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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해서 맥주에 대한 정보를 찾을 때 간간이 방문하는 사이트인 Beeradvocate.com에 들어가서 현직 맥덕들에게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는 맥주 1~100위까지의 정보를 엑셀에 담아서 슬슬 살펴보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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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이런 놈들

 

보고자 했던 항목은 1~100위까지인 맥주들의 알코올도수였어. 1~100위 맥주 중 최고 도수는 19.20%, 최저 도수는 5.00%


개인적으로 보통의 맥주가 갖는 알코올도수라 생각하는 5~6.9%는 17종. 중간 정도라 생각하는 7~9.9%는 40종, 고도수의 영역이라 생각하는 10% 이상은 43종이었어.


일반 맥주 소비자들이 마시는 상당수 맥주들의 알코올도수가 5% 전후임을 감안한다면 맥덕들이 높은 점수를 매기는 맥주들중 많은 수가 상대적으로 고도수 맥주군에 속함을 알 수 있지. '고도수 맥주들이 이렇게나 뛰어난 것이다!'는 주장을 펼치려는 것은 아니니까 오해는 말길 바라. 그저 현재 맥덕들의 취향이 강하고 화려한 맛을 표현하는 맥주들-특히 더블/임페리얼 급의 IPA(인디아 페일 에일)나 스타우트-에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는 말을 하고 싶었을 뿐이니까.

 

("기껏해야 19.20%짜리가 최고 도수인 술 따위에 어찌 '강하고 화려한' 따위의 수식어를 붙일 수 있는가!"라고 일갈하며 혀를 끌끌 차시거나, "맥주란 것은 배만 부르고 취하질 않으니 마실 것이 되지 못한다"고 말씀하시며 문을 닫을 어르신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믿거나 말거나 세상에는 67.5%짜리 맥주도 있으니까 너무 무시하진 말아 주세요.)

 

더블/임페리얼급의 IPA나 스타우트를 접해보신 형, 누님들은 느꼈을지 모르겠지만 저런 중, 고도수의 맥주들을 긴 시간 마시고 있노라면 사람의 혀와 간, 그리고 지갑을 쉬이 지치게 하는 부작용이 생성되곤 해. '고작' 맥주를 마시다가 취해서 잠들어 버리게 된다고. 그래서 사람들이 맥주에게 기대하는 역할-예를 들어, 야구 혹은 축구를 보며 또는 친구 혹은 애인과 대화를 나누며 긴 시간 부담 없이 즐기게 해주는-을 충족하지 못하는 측면도 있달까. 그렇다 보니 맥덕들은 더블/임페리얼과는 상반되는 이미지의 맥주에도 시선을 나누게 됐어. 그게 바로 Session Beer(세션 비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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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션 비어(Session Beer)란?


세션 비어를 정의하는 '맥주 법'따위가 있는 것은 아니라 '이것이다!'라는 딱 잘라 말할 수는 없겠어. 그렇지만 내나름대로 간단히 정리한다면 이렇게 말해볼 수 있을 것 같아.

 

마시기 쉬운 저도수에, 본연의 풍미 가득한 맥주

 


 1. 마시기 쉬운 저도수


앞서도 말했지만 이 개념을 정의한 법도 없고 그에 따라서 '세션 비어의 도수는 X%부터 Y%까지로 제한합니다'같은 법칙도 없어. 맥주 스타일과 관련된 협회나 단체마다 제시하는 기준이 조금씩은 다르지만 보통 3.5~4.5% 또는 3.1~5% 정도를 얘기하고 있어. 물론 강제성은 없어서 이 기준에서 벗어나 5%대의 알코올도수라 해도 양조자가 원한다면 session이라는 단어를 맥주 라벨에 붙여도 상관없어. 대충 저 정도의 저도수에 마시기 쉬운 형태를 유지함으로써 '벌컥벌컥'까지는 아니더라도 편하게, 부담 없이 마실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라 할 수 있겠어.

 


 2. 본연의 풍미 가득한


1의 기준에 따른다면 세상 모든 저도수 맥주들(예를 들어 대한민국이 자랑하는 갓맥주 cass/4.5% 같은)도 다 세션 비어인가? 하면 그렇게 말하긴 어렵다고 생각해. 단순히 '도수가 낮은 맥주'를 말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지. 사실 '본연의 풍미 가득한'은 뭔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표현이긴 해. 미안해. 내 능력이 거기까지라. 사실 세션은 맥주의 독자적인 스타일이 아니야. 세션 비어 자체가 '이런 맛이다!'하는 건 없고 주된 스타일(인디아 페일 에일, 페일 에일, 스타우트, 라거, 필스너 등의)에 붙어 약간의 변화를 주는 부차적인 수식어랄까?


맥주에 관심 있는 소비자들에게 이제는 꽤 익숙해졌을 스타일이자 단어인 IPA를 예로 들어볼게. 보통 IPA의 특징이라면 6~8% 정도의 알코올도수에 홉이 충분히 사용되어 향과 맛에서 그 정체성이 두드러지고 홉의 쓴맛과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맥아의 단맛도 적절히 살아있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거야. 이러한 IPA에 세션의 특성을 붙여볼까? 3.5~4.5% 정도의 알코올도수에 IPA 본연의 풍미가 가득한, 홉의 향과 쓴맛 그리고 맥아의 단맛이 살아있는, 하지만 기본 IPA보다는 마시기 쉽고 크게 부담스럽지도 않은 그런 맥주가 되는 거지. 그래, Session IPA가 되는 거지. 완전히 상반되는 것은 아니지만 더블/임페리얼과 반대되는 개념이라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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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런 거랑 방향이 다르다고.


개인적으로 맥주 스타일을 말하면서 장점과 단점을 구분해서 말하지는 않는데 느끼기에 세션 비어는 좀 그런 게 있어.



 장점


한자리에서 긴 시간 동안 여러 잔을 마실 수 있어. 더블/임페리얼 급과 비교해서 2배는 마실 수 있겠지. 화장실만 제대로 간다면 말이야. 높은 도수로 인해서 평소 부담스러웠던 스타일의 맥주도 간접적으로나마 마실 수 있다는 측면도 좋지. 중/고도수 맥주로 가는 교두보 역할을 해준달까. 고도수 맥주를 마시기에 부담스러운 여름 같은 계절에도 원하는 스타일의 맥주를 마실 수 있다는 것 또한 장점일 거야. 우리랑은 별 상관없지만 알코올도수에 따라 세금이 차등적용되는 국가에서라면 더 저렴한 가격의 맥주를 만날 수도 있겠다.



 단점


도수를 낮추는 과정에서 기본 맥아의 자리 중 일부를 특수 맥아(크리스탈 맥아와 같은)로 대체하게 되면서 맛의 어딘가가 허전하고 약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어. 마시면서도 '맛있긴 한데, 아, 뭔가 조금...' 같은 생각을 하곤 하지. 잘 만든 세션 IPA를 마셔봐도 IPA와 완전 동일한 만족감을 주진 않아. 사실 완전 동일한 느낌을 준다면 그게 사기지, 안 그래? 아, 그리고 알코올도수와 세금 사이에 아무런 관계성이 없고 주류세가 더럽게 비싸며 유통구조가 이상하게 꼬여있는 한국 같은 나라에서는 기본 스타일의 맥주와 비교했을 때 가격차가 거의 없어. 2배는 마실 수 있는 맥주지만 2배 빨리 지갑이 말라가는 기이한 현상을 마주할 수 있으니 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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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션 비어의 어원


그런데 왜 세션 비어에는 Session(세션)이라는 단어가 붙었을까?


이동네의 이야기들이 대부분 그렇지만 확실한 이야기는 없어. 그래도 술자리에서 써먹으려면 뭐라도 외워야겠지.

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내 펍들의 운영정책과 관련해서 생겨난 용어를 현재 크래프트 맥주 시장에서 차용했다는것이 유력설 중 하나라고 해. 


전쟁당시 영국의 펍들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 저녁 7시부터 11시까지, 4시간씩 2번의 영업이 허가되었다고 해. '전쟁 중에 술집을 운영한다니 미친놈들!'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세상 어딘가에 스트레스 풀 곳이 남아있어야 사람이 미치지 않는 법이니 어쩌면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해. 나만 그런 생각 하나? 밤낮없이 전쟁물자를 생산하느라 지친 노동자들이 이 시간을 이용해 로컬 펍에서 맥주를 마시며 스트레스를 풀었는데 이 4시간씩의 시간들을 sessions라 불렀고 당시 이들이 마셨던 맥주들의 알코올도수가 대부분 3~5%였던 이유로 현재의 저도수 컨셉 맥주에 어울리는 단어라 생각했던 것 같아. 뭐 사실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써먹기에 나쁘지 않은 이야기거리지 않을까?


어원과는 별 상관없지만 어떤 영국 친구들은 저 3~5%의 맥주들을 예로 들면서 "세션 비어같은 소리하지 말아라. 이미 우리 영국에서는 Mild Ale 또는 ordinary bitter라는 이름으로 불렀다"고 주장하기도 해. 뭔 상관이야? 꼬우면 EU 탈퇴하듯, 맥주계에서도 나가시든가.




추천드리는 세션 비어


세션이라는 개념이 기본 스타일에 얽매이는 바는 없지만 아무래도 도수는 낮추고 풍미는 살리는 것에 특징이 있다 보니 홉의 향과 맛에 강점이 있는 페일 에일과 인디아 페일 에일에 이용되는 경우가 많아. 수입되는 세션 비어들도 대부분 이쪽이니 추천 맥주가 이쪽 일색이라 해서 실망하진 않길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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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irestone Walker Easy Jack(파이어스톤 워커 이지잭)- 4.5%


그리 많은 세션 IPA를 마셔봤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적어도 마셔봤던 것 중에서 가장 맛있었던 세션 IPA야. 열대과일들의 향과 맛이 입안에서 팡팡 터졌던 기억이 나네. 저땐 꼴데롯데마트에서 구입했었는데 아직도 마트에 들어오는지는 모르겠네. 보틀샵들에는 들어가고 있는 걸로 알고 있으니까 적절히 구해보길 바라. 아무래도 IPA다 보니까 신선함이 꽤 중요한 부분인데 유통기한 측면에서 꽤 좋은 상태에서 마셨던 터라 더욱 맛있게 느꼈던 것 같아. 항상 강조하지만 IPA 같이 홉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맥주들은 신선함이 아주 중요하니까 살 때 유통기한 잘 확인해서 사길 바라. 가능하면 3개월 이내, 못해도 반년 이내인 것들로 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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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vilTwin Citra Sunshine Slacker(이블트윈 시트라 선샤인 슬래커)-4.5%


이지잭에는 밀렸지만 상당히 맛있었던 맥주야. 아, 지금 당장 마시고 싶다. 이지잭이 밸런스와 완성도의 측면이 높았다면 이쪽은 오렌지와 감귤류의 맛이 매력적이고 상당히 깔끔하면서도 쉽게 마실 수 있는 면이 좋았어. 수입 당시에 다른 세션 IPA들에 비해서 가격도 착한 편이었고 유통기한도 나쁘지 않았었는데 지금도 수입이 되는지는 모르겠네. 재수입이 잠시 멈춰있는 걸로 아는데 빨리 다시 좀 들어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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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ounders All Day IPA(파운더스 올데이 이파)-4.7%


기대감이 컸던 탓인지 아니면 같은 시기에 마셨던 파운더스 포터가 너무 맛있어서인지 아니면 파운더스 KBS를 구하지 못했다는 빡침 때문인지(?) 이지잭이나 시트라 선샤인 슬래커보단 약간 낮은 선에 머물렀지. 물론 기대감에 못 미쳤을뿐 맥주의 이름 답게 하루종일 마셔도 좋을 만큼 맛있었어. 수입사에서 나름 열심히 수입하는지 보틀샵들에서 파운더스의 맥주들을 만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아. 대형마트에는 들어갈지 어쩔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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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allast Point Even Keel(발라스트 포인트 이븐 킬)-3.8%


스컬핀과 빅아이 덕분에 이젠 국내에서도 꽤 알려진 발라스트 포인트의 세션 IPA인 이븐 킬이야. 하도 오래전에 마신 놈이라 맛이 가물가물하긴 한데 4개 중에선 4등이 맞는 것 같아. 아마 '스컬핀같은 맛이 나겠지 하앍하앍!'했는데 그만큼의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한 것에서 마이너스를 왕창 먹였던 것 같네. 그렇다고 맛이 없다거나 퀄리티가 떨어진다거나 하는 건 아니니까 마실 기회가 생긴다면 마셔보는 것도 좋겠지. 스컬핀을 좋아한다면 그 기억을 되살리면서 마셔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아마 대형마트에는 안 들어가고 보틀샵들에 있을 거야.

 

 

 

비도 멈췄고 곧 미친듯한 더위가 엄습해오겠지? 자, 그런 날에는 무엇을 친구로 삼아야 할까. 그래, 맥주야. 맥주라고! 햇빛 나는 곳은 위험하니까 안전한 이불 속에서 맥주를 마시며 가을을 기다리자고. 그렇다고 너무 혼자 마시지는 말고 가끔은 나가서 가까운 펍에라도 들러서 마셔. 또 누가 알겠어? 미래의 애인과 인생맥주를 마시게 될 곳이 그곳일지? 힘내서 행복하자고. 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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