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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환경

마이클 센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에는 'Operation Red Wings'의 사례가 등장한다. CIA는 빈 라덴의 최측근인 Ahamd Shah의 위치 첩보를 확보하고 바로 네이비 씰 10팀을 2005년 6월 27일에 투입한다. 그러나 이 작전은 민간인들에게 노출되고, 그 이후에 벌어진 몇 가지 바보 같은 일들의 결합에 의해 한 명의 생존자만 남기고 19명이 전사하고 만다. 마이클 센델이 던졌던 질문은 "노출 될 것이 불보듯 확실함에도 민간인을 살려두는 것이 맞는가?"라는 질문.

하지만 이거, 민간인과 조우한 부대가 세계최강임을 자부하는 씰요원들이었으니까 죽이느냐 살리느냐를 가지고 논박을 했던 것일 뿐이다. 적지에 투입된 특수부대가 민간인과 조우하면 거의 백이면 백, 민간인을 죽인다. 작전의 수행을 위해서. 1996년 9월의 강릉 북한 잠수함 침투 사건에서도 북한 정찰조는 자신들의 도주로에 민간인이 나타나면 조용히 죽이고 도망갔잖는가.

'정의'를 정의하는 강의실에서야 '내가 죽을 것을 알고도 무고한 민간인을 풀어줄 것인가/말것인가'가 토론주제가 될 수 있지, 실제 현실에선 이미 그런거 정리된 지 오래다.

인간성?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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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노스캐롤라니아 대학의 프랭크 포터 그레이엄 역사 교수 크리스토퍼 R. 브라우닝의 '아주 평범한 사람들'에선 사회 하층 계급의 평범한 중년 남성으로 구성된 101예비경찰부대가 38,000여 명의 유대인을 학살한 사례를 아주 심층적으로 담았다. 단 210명(이후 500명으로 증원)으로 구성된 이들이 참 성실하게 사람을 학살한 사례였기 때문인데... 이들은 세뇌된 이들도, 반유대주의적 신념 같은 것을 갖고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브라우닝은 그들이 그렇게 되었던 것이 '환경'이었다고 밝힌다.

인간의 이성이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던 근대, 그러니까 문명과 야만은 억만겁의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믿었던 것이 일종의 환상에 불과했다. 포스트 모더니즘이네 뭐네 하는 이야기들이 나온 것도 근대가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그 믿음이 박살났기 때문 아닌가.

인간은 환경에 쉽게 지배당할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행위도 쉽게 정당화한다.


2. BSO vs GSG-9

1970년 9월, 요르단의 후세인 국왕이 쿠테타를 진압한 후 군정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요르단에 살고 있었던 수천명의 팔레스타인들이 사망한다. 이를 기리기 위해 자신들의 조직 명칭을 Black September Organization이라는 단체가 탄생한다. 그리고 2년 뒤 1972년 9월. 한참 올림픽의 열기가 뜨겁던 뮌헨. 팔레스타인 테러단체인 '검은 9월단'이 선수촌에 난입, 이스라엘 올림픽 대표팀 11명을 인질로 잡고 이스라엘이 체포, 구금하고 있던 팔레스타인 포로 234명의 석방을 요구한다.

뭐 결과는 아시는 바와 같다. 인질 11명 전원사망. 그래서 조기가 계양된 최초의 올림픽 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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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대테러부대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은 개념적인 상태에서 머무르고 있었다. 그러다가 제대로 털린 독일, 제대로 된 대테러부대를 만들자고 해서 만들어낸 조직이 GSG-9이다. 그리고 뭐든 시스템을 만들어내면 철두철미한 독일 답게 대부분의 대테러 교범은 이들이 만들어서 전세계에 보급한다.

사실 전세계 대테러 조직의 대부분이 이렇게 만들어졌다. 테러가 터지면 무장경찰, 혹은 군을 투입했다가 탈탈 털리는 경험을 하게 되고, 이 경험 때문에 대응 조직을 만들게 된다. 이런 형태의 대응조직은 운영하는데 돈이 한 두푼이 들어가는 데 비해 실전 투입했을 때 결과물을 쉽게 얻을 수 있는 조직이 아니다보니 털리기 전에는 만들 생각을 잘 안하기 때문.

극히 최근까지만 하더라도 빡센 조직과 빡센 대응기관의 대립은 지구상의 아주 극소수 지역에서만 벌어졌었다. 테러조직이 한 나라에서 사고를 치는 횟수가 많아지면 그 나라의 테러대응팀, Response team의 작전 능력도 급속도로 향상되었으니까. 사회적 불만을 가진 이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이용해, 그러니까 시위 등을 통해 자신의 요구를 관철시키지 못할 때에 벌어지는 것이 테러고, 그 테러의 수위는 천차만별이었지만 대체로 그 사회의 진압능력과 비슷했었다.

그런데, 요즘은 이것도 깨졌다.


3. 2008년 인도 뭄바이 습격

2008년 11월 26일, 저녁 9시 30분, 비교적 최근까지도 빅토리아 역으로 불렸던 차트라파티 시바지 터미널에 두 명의 남자가 들어와 AK-47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이들로 인해 이 자리에서만 58명이 죽고 104명이 심하게 다쳤다.

이것은 시작이었을 뿐이다. 29일 저녁, 인도 중앙예비경찰대 Indian Central Reserve Police Force의 특별 조직인 긴급대응병력 The Rapid Action Force, 해병 특공대 Marine Commandos, 그리고 인도 내무부 산하의 특수부대인 국가보안경비대, National Security Guard의 연합작전이었던 검은 폭풍 작전(Operation Black Tornado)로 최종 진압하기에 이르기까지 최소 188명이 이 테러로 인해 사망했고 293명 이상이 부상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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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 수백 명이 폭탄 테러로 죽어나갔던 경우는 그 전에도 많았다. 하지만 이 즈음부터 뭔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 인도에서 테러가 터졌다고 하면 인도 경찰과 인도 언론들은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테러의 특징들로 봐서 "인류에 대한 이 범죄는 카슈미르의 독립운동을 벌이고 있는 라쉬카르 이 타이바(Lashkar-e-Taiba, 이하 LeT)에 의해 자행되었다"고 하면서 파키스탄 규탄하는 걸로 대충 마무리 되었었다.

그런데...

2008년 11월 28일, 영국의 인디펜던트지는 체포된 테러리스트들 중에 영국인이 있다는 보도를 한다. 그리고 시사인 70호(2009년 1월 12일자)에 묘한 기사가 실린다. "뭄바이 테러현장에 제3의 집단 있었다"는 기사로 뭄바이 테러 당시 누군가가 테러범 구실을 떠맡다가 제3의 집단에 의해 희생되었고, 제3의 집단은 유유히 호텔을 빠져나갔다는 의혹이 퍼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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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시사인(링크)

사실 조사과정에서도 이상한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사실 LeT는 인도를 상대로 하는 각종 테러에 연관되었던 조직이다. 그런데 이 테러에선 지역에서의 분쟁이라기 보다는 아주 국제적인 준비과정이 있었다. 예를 들어 최소한 세 개의 전화기 심카드가 이 테러에서 활용되었는데. 방글라데시에서, 그리고 일부 심카드는 미국 뉴저지에서 구입했던 것이었다. LeT는 이렇게 국제적으로 놀던 이들이 아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때, 테러범들은 자신들을 데칸 무자헤딘이라는 난생 처음 듣는 단체명을 들먹였었다.

마지막으로... 수상한 선물거래가 있었다는 썰도 돌았다. 인도 주가지수의 폭락을 예상하는 선물거래가 있었다는 것.

무엇보다 얘네들은 이전까지 인도 대륙에서 사건 사고 일으켰던 이들과는 너무 달랐다. 뭔가 어설픈 것이 인도 테러의 특징이었는데 프로페셔널들이 개입되어 있던 증거들이 너무 많았다. 인도군이 당나라 군대임을 저렇게까지 처절하게 알린 경우는 없었다. 이 테러는 지금까지도 많은 부분이 미스테리로 남아 있다.


4. 절망, 그리고 연결

2005년에 개봉했던 영화 <시리아나>의 마지막 장면은 여러 개로 나뉜다. 그 중 하나는 먼지만 풀풀 날리는 파키스탄의 겁나 깡촌에서 태어나 중동 부자 나라로 일하러 왔는데 사람 대접 죽어라고 못 받다가 이맘(lmām : 이슬람교 교단 조직의 지도자를 가리키는 하나의 직명)의 가르침에 빠졌던 청년이 고속 보트에 RPG를 달고 유조선으로 달려가는 것이었다. 대체로 테러를 저지르던 이들은 절망속에서 살던 이들이었다. 그러니 자폭테러도 하고 그랬던건데... 2001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이후 사태가 좀 많이 달라졌다.

국제분쟁전문PD인 김영미 PD가 2011년에 쓴 책이 <세계는 왜 싸우는가?>이다. 이 책에서 다뤘던 분쟁지역은 레바논,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탈레반, 체첸, 카슈미르, 이라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시에라레온, 소말리아, 콜롬비아, 미얀마... 그리고 무슬림의 한 종파인 시아파, 중동에 흩어져 살고 있는 쿠르드를 소개했다. 사실 지구상의 테러는 이 지역과 연계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희망보다는 절망이 지배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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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7월 7일 영국 런던에서 발생한 지하철, 버스 동시다발 자살폭탄테러의 범인들은 모두 파키스탄계 영국인으로 파키스탄의 원리주의 종교 교육기관에서 단기 교육을 받았던 이들이었다. 비교적 고등교육을 받은 제1세계에 안착한 제3세계 2~3세들이 탈레반과 연계된 원리주의 종교기관의 세례를 받고 폭탄테러를 일으키는,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던 것이다.

아프가니스탄 국경 근처의 파키스탄 마을들에 대한 미군과 연합군의 폭격 과정에서 사망한 민간인들에 대한 핏값을 묻는다는 게 명분이었지만 분쟁 지역과는 한 발 떨어져 있는 곳에서 태어나고 자라며 비교적 상층 교육을 받았던 제3세계 후손들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원리주의 종교에서 찾은 것.

탈레반이 아편 밀매로 벌어들인 돈이 테러 자금이 되고, 테러의 이념은 파슈툰 지역의 인습덩어리들, 그리고 실제로 공격을 벌이는 자들은 제1세계에서 태어나고 큰 사람들이 되는 기묘한 연결은 대테러 작전을 '전쟁'의 차원으로 끌어올렸던 이들이 수습하기 힘든 상황이 되었다.


5. 테러의 프렌차이즈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을 빼고 탈레반과는 협상에 들어가면서 탈레반이 벌이는 해외에서의 테러는 사그라들었다. 문제는 ISIS. 2011년 아랍의 봄으로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지배하던 독재자들이 죽거나 물러나자 권력의 공백이 생긴 이 곳을 사실상 차지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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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IS의 영향력이 최대에 달했던 즈음

이것들이 하도 날뛰니까 주변 국가들이 때리기 시작했고 결국 얼마전에는 요 사이즈로 줄어들었다. ISIS에 충성서약을 한 세계 각국의 이슬람 테러조직을 제외하면 사실 실제로 이슬람국가가 지배하는 지역은 급속도로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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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7월 1일 현재

지난달에서 이번달에 이르는 기간동안 그것도 라마단 기간동안 전세계에서 이들을 추종하는 이들이 각종 테러를 일으켰던 이유. ISIS의 실효 지배지역이 세계각국의 소탕작전에 의해 급속도로 줄어들자 자기들 안 죽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자기들에게 충성 서약을 한 지역 조직들을 가동했던 것. 이들의 입장에선 같은 이슬람이라고 하더라도 자신들의 교리를 따르지 않으면 '진정한 이슬람'이 아니라고, 자신들의 테러 타겟으로 삼았다.

가장 무서운 것은, 얘네들. 이제는 전세계적인 테러 프렌차이즈를 가동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그리고 타겟은 전세계의 민간인이다.


6. 우리는?

전통적으로 한국의 외신은 아주 약하다. 비행기 안 타면 다른 나라 갈 수 없는 섬나라인 대한민국은 다른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그 섬나라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같은 게 있는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인도의 에어컨 보급율이 높아지면 런던의 기후가 바뀌는 이 시대에 그건 그냥 믿고 싶어서 믿는 것일 뿐이다. 전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테러의 프렌차이즈 사업이 벌어지는 이 판에서 한국만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가?

아, 물론 우리가 제1세계가 아니다보니 당분간은 한국에 ISIS의 폭탄테러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 적어도 몇 년간은. 하지만 한국은 무역으로 먹고 사는 나라이며 상당히 많은 이들이 이를 위해 해외에 거주중이거나 출장으로 나가 있다.

그리고 이 분들, 대체로 현지 뉴스에 둔감하다. 자신들에게 직접 관계가 있는 게 아닌 이상, 별로 관심들 가지지 않으려고 하고 남자들의 경우에는 그 나라의 밤문화(이게 왜 문화인지 모르겠다만)만 찾아보는 게 다다.

그런데 이제는 ISIS의 타겟 중에 하나가 되어버렸다. <거의 모든 재난으로부터 살아남는 법>의 공동필자로서 외국에 자주 나가시는 분들께 몇 가지 조언을 드리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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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어지간하면 이슬람의 신앙고백인 샤하다는 외워두시라.

'알라외에 다른 신은 없고, 무하마드는 신의 하도'라는 내용으로 한국어 표기로는 대충 이렇다.
"야슈하두 안 라 일라하 일랄라 와 아슈하두 안나 무함마단 라술룰라"

정확한 발음은 이 유툽 영상 참고하시면 되겠다.


좀 웃겨 보이시나? 그런데 나이지라아 테러, 방글라데시 테러에서 외국인들 중에서 이거 모르는 이들은 1차로 죽었다.


두 번째, 가능한 한 현지 영자지와 알자지라 자주 보시길. 외국에서 일하면 한국에서 일하는 것의 몇 배의 에너지가 소모된다. 그래서 한국 드라마 보면서 쉬는 분들에게 이런 이야기하기 참 그렇지만, 별 수 없다. 일단 살아야지.


세 번째, 숙소의 비상탈출로를 숙지하고 현지 대한민국 대사관 전화번호는 전화기에 저장해둔다. 외국에 나와 있는 한국인들의 인적사항들을 대사관이 가지고 있을 리가 없으니 '한국인 피해는 없다'는 보도라도 빨리 나가게 만들려면 이거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 한다. 믿을 수 있냐 없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상황이 벌어지면 거의 유일한 생명줄이다.


네 번째, 숙소의 외벽 상태를 확인한다. 외벽이 벽돌이면 테러범들이 주변 건물에서 인질극 등을 벌일때 아주 취약하다. 대체로 외국 주택의 방 구조는 방이 거실을 둘러싼 구조이니 거실과 주방에 머무르는 것이 낫다. 콘크리트 벽일 경우에도 가능한 한 벽 쪽으로는 안 가는 것이 좋다. 그 상황에서 창문을 통해 혹은 현관문을 열고 외부 상황을 파악하려고 하다간 동조범으로 몰려 총 맞기 딱 좋다. TV를 통해서만 외부 상황을 파악한다.


마지막으로... 그렇게 외국에 나갈 일은 없지만 이 시대에 뭔가를 하고 싶은 분들에겐 이 페이지를 참고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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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에서 가장 절망적인 곳에 달려가는 사람들에게 작은 지원을 하는 것은 그냥 세상을 욕만 하는 것보다 훨씬 나으니까.






참고








Samuel Seong
트위터 @ravenclaw69

편집 : 딴지일보 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