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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04. 29. 월요일

춘심애비






허구헌날 담배값 올린다고 겁주고,

금연구역 확장해서 못살게 굴고,

그러면서 이렇다 할 흡연구역도 보장받지 못하는 이 땅의 흡연인들이여.

중독성과 생물학적 해악이 그 따위로 큰 거였다면 애초에 팔지를 말던가,

애꿎은 사람들 꼬드길 땐 언제고 인제사 사회악 취급하는

이 더러운 꼴을 계속 참고 당해야만 한단말인가.


뭐 하나 제대로 돌아가는 나라 꼴을 본 지가 아득한데,

그나마 이 나라의 자랑 중 하나였던

저렴한 담배값도 머지않아 옛말이 될 것만 같은 이 불안함 속에서,

우리도 살길을 찾아나서 보자.


씨바, 갑 담배만 담배냐.

세상은 넓고 니코틴은 많을지니.

 




아아아. 흡연인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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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드맨>이라는 미드가 있다. 1960년대 미국 광고계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로, 선악시비가 없는 현실 적 캐릭터와 당시에 실제로 있었던 상황설정 위에 적당한 허구성을 잘 녹여내어 미드계의 왕좌에 오 르게 됐는지 어쨌는지는 중요하지 않고, 이 드라마에서는 담배를 조낸 피워댄다. 사무실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물론, 회사 복도를 거닐 때, 집 안방에서, 애들과 같은 방에서, 심지어는 임산부들도 담배 를 연신 피워대는 장면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이런 설정은 이 드라마가 <럭키스트라이크>의 ‘It’s Toasted’라는 명 카피를 만들어낸 광고기획자의 얘기라서가 아니라, 그냥 그 때는 그렇게 살았기 때문이다. 60년대까지 갈 것도 없이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어지간한 회사의 사무실에서 자신의 자리에 앉아 일하며 담배를 피우던 것은 그다지 생경한 모습이 아니었다. 10년 사이에, 전세계적으로 금연열풍이 불고, 흡연인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실내 금연 정책’ 및 ‘담뱃값 인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 거시다.


그간 국내 담뱃값은 몇 백원 단위로 꾸준히 상승해왔다. 치사하게 1~200원씩 올리는 바람에 말보로 피던 사람은 ‘디스로 바꾸지 뭐’ 신공으로, 디스 피던 사람은 ‘88로 바꾸지 뭐’ 신공으로 버텨왔다. 가격 상승 직후 처음 사는 한 갑 이후에는 원래 피던 말보로와 디스를 피웠다는 사실, 전혀 부끄럽지 않 다. 왜냐. 애초에 그럴 생각이 없었으니까. 이렇게 우리는 올라가는 담배 가격에 순응해가기만 했다. 차라리 확 2배로 올려버리면 끊기라도 할 텐데.


그랬더니 씨바 얼마 전엔 진짜 2배로 올린댄다. 그럼 안되지. 왜 안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안되는 거라는 것만은 모든 애연가들이 확신할 거다. 근거를 좀 찾아보려고, 최저임금 대비 담뱃값 비율이랑, 최저생계비 대비 담뱃값 비율을 찾아 봤는데… 자세한 건 말하지 않겠다. 암튼 그건 그냥 안 되는 거다. 막상 찾아보니 근거가 빈약해서 그냥 무작정 둘러대는 게 절대로 아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살 텐가. 세계적 거대기업들과 한국의 독점기업, 그리고 이 땅의 권력자들이 정한 바에 따라 우리 삶의 질이 좌우되는 이런 삶. 이게 사는 건가. 우리도 이제 그들의 횡포로부터 독립할 필요가 있다 하겠다.


사실 담배라는 거, 우리는 니코틴을 위해 피우는데 그 외에 잡다한 게 너무 많아 주변에 피해를 주는 그런 상황이다. 난 그냥 적당히 매캐한 연기와 구수한 맛, 그리고 니코틴만 있음 되는데, 웬 100원쯤 하는 담배 한 개비에 수 백 가지 화합물질이 쳐들어가있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되지만, 암튼 뭐, 그렇댄다. 하지만 생각을 달리하면, 꼭 갑에 들어있는 담배뿐만 아니라, 연기+맛+니코틴이 조합돼있다면 우리는 만족할 수 있다.


서두가 길었다. 그 대체품들에 대해 이제 한번 디벼보자.

 




1 파이프 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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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피 담배에 이어 바로 떠올릴 수 있는 대체품으로 파이프를 생각할 수 있다. 엽궐련 형태인 시가 (Cigar)도 생각할 수는 있겠지만, 시가는 아주 직관적으로, 존나게 비싸다. 지금 담뱃값 인상 협박에 대처하려는 목적으로 대체품을 알아보는데 뻔하게 더 비싼 시가는 논외로 하자.


파이프 담배와 일반적인 공산품 담배를 비유하자면, 공산품 담배는 네스프레소나 큐릭 같은 캡슐커피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고, 파이프 담배는 직접 에스프레소를 내려먹거나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먹는 것에 해당하겠다. 캡슐커피는 1개에 500~1000원 정도 하는데 반해, 저렴한 원두커피는 1잔 분량으로 나눠보면 200원 미만으로 떨굴 수 있다. 마찬가지로, 수입상가에서 구입할 수 있는 파이프용 담뱃잎은 한 팩에 4~5천원 정도면 살 수 있는데 이 정도면 꽤 빡세게 피워도 1주일 넘게 피울 수 있다. 파이프 자체도 저렴한 건 만원도 안 하니, 1팩만 다 피워도 공산품 담배보다 싸게 먹힌다.


문제는, 커피와 같이 파이프 담배도 ‘맛의 퀄리티’와 ‘뽀대’가 졸라리 중요한 세계라는 점이다. 파이프용 잎담배도 비싼 건 와인이나 커피처럼 끝도 없이 가격이 올라가고, 파이프 자체도 만년필이나 와인잔처럼, 비싸나 싸나 큰 차이는 없지만, 그렇다고 아예 똑같지도 않고, 경우에 따라서는 수집의 대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역시 끝없이 가격이 올라간다.


게다가 파이프에는 주변용품이 필요할 수 있다. 재가 입으로 빨려들지 않게 하기 위한 그물망은 기본이고, 파이프 거치대, 파이프 클리너, 필터, 담뱃잎을 다지는 도구 등등, 덕후질 하기 딱 좋은 세계가 펼쳐진다.


가장 큰 문제는, 파이프 담배는 요령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불이 꺼지지 않게 유지하면서 계속 피우려면 어느 정도 익숙해지는 기간이 필요하다. 그 기간을 단축시키려면, 앞서 말한 도구들이 필요하다. 그런 도구들이 있더라도, 불이 꺼지는 바람에 다시 불을 붙이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스트레스 풀려고 담배 피우다가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곤 한다.


게다가 가족과 함께 산다면 집안에서는 담배를 못 피울 거고, 그렇다고 나가서 파이프 담배를 피우는 건, 나이와 풍모가 받쳐주지 않을 경우 졸라 쪽 팔린 일이다. 혼자 사는 중년이라 할 지라도, 집에 담배 냄새가 가득 차서 꼬시는 중인 이성을 집으로 들이기가 참으로 곤란해질 게다.


그러므로 파이프는, 공산품 담배의 대체품으로 다소 애매한 면이 있다 하겠다.



2 말아 피우는 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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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을 보고 마약을 떠올린다면 당신은 뽀뽀뽀 노래 듣고 근친상간을 떠올리는 놈들과 하등 다를 바가 없는 인간이다. 저렇게 가늘게 커팅된 갈색 풀때기는 아주 전형적인 말아 피우는 담배(Hand Rolling Tobacco)다. 이 말아 피우는 담배는, 전용 종이에 잎담배를 말아서 피우는 것인데, 한국은 2012년 기준으로 OECD국가 중 담배가격이 가장 싸기 때문에 굳이 이렇게 말아 피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인지, 아니면 KT&G가 그걸 안 만들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결과적으로 이 문화가 정착되지 않아서 다소 생경한 느낌이 들 수 있다. 반대로 OECD국가 중 담배가격 탑랭커인 아일랜드, 영국, 프랑 스, 독일 등의 유럽국가들에서는 꽤나 보편적인 문화로 정착돼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만큼 싸기 때문이다. 앞서 파이프 담배에서 얘기했듯, 잎담배 한 팩은 나라마다 다르겠지만 대략 4~5천원 수준인데, 그 정도 양이면 거의 1보루에 비교할 수 있을 정도로 피울 수 있다. 물론 양 자체는 공산품 담배 1보루보다 적지만, 말아 피우는 담배는 연기를 줄이는 등 화학처리 없는 순수한 담뱃잎이고 공산품 담배에 들어가있는 고급 필터 없이 피우게 되기 때문에 매우 독한 편이다. 따라서, 1개피에 들어가는 담배 양이 일반적인 공산품 담배보다 적지만 효과는 비슷하다. 그래서 담배량 대비 효율적으로 오래 피울 수 있다.


파이프 담배에 비해 말아 피우는 담배의 좋은 점은, 아무리 눈이 높아지고 허세를 부리고 싶어도 돈을 쓸 구석이 적다는 점이다. 일단 파이프용 잎담배는 말아 피우는 용도에 비해 담뱃잎 컷팅이 성기기 때문에, 파이프용과 말아 피우는 용을 혼용하기가 어렵다. 하려면 할 수는 있지만, 이래저래 불편하다. 그런 가운데, 파이프용 잎담배는 고가품들도 많은 반면, 말아 피우는 담배는 애초에 경제성을 노린 상품이어서 고가품들이 많지 않다.


담배 이외의 도구들도 파이프에 비하면 거의 돈이 안 들어간다. 풀옵션으로 구비한다 해도 말아 피울 종이, 필터, 그리고 담배를 말 때 쓰는 롤러(Roller) 정도인데, 종이는 50장 들이 1팩에 1000원 이하, 필터는 100~150개 들어있는 팩이 2000~3000원 정도 한다. 그나마도 더 큰 용량으로 사면 졸라게 싸진다. 유일하게 소모품이 아닌 롤러는, 저렴한 건 5천원 수준이고 고급형이 2~3만원 정도인데 이게 고장 나기란 정말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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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이렇게 생겨먹었다.

첨보는 사람은 어떻게 마는 건지 감도 안 오겠지만.



그나마 롤러와 필터는 없어도 크게 상관없다. 말아 피우는 담배 필터는 실제로 연기를 걸러주는 역할은 거의 없다. 그냥 말기 편하게 모양을 잡아주는 기능이 더 크기 때문에 그냥 종이를 손톱만큼 찢어 말아서 끼워도 무방하며, 아예 필터 없이 피워도 그닥 불편하지 않다. 롤러의 경우, 익숙해지면 10여초 안에 공산품 담배 한 개비와 거의 삐까치는 퀄리티의 담배를 말아낼 수 있긴 하지만, 그냥 손으로 말아도 익숙해지면 10여초 안에 말 수 있다.


말아 피우는 담배의 단점은 크게 2가지를 꼽을 수 있겠다. 첫째로, 예상하다시피 말기가 귀찮다. 지금 막 짜증나서 한대 피워야겠는데 종이 꺼내서 그 위에 잎담배 놓고 슬슬 말아서 혀로 침 묻혀서 한 대 말아내는 거, 적잖이 귀찮은 일이다. 둘째로, 이 역시 예상하다시피 주변 사람들이 마약으로 오해할 때가 종종 있다. 실제로 필자의 지인 중 한 명은 홍대 모 클럽에서 열심히 말고 있는데, 클럽 스탭들이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손님’을 외치며 내쫓으려 한 적이 있다.


하지만 가격이 싸다는 점만이 유일한 장점인 것은 아니다. 좀 전에 말한 그 지인은 오스트리아에 사는 놈인데, 말아 피우는 담배를 이렇게 비유한 적이 있다.



“내 가족이 먹을 음식을 위해, 직접 사냥을 해서 짐승을 잡고,

직접 농사를 지어서 수확을 하는 느낌이다.”



지랄도 풍년이라는 생각이 먼저 드는 개드립이긴 하지만, 혼자 힘으로 첫 담배를 말아서 피울 때의 느 낌을 생각해보면, 아주 얼토당토 하지 않은 헛소리는 아니다. 특히 잘 말렸을 때의 쾌감이란 게 존재하 기 때문에 나름의 재미가 있는 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




 더딴지 6호에서 계속





편집부 주


춘심애비의 아호는 

'폭연(煙)'


엘리트 흡연가로 알려진 그는

'꼴초'를 거쳐

'연중'을 졸업했다고

알려져 더욱 신뢰가 갈 수 밖에 없음이다.


무규칙2종매거진 [더딴지 6호]에서는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희대의 폭연가 춘심애비의

정공법이 공개된다.



흡연가의 진실된 사랑,

우리가 아니면 누가 냄새나는 너거덜을

이해해 줄 수 있단 말인가.




딴지마켓






 
 

춘심애비

트위터 : @miiru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