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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04. 26. 금요일

오덕요정 카인






 

 




 

금요일의 고정 코너, ‘덕질 비기닝’이 돌아왔다. 한 주 동안 안녕들 하셨는가.

 

 

천외천(天外天). 세계 밖에는 언제나 또 다른 세계가 있다. 지난 회에서 살짝 안내했던 ‘어벤져스 시리즈 영화 상영회’는 내게 시야를 넓히는 기회가 되었다. 참가자 중에서 나만 남자였다. 흔히 갖고 있고 나 역시 갖고 있는, ‘수퍼히어로는 남성 중심의 덕질 장르’라는 고정관념에 위배되는 경험이었다. 게다가 ‘덕후’라는 이미지는 주로 안경 낀 뚱보(그러니까 나)의 이미지가 지배적이지 않은가.

 

 

고정관념이란 무섭다. 어쩌면 우리 주변에 있는, ‘멀쩡하게 생긴 훈남이지만 덕후’나 ‘청초한 미녀지만 덕후’ 같은 사람들이 자신의 진실된 모습을 꺼내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덕후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 ‘다른 세계에 살기에 대화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선입견, 이런 것 때문에 그들과의 거리가 멀어졌을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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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리아, 웹툰 <당신만 몰라!> 중에서)

 

 


그들이 즐기는 장르는 사실 당신에게도 매우 잘 맞을 수 있다. 그건 빠져보기 전에는 모르는 것이다. 세상에는 즐길 것이 매우 많으며 그중에는 당신을 기다리는 엔터테인먼트가 반드시 있을 것이다.

 

 

이번 2회의 주제는 ‘미드’ 되겠다. 영화 내지는 동영상 산업이 세계에서 가장 발달한 나라가 미국이며, 그런 만큼 미국 유수의 채널은 다양한 소재의 드라마를 생산하고 있다. 유사한 소재와 거기서 거기의 세트를 줄창 사용하는 한국 드라마에서는 가끔 가다 나오는 수준의 작품들이 미국에서는 늘상 나온다. 들어가는 자본의 양과 프로덕션 체제의 선진성이 그런 결과를 낳는 것이겠지만.

 

 

이번도 역시 여러분의 주말을 이걸로 채워보라는 또 다른 권유라 할 수 있겠다. 장르 자체가 비교적 덕질에 입문하기에 쉽기에 즐기기도 쉽다. 모든 드라마를 다루는 건 당연히 불가능하기에, ‘대중이 잘 알지는 못할 법 하지만 꽤나 볼 만한 드라마’를 중심으로 추렸다. 여기서 소개하는 드라마 다 안다는 덕후 동지께옵서는 아량을 갖고 배포를 넓히시라.

 

 

그렇게 추려냈는데, 추린 것조차 너무 많았다. 지난 회의 무지막지한 분량을 또 했다간 독자들에게는 고문이 될 것이다. 그래서 이번은 미드 1편이다. 미드 - 1의 주제는, 예쁘고 멋진 배우들이 나오는 드라마 되겠다.

 

 

예쁜 거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드라마나 영화를 시청함에 있어 지속적으로 봐야 하는, 배우들의 외모는 사실 매우 중요한 요소가 아니겠는가. 우리의 눈은 소중하다.

 

   


- 애로우(Arr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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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CW 방영

한국에선 채널 CGV에서 매주 금요일 방영중, 현재 휴방

시즌 1 방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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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점 : 배우들의 외모, 아기자기한 인물 관계와 심리

단점 : 유치한 액션, 빈약한 기술적 상상력

 

 

지난 회 마지막에 다룬 그린 애로우의 드라마, <애로우>는 배우들의 외모만으로 다른 모든 단점을 덮을 수 있는 수준이다. 미장센도 샤방샤방하게 꾸몄다. 이야기 전개 또한 인물 간의 감정적 관계를 중점으로 다루는 스타일이라, 한국식 드라마 전개에 익숙한 사람들은 매우 편하게 볼 수 있다.

 

 

한국식 드라마와 유사하다는 말은 인물 간의 연애 감정이나 우정과 같은 감정 처리가 뛰어나다는 의미다. 난파 생활 갔다 오더니 어딘지 모르게 변한 아들/오빠/친구/옛 남자친구를 보는 주변 사람들의 근심어린 눈망울 같은 것에 클로즈업을 잘해준다. 사실상 2, 30대 청춘의 이야기라고나 할까. 반면 초능력 없는 자경단을 다루면서도 첨단기술의 상상력이나 액션의 완성도는 별로다.

 

 

이 드라마에서 주로 보게 될 얼굴들을 챙겨 보자. 우린 지금 외모가 장점인 드라마를 디비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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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올리버 퀸 역의 스티븐 아멜(Stephen Amell)

그의 복근과 우수에 젖은 미소는 여성 동지들의 절대적 지지를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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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의 이전 애인 디나 로럴 랜스 역의 케이티 캐시디(Katei Cassidy)

이 이름은 원래 그린 애로우의 아내 블랙 카나리의 것으로, 

블랙 카나리의 코스튬인 검은 망사 스타킹이 빨리 등장하기를 비는 늑대가 내 주변에 둘 이상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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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의 친구 토미 멀린 역의 콜린 도넬(Colin Donnel)

내면 성장을 해나가는 부잣집 도련님 서사를 갖고 있어서 

누님들의 모성애를 사정없이 자극하고 있는 캐릭터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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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오리지널 캐릭터인 존 디글 역의 데이빗 램지(David Ramsey)

몸매 좋고 성실하고 속 깊은 캐릭터는 어딜 가나 인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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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의 동생 테아 퀸 역의 윌라 홀랜드(Willa Holland)

귀염 입매 하나만으로 남성들에 대한 파괴력이 상당하다.

 

 

 

 

- 스몰빌(Smallvil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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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CW 방영

한국에선 MBC가 시즌 2까지, E 채널이 시즌 9까지 방영

시즌 10 종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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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점 : 배우들의 외모, 음악 선곡, 완성도 높은 성장 드라마

단점 : 액션, 시즌 연장의 지루함

 

 

지난 회 댓글 중에, <스몰빌>을 마지막 시즌까지 본 사람은 근성가이라는 댓글이 있었다. 내가 그런 사람이라는 걸 자수한다. 이 드라마의 미덕은 딱 두 가지다. 수퍼맨의 젊은 시절 이야기라는 소재와, 배우들의 샤방 외모.

 

 

수퍼맨은 시즌 내내 비행 능력을 배우지 못한 상태이며, 수퍼맨이란 이름도 아직 사용하지 않고 있다. 자기 능력의 조절과 정체성의 혼란을 갖고 고민하는 클라크 켄트...라는 시놉시스에서 알 수 있듯이, 전형적인 하이틴 성장 드라마의 구조로 시작한다. 뒤로 가 사이보그, 그린 애로우, 아쿠아맨 등의 저스티스 리그가 등장하면서부터는 그냥 기존 수퍼히어로 이야기 구조로 흘러가기 때문에 지루해진다.

 

 

따라서 [스몰빌]의 진짜 덕목은 초반 시즌들에서 주로 드러난다. 그리고 이건 CW 자체의 한계인 건지, 액션의 질도 높은 편이 아니다.(블랙 카나리가 총격을 피하는 액션 같은 건 너무 유치해서 한숨이 나온다.) 다만 전설적인 수퍼맨 배우, 크리스토퍼 리브가 생전에 출연한 부분이 있다. 수퍼맨 배역으로 한 시대의 아이콘이 되었던 배우가 후배 수퍼맨 배우와 한 화면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장면은, 크리스토퍼 리브의 이야기를 아는 사람에게는 잔잔한 감동이 될 법하다.

 

 

또 하나의 덕목은 음악. 하이틴 드라마답게 제작 당시의 빌보드에서 인기 있던 락, 컨트리, 힙합 곡들이 배경음악으로 쓰였다. 2000년대의 팝 음악을 즐겼던 사람이라면 추억에 젖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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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맨과 싱크로 완전 돋는 탐 웰링(Tom Welling)

출연 당시 ‘차세대 수퍼맨’으로 각광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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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맨의 첫사랑인 라나 랭 역의 크리스틴 크룩(Kristin Kreuk)

남성들이 가장 열광했던 캐릭터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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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오리지널인 클로이 설리번 역의 앨리슨 맥(Allison Mack)

워낙 인기가 높아 마지막 시즌까지 출연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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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맨 최고의 악당 렉스 루터 역의 마이클 로젠바움(Michael Rosenbaum)

가장 다채로운 연기를 소화해 최강 간지를 내뿜었다.

 

 

 

 

- 니키타(Niki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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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CW 방영

한국에선 OCN이 시즌2까지 방영

시즌3 방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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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점 : 배우들의 외모, 액션, 패션

단점 : 낮은 긴장감, 평이한 사운드

 

 

<애로우>는 너무 짧고 <스몰빌>은 너무 길고 둘 다 허무맹랑한 수퍼히어로 이야기라 관심이 안 간다면, 허무맹랑해도 좀 더 현실적인 인물들을 보고 싶은데 이쁜 건 좋다면, <니키타>가 제격이겠다. 일단 장르는 첩보 액션이다.

 

 

원작 영화에서는 주인공의 특성과 이름만 가져오고 나머지는 본드 시리즈와 본 시리즈의 디테일을 많이 따랐다. 죄수들을 죽음으로 가장하여 빼낸 후 훈련시켜 요원을 만들어 써먹는 비밀 첩보기관 ‘디비전’이 존재하며, 니키타는 여기서 탈출한 요원이라는 설정이다. 디비전은 수장 퍼시의 사조직화 되어 용병 조직이나 다름 없게 타락했고 이를 부수기 위해 니키타가 싸우는 것이 이야기의 시작.

 

 

앞에 소개한 CW의 두 드라마와는 달리 액션과 기술적 상상력이 매우 괜찮은 편이다. 첩보액션이지만 드라마가 중점으로 잡는 것은 인물의 감정과 관계다. 따라서 <니키타>는 <애로우>가 목표로 삼아야 할 형태 되겠다. 시즌 2까지는 기대 없이 편하게 볼 수 있는 평작 수준이었고 시즌 3부터는 스토리의 밀도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니키타>의 숨은 장점은 인물들이 입는 고급 패션이다. 평상복으로 입고 나오는 옷조차 전문가의 손길이 느껴지는 섬세한 패션이다. 가끔이지만, 멋진 옷을 튀지 않게 등장시키기 위해 드라마를 만들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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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니키타 역의 매기 큐(Maggie Q)

액션 연기와 감정 연기 둘 다 잡아내는 데 성공했지만, 한국 팬들은 자꾸 그녀의 가슴 사이즈만 탓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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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키타의 교관이자 러브라인인 마이클 역의 쉐인 웨스트(Shane West)

엄격한 첩보 요원인데 이따금 자상하니 어느 여성이 싫어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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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키타의 제자인 알렉스 역의 린지 폰세카(Lyndsy Fonseca)

그렇다! <킥애스>의 그녀다! 닥치고 찬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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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비전의 천재 해커인 벅호프 역의 아론 스탠포드(Aaron Stanford)

세계 최고의 해커이며 아마 세계 최고로 잘생긴 덕후일 거다.

 

 

 

 

- 트루 블러드(True Bl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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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HBO 방영

한국에선 영화채널 스크린에서 시즌 1 방영

시즌 6 제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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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점 : 배우들의 외모, 표현 수위 무한, 다채로운 판타지 요소, 매력적인 캐릭터

단점 : 널뛰는 퀄리티, 누군가에겐 과도할 잔인함, 막나가는 스토리

 

 

앞의 세 드라마에서 2% 모자라는 느낌을 받는 사람, 분명히 있다. 예를 들면 ‘하나도 야하지 않잖아!’ 라고 울분을 토할 본지 시사만평가처럼 말이다. 지금까지 거론한 드라마에서 가장 야한 요소라면 매기 큐와 린지 폰세카의 비키니 혹은 드레스 차림 정도였으니, 울분을 이해한다. 그런 사람을 위해, CW 따위 팽개치고 HBO의 드라마 <트루 블러드>가 존재한다.

 

 

장르는 뱀파이어물이며, 세미 판타지다. 현대의 어느 날, 일본에서 혈액 대체 음료가 개발되고 이 덕분에 뱀파이어들이 종족 커밍아웃을 한다. 인간 사회 내부에서 살아갈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사회로의 편입을 요청한 포식자를 보는 피식자 인간의 입장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언제 이들이 이빨을 드러내고 인간을 먹어치울지 모르니까.

 

 

하지만 <트루 블러드>는 반대로, 뱀파이어가 인간 사회에서 소수자가 되는 상황을 잡아낸다. 배경은 매우 보수적인 분위기의 남부인 루이지애나와 미시시피다. 기독교 분위기가 강한 미국, 그것도 보수적인 남부, 거기에 더하여 도시도 아닌 시골마을 본텀에 뱀파이어 빌 컴튼이 이사 온다. 남북전쟁 때 뱀파이어가 된 빌의 출신지가 본텀이었기 때문에 종족 커밍아웃이 되자 고향으로 돌아온 것. 그리고 빌은 마을 유일의 뱀파이어가 되어 편견의 시선과 은근한 차별 의식을 느끼게 된다. 이런 상황은 뱀파이어 시민 등록 법안을 놓고 열나게 싸우고 있는 미국 전역에서 이루어진다. 뱀파이어-인간 간의 결혼 또한 이슈가 된다.

 

 

글타. 뱀파이어라는 상징에 성적/정치적/인종적 소수자 이야기를 담아낸 것이다. 그리고 이런 멋진 시도는 시즌 1에서 끝난다. 시즌 2로 넘어가면 그때부터 브레이크를 모르는 세미 판타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온갖 것이 다 나온다. 늑대인간, 사슴인간, 형태변형 능력자, 고대신 디오니소스의 사제, 요정...

 

 

또한 자극적인 요소를 선호한다면 이 드라마가 맘에 들 것이다. 시즌 1의 첫 장면이 커닐링구스 장면으로 시작하거든. (저 단어가 뭔지 모르면 검색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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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심 능력자인 주인공 수키 스택하우스 역의 안나 파퀸(Anna Paquin)

국적을 불문하고 그녀의 연기는 못 까지만 벌어진 앞니는 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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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부터 남북전쟁에서 기어나온 빌 컴튼 역의 스티븐 모이어(Stephen Moyer)

고뇌하는 뱀파이어라니, 게다가 헌신적이라니, 인기 없을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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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킹 시대에 뱀파이어가 된 에릭 역의 알렉산더 스카스가드(Alexander Skarsgard)

키, 몸매, 얼굴, 연기 다 안 빠지는데 게이 연기까지 소화해 동인녀들의 절대 지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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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텀에서 펍을 운영하는 샘 멀롯 역의 샘 트렘멜(Sam Trammel)

털털한 시골 청년 같지만 남모를 사연이 있으니, 그는 형태변형 능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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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에 의해 뱀파이어가 된 소녀 제시카 역의 데보라 앤 월(Deborah Ann Woll)

인간으로도 10대인데 뱀파이어로는 갓난아기라서 사고뭉치 역할을 맡고 있다.

 

처녀인 채로 뱀파이어가 된 탓에 뱀파이어의 재생능력이 처녀막까지 커버한다는 것을 

남자친구 만들고 나서야 알게 된다. 드라마의 최고 미녀. 앗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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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매 좋고 귀여운 게이 라파예트 역의 넬산 엘리스(Nelsan Ellis)

시즌 1을 정치적 상징 드라마와 세미 판타지 드라마 사이에 놓일 수 있게 작용하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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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수키의 오빠인 제이슨 스택하우스 역의 라이언 콴튼(Ryan Kwanten)

호색한 바보로, 제시카보다 더 자주 사고를 치지만 여성들은 그가 귀여우므로 봐준단다.

 

 

 

 

오늘은 총 네 편을 다뤘다.

 

 

수퍼히어로물의 탈을 쓴 청춘 드라마 <애로우>

 

역시 수퍼히어로물이지만 10대 감성의 성장 드라마 <스몰빌>

 

첩보액션의 탈을 쓴 패션 드라마 <니키타>

 

사회 드라마로 시작해 세미 판타지 드라마가 된 <트루 블러드>

 

 

구미에 맞는 것이 있기를 바란다. 또한 이 드라마에 환장하는 덕후들과도 대화의 폭을 넓힐 수 있기를 바란다. 방 안의 덕후들에게는 방 밖의 친구가 필요하다. 물론 우리 모두 친구가 필요하고 도움이 필요하긴 하지만. 그리하여 내가 친절하게 입문의 길을 소개해주었다. 모든 걸 다 도울 수는 없지만 말이다. 고화질과 번역 좋은 자막은 나한테 묻지 말고 알아서 구해라. 문을 열어주는 것까지가 친절의 영역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 즐길 것인지는 당신의 선택이다.

 

 

그리고 세상에는 아직 즐길거리가 차고 넘치게 많이 남아있다. 당신의 인생이 더욱 즐겁기를.

 

 

다음 주, 미드-2에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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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

트위터 : @Kain_Sul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