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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가 늦었다. 전편이 올라간 지 한 달이 넘어 부렀다. 다 나의 불찰이니 바다와 같은 너르신 마음으로 양해 부탁드린다. 꾸벅.


필자가 밍기적하는 사이, 포켓몬 GO라는 신박한 게임이 전 세계와 속초를 휩쓸고 있다. 굳이 따지자면 우리가 디비보고 있는 건 VR 장비로 가상현실(Vritual Reality, VR)이고, 포켓몬 Go는 현실 위에 가상이 덧씌어진 것으로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에 가깝다. 뭐 우째됐든 새 기술이 재미있게 쓰이는 건 신나는 일이니, 한국에서도 포켓몬을 채집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하며 4편을 시작해 보자.


앞서 최근 불어닥쳐 오는 VR 열풍의 배경과 숨은 이바구거리는 뭔지, 그리고 그래서 뭘 사면 좋을지에 대한 내용을 살펴보다 말았다. 이번 편은 마지막 회로써, VR의 끝판왕이라 할 수 있는 PC와 콘솔 기반 VR에 대한 구매 가이드를 제시해보겄다.


지난 편에 언급했듯, 콘솔 VR은 아직까정은 딸랑 소니 제품 하나뿐이다. PC 기반은 오큘러스와 HTC 바이브의 양대산맥 구도. 이 셋에 대해 살펴보자. 소니부터 시작한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V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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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의 VR이 지니는 가장 큰 특징은, 이미 꽤 널리 보급돼있는 플레이스테이션4 콘솔을 그대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고로, 플스4를 갖고 있는 사람에겐 가성비가 좋다는 점.

 

* 가격


가격은 미화 399달러. 세금에 뭐에 하면 대충 50만 원 된다고 보면 되겠다. 하지만 소니 플스 VR을 제대로 쓰기 위해서는 위치를 측정하기 위한 카메라가 사실상 필수. 이 카메라가 10만 원이 좀 넘는 가격이니까 얼추 60여만 원을 써야 된다고 볼 수 있다. 


플스4 자체가 없는 사람들은 플스4 기계를 사야하므로 여기에 또 40만 원 돈이 추가된다. 결국 맨땅에서 한 번에 다 사는 건 돈 백만 원 든다는 얘기. 여기에 한가지 옵션이 더 있으니, 손에 들고 손의 움직임으로 조작할 수 있는 무브(Move) 컨트롤러 세트를 하나 장만할라치면, 이게 또 한 돈 십만 원 한다. 


최종적으로 50만 원에서 110~120만 원 사이가 된다. 아마도 10월에 정식 출시 즈음하면, 다양한 패키지 할인이 제공되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이 모든 걸 한 번에 사면 얼마 할인에 게임 뭐뭐 껴주고 뭐 이런 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참고로, 듀얼쇼크 게임패드도 모션컨트롤이 가능하다고 한다. 무브 컨트롤러를 반드시 사야만 하는 건 아닌 셈이다.


* 출시일정


정식 출시일정은 최근 발표된 대로, 2016년 10월 13일. 아마도 예약구매는 그 전에 열리지 싶다. 경쟁제품들은 생산이 좀 밀려서 주문하고 꽤 기다려야되는 분위기가 이어졌던 관계로, 소니가 얼마나 찍어낼지 귀추가 주목되는 부분이다. 


* 물리적 특징

여기부터는 실제 사용해본 소감에 해당한다.


오큘러스나 HTC 바이브에 비해 소니 플스VR이 지니는 외형상의 차이가 있다. 오큘러스나 바이브는 기본적으로 가로방향의 밴드가 짱짱하게 머리통을 조여주는 느낌이다. 스키 고글이나 수영할 때 쓰는 수경을 생각하면 되겠다. 이 밴드만으로는 지탱하기가 조금 어려워, 미간에서 뒤통수를 가로지르는 전후 방향의 밴드가 추가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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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용자의 머리를 둘러싸는 각도가 주요 포인트


하지만 플스VR은 이마의 위쪽에서 뒤통수의 아래쪽으로 다소 비스듬한 밴드의 형태다. 그래서 스키고글보다는 오토바이 반모를 머리에 뒤집어 쓰는 느낌에 살짝 가깝다. 한편 외부의 빛이 새어 들어오지 않도록 눈 주변에 부드러운 고무 또는 실리콘 느낌의 가림막이 있어서, 여기서는 약간 잠수용 수경을 쓰는 듯한 느낌도 조금 든다. 


이러한 특징은 호불호가 좀 갈릴 수 있다. 짱짱하게 잡아주는 느낌은 아니면서 그렇다고 헐거운 느낌도 아닌, 좀 묘한 느낌이다. 이와 관련된 또 다른 특징으로, 분명 무게는 가벼운 편이지만 부피감이 좀 있는 편이다. 


뭐 어쨌든, 엄청 뛰어난 착용감이라고 할 수도 없고, 너무 불편해서 못쓰겠다고 할 정도도 아니다. 


* 사용 성능


우선 화질은, 오큘러스/HTC바이브와 비교해 떨어진다는 느낌이다. 스펙상의 해상도도 조금 낮지만, 단지 해상도뿐만 아니라 뭔가 렌더링이 매끈하지 못하다는 느낌이 살짝 든다.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자면, 좌안과 우안에서 서로 겹쳐 보여야 하는 픽셀의 색이 약간 다르면서 다소 이질적인 느낌이 드는 경우가 좀 더 많이 발생한다.

 

그러므로 무조건 화질만은 최고를 추구하는 소비자라면, 본인의 기준에 맞는 수준인지 반드시 시연을 통해 확인 후 구매하길 바란다. 노파심에 덧붙이자면, 이러한 느낌은 어쩌면 플스 VR자체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내가 플레이해본 게임이 오큘러스에 좀 더 최적화를 잘하고, 플스에 최적화를 잘 못 했을지도 모른다.


화질을 제외하면, 플레이 과정 자체는 비교적 쾌적하다. 모바일 VR은 다소 과부하가 걸린 경우 프레임이 끊기거나 하는 현상이 벌어지곤 하는데, 플스VR은 아무래도 콘솔인 만큼 그런 버벅거림 없이 매끄럽게 작동한다. 모바일과는 확실히 넘사벽.


다만, 모션 컨트롤러인 무브 컨트롤러의 경우 3사 중 가장 아쉬운 성능을 보인다. 가만히 있어도 약간씩 떨리는 경우가 있고, 손의 위치에 따라 다소 어색하게 작동하는 경우가 있다. 근본적으로, 플스 VR의 모션트래킹은 카메라로 작동하기 때문에 손을 등뒤로 놓거나 카메라의 시야각에서 아예 멀어지면 당연히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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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VR 기기와 무브 콘트롤러에서 빛이 나오는 바람에 이런 사이키델릭함이 연출될 수 있다.


* 기타 잡다한 것들


전편에도 언급했지만 플스 VR의 특징 중 하나는 가상스크린 방식으로 기존의 플스4용 게임 모두를 플레이할 수 있다는 점이다. VR을 지원하는 게임이라면 물론 VR모드로 플레이 되지만, VR을 지원하지 않는 게임을 위해서 가상의 큼직한 2D 스크린을 제공하는 것. 즉, 혼자서 플스4를 할 때 TV나 모니터를 대체할 수 있다는 얘기다. 누군가 자고 있어서 티비를 켤 수 없을 때, 플스 VR 헤드셋을 쓰고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연결하면 게임이나 컨텐츠를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플스에는 키보드 마우스라는 개념이 없다. 대부분 듀얼쇼크 게임패드를 기본으로 사용하고 무브컨트롤러 만으로도 조작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일단 헤드셋을 머리에 쓴 상태로 전원을 켜서 게임이나 컨텐츠를 고르는 과정을 모두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PC기반 VR에 비해 아무래도 번거로움이 덜한 편이다. 


* 총평


이미 플스4를 갖고 있다면, 1순위로 고려해볼 만한 가성비


플스4가 없더라도, 여전히 가격경쟁력은 있다.


하지만 그 가격 차가 어느 정도 느껴지는, 약간은 아쉬운 퍼포먼스


이 시대 VR의 하이엔드 플래그쉽이라고 보긴 어렵다. 




오큘러스 리프트 CV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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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제일 많이 쓰이는 사진


매회 말하지만 지금의 VR 돌풍은 오큘러스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을 부정하긴 어렵다. 이 시대의 VR을 상징하는 이름인 오큘러스에서 발표한 첫 정식발매 제품을 흔히 오큘러스 리프트  CV1(소비자버젼 Consumer Version 의 약자)라고 부른다. 


* 가격


오큘러스 리프트 CV1의 공식 가격은 미화 599달러. 70~80만 원 하는 셈이다. 이 CV1 제품에는 모션트래킹을 위한 카메라가 포함돼 있으므로 플스 VR에 카메라를 추가한 것과 비교하자면 10만 원가량 차이가 난다.


중요한 건 여기에 PC 및 컨트롤러 가격은 제외돼있다는 것. 오큘러스는 꽤 높은 사양의 PC를 요구한다. 어지간한 고성능 PC를 갖고 있는 게 아니라면 거의 대부분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CPU는 i5 4590 이상, 그래픽카드는 엔비디아 GTX970 또는 AMD R9 290 이상으로 명기돼있다. 이 CPU와 그래픽카드만 최저가로 사도 60만 원 정도 한다. PC를 아예 새로 맞춘다면 견적은 100만 원이 훌쩍 넘어간다.


결국, 헤드셋만 사는 것으로 비교하든, 콘솔이나 PC까지 다 사는 것으로 비교하든 플스 VR보다는 비싼 제품인 셈이다. 


* 출시 일정


아직까지 대량생산으로 쭉쭉 찍어내는 상황은 아니어서, 공식 사이트를 통해 주문하면 8월에나 배송이 된다고 한다. 그리고 아직까지 모션컨트롤러인 ‘터치’는 정식 발매되지 않았다. 게임 개발사들에게만 일부 배포된 상태. 이 점을 감안하자.


* 물리적 특징


플스VR과는 달리, 가로방향의 밴드에 주로 의지하는 형태이다. 헤드셋이 덜렁거리지 않게 하려면 꽤나 짱짱하게 조여줘야 한다. 누가 도와주지 않고 혼자서 짱짱하게 조이는 게 쉽지는 않다. 


아쉬운 점 또 하나는, 안경을 쓴 상태로 착용하는 것이 매우 불편하다. 시력이 나쁜 사람도 렌즈 조절을 통해 안경을 벗고도 사용할 수 있긴 하다. 하지만 PC VR의 특성상 PC 모니터 화면을 보면서 조작을 한 후에 헤드셋을 착용해야 하고, 중간중간에 헤드셋을 다시 벗고 모니터를 봐야 하는 상황이 종종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어쨌든 번거로운 건 사실이다. 


장점이 될 수도 단점이 될 수도 있는 특징 또 하나는, 소리가 나는 소형 헤드폰이 일체형으로 들어가 있다는 점이다. 이 헤드폰 부분이 착용 과정을 불편하게 만들기도 하고, 안경을 쓰고 착용할 때 더 불편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탈부착이 용이하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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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헤드폰 부분이 귀에 걸리고 막 졸라 귀찮다. 특히 나처럼 머리가 큰 사람이라면


다만 PS VR보다는 부피가 적고 매끈하게 잘빠졌다는 느낌을 주는 디자인은 꽤 만족스럽다. 기존의 개발자버젼의 투박함을 상당 부분 털어버리고, 무광 검은색으로 군더더기 없는 유려한 라인을 뽐낸다. 


* 사용 성능

화질은, 개인적으로 3사 제품 중 가장 좋다고 느꼈다. 해상도의 문제도 있지만 렌즈에서 오는 차이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오큘러스 CV1의 렌즈는 일반적인 원형 렌즈가 아니라 모서리가 둥근 네모형태를 약간 띄고 있고, 곡률도 일반적인 렌즈와 좀 다르다. 이는 오큘러스사에서 나름의 광학적 연구를 통해 구성한 새로운 형태여서, 색수차나 주변부 초점 등의 복잡한 광학적 문제를 고려한 결과라고 볼 수 있겠다. 그래서인지, 내 눈과 디스플레이 사이에 렌즈가 하나 있다는 느낌을 가장 적게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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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이 기존 원형 렌즈, 우측이 오큘러스 CV1에 쓰인 렌즈.
출처 - ifixit.com


컨텐츠를 실행하는 퍼포먼스는 아무래도 PC 사양을 타기 때문에 딱 잘라 말하기 어렵지만, 어쨌든 권장 사양의 PC라면 프레임이 끊기는 등의 버벅임은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테스트하는 과정에서 그런 류의 퍼포먼스 문제는 전혀 없었다.


모 게임개발사에서 시연을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던 터라, 아직은 출시되지 않은 터치 콘트롤러도 사용해볼 수 있었는데, 매우 인상적인 성능을 보여줬다. 오큘러스의 터치 콘트롤러는 PS VR처럼 카메라를 사용하는 방식이지만 원리는 조금 다르다. 카메라 시야각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는 매우 안정적으로 작동하며, PS VR과는 달리 떨림 현상이나 어색한 작동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손안에 쥐어 잡는 형태의 그립을 유도하는 외형 덕분에, 다양한 손의 움직임을 사용할 수 있다. 카메라를 벗어나면 당연히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문제는 PS VR과 동일하다. 단, 카메라를 벗어났을 때 PS VR은 때때로 아주 엉뚱하게 작동하는 반면, 오큘러스 터치 콘트롤러는 그 엉뚱함이 덜한 편이다.


터치 콘트롤러를 제외하고, 사용자의 머리 위치를 트래킹하는 헤드 포지셔닝 성능도 매우 뛰어난 편이다. 자세를 낮춘다든가, 몸을 기울여 앞을 향한다든가 하는 것을 매우 정확하게 잡아내며 딜레이도 느낄 수 없다. 단, 이 기능 역시 카메라 시야각을 벗어나면 작동하지 않고, 카메라 1대의 시야각 한계가 존재하므로, 사실상 방안을 막 걸어 다니면서 플레이를 할 수는 없는 셈이다. 


* 기타 잡다한 것들


누차 말하지만 PC VR은 키보드와 마우스를 써야 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물론, VR 환경 내에서 이것저것 수행할 수 있는 메뉴가 제공되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사실상 HMD를 벗고 모니터를 보며 이것저것 준비한 후, 준비가 되면 HMD를 쓰고 사용해야 하는 패턴이 더 일반적인 상황. 이 부분이 큰 숙제 중 하나라고 볼 수 있겠다. 


* 총평


상징적인 브랜드답게 디자인, 성능의 매끈함은 독보적


터치 콘트롤러가 미출시 상태이므로, 아직은 손발이 묶인 상태


그럼에도 불구하고 PS VR보다 돈이 많이 든다는 것도 문제


하지만 화질적인 면만 놓고 보면 현존 최고 성능이라 해도 무방하다.




HTC V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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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스마트폰 회사로 알려진 HTC사가 게임 중독자들을 양산하기로 유명한 Steam의 Valve사와 함께 개발한 VIVE. 두 회사의 관계만 놓고 보면, 앞으로 다른 회사가 Steam VR용 하드웨어를 만들 수도 있고, HTC가 다른 플랫폼에 호환되도록 만들 수도 있는 식이다. 어쨌든 지금은 둘 간의 제휴관계가 서로에게 유일해서, 사실상 합작 제품인 셈이다. 


뭐니뭐니해도 VIVE를 가장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라이트하우스(Lighthouse)라 불리는 모션트래킹 기술이다. 


* 가격


미화 기준으로 799달러에 HMD와 컨트롤러가 모두 포함돼있다. 가격만 놓고 보면 가장 비싸긴 하지만, 오큘러스 CV1의 제품 패키지에는 터치 콘트롤러가 포함돼있지 않으므로 콘트롤러가 200달러라고 생각하면 대충 비슷한 가격인 셈이다. 향후 오큘러스의 터치콘트롤러 가격이 어떻게 책정되느냐에 따라 가격 경쟁력은 좀 달라질 수 있겠다. 


오큘러스와 마찬가지로 고성능의 PC를 필요로 한다. 요구사항은 오큘러스와 비슷한 수준. 결국 이에 맞는 고사양 PC가 없는 사람이라면 100만 원 이상을 주고 새로 맞추거나, 기존 PC를 업그레이드해야만 사용할 수 있겠다. 


* 출시 일정


지난 2016년 2월에 예약을 받기 시작해서 현재는 그냥 돈 내면 살 수 있다. 다만, 한국은 정식 출시국가가 아니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 중인 경우는 미국, 중국, 일본 등을 통해서 들여온 케이스. 홈페이지상에서의 주문 후 배송 일정을 기준으로 하면, 오큘러스에 비해서는 주문 후 수령까지 대기 시간이 적은 것으로 파악된다. 


* 물리적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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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상으로만 보면 PS VR과 오큘러스 CV1의 중간쯤 으로 보이지만, 실제 착용감은 오큘러스 쪽에 훨씬 가깝다. 좌우의 밴드로 조여주고, 앞뒤를 가로지르는 밴드가 지지해주는 형태.


디자인상으로는 3사 제품 중 가장 투박한 편이다. 착용했을 때 눈 주변에 닿게 되는 스폰지 느낌의 재질이나, 케이블 처리 등에서 그렇다. 실제 착용 시, 케이블의 존재감이 3사 제품 중 가장 많이 느껴진다. 아마도 형태상 케이블이 머리 위를 가로지르게 돼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보통 VIVE를 체험할 수 있는 환경에서는 보통 이 케이블 홀더를 천정에 달아두곤 한다. 


오큘러스는 개발자 버젼에서 소비자 버젼으로 넘어오면서 디자인이 환골탈태한 반면, VIVE는 밴드 디자인을 빼고는 거의 비슷한 느낌이어서 아쉽다면 아쉬운 부분. 한편으로는 어차피 쓰고 있으면 사용자는 외형을 볼 수 없으므로, VR기기의 디자인이 뭔 상관이냐는 충분히 생각을 할 수 있다.


쓰고 벗는 과정은 어떤 면에서 오큘러스보다 편한 면이 있다. 특히, 두꺼운 뿔테안경만 아니라면 안경을 쓰고도 어느 정도 착용이 가능하다. 또, 오큘러스와는 달리 헤드폰이 내장돼있지 않고, 3.5 이어폰 잭이 달려있어 탈착이 더 용이하다. 


* 사용 성능


화질 면에서는 오큘러스와 PS VR의 중간쯤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사실 전체적인 사용감에서는 나름 충분한 화질을 보인다. VR의 화질에 있어서 ‘거슬림’의 기준선이 VIVE와 PS VR의 사이쯤에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이 개인적 생각. 


사실 가장 중요한 건 앞서 얘기한 라이트 하우스 콘트롤러다. 이 덕분에 VIVE의 사용은 다른 기기들의 사용과 근본적인 차이를 지닌다. 이 기술은 카메라를 사용하지 않고 ‘베이스 스테이션’이라 불리는 2대의 적외선 레이저 발광장치를 사용한다. 다소 복잡한 설치와 설정 과정을 거치면, 일정 공간이 VR 내에서 그대로 동기화된다. 


말이 좀 어려운데, 쉽게 말하자면 그냥 걸어 다니고 뒹굴고 점프하고 엎드리고 하는 모든 행동을 VR 안에 그대로 반영할 수 있다는 얘기다. 오큘러스나 PS VR처럼 카메라를 사용하는 경우 카메라를 등지고 손을 움직이면, 손이 등에 가려질 때 문제가 생기는 반면, VIVE는 설정된 공간 내에서 뭔짓을 해도 되는 셈이다. 물론 콘트롤러를 옷 속에 숨기거나 하면 안 된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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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런 모양이 연출된다. 


이렇게,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훨씬 넓고, 그 정밀도 또한 놀라운 수준이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가장 첨단이라 할 수 있는 컨텐츠들은 대부분 VIVE로 만들어진다. 구글의 틸트브러시(Tilt Brush)라는 3차원 그림 그리기 앱 같은 경우는, 처음 해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푹 빠져들 정도로 압도적인 몰입감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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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공간에 3차원으로 뭔가를 만드는 경험. 동영상 링크 참고.



콘트롤러의 그립감은, 다소 투박한 편이어서 오큘러스 터치 콘트롤러에 비해 아쉬운 면이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터치패드이면서 동시에 십자 버튼의 역할을 하는 패드부분이 오큘러스보다 더 좋은 사용감을 준다. 그리고 정밀도와 워낙 좋기 때문에, 사실 그립이 좀 투박한건 별로 신경쓰이지 않는다.


하지만, 문제는 그러한 기술을 활용한 고퀄 컨텐츠들이 아직까지는 마구 쏟아져 나온 상태가 아니라는 사실. 그렇기 때문에 이 기능을 일반 가정 내에서 얼마나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 


* 기타 잡다한 것들


어쨌든 VIVE는 SteamVR 기기이기 때문에 Steam이라는 플랫폼 자체에 익숙하지 않은 사용자라면 다소 생소할 수 있다. 게다가 라이트 하우스 기능을 쓰기 위한 베이스 스테이션의 설치와 설정 과정은,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다고 절대 말할 수 없다. 무선 인터넷 공유기를 혼자서 설치할 수 없는 사람이라면, 라이트하우스를 혼자 설치하는 건 꿈도 꾸지 않는 것이 좋겠다. 그러므로, 어느정도의 IT 지식이 있는 덕후들(또는 그런 친구나 가족을 둔 사람들)을 타겟으로 한 제품이라 볼 수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VIVE 라이트하우스 설치를 돈 받고 대행해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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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얼의 일부 내용. 딱 봐도 아무나 할 수 있을 일이 아니다.


또한 이 라이트 하우스를 잘 활용하려면 어느 정도 넓직하면서 장애물이 없는 공간이 필요하다. 너무 좁으면 사실상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줄어들기 때문에 PS VR이나 오큘러스 대비 장점이 희석된다. 장애물이 많은 환경이라면 여기저기 마구 부딪히면서 깨부수고 엎어지고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 총평

라이트 하우스 시스템으로 인해, 현시점 가장 앞서나간 VR 기기라고 볼 수 있다. 


돈을 주면 바로 사서 쓸 수 있다는 것도 장점.


VR의 끝장을 볼 덕후라면, 가장 탐내볼 만한 제품


설치나 설정의 어려움, 사용환경, 케이블 연결 등을 고려할 때 일반 대중을 위한 제품이라고 보긴 어렵다. 




마무리

이로써 현 시점에서 구매할 수 있는 VR 제품들을 살펴봤다. 이 밖에도 몇몇 제품들이 있지만 아직 구매가 불가능하거나, 컨텐츠가 확보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지금은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시장 판도를 볼 때, 현재로써는 오큘러스가 중간에 애매하게 껴있는 형국이다. 싼 것도 아니면서, 컨트롤러는 미출시 상태, 게다가 주문하고 한 달은 기다려야 받아볼 수 있다. 컨텐츠가 많이 쌓인 상태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할 때, 사실 아직까지는 얼리어답터들이 주 소비자층인데, 이들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속도가 다소 더디다. 다만, 터치 콘트롤러가 어떻게 출시되느냐에 따라 아직 한방이 남아있다고 볼 수 있다. 가격이 200불보다 저렴하면서, VIVE 라이트하우스와 비슷한 수준의 사용성을 제공한다면 승산은 있는 셈.


지금 이 순간에도 다양한 제품들이 새로운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직까지 어떤 제품이 최고라고 속단하긴 어렵다. PS VR의 정식 출시가 몇 달 남아있으므로, 그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지느냐에 따라올 연말 VR 시장에 대한 총평은 바뀔 게다. 그런 면에서 3사의 제품이 모두 정식출시된 이후인 올해 4분기가, 아마도 VR의 역사에 가장 중요한 시점이 될 것으로 전망할 수 있겠다. 


사실 이 3사 제품 모두 가격대가 상당하므로, 어떤 결과가 나오든 대부분의 일반 대중들과는 거리가 있는 얘기일 게다. 하지만 전편에 다뤘던 모바일 VR도 매우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으므로 1~2년 새 VR이 일반 대중들의 삶에 큰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도 아직 배제할 수 없다. 


말 많은 VR이 과연 똥인지 된장인지, 그 냄새라도 맡아 볼 수 있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이런저런 설레임을 갖고, 올해 연말을 기다려보자.


앞으로도 시장의 큰 변곡점이 생길짝 시면, 간헐적으로 소식을 전해드려보겄다. 


비주기적인 연재에 다시금 독자덜과 편집부에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끝. 
 







[지난 기사]


1 : 열풍의 배경

2 : VR의 때 이른 숙제

3. : VR 구매 가이드 (상)







춘심애비

트위터: @miiruu


편집: 딴지일보 coco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