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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피지기 한 숟갈에 호기심 한 사발 담긴 프리뷰 동기


리우 올림픽이 코앞이다. 각 나라별 축구감독은 자국 선수들을 마지막까지 점검하느라 분주하다. 경기장 밖에서 일어나는 준비 문제, 치안 문제, 질병 문제 등으로 여느 때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경기장 안에서 벌어질 흥미진진한 대결에서 우러나오는 기대감은 여전하다. 필자가 관심 있게 주시하는 축구에 관해서는 특히 그러하다.


우리나라 올림픽 축구 대표팀은 어느 정도 명단과 전술의 윤곽이 잡힌 상태다. 다소 실험적인 모습도 보인 신태용 감독의 전술 속에 일관성 있는 부분을 두 가지 꼽자면, 박용우 선수를 팀의 중심점으로 두고 수비진 보호 및 전반적인 경기조율 전담하는 점, 그리고 최전방 선수와 좌우 윙어가 측면과 최전방 공격을 동시 부담하는 3톱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인다는 점이다.


이번에 와일드 카드 석현준 선수의 합류로 최전방에 확실한 중심점을 확보하고, 장현수 선수의 합류로 수비진에 무게를 싣고, 손흥민 선수의 합류로 공격진에 파괴력을 더할 계획이지만, 큰 틀에서 볼 때 우리 팀이 리우에서 꺼낼 무기의 형태는 바뀌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우리 팀의 상대들은 어떨까? 여태껏 어떤 모습을 보여왔고, 어떤 선수를 키로 삼고 있으며, 어떤 선수를 와일드 카드로 들여올 것인가? 지피지기 한 숟갈, 호기심 한 사발 담긴 필자의 눈으로 이 기회를 통해, 우리가 상대할 팀들, 상대가 유력할 팀들에 대해서 흥미롭게, 진지하게 이야기를 풀어보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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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올림픽 남자 축구 C조



피지 – 어부지리로 앉은 오세아니아의 대표


우선, 8월 5일 우리 대표팀과 첫 경기를 가질 피지 올림픽 대표팀부터 다뤄보자.


우리나라 올림픽 축구 대표팀이 속한 C조 편성이 공개되었을 때, 필자가 제일 의외라고 생각했던 나라는 멕시코도, 독일도 아닌 피지였다. 피지에게는 실례가 되는 말이지만, 필자는 당연히 뉴질랜드가 올림픽 본선에 올라올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간략히 정황을 설명하자면, 오세아니아에 부여된 올림픽 본선 출전 티켓은 1장이고, 이는 오세아니아 축구 연맹(OFC) 주최 하에 4년마다 열리는 태평양 게임(Pacific Games)의 올림픽 최종예선 토너먼트 우승 팀에게 주어진다. 이 대회가 처음 개최된 1992년부터 호주나 뉴질랜드가 우승자리를 양분하고 있었고, 호주가 아시아 축구 연맹(AFC)에 편입된 이후엔 뉴질랜드가 내리 우승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기에, 이번에 피지가 올림픽 본선에 참가했다는 사실은 의외였다. 그 말은 피지가 2015 태평양 게임의 올림픽 최종예선 토너먼트 우승자임을 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지가 이번 태평양 게임을 차지한 것은 순전히 운빨이라 할 수 있다. 우선 조별예선을 2위로 마쳐 다른 조 1위인 뉴질랜드와의 준결승전이 점쳐졌으나, 같은 조 1위인 타히티가 국제 올림픽 위원회(IOC) 비가입국인 관계로 올림픽 참가 자격이 없어, 사실상 조 1위 취급을 받아 다른 조 2위인 파푸아뉴기니와 준결승전을 치렀다.


또한, 뉴질랜드가 준결승전에서 출전 불가능 선수를 투입하는 바람에 바나투에게 3-0 몰수패 처분을 받아버렸다. 결국 피지는 같은 조 3위인 바나투를 결승전에 맞이하여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우승하여 올림픽 출전권을 따게 된 것이다. 토너먼트 내내 바나투와 치른 세 경기 중 한 차례도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즉, 이번 피지 U-23 축구 대표팀의 올림픽 승선은 팀 자체의 기량보다는 IOC 규정과 이중국적자 선수 한 명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은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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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클란 윈(왼쪽)은 남아프리카 출생으로, “뉴질랜드 외 국가 출생자중 만 18세 이후 5년 이상 뉴질랜드 거주자”라는 대표팀 자격규정을 어기고 준결승전에 투입되었다.

<출처: Getty Images>


그렇다면 피지 팀의 전술을 어떠한가? 피지 축구 연맹이 유튜브를 통해서 공개한 피지 U-23 경기를 보면 대부분 한 명의 최전방 공격수만 상대 진영에 두고 나머지 10명의 선수는 자기 진영 깊숙이 내려와 있는, 선 수비 후 역습 축구의 성향을 강하게 띄었다. 주목할 점은 지난 1월 스페인 투어에서 치른 라 리가 팀들과의 연습경기인데, 이 경기에서 피지 U-23 팀이 보여준 이질적인 모습, 상대팀의 패스 축구를 그저 ‘모방’하려는 모습은, 이 팀에는 축구 철학이 확고하지 못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만큼 이 팀은 자신들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부족한 전력으로 어떻게 승리를 따올 수 있을지에 대한 해답이 명확하게 나오지 않았다는 점을 짚고 싶다.
 




바나투와의 결승전과



레반테와의 연습경기

<출처: Youtube.com, Official Fiji Football Association>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집을 만한 선수는 없지만, 굳이 꼽자면 2015 태평양 게임에서 활약한 나폴리오니 카세바카티니 선수를 짚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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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오니 카세바카티니(왼쪽, 초록색) 선수와 2015년 태평양 게임 피지 팀 득점차트(오른쪽)


태평양 게임 내내 동료 선수들의 확실한 지원 없이 혼자서 수비 후 흘러나온 공을 잡고 상대 선수들을 끌어 모으는 모습, 중요한 순간에 득점을 하는 모습 등은 이 선수에 피지 팀이 얼마나 의존적인가를 보여주고 있다. 물론 올림픽에서 통용될 수준인지는 미지수이나, 우리 선수들이 이 선수를 우선적으로 봉쇄해야 한다는 점은 변함없을 것이다.



이겨야 한다


모두가 짐작한 결론이다.


피지 올림픽 대표팀 같은, 다른 팀들에 비해서 확실하게 몇 수 뒤떨어지는 팀은 조별예선을 통과하는 데 있어서 약보다는 독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실질적인 경쟁 팀들 역시 피지를 상대로 승리할 것을 전제조건으로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0인 상태에서 치르는 첫 경기 상대인 만큼, 상대팀이 무언가를 달성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기 전에 확실하게 승리를 따내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Hyun Moh Shin


편집: 딴지일보 챙타쿠, coc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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