길 수 있겠는가?


탐사로봇이 보내준 고해상도 이미지와 분석 결과를 지구에서 받아서 지켜보는 것과 인간이 직접 가서 바라본 뒤에 소감을 말해주는 것엔 엄연한 차이가 있다. 인류는 인간이 직접 성취해내는 일에 매우 열광한다. 어찌 보면 감성의 문제랄까?


NASA를 비롯한 과학자들과 기술자들은 여세를 몰아서 다음번 유인 우주탐사의 목표로 화성을 지목했다(왜 화성이 다음번 목표가 되었는지는 아래에 설명하겠다). 그러나 베트남전이 확전되면서 예산 문제가 커지고, 소련과의 경쟁이라는 정치적 목표가 달성된 마당에 고작 수백kg의 월석만 가져온 아폴로 계획은 정치인들과 미국인들에게 인류의 우주 진출에 대한 회의론을 불러왔다.


"우리가 왜 달에 열광했었지? 쓸모없는 돌덩이들이 무슨 가치가 있는 거지?"


인류는 달을 정복한지 고작 몇 년 만에 이성(?)을 되찾고 당장 인류에게 영향이 큰 지구와 매우 가까운 우주공간에 집중한다. 참고로 인간이 1,000km 이상의 고도 넘어서 우주로 날아간 것은 아폴로 계획 당시의 우주선 몇 대에 불과하다. 그 뒤론 한 번도 수백km 이상의 고도 너머로 올라간 일이 없다. 우주적 관점에선 지구 표면에서 거의 벗어나지 못했다는 뜻이다.


인류가 달을 정복한 것은 앞서 말했듯 철학과 인문학에 관련된 이슈였다. 인류에겐 성취욕이 있고, 미지의 세계를 알고 싶어 한다. 만약 외계 기계문명체가 지구인들을 발견한다면 의아할 것이다. 축구를 즐기고, 야구에 열광하며, 극한의 오지를 정복하는 것에 감동받는 행위들이 논리적으론 무슨 의미가 있을까?


수백만 년 전부터 인류는 밤하늘을 바라보면서 우주를 느꼈고, DNA 코드에 하늘에 빛나는 달과 별들에 대한 호기심과 경외감을 각인시켜왔다. 그래서 드디어 우주에 나갈 수 있는 기술을 갖자 곧바로 달을 정복했다. 달에 닐 암스트롱이 첫 발을 디디면서 인간이 우주에 가졌던 경외감은 상당 부분 사라졌을 것이다. 더 이상 갈 수 없는 곳, 신화의 영역이 아닌 현실의 공간이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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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곧 흥분에서 벗어나서 황량한 달에서 펼쳐지는 슬로모션 쇼에 흥미를 잃어버린다.

(출처- NASA)


소련도 달 정복 경쟁을 펼쳤지만 미국이 먼저 사람을 달에 보내자 주저 없이 포기했다. 반드시 사람이 가야 할 논리적인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인류의 달 정복 경쟁은 어찌 보면 인류 역사상 가장 큰 게임이자, 스포츠 경쟁이었던 셈이다. 경쟁엔 단 두 명의 선수만 입장했었고, 미국이 K.O 승리를 거둔다. 그게 전부였다. 미국인들은 열광했고, 승리를 즐거워했지만 게임이 끝난 뒤 차차 열기는 식어가고 잊혀졌다. 게임에 참여할 능력이 안 되었던 전 세계인들은 그저 인류 공동의 승리로 여기고 같이 열광했었지만, 열기는 더 빠르게 식었다.


인류가 달을 걷는 환상을 버린 지 40여 년이 지난 현재, 다시 달에 인간이 걷는 일을 추진하고 화성까지 사람을 보내려는 시도가 가시화되고 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왜 화성인가?


달에 인간이 도착하기 이전에 보내졌던 무인 탐사선들은 금성, 화성에도 수십 대씩 보내졌다. 그중에서 일부는 우주 미아가 되었지만 일부는 무사히 표면에 착륙해서 베일 속 진실을 밝혀냈다. 여러 탐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태양계 내에서 화성이 그나마 가장 지구의 환경과 비슷한 곳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인류가 우주에 본격적으로 진출해서 SF소설처럼 우주를 횡단한다면 화성이 가장 유망한 중간 정착지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인류는 무려 44대의 화성탐사선을 보냈다. 그중에서 고작 1/3만 목적지에 도달해서 제 역할을 수행했다는 건 아마 모를 것이다.


"달은 지구와 38만km 떨어졌지만, 화성은 무려 5,500만km 이상 떨어져 있다."


우주를 비행하는 탐사선들은 직선으로 날아가지 않는다. 행성과 위성들, 태양의 중력 때문에 타원형의 궤도를 돈다. 심지어 행성들조차도 항상 그 위치에 머물지 않고 매우 빠르게 태양을 공전하고 있다. 지구에서 화성까지 탐사선을 보내려면 실제로는 수억km가 넘는 거리를 비행해야 한다. 날아가는 비행기에서 쏜 총탄으로 수백km 떨어진 곳을 날아가는 다른 비행기를 맞추는 격이다.


지구에서 멀리 떨어져 가혹한 우주환경 속에서 스스로 움직이며 최소한 8개월 이상 버텨야 하기에 탐사선이 온전히 화성에 도착하는 것도 매우 어렵다. 이 어려움을 뚫고 화성에 무사히 도착한 십여 대의 탐사선과 로봇들은 지구에 매우 귀중한 정보를 보내줬다. 이를 통해서 과학자들은 화성의 환경과 지형, 자원과 대기에 대해 비교적 상세히 분석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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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와 화성의 실제 크기 비교

(출처 - NASA)


1) 화성의 크기


화성의 크기는 지구의 절반이며, 부피는 1/6이다. 질량은 1/10으로 지구에 비하면 사실 매우 작은 행성이라 할 수 있다. 지구와 비슷한 암석형 행성으로 표면이 단단하여 인간이 표면을 걸을 수 있다(태양계의 행성들만 해도 가스형 행성이 더 많아서 표면을 걸을 수 있는 암석형 행성, 위성은 적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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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가득 채우려면 화성 6개가 필요하다.

(출처 - NASA)


2) 화성의 중력


화성의 중력은 지구의 38%에 불과하다. 인간이 화성에 머문다면 허리 디스크는 매우 희귀한 질병이 될 것이다. 높이뛰기도 더 높게 할 수 있고, 무거운 물건을 쉽게 들어 올릴 수 있다. 국제우주정거장이나 달보다는 중력이 크기 때문에 무중력 환경에서 인간의 신체에 악영향을 끼치는 수준이 비교적 덜하다는 장점도 있다(물론 지구 중력 하에서 있는 것보단 악영향이 크겠지만).


로켓은 발사지점의 중력에 비례해서 연료 필요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또한 중력에 비례하여 로켓엔진의 추진력도 커야 하기 때문에 더 크고 복잡한 엔진이 필요하다.


화성의 중력이 낮다는 건, 화성 지표면에서 이륙하는 로켓이 지구에서 쏘아 올리는 것보다 매우 적은 연료로도 다시 우주공간에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화성 표면에서 로켓을 발사하면 지구 표면에서 쏘는 것보다 1/3 추진력을 지닌 로켓으로 충분하기에, 로켓이 가볍고 간단해진다. 또한 연료량은 지구에 비해 1/4 이하만 필요하므로 경제적이다.


화성이 만약 인류의 두 번째 거주 행성이 된다면, 지구에 비해 훨씬 쉽게 화성 위성 궤도까지 우주선을 올릴 수가 있으므로 외우주로 나아가는 중간 기착지로는 이상적인 곳이다. 무중력 상태보다는 인간이 거주하는 면에서도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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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의 질량은 지구의 1/10에 불과하다.

(출처 - N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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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표면에서의 중력은 지구 표면의 38% 수준이다.

(출처 - NASA)


3) 화성의 대기


화성의 지표면 근처 대기 밀도는 지구의 1/200 수준이다. 이는 지구 30km 고도 성층권의 공기밀도와 거의 비슷하다. U2 정찰기나 SR-71 정찰기를 보면 비행사들이 우주복과 흡사한 여압복을 입고 있다. 화성에서도 비슷한 여압복을 착용해야 하며, 호흡장치도 부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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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71 정찰기는 28km 고도까지 상승하므로 특수한 여압복을 착용해야 한다

(출처 - reddit)


대기 밀도가 매우 낮음에도 불구하고, 화성에 도달하는 우주선은 화성 대기권 진입 시 마하 20에 가까운 초고속이므로, 1,000도에 조금 못 미치는 재진입 열을 받는다. 지구에 재귀환하는 우주선들처럼 어느 정도의 방열판이나 내열 타일을 부착해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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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리오시티 화성 탐사로 보는 화성 대기권 진입시 마하 17, 온도는 섭씨 800도에 이르렀다.

(출처 - jacquin.free.fr)


흔히 화성하면 붉은 모래폭풍을 떠올린다. SF소설과 영화의 영향이 큰데, 실제 화성의 모래폭풍은 그다지 위력적이지 않다. 화성은 낮은 중력과 대기 밀도 때문에 미약한 바람에도 지표면의 미세먼지가 쉽사리 화성 전역을 휩쓴다. 폭풍의 속도는 빠르지만 밀도가 매우 낮고, 먼지의 크기마저 작아서 풍압은 매우 약하다. 대신에 태양빛을 90% 이상 차단하여 지표면은 암흑에 가까운 어둠에 묻힐 수 있다. 또한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모래폭풍의 면적도 매우 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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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화성 전역을 휩쓴 모래폭풍. 몇 개월간 지속되었다.

(출처 - skyandtelescope.com)


화성의 대기는 희박하지만, NASA의 랭글리 연구소에서 화성 대기권에서 비행이 가능한 비행기를 개발했다. 제트기처럼 대기에서 산소를 충당할 수 없어 산화제까지 탑재한 로켓 형식의 비행체이지만, 마하 0.6 정도의 속도로 1.6km 고도를 1시간가량 비행할 수 있다. 아래에서 설명하겠지만, 화성에서 독자적인 연료 생산이 가능해진다면 각지에 건설된 화성 식민지들을 잇는 수단으로 로켓 비행기가 활용될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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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A 랭글리 연구소에서 개발 중인 아레스 무인비행체

(출처- projectmindwake.blogspot.com)


4) 화성의 온도


화성은 지구에 비하면 매우 춥다. 그러나 태양계 여느 행성과 위성에 비하면 지구를 제외하곤 인간이 거주하기에 가장 적합하다. 화성 적도 부근은 여름철 평균기온이 영상에 이른다. 물론 밤중에는 지구의 극지방처럼 춥지만 우주적 관점에선 매우 더운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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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평균 온도는 섭씨 14도, 화성의 평균 온도는 섭씨 -63도.

(출처 - NASA)


태양과 화성의 거리는 지구와 태양의 거리에 비해 1.5배 멀기 때문에 태양빛이 약하다. 작물재배에는 꽤 불리하지만 태양광 집광판을 통해서 비닐하우스와 유사한 경작 시설을 통해 충분히 작물 재배를 시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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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은 태양-지구의 거리를 1이라 할 때, 1.5의 거리에 위치한다.

(출처 - NASA)


또한 태양 패널을 통한 태양광발전도 가능한 태양계 마지막 외딴곳이기도 하다. 보통 화성까지 가는 탐사선들은 태양 패널을 통해 전력을 충당하는 편이다. 화성을 지나 목성 너머로 가는 탐사선들은 태양 패널로는 충분한 전력을 확보할 수 없어서 핵전지를 탑재하곤 한다(최근 발사한 목성 탐사선 주노의 경우 태양 패널로 전력을 확보하는 설계가 적용되었다. 물론 효율성 때문에 상대적으로 큰 태양 패널을 장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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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Mars One 계획 상상도. 다수의 태양 패널로 전력을 조달한다.

(출처 - pastemagazine.com)


5) 화성의 지표면


여러 지표면 탐사로보를 통해서 화성의 표면은 지구의 사막 지형과 매우 흡사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화성 생성 초기에 있었던 대기 중의 산소가 지표면의 철분자와 산화하여 대체적으로 붉은빛을 띠는 모래로 뒤덮여 있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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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릿 탐사로보가 촬영한 화성 지표면 모습. 붉은 암석과 모래의 황무지다.

(출처 - NASA)


모래 역시 사하라 사막처럼 깊게 형성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엷은 편이며, 날카로운 돌덩이들이 펼쳐져 있기도 하다. 화성의 대기 밀도가 낮기 때문에 풍화작용이 더딘 편이라 암석들의 단면이 날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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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리오시티 탐사로보가 촬영한 화성 지표면 사진. 풍화 작용이 크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출처 - NASA)


많은 이들이 화성에는 지구와 같은 자기장이 없기 때문에 태양풍과 같은 우주의 방사능으로부터 지표면을 안전하게 보호하지 못할 거라고 우려한다. 화성의 내핵은 오래전에 회전을 멈췄기에 지구와 달리 자기장을 형성하지 못하지만, 화성에는 국지적으로 알 수 없는 이유에 의해 지각 자기장대가 형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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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의 각지에 펼쳐진 지각 자기장대.

고대 화성에 자기장이 있었고 일부 지표면을 자기화 시킨 것으로 추정된다.

(출처 - NASA)


물론 지각 자기력은 우주 방사능에서 지표면을 보호하는데 부족하다. 그러나 실제 탐사 결과로는 화성 표면에 도달하는 우주 방사능은 우려할 수준보다 약하다고 한다. 또한 지표면 아래로 조금만 파고 들어가면 차단이 가능하다. 만약 인간이 화성에서 장기간 체류한다면 충분히 보호조치를 할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여러 연구에서 화성의 모래와 암석 등에 지구에서 운반한 재료와 혼합하여 벽돌을 자체 생산하는 방안이 고안되고 있다. 화성에 식민지를 세운다면 화성에서 직접 생산한 벽돌 등으로 건물을 만들 수 있으므로 지구에서 물자를 운반할 필요성이 감소한다.


6) 화성의 자원


화성에는 비교적 많은 양의 물이 존재한다는 것이 정설로 굳어지고 있다. 주로 극지방의 지표면 아래에 얼음의 형태로 존재한다고 본다. 인간의 생존과 작물의 재배에 필수적인 물을 지구에서 운반할 필요성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물을 전기분해하여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인 산소를 만들 수 있다. 산소는 로켓의 산화제로 사용되므로 화성에서 연료를 독자 생산하는데도 큰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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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크레이터의 내부에 물로 추정되는 얼음. 유럽우주국의 마스 익스프레스 탐사선이 발견.

(출처 - ESA)


화성의 양극 표면에는 거대한 빙하가 관측되는데, 이것은 물이 아니라 이산화탄소가 응결한 드라이아이스 빙하다. 이산화탄소가 풍부한 대기는 온실효과를 통해서 기온을 높인다. 어떤 이론에서는 화성의 양극에 핵폭탄을 사용해서 드라이아이스를 기화시켜 화성의 대기를 두껍게 만드는 방법도 제안하고 있다. 실현 가능성은 낮지만 화성의 테라포밍(지구화. 지구가 아닌 행성을 지구처럼 만드는 것)을 추진하면 시도할 지도 모르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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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화성의 극지방 이산화탄소 빙하

(출처 - damianpeach.com)


화성의 일부 지역에서는 일시적으로 2만 톤이 넘는 다량의 메탄가스가 분출되기도 했다.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지구의 메탄가스는 주로 유기생물로 인해 발생하기 때문에 혹자는 화성의 지표면 아래에 생명체가 존재할지 모른다는 가설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메탄가스는 태양계 행성, 위성들(목성, 토성의 위성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질이다. 지구에서 해저나 지하에 다량 매장되어있으며, 천연가스(LNG)의 형태로 뽑아내어 자원으로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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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화성의 가장 오래된 지역 세 곳에서 2만 톤의 메탄가스가 분출되어 증발됨.

(출처 - universetoday.com)


화성에 메탄가스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면 훗날 화성에서 자체적으로 메탄가스를 채집하여 자원으로 사용할 수도 있고, 특히 로켓의 연료로도 사용할 수 있다. 인류의 우주개발 전진기지로 화성을 이용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최근 스페이스X는 물론 여러 민간 기업들까지, 세대 로켓연료로 액화메탄가스를 사용하는 로켓엔진을 개발하고 있다. 액화메탄가스 로켓은 친환경 로켓이기도 하지만, 훗날 인류가 태양계에 본격 진출하여 화성이나 타이탄과 같은 행성, 위성들에 기지를 세우고 중간 연료 보급기지로 삼을 수 있는 점 때문에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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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화 메탄을 사용하는 차세대 로켓엔진 실험 장면.

(출처 - XCOR)


인류가 가진 효율 좋은 로켓은 지구에서 쏘아 올린 로켓 중량의 1.5%에 불과한 우주선을 달까지 보낼 수 있고, 화성까지는 1% 미만 중량의 탐사선만 보낼 수 있다. 발사 중량의 90% 이상은 연료 무게이다. 만약 화성에서 독자적으로 연료를 생산해낼 수 있다면 화성에 도착한 우주선은 연료 재보급을 통해서 다시 지구로 쉽사리 돌아오거나, 더 먼 외우주로 날아갈 수도 있는 것이다.


7) 화성에서 인류의 생존을 위한 노력들


인류가 달 정복 이후에 먼 우주로 직접 나가는 시도는 중단된 듯 보이지만, 여전히 인류는 우주 진출을 위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목표에 화성이 있다. 물자와 인원을 보낼 수만 있다면 달에 비해 화성이 인간이 거주하는데 더 적합하기 때문이다.


화성 유인 탐사차량, 화성복 등의 연구, 화성에서의 건축 방법, 식품의 자체 생산방법 등이 활발하게 연구 중이며 이러한 모든 연구에서 NASA가 주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예산 문제로 비교적 진척이 느린 편이며 일부 연구는 중단되어 기술적 성과가 이양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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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기업인 Wired에서 개발 중인 화성복 프로토타입.

(출처 - wired.com)


우주공간에서 유인 우주비행에 필수적인 거주공간의 확보를 위한 팽창식 우주 모듈의 연구가 NASA를 통해 진행되다가 민간기업인 비글로우 에어로스페이스에 이양된 사례가 있다. NASA 독자적으로는 예산 확보가 어려우니까 아예 의욕적인 민간업체에 맡기고 협력하는 방식이다. 이와 비슷하게 지구 저궤도권까지 물자와 인원을 수송하는 업무를 민간기업인 스페이스X, 오비탈ATK, 보잉 등에 위탁하고 새로운 저비용 로켓과 우주선 개발조차도 이양하고 있다. 물론 기술적 지원을 통해서 민간 기업들을 측면에서 지원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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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기업인 스페이스X는 팰컨 헤비 로켓과 드래건 우주선을 이용해 화성에 가려고 한다.

(출처 - goodfon.su)


이것은 민간경쟁의 장점을 도입하여 경제성을 높이려는 시도를 볼 수 있다. 그러나 민간기업 독자적으로 우주를 본격 개발하는 것은 아직 먼 미래의 일이다. 현재는 NASA의 기술면에서의 역할이 주요하다.



인류가 화성에 갈 수 있을까?


얼마 전까지는 인류가 화성에 직접 갈 수 없다는 것이 대세였다. NASA를 비롯한 각국의 우주 기구들이 화성의 유인 탐사라는 거대한 목표를 놓고 망설인 이유는 예산 때문이다. 만약 아폴로 계획 당시처럼 전 세계적인 열의만 있고, 무한의 예산과 인력을 투입할 수 있다면 화성 정복은 쉬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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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된 컨스텔레이션 계획에서 구상되었던 화성 탐사선. 아폴로 우주선 방식의 확장형이다.

(출처 - KSP)


위 화성 탐사선 상상도는 2000년대 초반에 구상되었다. 오리온 우주선과 우주선을 개량한 화성 착륙선, 그리고 지구-화성 간 초대형 왕복선을 지구 궤도상에서 조립하여 화성에 보내는 계획이다. 심지어 열핵추진 엔진까지 장착할 구상이었다. 유인 왕복선과 별개로 착륙선 등을 탑재한 무인 편도 화물선까지 화성에 같이 보내서 화성 궤도 랑데부를 하는 복잡한 방식이다.


계획 자체가 백지화되었지만, 실제로 성사되었다면 아폴로 우주선을 쏘아올린 초대형 로켓 여러 대를 한꺼번에 쏘아 올리는 슈퍼 프로젝트였다.


화성유인 탐사엔 여러 가지 기술적 난관들이 아직 존재하고, 예산도 훨씬 많이 필요하다. 화성에 대한 제반 지식과 탐사기술은 꾸준히 발전해왔지만, 결정적인 계기가 부족했다.


"민간 기업들은 마치 스포츠 사업처럼 인류의 본성을 자극하여 화성에 대한 유인 탐사를 가시화하고 있다."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출현한 많은 민간 우주기업들은 주로 우주관광을 테마로 삼고 기술 개발을 추진해왔다. 여기에는 본격적인 위성 궤도 진입이 아닌, 준 궤도권 반짝 우주체험상품이 대부분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추세는 우주개발 시장에 민간자금의 투입을 증가시켰고, 그간 우주개발의 난제였던 예산 문제를 많은 부분 해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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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글로우의 지구 저궤도권 우주호텔에 스페이스X의 드래건 우주선이 도킹한 상상도.

(출처 - nextpowerup.com)


상업성이 가미된 우주개발은, 단순한 국력의 과시나 군사적 용도, 순수한 과학적 목적으로 진행되는 국가적 차원의 우주개발과는 차이가 있다. 핵심은 돈이 되는 우주관광, 우주탐험 분야이며, 돈을 받기 위해선 로봇이 아닌 돈을 지불하는 사람이 주체가 된다.


개개인의 다양한 욕망이 더 이상 지구에 머물지 않고 우주로 뻗어나간 것이다. 이미 100km 고도 이상의 우주권까지 단순하게 상승했다가 돌아오는 우주체험상품에 예약자가 줄 서있다. 국제우주정거장에 상업용 민간 우주호텔 모듈까지 부착하여 몇 십 억원이라는 저렴한(?) 비용으로 며칠간 위성 궤도를 돌며 본격적인 우주관광을 하는 상품이 곧 등장할 것이다.


달 표면에 호텔을 건립하여 지구를 떠나 일주일 이상 머물다가 돌아오는 상품도 등장하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그리고 화성행 편도 티켓이 상품화되어 화성으로 영구 이주하는 사람들이 등장할 것이다. 어찌 보면 이것은 영구 유배상품, 자살 상품이기도 하다.


현재의 기술로는 화성에 사람을 보내면 다시 지구로 귀환시키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 문제는 다음 편에 설명할 것이다. 또한 화성을 향해 출발해도 무사히 화성에 도착하여 화성의 붉은 대지를 밟을 가능성은 ‘여행’의 개념으로는 비교적 낮은 편이다. 설령 화성에 도착해도 지구와 비교할 수 없는 극한 환경, 물자 보급의 애로점 때문에 단기간에 객사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런 상황에서 화성에 가는 것은 정상적인 개념으로는 미친 짓이다. 그럼에도 열광하여 화성에 가려는 줄을 서는 사람들이 분명 많을 것이다. 인간의 속성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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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극단에 핵폭탄을 터트리자는 설명을 TV쇼에서 농담반 진담반으로 하는 앨런 머스크.

(출처 - metro.co.uk)


앨런 머스크는 어찌 보면 이런 흐름의 선두에 서 있는 사람이다. 앨런 머스크가 직접 화성에 갈 거라고 보이진 않지만, 화성에 인류가 진출해야 되는 당위성을 논리적으로 만들어 나가고 있다.


앞서 설명한 화성의 제반 조건을 이용해서 인류가 우주로 본격 진출하기 위한 중간 정착지로 화성을 지목하고 화성에 갈 수 있는 경제적 여건과 기술을 차근차근 쌓고 있다. 또한 화성 넘어서 소행성대, 목성과 토성의 위성들에 독자적인 자급자족 식민지를 만들고, 지구를 중심으로 연결하는 몽상에 가까운 계획까지 수립하고 있다.


인류가 화성에 가려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희대의 장사꾼이 내놓은 허황된 사업 계획 때문일까? 아니면 최초의 화성 정복자가 되려는 명예욕 때문일까? 해답은 수십 년 뒤에 분명 나올 것이다. 어찌 되었던 인류는 지금 달 정복 이후로 가장 큰 게임을 눈앞에 두고 있다.


"만약 화성 표면에 첫 발자국을 남기는 우주비행사의 모습이 TV로 방송된다면, 인류는 닐 암스트롱 이래로 가장 큰 열기에 휩싸여서 수십억 명이 우주를 다시금 바라볼 계기가 될 것이다."



* 예정 목차

1. 인류는 화성에 갈 수 있을까? - 화성에 대한 기초 상식, 화성 탐사에 대한 철학적 고찰
2. 화성 여행자에게 필요한 것들#1 : 숨 쉴 수 있는 공기와 음식, 그리고 물
3. 화성 여행자에게 필요한 것들#2 : 에너지, 주거공간
4. 화성까지 어떻게 갈 수 있는가? - 화성 우주여행을 위한 기술 개론
5. 화성 여행을 가로막는 현실적 위협들. - 돈? 방사능? 아니면 기술력?
6. 누가 화성의 정복자가 될 것인가?




엘랑


편집: 딴지일보 챙타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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