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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6. 16. 화요일

에너지전환









자, 지금까지 화석에너지와 재생에너지에 대한 이야기를 주구장창 했으니, 이제 끝으로 돈 얘기 함 해보자. 세상만사 늘 이게 문제지. 이걸 둘러싸고 밥그릇 싸움도 하는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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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그릇 싸움의 1인자

 

일단 민간 경제 부문은 논외로 하고 국가 재정만 얘기해 볼게. 사경제야 지돈 가지구 지가 알아서 하는 거니 한화가 큐셀을 쌈 싸먹든 튀겨먹든 내가 뭐라 할 게 없잖아. 하지만 세금이나 공과금 걷어서 쓰는 정부 예산, 기금은 제대로 쓰이는지 살펴보고 요구할 권리가 있으니까. 더구나 이것들이 말로는 우리보고 주인이라고 하면서도 신경 안 쓰면 머슴들끼리 주무르고 나눠 먹고 아주 가관이거든.


현재 우리는 도시가스(LNG)나 통가스(LPG)를 사서 밥을 짓고 난방을 해. 도시가스가 들어가지 않는 경우는 석유나 드물게는 연탄으로 난방하기도 해. 시골에서는 화목보일러를 쓰기도 하고. 그리고 거의 모든 지역에 전기가 들어가니까 전기로 가전제품을 사용해. 요즘 우리나라는 전기가 싸다 보니 냉방은 물론 난방까지 전기로 하는 경우가 많아졌어. 자동차를 움직이기 위해 주유소에서도 휘발유나 경유를 구매해. 이렇게 우리는 곳곳에서 에너지를 사서 쓰고 있지.


그런데 이렇게 활발하게 에너지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액수의 국가 재정이 필요해. 석유고 가스고, 전기고 간에 각자 돈 내서 사 쓰는 데 뭔 나랏돈이 들어 가냐고? 세상일이 어디 시장에서 다 이뤄질 수 있나. 시장에서 못하는 일, 시장의 실패를 메우는 일은 정부에서 해줘야지. 더구나 전력산업 같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거나 독점적 구조 때문에 공공성의 확보를 위해 정부가 개입해야 하는 부문도 있어.


그렇담 다음 질문. 현재의 에너지 체제가 굴러가도록 하려고 우리는 얼마나 많은 공공 지출을 하고 있을까?


올해 예산과 기금을 분석한 결과 에너지 관련한 중앙정부의 재정 규모는 총 13조 2,187억 원이래. 이 중에 올해 지출하는 액수는 6조 5,789억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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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국회 김제남 의원(정의당)실의 자료 협조로 에너지전환연구소에서 집계한 자료


산자부에서 관장하는 에너지 및 자원사업 특별회계의 지출 항목을 보면 어디에 돈이 들어가는지 대강을 볼 수 있어. ▲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을 위한 국내외 자원 개발, ▲ 석유 비축과 석유가스 품질 관리 등 에너지 공급 체계 구축, ▲ 가스 안전 등 에너지 안전 관리, ▲ 에너지 기술개발 등등. 현재의 에너지 수급 구조가 안전하게 돌아가도록 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데, 그중에서 시장이 해내지 못하는 부분에 공공 지출이 이루어지는 거야. 요즘은 도시가스를 사용하는 열병합발전소를 지으려고 해도 주변에서 난리부르스를 쳐대니 발전소 주변 지역을 지원하는 법이 있을 정도야. 뭐, 이런 돈도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나가는 돈이고.


이런 돈은 어디서 나올까? 당근빠따 국민의 주머니지. 우리가 내는 세금과 공과금에서 조성되는 거야. 일반회계는 소득세나 부가가치세 등 보편적인 세금에서 나눠 쓰는 거고, 특별회계와 기금은 세입이 정해져 있어. 에너지 및 자원사업 특별회계는 석유수입부담금이 주요 세입원이야. 휘발유와 경유 소비자에게 부과되는 세금인 교통에너지환경세는 80%를 교통시설 특계가 가져가고 15%는 환경개선 특계, 2%는 지역발전 특계로가. 에너지 특계로는 2%만이 배정되지.


전력산업기반기금은 우리가 내는 전기료에서 3.7%를 떼어내 조성한 기금이야. 방사성폐기물관리기금은 원전 운영사가 배출하는 폐기물량에 따라 부담하는 돈인데, 당근 우리가 내는 전기료에 포함되어 있어. 원자력연구개발기금 역시 원자력발전사에게 1kWh당 1.2원씩 부담시켜 조성해. 결국은 전기료에 전가되어 우리가 매달 내는 돈이지.


그니까 전체적으로 에너지 분야 재정은 일반회계의 일부 예산과 우리가 에너지 사용 과정에서 내는 세금이나 부담금으로 조성되는 특별회계와 기금으로 이루어진 재정이야.


그럼 회계와 기금별로 에너지와 관련한 예산을 함 살펴보자.


정부에서 에너지 정책을 관장하는 부서는 산업통상자원부야. 산자부는 에너지 및 자원사업 특별회계와 전력산업기반기금, 방사성폐기물관리기금 등 에너지 관련 특별회계와 기금을 운용해. 산자부는 일반회계에서도 에너지 쪽에 쓰는 돈이 있는데, 산업 진흥 차원에서 플랜트 엔지니어링 핵심기술 개발사업(심해 석유가스 개발 기술)이나 그린카 등 수송시스템산업 핵심기술 개발 등에 투자해.


미창과부(미래창조과학부)도 연구개발을 관장하는 부서라 에너지 쪽에도 투자하는데, 특히 원자력 분야에 나가는 돈이 많아. 일반회계의 기술개발 중에 원자력진흥 항목이 있을뿐만 아니라 원자력연구개발기금을 따로 운용하기도 해. 정보통신진흥기금 중에서는 스마트 그리드 보안 실증 및 지원 예산이 잡힌 거야.


이번 정권에서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위상이 낮아진 원안위(원자력안전위원회) 예산은 순전히 원전 때문에 나가는 돈이야. 국토교통부는 건설 쪽에서 원자력 진흥과 건축물 에너지 효율화, 교통 쪽에서 저탄소 교통 체계 등의 사업 예산이 일반회계에 편성된 거야. 국교부는 또 교통시설특별회계에서 유가보조금 관리시스템을 유지하기도 해.


환경부는 환경개선특별회계를 통해 기후변화 대응 사업을 하는 데 많은 부분이 에너지 분야와 관련돼. 지역발전특별회계는 노무현 정부 때 제정한 국가균형발전 특별법에 의해 지역 개발 사업을 위해 편성하는 예산이야. 이 중에는 더러 에너지 관련 산업이나 시설을 지원하는 예산이 들어 있어.


이렇게 에너지 관련 예산은 산자부를 중심으로 원안위와 미창과부, 환경부, 국교부에서 지출하는데, 이를 에너지원과 분야별로 구분해 보니 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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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국회 김제남 의원(정의당)실의 자료 협조로 에너지전환연구소에서 집계한 자료


1차 에너지원 중에서는 원자력발전에 들어가는 돈이 1조 8,144억 원으로 가장 많고, 다음이 화석연료 1조 3,333억 원, 재생가능에너지에는 앞의 1/3과 1/2 수준인 6,797억 원을 쓰겠대. 아마 더러는 이제 보급 초기 단계인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지원만 있는 줄 아는 사람들도 있어. 그런데 실제로는 원자력과 화석연료 분야에 더 많은 재정 지출이 이뤄지고 있는 거지. 이런 배분 비율엔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반영되어 있어. 현 정부의 원전 중시 정책은 새누리당의 비례대표 1번을 원전학자 출신으로 내세울 정도지.


원자력발전 관련 예산이 그동안 특별대우를 받아온 걸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게 바로 원자력문화재단 지원 예산이야. 업계의 출연금으로 운영하는 미국, 일본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해마다 수십억 원(2012년 85억, 2013년 76억 5천만 원, 2014년 56억 7,700만 원, 2015년 53억 9,300만 원)을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지원해. 이들은 이 돈으로 매일 저녁 공중파를 통해 공익광고라는 이름으로 원전을 홍보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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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8시 드라마의 대사

출처 - 뉴스타파


하지만 이제 우리의 에너지 정책 방향과 그에 따른 재정 지출이 제자리를 찾을 때가 되었어. 지금까지 에너지에 대해 살펴본 바에 따르면 우리의 에너지 정책은 에너지 효율화를 통해 수요를 감축하고, 에너지원 구성에서 재생가능에너지의 비중을 높여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어. 에너지 관련 재정의 지출은 이 목표에 집중되어야 해.


오히려 에너지 소비를 늘리는 쪽으로 작용하는 예산 집행은 이제는 지양해야 해. 80%를 도로 건설에 사용하는 교통에너지환경세의 배정 비율이 재조정되어야하는 까닭이지. 에너지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다시 에너지 소비를 촉진하는 대표적인 사례야. 도로를 더 만들면 에너지 소비가 늘어나는데 그 돈은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걷은 돈이니까.


또한 96%의 1차 에너지원을 수입에 의존하는 현재의 에너지 공급 구조에서 여전히 원전과 화석연료에 대한 지원이 관성적으로 이루어지는 건 매우 잘못된 재정 지출이야. 고리1호기가 발전을 시작한 지 38년, 도시가스가 우리나라에 도입된 지는 30년이지만 석탄과 석유가 사용된 건 100년을 넘었어. 그럼에도 여전히 화석연료와 원전은 공공 재정의 지원을 요구해. 이제 젖을 뗄 때도 되었잖아?


우선 원전 관련 예산에서 안전과 폐기물 처리, 폐로 분야를 제외하고는 재생가능에너지의 보급 확대로 돌려져야 해. 이를 위해 우선 올 정기국회에서는 내년 예산 심의 시 원전과 재생가능에너지 관련 예산을 같은 수준으로 맞춰 주었으면 해.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쉽지 않을 테니 원전업계에는 단계적 축소라는 명확한 신호를 보내고, 초기 단계에서 지원이 필요한 재생가능에너지 보급 확대엔 재정 배정을 늘려 주어야지.


끝으로 올해 4월 김용 세계은행 총재가 가디언지와 인터뷰(기사원문)에서 했던 말을 소개할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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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was crazy that governments increased the use of coal, oil and gas by providing subsidies for consumers."

(정부보조금을 지급해 석탄과 석유, 가스 사용을 늘리는 것은 미친(crazy)짓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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