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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절대로 투자를 유도하는 글이 아니다. 이미 망한 투자를 돌아보며, 왜 나는 이렇게 예측을 했고 돈을 잃었던가를 짚어보고 위험한 투기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그리고 경제 문제에 대한 분석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공유해 드리고자 하는 의도로 기획되었다.




지난번에는 내가 왜 엔화에 베팅했는지를 살펴봤는데, 애초에 이 베팅에는 세 가지의 위험이 있었다.


첫째는, 미국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것. 이 경우 엔화의 상대적인 가치가 상승하여 나는 손해를 보게된다.


둘째는, 전세계적인 경제 둔화로 인해 안전자산으로서의 엔화의 수요가 상승하는 것. 나는 여전히 엔화가 안전자산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시장이 어쨋거나 지금은 엔화를 안전자산으로 생각한다면, 경제침체 시에는 엔화로 돈이 몰릴 수밖에 없다.


셋째는, 내가 원하는 엔화가치 하락을 위한 어떠한 Catalyst 즉 '계기 혹은 이벤트'가 내 투자기간 중에 발생하지 않을 경우이다. 어쨋거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 엔화가 약세라고 생각했지만, 시장은 말 그대로 제멋대로 움직이기 때문에(Random Walk), 내일, 다음달 혹은 내가 투자하려는 기간 안에 원하는 가격까지 도달할지는 미지수인 문제였다.


결과론적으로 이 세가지 위험은 모두가 지난 한 달간 실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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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3일, 미국 노동청은 신규 고용자 통계를 발표했는데, 5월 한 달 동안 단 38,000명의 일자리가 추가되었다. 예상치였던 162,000을 한참 밑도는 수치였는데, 이는 미국 경제가 성장을 멈출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그결과 엔화 환율은 내가 최초 투자했던 109선이 붕괴, 106.5선까지 떨어졌고, 뒤이어 당장 6월에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코멘트를 했던 미 연준의장 옐렌은 불확실성을 이유로 금리인상을 수 개월간 연기할 것임을 발표했다. 경기부진 우려로 미국이 금리를 생각보다 오래 낮게 유지하면서, 미 달러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하락하게 된다.


뒤이어, 2번에 해당하는 브렉시트가 시장의 예상을 깨고 실현되었다. 투표 직전에 발생한 브렉시트 반대파 하원의원의 피살등은 여론조사에서 브렉시트 반대의견을 높이는 데 일조하였고, 투표 당일날 나온 여론조사에서도 꽤 넉넉하게 브렉시트는 부결될 것처럼 보였는데, 정작 투표함을 열어보니 브렉시트 찬성표가 높게 나왔다.


미국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금융자산을 운용하는 영국에서 브렉시트라는 투표결과로 인해 갑작스런 정치적인 위험이 실현되자, 금융시장은 브렉시트 투표 직후 심하게 요동쳤고,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금과 함께 엔화는 폭등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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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내가 기대했던 고령화로 인한 연기금의 국채 매입감소, 재정적자위기 혹은 일본경제 성장 둔화 등은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지금까지 전혀 실현되지 않았다. 위에서 언급한 불안요소는 모조리 현실화됐는데 내가 최초에 투자를 할 때 기대했던 반대 요소들은 하나도 가격에 반영되지 않았다.


그 결과 엔화는 최초매입을 시작했던 109에서 대폭 떨어져, 현재(2016.7.10) 기준으로 100대 초반에 거래되고있다. 내가 3X를 이용해서 포지션을 잡았기 때문에, 이로인한 손실은 최대 약 20%정도이다 (3X인 레버리지:leverage 외환상품이 단기간 안에 크게 움직이면, 계약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약간의 차익이 발생해서 3X보다는 못한 수준으로 가격이 움직이게 된다). (편집자 주 - 지난기사에서 필자가 투자한 상품을 참고하면 이해하기 쉽다 : "엔화의 가치가 약 1% 떨어지면, 3%를 돌려받는 방향으로 운영된다. 장외나 선물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과 달리, ETF 상품은 주식시장에서 언제든 사고 팔 수 있기에 이 방식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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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실패한 결과야 어쩔수 없지만, 투자에서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과정과 분석이라고 생각한다. 되짚어 봤을 때, 무엇이 잘못되었던 투자였고, 뭘 얻어갈 수 있을까.


첫째는 금을 사지 않은 점이다. 엔화랑 꽤 비슷하게 움직이던 상품이었으니, 금을 조금 보유해 놨으면 이렇게 내가 예측한 불안요소의 반영이 생각보다 빨리되었을 때, 손실을 줄일 기회가 있었다. 금을 조금이라도 사서 위험을 줄였어야 했는데, 금값이 너무 빨리오르길래 늦었다고 생각하고 손을 놓고 있었다. 조금 과감하게 리스크를 줄일 궁리를 했어야 했다.


특히 브렉시트는 반대 결과를 예상을 한 것 자체는 지금 돌아봐도 나쁘지 않은 판단이었다고 생각하지만(그 당시 여론조사만 보면 그랬다. 오죽하면 소로스형 -거시경제 바닥에서 레전드 아닌 전설이신 분 - 도 브렉시트 투표 전에 파운드를 들고 있었을까), 애초에 투표결과가 어찌되었건 박빙이 될 것이라는 점은 자명했다. 비록 반대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고 생각할 순 있어도, 어쨋거나 박빙이면 반대의 경우도 미리 대비를 했었어야 한다. 금을 사지않은 것은 아쉬운 점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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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는, 추가매수 타이밍이다.미국고용데이터 발표직후, 엔달러 환율이 109에서 106으로 떨어졌을 때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신이났다. 당장 손실을 본 건 맞지만, 나는 이건 일회성 현상이라고 보았고(실제로 최근발표된 6월 통계에서는, 5월통계에서 잡히지 않았던 파업등의 여파가 잡히면서, 대반전을 이루었다), 이는 추가 매수하기에 좋은 타이밍이라고 보았다.


흔히 말하는 물타기에 들어간 것이다. 최초 포트폴리오에서 20% 규모로 시작했던 엔화 투자비중을 나는 106으로 하락한 시점에서 약 35%까지 끌어올렸다. 문제는 그 뒤에 브렉시트가 발생했고, 엔달러대비 환율은 100엔 가까이 떨어져버림으로써 내 손해 폭은 더 크게 늘어났다. 결과론이지만, 바닥을 충분히 확인하지 못하고, 가격이 일시적으로 떨어졌을 때 서둘러서 추가매수를 한 게 악수가 되었다. 첫번째와 동일하게, 브렉시트의 결과에 어느정도 불확실성이 있었으면 이걸 피해갔어야 했는데 곧이곧대로 밀고나갔다. 지금 싸다고, 더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마지막으로, 매크로 트레이딩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너무 부족했다. 주식의 가격은 과거나 현재의 가치보다 미래에 대한 전망으로 인해 빠르게 바뀐다. 뉴스 하나가 뜨면 빨리 오르거나 가격이 빨리 내려간다. 그만큼 투자의 성패가 명확하고 빨리 갈린다. 반면 이렇게 미래 경제 전망을 기반으로한 매크로 트레딩의 경우, 뉴스 한두 개가 아닌 국가 전체와 경제 전반적인 상황에 의해 가격이 결정된다. 가격을 결정하는 요소가 한두 개가 아니란 소리다.


물론, 가격이 결정되고 그날의 장이 마감되면 결과에 대한 분석이 이루어지고, 경제지에 그 이유가 실리기는 한다. 그러나, 그 분석은 현재가격이 왜 그런지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을지언정, 반대의 이유가 언제든지 존재할 수 있다. 어쨋거나 미국이나 일본 모두 경제 대국인지라, 수많은 호재와 악재가 매일 상존하는곳이니까.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왜 움직이는지, 내가 기대한 건 얼마나 반영되고,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얼마만큼이 반영되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으니 답답했다. 매크로 트레이딩을 하는 내내 동굴속에서 갇혀서 주식장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가격이 반대로 움직일수록, 내가 예상한 분석이 틀린걸까, 내가 뭘 놓치고 있는 걸까 끊임없이 의심이 들었고, 가격이 내가 원하는대로 움직여도, 이게 얼마나 갈지 불안해졌다. 쉽게 말해 멘탈이 흔들린 거다. 그래서 엔화를 들고 있는 기간에는 뉴스체크하는 시간을 따로 정해놓고, 그시간 동안만 생각을 하고 나머지 시간엔 그냥 딴 생각을 하기로 나름의 방화벽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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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에 재미를 봤던 유가도 일종의 매크로 트레이딩이라고 볼수 있었지만, 그날그날 나오는 정보가 제한적이었고, 수요 가격의 변동이 눈에 쉽게 들어오는 편이다(어디서 산불이 났다던가 송유관이 고장났다던가 등), 그리고 실제로 내가 생각한 시기보다 더 빨리 돈을 쉽게 벌어서, 투자 결과에 대한 심적 부담이 덜했지만, 엔화는 위에서 말한 것 때문에 초장부터 돈을 잃고 시작한 터라 많이 말렸다.


이제 결론을 말하자면, 이 트레이드로 나는 돈을 꽤 잃었다. 그럼에도 나는 아직 엔화를 들고 있다. 내가 최초 투자를 생각했을 때, 일이 꼬이면 최대 100선까지 밀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너무나도 쉽게 여기까지 왓다. 손을 털까도 잠깐 고민해봤지만, 지금 내가 생각할 수 있는 투자 아이디어 중에는 그래도 엔화가 가장 낫다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대신, 이미 100까지 밀렸으니 이제 95 혹은 93까지 밀릴 수도 있겠다라고 투자결과 예상치를 다소 낮췄다. 앞으로도 저축을 하고 돈이 생기면 105 미만일 경우에는 추가매수를 할 생각이다. 엔고로 인해 내가 괴로운 것 만큼 지금 일본 수출기업도 힘들거라고 생각하고, 이게 한 6개월정도 되면 수출실적에서 유의미한 결과로 나타날 수 있을 것 같아서 장기적으로 볼 생각이다.


그럼 이 글을 통해 내가 전달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그동안 경제뉴스 글을 올리면서도 한 번쯤은, 경제이슈를 분석하는 것과 투자와 같은 실제 시장이 움직이는 것은 다르다라는 것을 공유하고 싶었다. 천재 아이작 뉴턴 뿐만아니라 레전드급 경제학자인 피셔역시 주식투자로 쪽박찼다. 경제문제에서 예측은 아무리 머리가 좋고 잘해봐야 더 높은 확률을 다가올 미래에 부여할 뿐이고, 실제로 이 결과를 만들어내는 주체들은 사실 그렇게 일관되지도, 이성적이지도않다.


예를들어, 근 수십년간 회자 되어 온 부동산 폭락론의 경우, 나는 '장기적'으로 동의할 수는 있다. 경제학적으로 봤을 때 가만 냅두면 그렇게 돼야 맞는 거니까. 근데 실제 부동산 가격은 그간 정 반대로 움직였다. 정부가 끊임없이 부동산시장에 산소호흡기를 달아줬기 때문이다. 집값이 정말로 그렇게 떨어졌다간, 주택 보유자들의 원성과 건설사들의 연쇄부도를 맞이해야 할 테니 역대 정권들은 이 문제를 마주하기보단, 지연시키는 방법으로 문제해결을 외면해왔다(뭐가 국익에 좀 더 부합하느냐에 대한 문제는 또 다른 문제이다. 국민들이 경제문제에 대해 좀 더 관심을갖고, 고민을 해야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시장의 비합리성 때문에, 세상은 톱니바퀴 돌아가듯 돌아가지 않고, 이런 불확실성을 떠안고서 투자를 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하고, 또 고민이 많이 들어가는 과정이라는 걸 전달하고 싶었다. 그리고 기왕에 이런 약한 소리를 할 거면, 이렇게 돈을 왕창 잃은 다음에 해야 진실성이 좀 더 있지 않을까 해서 이런글을 써봤다. 그럼 다음엔 경제뉴스로 다시 찾아뵙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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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엔화에 손을 댔는가





씻퐈


편집 : 딴지일보 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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