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훈육
저희는 둘째가 있습니다. 둘째는 자폐가 있는 첫째의 좋은 친구죠. 지금은 그렇습니다만, 시간이 지나면 둘째는 첫째가 다른 사람과는 다르다는 것과 다른 사람들이 첫째를 꺼려한다는 것을 깨달을 겁니다. 부모님은 첫째와 사이좋게 지내라고 했는데 다른 사람이 싫어하는 것을 보니 나도 싫어지는 마음을 어떻게 해야 하나, 그때부터 혼란을 겪겠지요.
부모는 둘째와도 많은 대화를 해야 합니다. 둘째는 첫째와 부모님을 이해하면서 의료나 교육에 관심을 가지겠죠. 첫째나 둘째나, 혹시 있다면 모든 형제자매들에게도, 부모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훈육 방침은 ‘이 아이와 평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결정됩니다. (여기서부터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먼저 아이가 사회의 기본적인 룰(‘남을 해치지 말아야 한다’와 같은 정말 기본적인)을 이해하고 살 수 있는 아이인지 아닌지를 구분해야 합니다. 기본적인 룰을 이해한다고 하면 체벌은 필요 없을 수도 있지만, 아니라고 한다면 체벌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손바닥으로 엉덩이를 때리고 있습니다. 아마도 교육계나 의학계에선 체벌은 하지 말라고 하겠지만, 첫째는 잘못을 했을 때 말로 타일러도 잘못을 거의 인지하지 못합니다. 말도 들으려고 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잡아놓고 엉덩이를 때리죠. 제 말에 집중하니까요.
대부분의 부모들이 ‘내 새끼, 장애가 있으니, 말도 못 알아들으니 놔두자’고 생각할 듯 합니다. 그러나 제가 다니는 특수학교의 부모들 중에서는 어릴 때 내 말을 듣도록 잡아놓을 걸 후회하는 부모들도 많아요. 다 커버리면 훈육하기 상당히 어려워지거든요. 어느 정도의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아이를 밖으로 데리고 다니기조차 힘듭니다.
비단 저의 말이 아니더라도 선생님의 말이나 다른 친구들의 말도 들어야 합니다. 우리 아이가 끔찍한 사건의 가해자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물론 대부분의 경우 우리 아이는 친구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피해자가 되겠지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가해자가 되는 것보다는 나으니까요.
예컨대 얼마 전에 자폐1급 고등학생이 영아를 건물에서 떨어뜨려서 사망케 한 사건이 있었죠? 부산의 모 특수학교에 다니던 학생이었습니다. 법원은 심신상실 등의 이유를 들어서 무죄를 선고했고, 피해자의 부모는 그 감정을 어디에 부딪칠 길이 없어서 힘들어했습니다.
어느 열댓 살짜리 자폐아는 성욕을 엄마에게 풀려고 한다고 합니다. 그 엄마가 힘으로 막긴 하는데 힘들다며 오열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아빠가 자폐가 있는 아들을 죽였다거나, 혹은 동반자살하는 뉴스도 많이 봅니다.
그 심정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사회적 안전망이 워낙 그지 같아야지요.
부모로서 할 소리는 아니지만, ‘이 아이가 없으면 좀 행복할 텐데’라는 생각을 할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살아가는 것은 아이가 가끔 부모에게 보여주는 웃음 때문이 아닌가 싶네요.
여튼 아이를 자기 통제 하에 두도록 노력하는 것이 롱런하는 길인 거 같습니다.
(뱀발) 부모가 사망한 이후에 아이는 누가 돌볼까요? 사단법인 한국자폐인사랑협회와 사단법인 한국성년후견학회가 함께 발달장애인을 위한 신탁의사결정지원센터를 설치‧운영 중입니다. 부모의 상속재산을 신탁의사결정지원센터에서 안전하게 보관하고 신탁계약이 정한대로 정확한 지출이 이루어지도록 지원하는 곳이죠.
8. 자폐의 원인
자폐증의 발견과 연구의 역사는 상당히 짧습니다. 1943년, 미국 정신과 의사인 레오 카너가, 또 비슷한 시기에 오스트리아의 한스 아스퍼거라는 과학자가 자폐(카너 증후군, 아스퍼거 증후군)를 소개합니다.
(좌) 레오 카너 (우) 한스 아스퍼거
초기엔 1,000명 중 한 명이라고 했는데, 의료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영아사망율이 현저히 낮아지면서 현재는 30~50명에 한 명꼴로 나타난다고 합니다.
예전엔 가정 내 교육방식, 물질적 환경요소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었으나 요즘은 후천적인 요인은 거의 배제되고, 유전이나 엄마 뱃속에 있을 때 생긴 문제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지난번에 말씀드렸듯이 통계적으로, 아빠 나이가 35세가 넘으면 자폐비율이 높아지고, 엄마 나이가 35세가 넘으면 다운증후군 비율이 높아집니다.
먼저 임신기간 중의 스트레스와 관련하여 적습니다. IT가 발달한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의 자폐 빈도를 보면 IT가 발달한 지역의 자폐아 출생 빈도가 높습니다.
미국의 1950년대 논문으로 기억하는데, 대도시와 농촌의 자폐아 출생 빈도를 보면 대도시가 높다고 합니다. 대도시에 사는 임산부가 더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 아닐까 추정합니다. 임신기간 중에 자연재해로 인한 강력한 스트레스가 있었던 경우에도 자폐아 출생 빈도가 높았다고 합니다(알래스카에서 6개월 동안 눈보라로 물자 유통이 거의 되지 않았을 때 자폐아 출생 빈도가 상당히 높았다네요).
분만 시의 문제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분만 시 아이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합니다. 스트레스로 인하여 아이의 뇌에 스트레스 독성 물질이 분비되는데, 이것이 뇌의 신경세포를 파괴한다고 하네요. 산모는 자궁수축을 위하여 엄청난 양의 옥시토신을 분비하는데, 이 옥시토신이 아이의 뇌에 흘러가 스트레스 독성 물질을 제거한다고 합니다. 출산 시 맞는 무통주사도 옥시토신 분비를 줄어들게 한다고 합니다.
유전적인 문제를 살펴보자면, 일란성쌍생아의 경우 한쪽이 자폐면 다른 쪽도 자폐일 확률이 90%에 달한다고 하며, 형제 중에 자폐아가 있을 경우, 다른 형제도 자폐일 확률이 매우 높다고 합니다.
자폐가 발생하는 비율은 남:여가 4:1 정도입니다.
9. 새로운 치료 가능성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은 자궁수축 뿐 아니라 상호작용에 도움을 주는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본에서 최근에 성인 자폐장애인에게 옥시토신을 투여함으로써 상호작용의 증진을 도모하는 연구가 진행되었는데요. 일정량 이상을 투여하면 확실히 상호작용 효과가 증가한다고 합니다.
치료의 효과는 18~72개월 사이에서 주로 나타난다고 하여, 우리나라에서 이 시기에 집중하여 옥시토신을 투여하는 연구가 진행되었습니다. 상호작용에 증진에 대한 효과는 매우 뛰어났으나, 성조숙증 및 성기에 대한 자극에 집착하는 등의 부작용도 있어서 중단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상호작용 증진효과는 투여를 중단한 이후에도 지속되었다고 하네요.
10. 마무리
많은 자폐아 부모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이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에피소드는 많이 못 적었네요.
애를 훈계하지 않고 가만히 놔두면 애가 저렇게 돌아다니는데 왜 놔두느냐면서 잔소리를 하는 분들도 많고, 애를 혼내고 야단치면 난리를 피면서 우는 바람에 아동학대의심신고가 들어왔다며 집에 경찰이 온 적도 있었네요. 가끔 첫째가 자면서 응가를 하기도 합니다. 그거 치우다가 응가가 새서 밤중에 빨래를 몇 번 했습니다.
되돌아봐도 한숨이요. 앞을 생각해도 한숨이네요. 그래도 살아가야하지 않겠습니까. 자폐아를 가진 부모님들 화이팅입니다.
[총정리]
1. 빠른 발견과 치료가 있으면 나중에 좀 편할 수 있다.
2. 장애인 등록하면 성인 전까지 조금 혜택이 있다.
3. 부모가 아이를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 기사
2. 장애인으로 키울 것인가, 비장애인처럼 키울 것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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