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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딱딱한 내용이니 상큼한 세 줄 요약으로 시작한다.


1. 박근혜 정부가 돈 한 푼 주지 않고 시·군에 복지 정책을 떠넘김


2. 시·군에 4조 7000억 원 주겠다 약속했는데 돈이 없ㅋ엉ㅋ


3. 수원, 용인, 화성, 과천, 성남, 고양시를 털어 갚겠다 ^오^


2016년 4월 22일, 행정자치부(행자부)는 <지방재정 형평성 및 건전성 강화 방안(지방재정 개편안)>을 발표한다. 갈수록 벌어지는 재정 격차를 줄이기 위해 형편이 좋은 지자체의 수입으로 형편이 나쁜 지자체를 돕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수원, 용인, 화성, 과천, 성남, 고양이 강력 반발했다. 이들은 경기도 내 재정 형편이 좋은 지자체라는 공통점이 있는데 편의상 <육룡이 경기도>라 부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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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룡이 경기도> 시장들은 릴레이 1인 시위를 가졌고 화성·성남·수원시장은 단식투쟁도 했다. 특히 이재명 성남시장이 열흘간 단식투쟁을 벌이면서 지방재정 개편안이 공론화됐다.


진영 싸움이라 생각하기에는 과천시장이 새누리당 소속이고, 밥그릇 싸움이라고 보기에는 경기도 31개 시·군 중 28개가 반대성명을 냈다. 진영 싸움도 아니고 밥그릇 싸움도 아니면 왜들 이럴까? 바로 이번 지방재정 개편안이 사실 정부의 지자체 죽이기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증세 없는 복지를 하겠다며 지자체에 돈 한 푼 주지 않고 무상보육과 기초연금 등 복지 정책 비용을 떠넘겨 왔다.


문제는 지자체가 복지를 하고 싶어도 더 이상은 돈이 없어 못 한다는 것이다. 그러자 박근혜 정부는 2014년 7월, 지방소비세율 인상 등을 통해 지자체에 4조 7000억 원의 재정을 보전해 주는 <지방자치발전 종합계획>을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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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시위 중인 채인석 화성시장
(이미지 출처 - 화성시)


지자체가 지금까지 삥뜯긴 게 4조 7000억 원보다 많지만 이게 어딘가. 근데 5개월 만에 계획이 취소했다.


대기업 증세는 하기 싫고, 복지는 해야겠고, 지자체는 돈이 없고, 그래서 나온 게 바로 <지방재정 개편안>이다. 지방재정 개편안의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법인지방소득세의 50%를 도가 징수한다. 법인지방소득세법인(기업)이 지방정부에 내는 소득세로 현재는 시·군이 가져간다.


문제는 기업이 많은 시는 법인지방소득세 수입이 많지만 기업이 적은 군은 수입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가령, <육룡이 경기도> 멤버인 화성시는 2015년 법인지방소득세가 3023억 원이었던 반면 같은 경기도인 연천군은 9억 3000만 원에 불과했다.


이 법인지방소득세의 50%를 도가 가져가 재정 형편에 따라 시·군에 재분배하겠다는 것이다. 행자부는 '기업이 많은 지자체로부터 돈을 걷어 기업이 적은 지자체에 주면 기업을 이전하는 효과가 생긴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법인지방소득세를 분배할 경우 기업유치를 하지 않아도 돈이 따박따박 나오기 때문에 굳이 기업을 유치할 필요가 없다. 게다가 어렵게 유치한 기업을 강제 이전 당하는 지자체는 기분이 나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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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법인지방소득세를 개편하려면 법개정이 필요한데 새누리당이 과반수 미달이라 실현 가능성이 낮은 상황이다.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진짜 큰일은 기초지자체의 조정교부금 배분 방식이 변경된다는 것이다.


각 도는 시·군 간의 재정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시·군이 거둔 취득세, 등록면허세, 레저세의 일부를 떼내 '조정교부금'이란 기금을 만들어 재분배한다.


하지만 '현재 방식은 재정 형편이 좋은 시·군에 더 많이 배분돼 취지에 맞지 않다'며 조정교부금의 배분 기준에서 인구의 반영 비율을 낮추고 재정력의 반영 비율은 높여 재정 격차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화성은 1416억 원, 수원은 863억 원 등 <육룡이 경기도>는 총 5262억 원을 토해내고 이 돈을 전국의 시·군들이 15~25억 씩 나눠 갖는다.


4조 7000억 원 대신 이것 먹고 떨어지라는 소리다. 남의 돈으로 빚을 갚는 창조경제되겠다. (근데 나머지 4조 2000억 원은 어떻게 갚을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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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농성 중인 이재명 성남시장

(이미지 출처 - 이재명 페이스북)


하지만, 행자부에게 한 가지 걸림돌이 있었다. 조정교부금의 배분 방식을 바꾸더라도 <육룡이 경기도>는 조정교부금에 부은 돈의 90%를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슨 소리냐고? 수입이 적어 필수 경비를 조달하지 못 하는 지자체는 정부로부터 '보통교부세'라는 보조금을 받는다. 보통교부세를 지급 받는 지자체를 '교부단체', 지급 받지 않는 지자체를 '불교부단체'라고 한다.


국내 226개 기초자치단체 중 97%가 교부단체다. 쉽게 말해 기초지자체의 97%가 보조금으로 산다.


나머지 6개의 불교부단체가 바로 <육룡이 경기도>다. 과천은 경마장이 있어 레저세 수입이 많고 나머지 5개 시는 높은 건물 가격 덕분에 취득세, 등록세 수입이 많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2014년 '불교부단체는 조정교부금에 부은 돈의 90%를 돌려받는다'는 특례조항을 만들었다. 보조금을 받지 않는 대신 조정교부금은 덜 내는 혜택을 준 것으로 경기도 내 모든 시·군들이 동의했다.


그러자 행자부는 특례조항의 근거가 되는 지방재정법 시행령을 폐지하기로 한다. <육룡이 경기도>로부터 합법적으로 5262억 원을 뺏어갈 수 있게 하려고.


돈 많으니까 좀 나눠 줄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성남시의 경우 이미 취득세, 등록면허세, 레저세의 55%를 경기도에 상납해 나눠 쓰고 있는데 이걸 75%로 늘리자는 거다. 소득세율을 75%로 늘리자고 하면 폭동이 일어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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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지자체 상황


지방세 비율이 20%밖에 안 돼 지자체에 돈이 없는 건데 지방세 비율 높일 생각은 안 하고 <육룡이 경기도>에게 삥뜯어 다 같이 그지가 되자는 빨갱이같은 발상(?)을 하고 있는 셈이다.


개편안이 시행되면 성남, 수원, 용인은 독자 사업을 할 수 있는 돈(가용재원)이 거의 사라져 정부가 반대하는 사업은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


박근혜 정권이 게거품을 무는 성남시의 3대 무상복지사업(청년배당, 교복지원, 산후조리지원)도 취소된다. 원래 빨갱이들이 남 잘되는 꼴은 죽어도 못 본다. ^오^ 특히 고양, 화성, 과천은 교부단체로 전락해 육룡 멤버 중에서 셋이 빠지게 된다. <삼룡이 경기도>가 되는 것이다.


지자체의 생명은 재정자립이다. 재정자립도가 낮을수록 정부가 돈줄을 쥐고 있어 굽신굽신거리고 돈을 아끼면 오히려 보조금이 줄기 때문에 돈도 펑펑 쓰게 된다. ^오^


이재명 시장이 지금까지 박근혜 정권을 들이받을 수 있었던 것도 성남시의 높은 재정자립도와 무관하지 않다. 근데 이 양반은 반골 체질이라


박정희 정권이 지방자치제를 폐지한 바 있는데 박근혜 정권이 호흡기를 떼려는 걸 보면 달리 금오혈통이 아니다.

조정교부금 배분 방식은 법개정 없이 대통령령으로 변경할 수 있기 때문에 막을 방법이 없다. 다음 대선 때 투표 잘 하는 수 밖에. 그리고 반기문이 당선되는데





문화병론가 고성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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