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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04. 24. 수요일

raksumi




오늘은 내가 겪었던 중에 제일 황당했던 이야기를 볼게. 그냥 얘기를 편하게 하는 거니까 딴지체로 반말로 할게. 괜찮겠지버릇 없다고 뭐라고 그러지 말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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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튼 시작하자고




사실 드라마나 영화의 소재가  돼 그렇지 우리 산부인과가 드라마틱하고 재미있는 과야. 종합 병원 응급실에서 가장 위험한 과는 아마 우리 과일거야.



맹장 수술 그거 조금 늦어진다고 환자가 죽거나 하지는 않아. 물론 복막염이 돼 나중에는 수술하기 어려워지고 위험해 있지만 목숨이 왔다갔다 정도는 아니야. 심근 경색증 같은 것도 갑자기 목숨을 잃을 있지만 이런 병에 걸리거나 걸릴 있는 사람들은 대개는 나이가 많거나 지병이 있지. 대개는 눈에 보변 있어. 더구나 심근 경색증은 무지 아파. 아파도 너무 아파서 응급실에 들어올 짐작이 가능해.



다음에 위험한 병으로 교통 사고가 있지. 역시 피가 나고 부러지고 많이 아프고. 봐도 위급해 보여. 위급해 보이는 게 위험사실 특이한 것도 아니고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그러나 우리과의 응급은 그런 것과는 차원을 달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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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에서 가장 싫어하는 자궁 임신. 이게 얼마나 위험하냐면 젊은 여자가 응급실로 그냥 걸어 들어왔다가(과다 출혈로죽어. 피가 배 안에서 나는 수술을 하다보면 퐁퐁퐁 피가 나오는 보여. 사람의 피가 5리터 정도 되는 3리터 고여있는 일 심심치 않게 있지.



무서운 건 처음 1리터 까지도 증상이 없다는 사실이지. 그래서 조금 불편해서 밤에 응급실로 왔는 무슨 병일까하고 여러 검사를 하는 도중 갑자기 피가 없어 저혈압으로 쓰러지는 거지(참고로 그래서 응급실에 젊은 여자가 오면 임신 검사를 빨리 . 임신이 아니라고 우겨도 해야 돼). 알다시피 뱃속이 ? 애기도 들어가는 아니야. 그러니까 초기 출혈 때는 아무런 증상이 없어. 배만 불편하지.



아무튼...



슬프지만 당황스런 일도 많아.



예를 들어 임신 관련 증상으로 배가 아픈(그것이 자궁외 임신이건 혹은 유산이건 정상 임신이건 간에) 결혼을 처자가 엄마랑 왔거나 혹은 결혼을 했더라도 남편이 정관 수술 같은 것을 했어.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혹은 임신을 했는데 매독에 걸렸어. 근데 매독의 원인이 전 남자 친구라면(활동성 매독인데 임신인 경우 유산을 권유할 수도 있어. 암튼 복잡해 지지)?

 

혹은 외국에서 시집을 나이 어린 처자인데 에이즈가 의심돼. 근데 사람은 말을 못해. 시댁 누군가와 상의를 해야 돼. 이런 경우는?


상당히 복잡해. 드라마의 소재가 수도 있고 나는 무척 난처할 수도 있지. 아무튼.






가장 응급인 건 뭐니뭐니 해도 출산 관련 일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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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위험한 임신 합병증 태반 조기 박리라고 있어. 애기가 나올 때가 되지 않았는 태반이 먼저 떨어지는 거지. 알다시피 뱃속의 태아는 숨을 쉬어. 허파로 산소를 공급받는 것이 아니라 엄마의 태반을 통해 산소를 공급받거든.



만일 태반이 떨어진다고 생각해봐.



애는 산소를 공급받지 않아서 죽고 말아. 아예 늦게 태어나면 차라리 괜찮을 있는 병원의 이런 저런 사정으로 조금 늦게 태어난다면 산소 부족으로 손상을 받아 평생 불구로 수도 있어.


참고로 태반 조기 박리의 원인은 물리적 원인 - 교통사고라던지 부딪혀서 생기는 경우도 있지만 나는 남편이 때려서 그런 것도 적도 있어. 아주 미친 놈이여서 때는 직업 윤리 잠시 잊고 주먹질 하고 싶었어 - 그리고 제일 많고 흔한 것은 엄마의 혈압이 높아서 저절로 떨어지는 거지. 임신성 고혈압이라고 하지

잡설이 길었는 오늘은 이 얘기를 해볼게.

2년쯤 됐을 거야. 나는 저녁 회진을 돌고 나서 친구들이랑 술을 먹고 있었지. 9 까지 먹었을 거야. ( 개인적으로 병원 근처에 있어. 그래야 불안해서 말이지.) 그런데 알고 있는 옆의 개인 병원 산부인과 선생님한테 전화가 왔어.

산모가 하나 있는 이상하다는 거야. 혈압이 높고 애기 심장 박동수가 불규칙하데. 우리 병원으로 보내고 싶다고. 뭔가 이상한 모르겠데.

나는 소아과에 전화를 걸어서 혹시 애기가 태어나도 응급으로 처치할 인큐베이터가 있는 알아보고 확인해서 보내라고 했지.

30 정도 지나서 우리 병원 응급실로 왔고 혹시 몰라서 산모를 보러 갔어. 외국인( 중국인 ) 산모였는데 다행히 한국말은 잘했어. 그런데 울더군. 첫째 아이도 이러다가 애기가  배 속에서 죽었대.

혈압은 굉장히 높았는 다행히 애기는 괜찮았어. 심장이 뛰고 있어서 걱정하지 말라고 이야기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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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말이야. 2 정도 지났을까. 진짜 황당하게도 초음파로 애기를 보는 갑자기 애기의 심장이 멈춘 거야. 애기의 임종 순간을 보았다고나 할까?  황당한 경우를 많이 보았지만 이런 경우는 나도 처음이었어. (다른 병원에서 그랬다고 들은 적은 있지)


태반 조기 박리인 거지



사실 이것은 초음파로 진단이 어려워. 이럴 우리가 하는 얘기가 있어




                            '애기도 숨을 쉬니 우리도 숨을 멈춘 채로 수술 준비를 해라'


상황이었어응급으로 마취과에 이야기를 했지.

 

그런데 안된대.


이미 수술을 하고 있었나봐. 밤에는 수술방을 하나 열고 있거든.




1. 인원이 없고 (밤에는 당직 팀만 있으니)

2. 산모  검사가 나왔으며 (혹시 산모가 간이 좋은 마취하다가 좋은 때문에 마취가 있지. 밖에 출혈 경향이 있는 피가 멈출 수도 있고 암튼 그래서 마취 하기 전에 검사는 필수지 )


3. 식사한 얼마 안되어 마취하면 위험하다는 거지.( 사람은 긴급으로 해야되서 전신 마취를 해야 되는 사람인데 식사 한지 얼마 되면 마취 정신을 잃고 식사 내용물이 식도에서 호흡기로 넘어와 흡입성 폐렴에 걸릴 있지. 수술 사이 금식 하는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야)




나는 필요 없다고 했지.

내가 책임진다고 했지.

그런데 1번은 어떻게 되자나? 잠깐 마취과 의사가 고민하며 망설이는 틈을 타서 레지던트를 시켜 그냥 수술방에 산모를 데리고 들어갔어. 거의 전광석화 같다고나 할까? 거의 특공대 작전이었지.

다른 방에서 수술하고 있던 환자는 맹장염 환자였는 아직 수술은 시작을 하고 마취약만 들어간 상태였어. 나는 개인적으로 환자에게 조금 미안한 생각은 있어. 마취과 의사가 '마취할게요. 일어나 보면 수술이 있을 겁니다' 그랬는 깨어나 보니 아니, 그냥 그대로네. 마취 해야지, .

쓰다 보니 많이 미안해지네.

암튼 산모를 수술방으로 데리고 들어가고 그래도 남편에게 수술 동의서 받고 소아과에도 이야기 하고 뭐, 일사천리로 준비를 했어. 다행히 응급임을 알고 우리과를 비롯한 다른 레지던트까지 정말 많이 도움을 줬어. 숨을 쉬지 않고 준비 같은데 그래도 15분은 넘게 걸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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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시작하고 거의 3만에 산모의 배를 가르고 애기를 꺼냈어. 그런데...

 

안타깝게도 숨을 쉬지 않더군. 다만 몸이 따뜻한 것으로 보아 얼마 같았어.

 

많이 슬펐지 . 애기는 정도면 사는 애기들이 있거든. 우리는 15 쉬면 죽지만 애기는 사는 경우가 있어.


애가 태어나고 나니 급할 일은 없자나. 조금은 허탈해져서 그냥 천천히 가른 자궁을 꼬매고 있었어. 이렇게 방울도 나게 주고 싶어서. 긴장을 너무 했었는 쓰러질같더군. 앞의 레지던트도 비슷한 같더라고. 버릇없이 숨만 푹푹 쉬고.

 

너무 힘이 빠져서 그냥 앉고 싶었어.



그런데




갑자기 놀라운 일이 벌어졌어.

소아과 선생님 (아마 레지던트 2년차 인가 그랬을거야) 심장을 두드리고 심장 맛사지와 응급 호흡법을 하니까 애기가 움직이기 시작한 거야 (정확히 얘기하면  약과 마사지에  반응하면서 심장이 다시 거지).

우리끼리 하는 얘기가 있는 애기가 기형이 심하게 남을 같으면 CPR (응급 호흡법 심장 마사지) 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있어.

얘기냐면 건강하지 못한데 애를 살렸다가 치료비만 많이 있고 평생 장애를 가지고 살아야 하는 그렇게 치료 받다가 결국은 죽을 수도 있단 말이야.

하지만 소아과 전공의 선생님은 - 아직 어려서 그랬는 지도 모르지만 - 애를 열심히 심장 마사지 했어.

형사는 그냥 범인을 잡으면 되고 기자는 사실을 보도하면 되고  의사는 병자가 있으면 그냥 살리면 되는 거야, 사람이 장군님어도 말이지. 괜히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단순하게 생각하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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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압은 높았지만 아무튼 수술은 끝났고 문제는 애기인데 놀랍게도 아기는 버텨줬어.

다음날, 다음날 까지 살아 있었어. 나는 매일매일 문병을 갔어. 물론 산모에게 힘들다는 이야기는 했지. 너무 기대하지 말라고.

 

그런데 너무 버텨주는 거야. 1주일쯤 지나고 이제는 목숨은 괜찮겠다 싶어 quality of life 생각하여 혹시 장애가 있지 않을까 다른 검사까지 했지.

머리 쪽이 제일 걱정되고 의심되어 전산화 촬영(CT) 했는 예상대로 머리에 피는 많이 고였더라구. 나는 얘가 살아도 장애가 심하겠구나 하고 산모에게 긍정적 메시지를 주고  너무 기대하지 말라고 했는데 신경과 선생님에게 물어보니 애기는 어른과 달리 그래도 있대. (어려서 회복력이 빠른 )

결국 애기는 1 정도 후에 정상아와 다름 없이 퇴원했어.

다만 머리의 출혈이 있어 재활의학과에서 지금도 재활 치료를 받고 있어. 다리와 발바닥이 조금 돌아갔대. (다리를 담당하는 부분에 출혈이 되었나바)

 

엄마는 , 문제 없고 말이지. 가끔 엄마를 보는데 우리 병원에서 나만 보면 너무 좋아해. 고맙다고. (말이 통해서 정확하게 표현은 못하지만 감정만은 있지)

 

환자들이 의사에게 도움을 받는 만큼 사실 의사도 환자에게 힘을 받아. 자기 아들 보여주면서 자랑하고 이제는 많이 컸지. (애가 잘생겼어 사실 엄마도 많이 이쁘고 아빠도 생겼어)

소아과 선생님, 마취과 선생님, 그리고 우리 산부인과, 이렇게 열심히 해서 정말 좋은 일을 했지.

 

내가 근처에 없어 수술이 10분만 늦게 시작했거나 혹은 본의 아니게 마취과에서 맹장염 환자가 수술을 양보시키지 않았거나 또는 소아과 선생님이 심장 마사지를 안 했거나 잘 못 했더라면...

 

어휴 생각만 해도.



매일 매일 대기하고 주말도 없고, 뭐, 그렇지만 이런 일을 생각하면 흐믓하고 뿌듯하고 보람도 있고. 그래서 일을 열심히 하려고 해.

 

, 그렇다고 딴지에 자랑질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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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ksum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