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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을 또 다른 거짓말로 돌려막다가 조때는 경우가 있다.


영화에서 멍청한 잡범이 금방 들통 날 거짓말을 줄줄이 늘어놓다가 형사한테 진술서 뭉치로 대갈통을 얻어터지는 장면이 나오면 사람들은 킥킥거리며 저런 머저리를 봤나, 할 거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나면 영화 속 찌질한 잡범 대신 검사장이 범인으로 등장한다. 이 차이가 키득거리던 비웃음을 단번에 사라지게 만든다.

 

진경준 검사장은 2016년 3월 25일 관보에 게재된 공직자 재산변동상황에서 넥슨 주식 801,500주를 팔아 126억461만7천 원을 벌었다고 성실히(?) 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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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주식 대박'을 터트린 진경준 검사장의 전략은 이랬다.

 

(1) 상장 직전의 주식을 매입한다. => 상장을 통해 값이 오른 주식을 팔아 이익을 실현한다. => (2) 더 늘어난 자금력으로 보다 주가 상승이 확실시 되는 우량한 주식을 매입한다. => 적절한 시점에 주가가 상승한 주식을 팔아 최초 종자돈의 30배 정도의 수익을 얻는다.

 

밥 아저씨 그림 그리는 것처럼 참 쉽다.

 

하지만 이 대박 투자의 비법은 일반인이라면 알고도 할 수 없는 일인데,


(1) 우선 종잣돈이 없다. 상장을 눈앞에 둔 주식을 적금 몇 천만 원 깨서 살 수 있겠는가? 물론 진경준은 서울대학교 동창인 넥슨 김정주 회장에게 4억 원을 받아 간단히 처리했다.


(2) 주가가 오를 것으로 확실시되는 주식에 대한 정보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쉽지 않다. 하지만 내부자는 알 수 있다. 기업의 경영진이라면 주가가 상승할 만한 호재를 내부정보를 통해 미리 알 수 있다. (공시 전에 이 정보를 외부인에게 알리거나 특수 관계인인 경영자가 주식거래를 통해 이익을 실현하는 것은 엄연한 범법행위이다.)


진경준은 검사라는 직위로 기업의 내부정보를 미리 볼 수도, 요구할 수도 있는 자리에 있었다. 아니 김정주 회장이 알아서 얘기해줬을 것이다. 이전에 4억 원의 주식매입대금을 지원하는 순간부터 진경준이라는 미래의 보험을 들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이 사건에서 사람들이 괘씸해 하는 것 중 하나가 최초의 넥슨 주식 매입대금 4억 원을 자신의 돈이라고 했다가, 처가에 빌렸다고 또 거짓말을 했다가, 넥슨의 김정주 회장에게 받은 돈이라고 계속 거짓말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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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원문 - 시사인

 

진경준은 왜 거짓말을 했을까?

 

아마도 위태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다 보니 나온 고위공직자의 충정에 의한 행동이 아니었을까 싶다.


최근 조선. 해운 등에서 시작된 부실한 기업회계감사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2005년 진경준이 받은 돈 4억 원은 기실 김정주 회장의 돈이 아니라 넥슨의 돈이었다. 그렇다면 그간 넥슨의 부실한 회계 관리는 외부감사를 통해 문제점을 찾지 못했다는 의혹이 생길 수 있다.


외부회계감사가 무용하다는 것은 결국 대한민국의 금융, 조세, 산업이 흔들릴 만한 일인 것이다. 그래서 진경준은 끝까지 진실을 말하지 않으려 노력했을 것이다.

 

또 하나는 국민 대부분이 허리를 휘게 하는 사교육 시장의 성장을 막기 위한 결단이었을 것이라 추측할 수 있다. 서울대학교를 나와서 검사를 하든 기업을 하든 일단 서울대만 나오면 동문들의 도움으로 성장 가도를 달릴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그간의 기대가 이번 사건을 통해 정론화된다면 자식만은 가난에 시달리지 않게 하겠다는 어미, 아비들이 우리 자식을 서울대에 보내겠다고 유명 입시 학원과 족집게 과외에 전 재산을 때려 부을지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구국의 결단으로 어쩔 수 없이 연이은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던 진경준 검사장의 마음을 이해하기 어려운 분들에겐 첨부하는 공직자 재산 신고현황을 통해 고위공직자의 청렴한(?) 자세를 직접 확인해 보시라 권하고 싶다.


아마도 바쁜 공무 중 서민의 삶에 작은 도움이나 되고자 집 없는 서민들과 소상공인을 위해 아파트와 주상복합건물을 임대해주신 것으로 보이는데, 혹시 임차수익이나 노리는 불한당으로 비치지 않을까 다소 걱정스럽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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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 @CEOJeonghoonLee


편집 : 딴지일보 퍼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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