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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라 큰일이다. 이런 책이 시중에 버젓이 팔리고 있다니, 통탄을 금치 못할 일이다. 암만 대한민국이 민주화되었고 자유시장경제가 자리를 잡았다고 한들, 이럴 수는 없다.


옛말에 책은 정신의 음식이라 했다. 좋은 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으면 몸이 건강해지듯, 좋은 주제를 담은 책을 읽어야 정신이 살찌고 건강해진다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이 책은 조올라 나쁜 재료로 만든 조오오올라 나쁜 음식으로 강력하게 추정된다. 일찍이 가카께서 불량식품을 4대 사회악으로 꼽으신 것도 이런 연유가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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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전, 김어준 총수의 평, 평전이라니. 혼돈의 카오스다. 이래서는 안 되고, 이럴 수는 없는 법이다. 어버이연합 게이트, 옥시 사태, 전기·가스 민영화, 부동산왕 홍만표, 롯데 비자금 등 심각한 문제가 산적해 있지만, 딴지 기자의 양심상 ‘김어준 평전 사태’를 눈 뜨고 그냥 넘어갈 수는 없었다.


딴지의 수많은 동료 직원들이 처세를 뽐내며 침묵하는 가운데, 본인이 나선 이유는 다른 직원들보다 정의롭고 강직한 내 성품 탓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내 성품이 특별히 정의롭고 강직하기 때문이다. 응?


<김어준 평전>의 저자는 나꼼수 맴버이기도 했던 김용민 교수. 김 총수의 털 개수까지 면밀히 관찰할 수 있는 아주 가까운 위치에 있었다는 점에서 총수가 딴지 직원들에게 저질렀던 만행들을 수없이 봐왔다는 점에서 그라면 평전을 쓰기에 부족함이 없다 하겠다.


각설하고, 책의 머리말부터 살펴보자.



그럼 나는 왜 김어준 평전을 써야 하는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이 책을 읽으면 자연스럽게 얻어지겠지만, 여기에서는 이 말만 하고 시작하겠다. 그만한 ‘탐구 대상 인물’이 또 있을까. (p.10)



아주 그럴듯한 시작이다. 누가 보더라도 김 총수는 두말할 필요 없는 흥미로운 '탐구 대상'이다. 어째서 그가 하는 말의 대부분은 욕인가, 사람에게 털이 이리도 많을 수 있는가, 어째서 직원들을 이토록 괴롭히는가. 딴지 직원이라면, 아니, 그를 가까이서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질법한 의문이다. 김 총수의 평전이라면 마땅히 이 의문들을 비중 있게 다뤘어야 한다.


그러나 김용민 교수는 이러한 중차대한 문제들을 사뿐히 츠려밟고 어물쩍 넘어간다. 이런 식이다.



지금까지 나온 ‘평전’의 주인공 중 ‘가장 잡스런 위인’의 평전. 웃기지, 웃기지 않은가.


(중략)


‘부조화’가 유머를 유발할 수 있다는데 동의할 수 있다면, ‘김어준’과 ‘평전’이라는 두 낱말의 어색한 만남, 이만한 웃음 유발 코드가 또 있을까. ‘예능’을 ‘다큐’로 받아들이지 말지어다. 의심과 우려는 탈착하라. (p.10)




우리는 이 의미심장한 머리말에서, 마지막 문장에 방점을 땋땋 찍어야 한다. '의심과 우려는 탈착하라'니. 곱상한 말로 표현했다뿐이지, 명백한 밑장빼기다. 어찌 숱한 김 총수의 악행을 논해야 할 이 시점에 예능을 논하는가. 이는 독자들을 무장 해제 시키는 김용민 교수의 사악한 계책임이 틀림없다.


은밀히 기사를 준비하던 중, 우연히 벙커1에서 김용민 교수를 만났다. 기회를 놓치는 법이 없는 본 기자, <김어준 평전>은 어떤 음모에 의해 쓰여진 것이 아니냐, 저의가 무엇이냐 물었더니, 그는



 "아이고, 뭐 먹을 거 없습니까? 하하핳"



하고 잽싸게 자리를 피했다. 이렇게 된 이상, 정면승부로 나가는 수밖에. 직접 책을 붙들고 따져보기로 했다.


상대의 계책을 뒤짚으면 진실이 보이는 법. 이 책을 읽는 우리의 바람직한 태도는 마지막 장을 넘길 때까지 '의심'과 '우려'를 놓지 않는 것이다. 이를 유념하며, 본문으로 들어가 보자.


내 멋대로 읽어본 바에 따르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1. 김어준의 성장, 2. 딴지일보 창간, 3. 나꼼수. 이 줄거리를 중심으로 각종 흑역사와 무용담이 복잡하게 얽혀있는데, 모두 살펴볼 수 없으니 핵심만 간략하게 복기해 보자.



1987년 말. 서울대를 목표로 재수를 하던 김어준은 또 떨어졌다. 옹졸한 모습을 의연한 척으로 감추고 싶었던 김어준. 그는 화장실로 숨어 들어가 문을 잠그고 서러운 감정들을 쏟아내고 있었다. (p.20)



그도 한때는 이처럼 인간미 넘치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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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으로 고민하고, 스트레스 받고, 대학에 목숨을 걸었던 평범한 소년. 그랬던 그가 부모님의 영향과 세계 여행을 통해 아주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된다. 



"공짜는 없다. 우주 원리다. 뉴턴은  이걸 작용 반작용이라 했다. 근데 이 말 가만 뒤집어 보면, 비용 지불한 건 온전히 자기 거란 소리다. 이 대목이 포인트다." (p.44)



글타. 이 대목이 아주 중요한 포인트다. 내 행동은 내가 결정하고 그 결과까지 내가 감수한다는 단순하고도 명쾌한 원리. 그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선택의 결과로 주어지는 즐거움까지 온전히 누리는 명랑함을 갖추게 된다. 그래서 고용한 직원들을 못살게 구는 건가.


청년 김어준은 이 명랑함을 주무기 삼아 역사적인 민족정론지 대 <딴지일보>를 창간하기에 이른다. 



아테네에서 발언권 없이 침묵했던 것은 노예밖에 없었듯이 이 도래할 신시대의 시민이 되려거든 자신의 Digital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딴지일보는 이 거대한 흐름 속에서 나름대로 제 목소리 한 번 내로려는 작고 희한한 지랄삥이다. 때론 실수하고 그러더라도 봐주기 바란다. 귀엽잖은가. (p.58)



딴지일보 창간사 중 일부다. 지금 보니 부끄러워서 그렇지, 당시 시대를 떠올려보면 아주 얌전하고 진지한 글이었으리라. 98년도라면 세기말이라며 테크노 전사들이 뛰놀던 시대가 아니였던가. 암튼 그렇게 총수가 된 명랑 청년은 명랑 사회 이룩을 위해 주류 언론과 권위주의에 맹렬한 x침을 날린다...는 핑계로 온갖 나쁜 짓을 일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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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김어준 평전>이 김 총수가 저지른 수많은 악행을 하나하나 열거하면서도, 두둔한다는 점이다.



김: 음. 그러지 말고 그런 타입을 탤런트 중에 한 명... 비주얼화해서 예로 드신다면.


박: (웃음) 장... 뭐죠? 친구에 나온...


김: 장동건이오?


박: 예.(웃음)


김: 누구나 좋아하는 스타일을 좋아하시는군요...(웃음)



이런 식이다. 2002년도에 김 총수가 감히(!) 박근혜 가카를 인터뷰하였는데, 거기서 총수는 가카께 이처럼 파렴치한 질문을 날렸다. 자나 깨나 나라 사랑, 나라 걱정에 여념이 없는 분께, 훗날 가카가 되실 분께 이 무슨 부도덕한 질문이냔 말이다!


평전은 가카의 방대한 인터뷰(일망타진 이너뷰 - 박근혜(링크)) 중 유독 이 부분만 인용하고 비판 한마디 없이 '인간에 대한 욕망 연구'라며 대충 넘어간다. 평전의 편파성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이라 하겠다.


이뿐만이 아니다. 다음 인터뷰를 보자.



김: 평소에 언론을 싫어하신다고 알고 있는데요?


유: 별 얘기, 써선 안 될 얘기를 기사로 다 쓰기에 그런 것까지 기사로 쓰는 '새끼'들이 어디 있습니까.


김: 조선일보 기자를 보면 '어이 반동신문 기자'라고 하고, 동아일보 기자를 보면 '어이 X같은 신문기자'라고 부르신다고 하는데...


유: 이름이 비슷해요. 똥 같은 신문 하고, 좆 같은 신문 하고...




2004년 CBS 저공비행을 진행하던 당시 유인태 의원과의 인터뷰다. 김 총수는 이렇게 국회의원 한 명과 조선일보, 동아일보는 물론 CBS 저공비행까지 한 방에 날려버리는 악행을 저지르는데, 평전에서는 이 부분 역시 별다른 평가나 언급 없이 인용만으로 넘어간다. 역시나 저의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이외에도 진중권, 노정태, 정혜신 등의 글을 인용하여 총수의 악행을 고발하지만, 역시나 그가 저지른 만행과 아름다운 미풍양속을 해치는 언사를 (특히 직원들에게) 촘촘하게 고발하고 있지는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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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그가 나꼼수 시절 저지른 수많은 악행은 이루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데, 이 부분의 평가도 미진하기는 마찬가지.



"이걸 두고 '아, 오세훈 시장이 위기에 처했구나' 하는 사람들이 있을 텐데 아니란 거죠. 서울시의회와 각 세우고 갈등을 연출하는 것도 다 일부러 그러는 거다. 실패의 길로 갈 것이 뻔하고 실패를 알면서도 이것을 추진하는 것은 대권출마를 위한 꼼수다!"


(중략)


"만약 그렇게 자기 시장직을 건다면! 저는, 개인적으로 친구 먹자고 할 겁니다. 저는 그런 사람 좋아해요."




총수는 오세훈 시장이 무상급식 논란에 시장직을 걸자, 꼼수라고 일축하고 조롱한다. 거기에 "친구 먹자"며 개인적 매력을 앞세워 오세훈의 판단을 흐리게 한다. 오세훈은 정말 나꼼수를 들은 듯 신들린 헛발을 이어간다. 서울시 천만 시민을 대표하는 시장을 이토록 조롱하다니. 이 역시 무엄하기 그지없는 처사다.


총수의 악행이 여기서 그쳤으면 이 기사를 쓸 맘을 먹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낙마한 서울시장 자리를 두고 민주당 경선이 한참이던 당시, 박영선 의원과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나꼼수에 출연한다. 김 총수는 민주당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룰을 셋팅했다며 조직논리와 꼼수를 줄창 비판한다. 결국, 박영선이 폭발하고야 만다.



박: 보좌관, 전화 좀 줘 봐요. 여보세요. 저에요. 오늘 이 토론회. 아주 문제가 많아요. 편파적인 것을 말할 것도 없고, 한마디로 말해서 나 그만두라고 여기 나오라고 한 거야. 어떻게...


김: 의원님! 의원님! 비겁하십니다!


박: 아니오! 이건요! 언페어(Unfair) 한 거예요!


김: 의원님! 의원님, 진짜 나빠요! 



그렇게 나꼼수 아바타 토론회 편이 끝났고, 결국 박원순 이사가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 나경원을 꺾고 시장에 당선된다.


방송 내내 총수가 제1 야당의 최고위원이자 3선 의원인 박영선을 농락하고, 박원순 후보를 노골적으로 밀어줬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다만 그 동기에 대해서 평전에서는



입담이 센 박영선의 위세에, 그보다는 약한 박원순이 눌렸을 거라 판단한 것일까. 부인할 수 없다. 김어준은 박원순의 승리가 대의라고 봤다.



며 '대의'를 꼽았다. 허나 이는 명백한 거짓이요 기만이다. 총수가 박원순 후보를 노골적으로 밀어줬던 것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당시 박원순 후보가 털이 수북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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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헷


총수는, 박원순 후보의 외형을 바탕으로 그를 자신과 비슷한 유형이라고 판단, 적극적으로 밀어줬던 거시다. 천만 서울 시민을 대표하는 시장을 뽑는 엄중한 선거를 '털'과 같은 사사로움으로 결정하려 하다니. 김 총수, 나쁘다(다행히 박원순 시장은 후에 자신의 과오를 반성하고 털을 깎아 올바른 길을 갔다). 이런 잘못을 지적하지 않는 <김어준 평전> 또한 나쁘다.


이 외에도 총수의 악행을 제대로 고발하지 못하는(특히 직원들의 고충) 대목은 셀 수 없이 많다. 총수가 가카 5촌 살인사건으로 기소되었으나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안타깝게 무죄를 받은 사건의 대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는 언급도 없고. 객관적인 사실을 기준으로 작성되었으나 편파적이고, 유감스럽게도 정작 심각한 악행들은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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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이렇게 나쁜 말을 일삼고


<김어준 평전>을 통틀어 사실과 평가를 비교적 정확하게, 바람직하게 기술하고 있는 건 아래 너부리 편집장과의 인터뷰가 유일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물론 김어준을 성인의 반열에 올리려는 건 아닙니다. 책임지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 성인이 될 수는 없는 법이니까요." (p.162)

너부리 편집장



가히 너부리 편집장다운 날카로운 지적이다. 이 지적에 대해서 첨언을 하고 싶지만, 오늘따라 총수님이 안 오던 사무실을 왔다 갔다 하고 있어, 마음이 심쿵심쿵해서 더는 못쓰겠다.


후다닥 마무리하자면, 이 책의 편파성이 이처럼 심각한데 버젓이 출판되어 팔리고 있다는 것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통탄스러운 마음을 금치 못하는 바이다. 이런 거 막으라고 만든 간행물윤리위원회는 대체 뭘 하고 있나. 니덜은 그러고도 밥이 넘어가냐?


해서, 결론은 바람직한 가치관 형성과 미풍양속을 해치는 <김어준 평전> 같이 나쁜 책은 빨리 다 팔려서 절판됨이 마땅하다는 것이다.


자라나는 청소년의 가치관 오도를 심히 걱정한 본 기자, 딴지의 대표 양심으로서 미약하나마 이렇게 김 총수의 악행을 고발하려 했다는 것을 역사의 한 페이지에 남기며...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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