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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는 2심에서 징역 8개월을 선고받고 상고(대법원에 이의신청)했으나 최유정 변호사와의 개싸움이 법조 게이트로 번지자 한 달 후 이를 취하(취소)해 형이 확정됐다.


하지만 2012년 다른 재판에서 위증을 하고 2015년 네이처리퍼블릭과 계열사의 공금 142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출소 3일 전 재구속됐다. 신분이 기결수(형이 확정된 죄수)에서 피의자로 바뀌어 죄수복만 갈아입었을 뿐 이전의 구치소 방에서 생활한다. 전역 3일 앞두고 이병으로 강등


검찰은 방산브로커 한영철 씨의 군납 비리 의혹을 수사하던 중 정운호 대표가 연루돼 있는 정황을 포착했다. 2011년 정운호 대표가 군 PX 납품 로비 명목으로 5천만 원을 건넸다는 것이다. 


근데 네이처리퍼블릭은 PX 납품에 실패했다. 여기서 스토리가 묘하게 흘러간다. 네이처리퍼블릭은 2012년 롯데면세점에 좋은 자리를 배정받게 해 주는 대가로 매장 매출액의 3%를 한 씨에게 지급하기로 계약했는데 이게 사실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에게 청탁 목적이었다는 진술이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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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신영자 이사장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녀로 롯데호텔 면세점 사업부의 등기 임원이며 한 씨와도 가까운 사이다.


네이처리퍼블릭은 2014년 한 씨와 계약을 해지하고 신영자 이사장의 장남 장 모 씨가 소유한 <bnf통상>과 컨설팅 계약을 맺었다. 검찰은 이런 방법으로 신영자 이사장이 총 15억 원의 뒷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정운호 게이트의 불똥이 롯데에까지 번진 것이다. 재계의 저승사자 정운호


검찰은 신영자 이사장과 장 씨의 자택, 롯데면세점 본사, <bnf통상>을 압수수색하고 자료 파기를 지시한 혐의로 <bnf통상>의 월급쟁이 사장 이 모 대표를 구속했다. 하지만 <bnf통상>의 오너인 장 씨는 그대로 놔뒀다.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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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압수수색

(이미지 출처 - 뉴시스)


그리고 8일 후, '신영자 이사장의 면세점 입점 비리를 수사하다 롯데그룹이 조직적으로 증거인멸을 하고 있다는 정황을 확인했다'며 롯데그룹 정책본부, 호텔롯데, 롯데홈쇼핑, 신격호 총괄회장의 집무실, 차남 신동빈 회장의 집무실과 자택 등 17곳을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했다. 그 결과 비서실 내 비밀공간에서 숨겨져 있던 오너일가의 금전출납장부, 통장과 신격호 총괄회장의 전 비서실장이 비밀금고에서 빼돌린 현금 30억 원 등을 압수했다. 


호텔롯데는 롯데그룹의 지주사 역할, 즉 본진이고 롯데그룹 정책본부는 컨트롤타워를 맡고 있다. 쉽게 말해 본진이 털린 것이다. 롯데가 그룹 차원의 검찰 수사를 받는 것은 창사 후 처음일 뿐더러 검찰이 비리 혐의로 대기업 회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해냈다 해냈어! 정운호가 해냈어!


롯데는 2010년 자본잠식 상태의 신생 중국 홈쇼핑 업체를 1,700억 원에 인수했으나 적자를 면치 못하자 600억 원을 지원해 총 3,000억 원의 손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롯데가 인수 금액을 부풀려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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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격호 총괄회장

(이미지 출처 - 연합뉴스)


또, 지난 1년간 신동빈 회장이 200억 원, 신격호 총괄회장은 100억 원 이상을 롯데 계열사들로부터 장부에 기재하지 않고 받은 정황을 포착하고 비자금 조성 목적인지 수사 중이다.


롯데 계열사들이 신격호 총괄회장의 땅을 수백 억 얹어 매입한 정황도 발견됐다. 자기가 운영하는 회사에 시세보다 비싼 가격으로 팔아넘기는 것은 창조경제 배임에 해당한다. 2007년, 신격호 총괄회장은 경기도 오산시 토지 3만 평을 롯데장학재단에 기부했는데 바로 다음날, 롯데쇼핑이 700억 원에 매입하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계약 한 달 후, 롯데쇼핑은 매입 가격을 공시지가의 2배인 1030억 원으로 뻥튀기해줬다. ^오^


2008년에도 롯데상사가 인천 계양구 토지 50만 평을 공시지가의 2배가 넘는 504억 원에 구입했다. 돈은 오너 일가를 제외한 롯데 계열사 9개의 주주들을 대상으로 유상증자(주식을 발행)해 마련했다. 신격호 총괄회장에게 줄 돈을 계열사들이 갹출한 셈이다. ^오^


정운호 게이트는 네이처리퍼블릭의 정운호 대표가 최유정 변호사에게 수임료 10억 원을 환불해 줄 것을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그러다가 최유정: 너 고소 -> 정운호: 최유정 로비함ㅋ -> 최유정: 홍만표 로비함ㅋ -> 사이좋게 구속 -> 브로커들도 구속 -> 최유정이 변호했던 송창수 징역 13년 -> 정운호: 롯데에 로비함ㅋ -> 롯데 검찰 수사로 번진 것이다. 김성모 화백의 감성이 느껴지는 스피디한 전개


정운호 게이트의 본질은 홍만표, 최유정 변호사가 현직 검사와 판사를 상대로 로비를 벌인 법조 게이트다. 하지만 롯데 수사가 시작되면서 법조비리 의혹은 쏙 들어갔고 연루된 검사들은 무혐의로 결론이 났다. 홍만표 변호사는 검사장 사퇴 후 4년간 변호사 수임료로 220여억 원을 번 것으로 알려졌지만 검찰은 청탁 목적으로 5억 원을 받은 것과 15억 원을 탈세한 혐의만 적용하고 수사를 급마무리했다. 앗싸 200억 굳혔다


검찰이 한 것이라곤 지하철 매장 임대사업에 대한 감사를 무마해 주겠다며 2014년 정운호 대표로부터 1억 원을 받은 것으로 지목된 박 모 검사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게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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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만표 변호사 리즈 시절

(이미지 출처 - 노컷뉴스)


이마저 박 검사가 뇌출혈로 쓰러져 입원해 실어증 증상을 보인다며 수사에 난항을 겪는댄다. 극본: 임성한


뿐만 아니라 진경준 검사장이 2005년 넥슨의 회삿돈으로 비상장 주식을 구입해 126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가 뇌물 수수 혐의로 고발된 사건도 묻혔다. ^오^ 이 때문에 롯데 수사가 검찰의 시선 돌리기용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롯데가 무슨 중소기업도 아니고 중앙지검장, 검사장보다 셀 텐데 검찰이 단독으로 롯데를 털 수 있을까?


일각에서는 롯데 경영권 분쟁에서 패한 신동주 SDJ 코퍼레이션 회장이 검찰에 제보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국 롯데와 일본 롯데로 구성된 롯데그룹은 사실 일본의 <롯데홀딩스>가 소유한 일본 기업이다. 신격호 총괄회장을 롯데홀딩스의 대표로 하고 있으며 장남인 신동주 회장이 일본 롯데를, 차남인 신동빈 회장이 한국 롯데를 경영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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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주 회장

(이미지 출처 - 연합뉴스)


그러나 2015년 신격호 총괄회장이 신동주 회장을 전격 해임하면서 형제간의 경영권 분쟁이 시작됐다. 롯데그룹의 경영권을 차지하려면 롯데홀딩스 이사회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선임돼야 한다. 90년대 초반까지 한국 롯데와 일본 롯데의 매출은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한국 롯데의 매출이 일본 롯데의 20배가 넘기 때문에 이사회는 신동빈 회장을 롯데홀딩스의 새 대표로 선임했다.


그러자 그룹 내부 비리에 대한 첩보가 검찰에 쏟아졌다. 국세청은 호텔롯데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였고 공정거래위원회도 롯데그룹 오너들의 지분 구조를 조사했다.


공교롭게도 신동주 회장은 압수수색 이틀 전 일본에서 귀국해 신격호 총괄회장을 고열을 이유로 병원에 입원시켰다. 검찰수사가 본격화되자 '인생을 걸고 경영권을 탈환하겠다'면서 롯데홀딩스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신동빈 회장 해임 안건을 상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설령 신동주의 제보가 있었다고 하여도 그것만으로 검찰이 롯데를 턴 이유는 설명되지 않는다. 언제는 제보가 없어서 재벌을 못 털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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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회장

(이미지 출처 - 연합뉴스)


이보다는 레임덕 방지를 위해 정권 말기마다 실시된 재계 사정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 실제로 검찰은 정운호 게이트가 있기 전인 총선 직후부터 부영그룹, 효성그룹,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롯데는 이명박 정부 시절 자산이 두 배 이상 증가했고 신격호 총괄회장의 숙원사업인 제2롯데월드의 건설이 승인되는 등 특혜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롯데를 조지면 청와대도 좋고, 검찰도 좋고, 신동주도 좋고 , 이명박 라인 똥줄 타고 윈윈되겠다.


롯데그룹은 한국 롯데의 지주사(오너) 역할을 하는 호텔롯데를 상장해 신동빈 체제를 굳히려 했으나 졸지에 정운호 게이트의 주인공이 되면서 나가리됐다.


정운호 대표의 알뜰함으로 촉발된 법조비리 게이트는 예상대로 싱겁게 끝났다. 애시당초 폐쇄적인 검찰이 지들을 수사할 리도 없거니와 검찰은 권력층의 로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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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병론가 고성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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