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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6. 09. 화요일

편집부 홀짝









유병재. 이미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그런데 왠지 40대 이상에게는 아직은 조금 생소할 듯한, 이젠 연예인 다 된 것 같은데도 연예인이라 부르면 안될 것 같은 사람. 작가, 코미디언, (무려 싱글 앨범을 낸 바 있는)가수, 드라마 주연 배우까지. 뭐하나 콕 집어 한 가지 타이틀만 달면 다른 쪽이 아쉬워서 뭐라 부르기 꺼려져 네이X를 검색해봤더니 '가수, 방송작가'라 소개되지만 정작 자신은 '코미디언'이라고 정리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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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더니 tvN드라마 <초인시대>의 메인 작가이자 주연 배우로 존재감 대차게 발사. 찌질한 청년 백수 주인공 '병재' 역을 졸라 실감나게 소화한 유병재를 <초인시대>가 종영한 다음날인 5월 30일, 딴지그룹 비밀 아지트 벙커1 라디오 부스에서 만났다.


본 이너뷰는 딴지라디오 팟캐스트 <딴지이너뷰> 녹음으로 진행되었음을 미리 알린다. 


그럼 시작.



유병재(이하 '유'): 네, 안녕하세요. 유병재입니다. 원래 인터뷰 한다고 말씀하셔서 왔는데 조금 전에, 5분 전에 팟캐스트를 하신다고 들어서... 갑자기 이렇게 하시는군요.


홀짝(이하 '홀'): 저희 회사가 상당히 즉흥적이어가지고.


: 도덕적으로 완벽하다고 알고 왔거든요


홀: 네, 저희는 굉장히 예의 있게 여쭤봅니다. (웃음)



그리고 이어지는 진행자 소개. 현장에는 편집부 '코코아' 기자와 딴지라디오 '박새로미' 엔지니어가 동석했다.



 

홀: 도착하시자마자 갑작스럽게 바로 이렇게 녹음을 시작해가지고...


유: 아니 뭐 녹음, 갑자기 하는 건 상관 없는데 아까도 얘기했지만 갑자기 녹음을 한다고 하셔가지고... 날치기로 하실줄은. (나머지 웃음)


홀: 그래도 이렇게 순순히 허락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벙커는 처음오신 건가요?


유: 벙커는 처음왔구요, 저는 딴지일보는 옛날부터 봤어요. 제가 시골 출신인데 거기 도서관에 딴지일보가 옛날에 책으로 나와서. 김영삼 전 대통령 캐리커쳐가 있는(아마도 김대중 전 대통령과 헷갈린 듯 - 편집부 주) 그런 거 책으로 빌려서 보고, 97년인가 99년인가 아무튼 그때쯤부터 되게 재밌게 봤었거든요. 뭐 '졸라'하는 그런 거.


홀: 97년도면 유병재 씨 한 중학생즈음.

 

유: 아니요, 초등학생, 정확히 기억안나는데 아무튼 초등학생 때부터 동네 도서관에 있는 책 같은 거 보고 참 재밌다 생각하고 있었어요. 나꼼수 같은 것도 진짜 많이 들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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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타, (내 멋대로) '딴지 키드' 유병재

 


홀: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바르게 자라오시진 않은 것 같아요. 딴지일보를 접할 정도면(웃음). 딴지일보 인터뷰 제의를 이렇게 흔쾌히 허락하게 된 계기가?


유: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딴지일보 진짜 되게 평소에 좋아했었고, 이런 논조라든지 유머의 비율이라고 해야되나 그런 것들 되게 평상시에 영향을 저도 어렸을 때부터 많이 받았던 것 같구요, 그래서 괜찮은 언론이라고 생각을 해서 영광으로 생각하구요. 메일을 주셨었잖아요, 받고서 바로 답신드리고.


홀: 딴지일보 영향력이 대단하지 않습니까? '딴지일보 키드'셨던 유병재 씨.


유: 아, 그렇게까지는 아니고요.


(일동 웃음)


홀: 인터뷰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초인시대>를 연출하셨던 김민경 피디께서 다른 매체 인터뷰에서, 굳이 유병재 씨의 단점을 꼽는다면 '말수가 너무 없다'고 말했는데, 인터뷰 준비하면서 봤더니 생각보다 인터뷰를 어마무시하게 많이 하셨더라구요, 지금까지. 그래서 궁금한 게, 원래 거절을 잘 못하는 성격이셔서 그런가요 아니면 걍 들어오는대로 다...


유: 다 맞긴 맞는데 거절도 잘 못하구요. 또 원래 저는 매니저가 없고 회사가 없다보니까(유병재와 YG의 계약 뉴스가 나온 것은 인터뷰 다음주였다. -편집부 주) 다 저한테 들어오는데 원래 몇 년 전까지만해도 들어오는 건 다 했어요. 그니깐, 신조까진 아니어도 관심주시는 게 너무 감사해서 다 했는데, 그 이후로는 사실 너무 많이 들어오니까 이게 그렇더라구요. 다 하면 다 하고 다 안하면 다 안했지, 어디하고만 하면 이게 약간 또 문제가 생길 수도 있겠더라구요. 다른 연락주신분들한테. 그래서 좀 많이 들어오기 시작했을 때부터는 그 tvN에 무슨 팀인지 잘 모르겠는데, 홍보팀인가에서 관리를 해주셨어요. 거길 통해서 들어오니까. 하다가 <초인시대>나 <SNL-극한직업> 같은 것도 홍보해야하는 타이밍에는 진짜 3일 정도 잡고 하루에 한 다섯 개 매체씩 해가지고.


근데 그게 진짜 이런말이 좀 예의가 없이 들릴지 모르겠지만 저는 솔직히 너무 힘들었어요. 이게 한 시간에 한 분씩 들어오셔서 하는 거거든요. 사실 제가 무슨 뭐 이런 나이라든지 경력이라든지 많은 사람이 아니고 컨텐츠가, 저 자신의 컨텐츠가 좀 제한되어 있는 사람인데 질문이라고 해봤자 사실 비슷비슷하거든요 제가 이뤄놓은 게 많이 없어가지고. 똑같은 얘기를 한 시간 했던거 또 다음 분 들어오면 똑같은 얘기하고 이런 것들을 하루에 네, 다섯 번씩 며칠동안 하니까 조금 나쁘게 얘기하면 정신병 들 정도로 진짜 정신적으로 되게 힘들었었어요.


홀: 사실 이런 게 유명인으로서 겪어야하는 아주 기본적인 스트레스 중에 하나잖아요. 같은 질문에 대한 대답을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계속 똑같이 대답을 하셔야되는 점이.


유: 그게 사실 어떻게 보면은 그래도 똑같은 텐션으로 말씀드리는 게 예의이고 도리겠으나 사실 저도 사람이고, 그래서그게 잘 안되는 것 같아요 정신적으로 힘들었어요. 똑같은 얘기를 계속 하려면은.


홀: 앞으로도 이런 일이 계속 있지 않을까요?


유: 그러니까요... 그게 누구지? 자비에 돌란인가? 그, 영화감독하고 배우하는 멋있게 생긴 남자분이 있는데, 되게 멋있는말을 했더라구요. 인터뷰 요청이 자꾸 들어오니까 편지를 쓴 거에요. 자기가 기자들한테 한 통만 딱. 똑같은 인터뷰를 계속 반복하느니 나는 차라리 죽는 게 낫다. 이런 식으로 굉장히 긴 문장을 멋있게 썼더라구요. 나도 저렇게 해볼까 생각했었는데...


홀: 아마 그렇게 하시면 굉장히 많은 기사가 나오겠죠. '유병재 초심을 잃었다' (웃음)


유: 멋있더라구요, 제가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건 아니지만 아무튼 그 사람이... 진짜 잘생겼어요. 저랑 나이도 동갑인가 그런데 연출도 하시고, 배우도 하시고 요즘에 각광받는 분이라고 하시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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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재도 작가도 하고 배우도 하고 요즘 각광받는 사람이지만...

음, 찾아보니 잘생겼네, 자비에 돌란.

유병재도 작가도 하고 배우도 하고 요즘 각ㄱ...


 

홀: 사실 제가 유병재 씨께 다이렉트로 연결을 하게 된 계기가, (벙커팀에서) '프로젝트 부' 펀딩 응원메세지 요청을 드렸는데 생각보다 되게 금방 보내오셨더라구요.


유: 네 맞아요. 그게 뭐 기한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은 그때가 아마 1주기 며칠 안 남기고 그때 주셔가지고, 그리고 힘든 것도 아니어서 핸드폰으로 찍어드리면 된다고 하셔가지고...


홀: 그래서 벙커요원한테 이메일 주소를 강탈했어요. 제가 막 사정해가지고, 그렇게 연결이 됐는데. 요거는 약간 민감한 걸 수도 있는데, 세월호 사고와 관련된 발언들을 하신 게 매체에 많이 나오고 그랬잖아요.


유: 아, 네.


홀: 뭐 그런 유병재 씨를 '소셜테이너'라고 부르는 사람은 아직 많진 않지만 사회적 발언들을 하는 거에 있어서 요새는 좀 슬슬 부담 같은 거 느끼시거나 그러 건 없나요?


유: 그런 건 없는데... 저야 뭐 또 회사도 없고, 그런 것들은 전혀없는데. 만약에 회사가 있고 그러면 사실 나 혼자 하는 거면 상관없는데 본의 아니게 그 주변사람들한테, 어떤 단어가 어울릴까요. 피해라고 해야되나 그런 것들이 갈 수도 있는 상황이 될 수 있으니까. 전 아직 그런 것도 없기도 하고. 그리고 전 소셜테이너란 말을 잘 모르겠어요. 이런 조어 같은 게... 글쎄요, 모르겠어요. 그렇게 불러주면 제가 그렇게 인정하는 게 맞는 것 같긴한데 그 조어자체가 어떤 말인지 잘.


홀: 사실 그렇죠. 아니 뭐 연예인이나 유명인들은 사회의 일원이 아닌가?


유: 그래서 항상 그런 게 조심스러운 부분은 아... 이게 정답이 나중에도 안나올 것 같아서 계속 고민되는 부분인데 그런 발언 같은 거 저는 전혀 상관없고 당연히 해야된다고 해야되나? 당연히 할 수 있는 말을 한 거 같은데, 대단한 말을 한 것도 아니고. 그런데 그게 혹시 또 매사를 부정적으로 보시는 분들께는 '아이. 이새끼 뭐 인기 끌려고' 이렇게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근데 그걸 내가 논리적으로 반박할 수가 없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내가 아무리 아니라고 해봤자 증거가 없으니까. 그런 것 때문에 혹시 다른사람들한테 피해주는 건 아닌가 뭐 이런 고민은 좀 있었어요. 그런 부분에서 조심스러운 거 말고는 딴 거는 사실 별로 없어요.



요약하자면, 난 뭐 그런 얘기 하는 거에는 별 부담 없지만 내 발언이나 행동으로 인해 나와 함께 하는 누군가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면 그건 좀 고민해보겠다는 얘기. 할 말을 다 하는 것일뿐인데 그걸 또 고깝게 보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까지는 어찌할 방도가 없지 않겠나, 하는 거.



홀: 딱히 뭐 그런 거에 대한 부담은 없으시다니까 드리는 질문인데요. 현 정권, 박근혜 정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유: 박근혜 정부에 대해서... 글쎄요. 


어... 일단 현재 우리 목표는 최선을 다해서 현 시점에 가지고 있는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열심히 해야될 것을 인지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아, 제가 문구를 정확히 못외워서.


(일동 웃음)


유: 뭔지 아시죠? 아, 정확히 외웠어야 되는데. 전 그 말이 너무 웃겨요. 제가 진짜 웃음이 별로 없는 편이에요. 말수도 없고 평소에 잘 안웃는데. 짤 같은 걸 보면 말을 그렇게 하잖아요. 비문도 그런 비문이 없잖아요. 주어가 한 여섯, 일곱 개 되고 목적격 보어가 여기저기... 너무 웃겨서, 항상 이거를 웃겨야지 웃겨야지 하는데. 아이... 외워둘 걸 그랬네요. 아, 너무 아쉽네요.



진짜 무지무지하게 아쉬워하는 게 막 느껴졌다.



홀: 그거를 외워둔다는 건 정말,


유: 그죠. 외우기 힘들더라구요.


홀: 왜냐면 말의 내용이 없으면 못외우거든요. (웃음)


유: 아 너무, 너무 웃겨요.


홀: 특히나 3인칭, '이와 같은' 막 이런 거 많이 나오고.


유: 저도 되게 막 문장을, 작가이긴 하지만 문장을 잘 쓰는 사람은 아닌데, 아무튼 그런 것들이 너무 웃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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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다 잘해보자 머, 그런 말씀.



홀: 아, 제가 준비를 하면서 봤는데, 사실 이거 되게 유명한 거였는데 저만 몰랐던 것 같아요. 싸이월드 미니홈피에서 한때 유명했던 '카페베네 같은 년, 편강탕 같은 년, 김창숙 부띠끄 같은 년...'


유: 아, 네네.


홀: 저는 대학 다닐 때 그거 너무 재밌게 봤는데 그게 유병재 씨가 쓴...


유: 네 맞습니다.


홀: 그리고 페북이나 sns를 통해 쓰신 말들도 되게 화제가 많이 돼서. 뭐 어록 얘기도 나오고 하는데 그런 거는 원래 타고 나셨던건가요? 아니면 연습을 평소에 좀 하신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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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화제가 된 그 작품.



유: 타고났다기보단... 근데 저는 예전에 뭐 싸이월드였고,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이런 거 하지만, sns도 몇 년 전부터는, 코미디 해야겠다 싶었을 때부터는 '오늘 밥 맛있었다', '날씨 덥다' 이런 개인적인 얘기를 쓰는 거는 거의 안하고 그냥 그것도 코미디 할 수 있는 채널의 한 창구로 쓰고 있어서. 


예를 들어서 방송에서 할 수 있는 코미디 아이디어가 있고, 친구들한테 농담으로 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있고. sns에서 짧은 글로 할 수 있고 사진으로 할 수 있고. 이런 것들이 다 따로 있다고 생각을 해서 거기에 맞는 것들을 sns에 푸는 것 같아요. 타고난 거는 아닌 것 같구요. sns에 쓰는 것도 다 계속 아이디어 막 짜내가지고 문장 다듬고, 마침표 뺐다가 넣었다가 이렇게 해가지고 나름 생각 많이 하고 쓰는 거거든요.


홀: 지금 아직 졸업 안 하신 상태죠?


유: 네 아직, 휴학중이에요.


홀: 제가 다른 매체 인터뷰를 읽어보니까 이제 졸업을 하셔야만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유: 해야만 한다기보다 안 가면 이제, 제가 알기론 제적되는 걸로. 제가 요람을 정확히 외우진 못했는데 제적되는 상황일 거에요 아마. 아마 이번 학기도 특별휴학? 그걸 한 번 더 지도교수님 만난서 쓰긴 썼는데 요고가 제가 알기론 마지막이어서 복학 안하면 제적되는 상황이에요.



유병재는 현재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휴학중이며, 가카의 후배이기도 하다.




홀: 그런데 학점도 또 2점대라고.(웃음)


유: 2점대인데, 2점대는 공부했을 때 2점대였고, snl하고 같이 병행했을 때는 한 학긴가 두 학긴가, 그때는 또 1점대 나오고 그랬어요.


홀: 참 진부한 질문이긴 한데, 아까 sns도 일종의 개그창구라고 말씀하셨고, 제가 알기로는 ucc 같은 것도 만드셨었고, 대중적인 인지도가 없을 때부터 그런 노력을 많이 해오셨었잖아요, 이쪽에 뜻을 두고. 그런데 만약에 잘 안됐어요. 그래서 뭔가 직업을 선택해야만 하는 일이 있었다면 그럼 그냥 취업을 하셨을 것...(같은지?) 


유: 근데 그걸 저는 잘 모르겠는 게, 생각을 안해봤어요. 전혀. 항상 저는 그런 걱정이 별로 없었어요. 그런 게 자신감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난 요것만 할 줄 아니깐. 이것만하고 안됐을 경우에는 별로 생각을 안하고 살았던 것 같아요. 막막하게 만약에 안됐으면... 근데 아마 계속 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어렸을 때부터 꿈이 여러 번 바뀌었지만 초등학생 때에는 만화가를 하고 싶었었고, 영화감독이 되고 싶었고, 피디가 되고 싶었고, 코메디언이 되야겠다. 거의 다 약간 문화 예술. 이런 것들 만드는 일을 어렸을 때부터 좋아해가지고 요쪽 아닌 거는 좀 생각을 안해봤었던 것 같아요.


홀: 타 매체 인터뷰들을 통해서 제가 알기로는 KBS 공채 개그맨 시험도 여러 번 도전하셨었고,


유: 아, 한 번 봤어요.


홀: 아, 한 번. 그때 3차까지 가신 거네요 그러면?


유: 아니요 그게 1차, 2차, 3차가 있는데 사실 1차는 서류라고 해가지고 제가 알기로는 1차는 웬만하면 다 붙고, 제가 들은 거로는 붙으면 안 될 사람을 떨어뜨리는 과정이래요 1차서류는. 그래서 1차는 거의 대부분 합격을 하고 2차에서 1분정도 시간을 주면 거기에서 준비해온 자유연기 보여드리고 더 시키면 개인기 같은 것도 하고 그래서 합격이 되면 3차에서 지정연기, 자유연기 2, 3분 정도 보는 걸로 알고 있는데 대부분 2차에서 떨어지고 3차에 좀 적은 수가 올라가서 최종합격되는 건데 저는 2차에서 다같이 떨어질 때 떨어졌어요.


홀: 만약에 (그때 잘 되었다면) 공개 코미디를 하셨었을 수도 있는 거잖아요. 스스로 생각하기에 나는 무대체질인것 같다. 뭐 이런 느낌은 있으신가요? 저는 주로 짜여진 꽁트나 이런 걸 많이하는 유병재 씨를 봐왔어가지고.


유: 무대도 짜여진 꽁트이긴한데, 그게 잘 안맞았을 것 같은. 잘 못했을 것 같아요. 저는 요새 하도 이런 거를 몇 년 동안 하다보니까 조금은 익숙해져서 그나마 긴장이 덜하긴 하는데 이거 불과 3, 4년 전에 학교 다닐 때까지만 하더라도 조별과제 같은 거 할 때 무조건 나는 발표 빼달라고. 다른 거 다하겠다 이런식으로 얘기를 했거든요. 왜냐하면 발표 같은 걸 하면 손이 엄청 떨리고 목소리도 떨리고 시선도 어디다 둘지 모르겠고, 되게 긴장을 많이하는 그런 편이어가지고, 그래서 야외촬영을 할 때도 처음엔 진짜 많이 떨었어요. 티 안내려고는 하지만.


에너지드링크라고 하나요? 그런 카페인 많이 들어간. 일부러 몽롱하게 하려고 잠도 일부러 전날 밤 세우고 가고 이미지트레이닝도 엄청, 앞에 있는 사람들 다 옷 벗고 있다고 생각하고 나보다 더 챙피하다고 생각하고 막 이런 식으로 해서 그나마 요샌 좀 나아진 거지 원래는 수줍음 많이 타고 숫기 없는 스타일이라서. (공채시험으로) 코미디언이 안됐지만 만약에 됐다고 하더라도 잘 못했을 것 같아요.


많이 떨리고... 그리고 약간 연기 톤도 제가 그런 공개코미디, 연극 무대 같은 데서 하는 어떤 과장된 톤이라던지 요런 거를 좋아하지도 않고, 잘 하지도 못해가지고 그냥 야외에서 편집으로 살릴 수 있는 그런 것들을 좋아했었습니다.


홀: 유병재 씨가 어떻게 보면 대표적으로 딱 '뭐하는 사람이다'라는 규정이 잘 안되는 분들 중에 한 분이잖아요. 작가 일도 하시고, 코미디언도. 예전에 싱글앨범도 내셨었고. 작가에서 시작해서 코미디를 하고 계신 상황인데 외국은 코미디언 작가가 실제로 코미디를 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보통 스탠딩 코미디로 많이 하죠. 자기가 짠 대본으로. 스탠딩 개그 같은거 하고 싶은 생각은 없으신지.


유: 어, 저 안그래도 초인시대 끝나고 앞으로 뭐할까를, 어제 (초인시대) 막방이었고, 촬영이 며칠 전에 끝났어요. 그래가지고 뭐할까를 이제야 좀 생각을 해야할 것 같아요. 너무 바빠서, 그동안 정신없어서 이제 좀 뭐할까 생각을 해야되는데 그전부터 조금씩 갖고 있었던 게 스탠드업을 해볼려고 하고 있어요. 이거 바로 다음 단계로는. 그래서 그거 준비하고 있습니다. 안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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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 우리도 이런 거 준비하고 있었는데


 

홀: 우연치 않게 저희 딴지일보가 스탠딩 코미디를,


유: 아 저 알고 있어요. 근데 뭐 진행이 안되는 것 같던데? 글은 하나 본 것 같은데...


홀: 아, 계속 진행중인데요,


유: 안 모이죠?


홀: 예. 도전하시는 분들이 많지는...


유: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딴지에서 하기 전에 제가 먼저 하려구요.


홀: (웃음저희 벙커에 오셔서 하는 방법도 되게 좋을 것 같은데.


유: 어, 그것도 되게 괜찮은 것 같아요.


홀: 저희 객석 꽉 채우면 한 200분 이상 들어오시는 것 같아요.


유: 아, 진짜요? 오, 좋은데요?


홀: 요거는 저희 딴지일보 팀장님이 추진하고 계신데, 한번 말씀드리겠습니다.


유: 일단 제가 좀 준비를 해야되서... 진짜 그거를 지금 되게 재밌게 생각을 하고 있거든요. 그니까 재밌게 나온다는 게 아니라 제가 일하면서 즐길 수 있는 공부를 해야겠단 생각이 요새 들어가지고, 공부하면서 계속 일단 대본 같은 거 작업중이라 어떤 이야기 할 건지 좀 추리고... 딴지에서 하는 것도 재밌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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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탭드업 코미디언 루이스 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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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말고 딴지 스탠드업에 도전하시라



홀: 스탠딩 코미디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특히나 미국의 스탠딩 코미디언 유튜브 영상 같은 거 보면 발언 수위가 되게 세잖아요. 막 사실은 노인 욕도 하고, 뭐라고 해야되나, 경계가 없잖아요 그냥. 만약에 스탠드업 하시면 어떤...


유: 아뇨 아직 큰 주제는 없구요. 지금 계속 짜고 있는 중이고. 사실 스탠드업 좋은 게 큰 맥락은 있어야겠지만은 무슨 얘기든 해도 돼요. 스탠드업은 이렇게 얘기하다가 물 한 번 마시고 '그러고 보니까(라고 얘기하면서)' 또 다른 얘기해도 되고 해서,  최대한 좀 자유롭게 쓰려고 하고 있어요. 물론 전체를 관통하는 무언가는 하나 잡아야겠지만.


그래서 수위나 뭐 이런 것들은, 근데 저도 뭐 미국이나 해외에서 스탠드업 하는 거를 보면, 저두 코미디 되게 좋아하고 뭐 수위가 나름 저도 센 걸 좋아한다고 생각하는데 저도 잘 안 받아들여지는 부분이 사실 있거든요. 문화차이라서. 뭐 최근엔 엊그저께도 루이스 CK가 새로하는 걸 하나 봤는데, 재미가 없더라구요. 너무 수위도 수위지만은 모르는 얘기를 하니까.


홀: 그사람들 안에서만 통하는 뭐 그런.


유: 예, 문화차이가 있으니까 잘 안오더라구요. 되게 재미있는 사람인 걸 제가 알겠는데, 그래가지고 그런 거는 최대한 한국 정서에 맞춰서 해야될 것 같아요.


홀: 코미디언 활동을 하시면서 쭈욱 하고 싶은 아주 큰 덩어리 중에 하나인 것 같아요 스탠드업이.


유: 네 맞아요. 예전부터... 제가 다른 인터뷰에서도 몇 번 얘기했었는데, 예전부터 하고 싶었어요. 음악 코미디도 그렇고 스탠드업도 그렇고. 코미디라는 틀 안에서 여러 가지.지금 나름 다양하게 하고 있다고는 생각을 하거든요. 예를들어서 sns 같은 것도 하고 꽁트 연기도 하고 뭐 다른 데 게스트로 나가기도 하고, 또 드라마 틀 안에서 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좀 다른 방향을 최대한. 


근데 이거 하면서 준비해야될 게 저는 되게 오랫동안 하고 싶은데, 빠른 시간 동안에 팍팍팍 이렇게 해버리면 나중에 더 이상 할 게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서 아껴먹어야겠다 생각이 좀 들어요.



스탠드업 코미디. 일단 본지 꾸물 팀장에게 보고해야겠다 다짐하면서, 성격에 대한 질문을 해봤다.



홀: (초인시대를 함께 했던) 다른 배우분들이나 주변분들 인터뷰를 보면은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다가가기 되게 어렵다'. 어제 8회 스페셜 방송에서도 그런 얘기가 나왔었잖아요. 이이경씨 하신 말씀 중에 하나가 컷 되면 따로 다른 데 가 있고 그렇다고... 그게 단지 (유병재 씨) 성격 때문인가요?


유: 그런 것 같아요. 성격 때문인 것 같아요. 제가 이게 굉장히 단점인 것 같아요. 콤플렉스여서 고치려고 노력을 스무 살땐가 스물 한 살 땐가, 노력을 몇 개월동안 해봤어요. 제가 잘 웃지도 않고 말수도 없고 사람들이 말 걸어도, 예를 들어서 말수가 없는 건 내가 그런놈이면 되는데 누가 말을 되게 친절하게, 사교적으로 다가와주는데, '아... 네' 이렇게 하면은 되게 무례한 걸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그런 건 하지 말아야겠다 싶어서 성격을 바꾸려고 대학교 신입생 때 노력을 좀 해봤어요. 일부러 거울 보고 웃는 연습도 하고 말 걸면 말이 항상 저한테서 끝나니까. 그니까 제가 뭐 하면 또 질문이 되고 이렇게 왔다갔다 해야되는데 그런 것들이 너무 뭐... 선배나 이런 주변 사람들한테 너무 죄송해가지고 연습을 했는데 이게 좀 꼰대 같은 얘기지만 안고쳐지더라구요. 한 스무 살 넘어서는... 안되서 그냥 포기하고 요 안에서 그냥.


제가 최근에도 작년 추석인가 한 번 어머님이, 제가 집에서 막내에요. 아들이 저만 있고, 누님이 두 분 계시고, 사촌들도 다 여자분들이고 저만 아들이고 다 딸이고 저만 아들이어가지고. 시골엔 아직까지 남아선호사상이 있거든요. 되게 귀하게 자랐는데, 얼마나 귀엽겠어요. 얼마 전에 추석 때 '나는 니가 막내인데도 참 어렵다'고. 어머니가 얘길 하시더라구요.


홀: 보통은 그래도 집에서는 재롱, 귀염을 떨고 이런 거 아닌가요.


유: 아니에요. 말 거의 안해요. 며칠동안 뭐 진짜 한, 서너 마디 할 때도 있고. 말 너무 안하니까 참 어렵다고 하셔가지고 좀 그렇습니다. 좀 벽이 있는 것 같아요.


홀: 대학 생활 하실 때도 관계가 넓은 편은 아니셨나봐요.


유: 아유, 완전 아싸(아웃사이더의 준말. - 편집부 주)였어요. 완전.


홀: 근데 이게 차라리 그냥 일반적인 사회생활을 하는 거면 모르겠는데, 특히나 요새 인지도가 근 몇 해 사이에 급격히 많이 높아지셨고, 새롭게 만나는 분들도 많으시고 하다보니까 괜히 오해사거나,


유: 그래서 그나마 지금 제가 그래도 여기서 뭐 얘기도 하고 이렇게 하는게, 그나마 이게 조금 사교적으로 변한 거에요. 말씀하신 그 포인트대로 옛날에 아무도 모르고 이럴때는 그냥 저놈은 그런놈이구나 했을텐데 옛날에 그랬으면. 요새는 그래도 사람이란 게 그렇더라구요. 저도 그런 것 같고. 나는 똑같아도 주변사람들 보기에 '저새끼 변했을 거야' 이렇게 생각하고 보면은 뭘 해도 변한 것처럼 보이고해서. 그나마 인사도 좀 이렇게 하고 사교적으로 좀 변한 것, 그나마 변한 게 요즘 이정도.



어머니가 막내 아들에게 '너 어렵다' 하실 정도면 어느 정도인지 알겠다.

'그나마'를 수 차례 강조한 걸 봐서도 충분히.



홀: 어떻게 보면 강제로 뭔가 노력해야 하는 상황인 거잖아요. 그런 거에 대한 스트레스나 힘든 거는,


유: 근데 사실 지금 하고 있는 일 자체가 되게 너무 감사한 일들이어서... 되게 많이 알아봐주시고 관심 가져주시고 하는 게 너무 좋아서 그정도는 감수해야 되는 것 같아요. 사랑 받는 직업이니까 조금 그렇게 힘든 거 정도는. 그런 것도 싫다고하면 너무 투정인 것 같고. 요 정도는 뭐 그렇게 어려운 거는 아닌 것 같아요.


홀: 술을 좋아하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주량은...?


유: 주량이 세진 않구요, 되게 자주 먹어요. 한 일주일에 5일 정도는 먹는 것 같아요. 맨날 혼자 먹거든요 집에서. 무조건 컴퓨터 앞에서 맥주... 주량이 500ml 큰 캔 4개 정도 사서 먹으면 딱 좋아요. 스케줄이 아무리 바빠도 무리해서라도 좀 마시고 자는 편이에요. 약간 중독 초기 정도 되는 것 같아요.


홀: 아이 뭐 그정도야. (웃음) 그 정도 소량으로 자주 마시는 거는 크게...


유: 그니까 이게 양이 중요한 게 아니고 버릇이 든 게 안 먹으면 잠이 안오고 먹어야 되고 이런 게 초기증상이라 그러더라구요. 뭐 손 떨리고 이런 것까지는 없는데... 그니까 항상 이런 기분이 들어요. 진짜 술을 마시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그런 기분이 아니어도 '나는 지금 술을 마셔야 될 것 같은데?' 느낌이 들어서 마시고.


홀: 아... 약간 뭔지 알 것 같아요.


유: 그런것 때문에 최근 2, 3년동안은 계속 그렇게 먹은 것 같아요.


홀: 뭐 그럼 맥주 말고 소주 같은 거는. 집에서 혼자 소주 먹긴 그러니까 안 드시는 건가요 아니면 맥주로만,


유: 아니요, 제가 술을 되게 어렸을 때부터 먹은 것도 아니고 다 스무살 넘어서 먹고 그래서 술맛을 잘 몰라요. 맥주 같은것도 잘 구분을 못하고. 소주 같은 게 너무 써요. 아직 제가 어려서 그런지 모르겠지만은, 그래서 뒷맛도 깔끔하지 않고 그래서 그냥 맥주만. 이건 좀 챙피해서 얘기하기 그런데 가끔 보드카 크루져 있잖아요, 과일 맥주 같은 거. 그것도 좀 사서 먹고 그러고 있어요.



잠시 국산 맥주와 수입 맥주에 대해 잡담을 나누었다.

 



홀: 술버릇 같은 건,


유: 술버릇이 없어요.


홀: 취하게 잘 안 드시는 타입일 것 같은데...


유: 취하게 먹는데 술버릇이 없어요. 그니까 주사가... 원래 스무 살 때 (술을) 처음 먹었다 그랬잖아요. 대학교 신입생 때 다들 그렇듯이 좀 약간 사고라고 해야되나? 사고까진 아니고 약간 주정 부리고 그래가지고 처음에는 선배들이 신입생 환영회 때, 저 친구 재밌다. 막 주정부리고 그러니까. 귀엽다, 뭐 재밌는 놈이네. 이렇게 했는데 한두 번 정도 더 하니까 빈축도 사고 그래가지고 .그 때 좀 제대로 배워서 그 다음부터는 주사가 거의 없어요. 있어봤자 그냥 말 많이 하는 거 정도랑. 뭐 고 정도? 그리고 혼자 먹으니까 사실 주사랄 게 안생기더라구요. 혼자 우는 건 있어요. 일부러 좀 슬픈영화 같은 거 보고 감수성 풍부해져서. 근데 혼자우니까 이것도 뭐...



술 얘기를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연애 얘기가 나왔다.



홀: 이제 뭐, 다 알려진 사실이지만 연애중이시잖아요.


유: 아, 네네.


홀: 여자친구분이랑 술 한 잔 이렇게 잘 안하세요?


유: 네, 제가 같이 사는 형이랑 친한데 그 형도 그렇고 여자친구도 그렇고 별로 술을 안좋아해서 거의 주로 혼자 먹어요.


홀: 여자친구분이랑 보통 요새는 밖에 돌아다니기도 편하진 않으실 것 같은데, 주로 뭐하세요?


유: 요새는 사실, 요새를 얘기하면 뭐 하느라고 잘 못만났고, 그 전에도 뭐 돌아다니는 게 비슷한것 같아요. 하는데 그냥 좀... 저도 꼴갑 떠는 것 같아서 너무 하기 싫었는데 뭐 썬그라스 쓰고, 마스크 쓰고 하거든요. 너무 낯부끄러워가지고 하기 싫었는데 걔한테 피해가 되니까. 같이 만나고 있는데 몰래 사진 찍는 사람들도 있고, 사진 찍어달라고 오시면은 혼자 있을 땐 괜찮은데 같이 있으면 걔랑 좀 그래가지고. 그런 것들이 약간 좀 미안해가지고 집에서 보거나 뭐 이렇게.



그래도 같이 극장 같은 데는 가지 않느냐 물었더니, 여자 친구가 싫어해서 아직 한 번도 안 가봤단다. 영화 얘기 나온 김에, 쭉 물어봤다.



홀: 그러면 요샌 근래 그냥 극장은 다른분들하고 같이 가시는 건가요


유: 아니 최근에 극장을 잘 못갔고. 저도 극장을 잘 못갔어요. 엔스토어에서 좀 다운 받아가지고... 그것도 이제 다 합법적으로 다 돈내고 다운받는 걸로.


홀: 정말요?


유: 아 진짜로요. 엔스토어 그 네이버.


홀: 아니, 근데 간혹 뭐 토렌트 같은 거 이용하시고,


유: 아니 저는 다 만 원씩 내고, 요새 또 IPTV용으로 그런 영화들이 많이 양산이 되어서 극장개봉말고. 그게 취미중에 하나에요 그런거. 개봉날짜, 상영예정 D-1 이렇게 뜨거든요. 12시되기만 기다렸다가. 아, 진짜 돈 다 내고 받아요.


홀: 예전엔 어땠어요?


유: 네?


홀: 예전엔 영화 볼 때...


유: 아, 이제 여기서 그만 얘기 하겠습니다.


(일동 웃음)


유: 예전에도 그랬습니다.



유병재하면, 역시 페이스북 얘길 안 할 수 없다.



홀: 페이스북으로 많이 유명하시고, 어록 같은 걸로. 그리고 페북 팔로워도 많으신 걸로 알고 있고, 근데 SNS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것도 많잖아요. 퍼거슨 감독 같은 경우에는 뭐 'SNS는 인생의 낭비다.' SNS 계속 하다보면 그런 거에서도 부담감 같은 건 없나요?


유: 요샌 있죠. 사실...


홀: 보는 사람들이 너무 많으니까.


유: 네. 저뿐만이 아니고 다른 분들이 그게 많이... (문제가) 되잖아요. 일주일이 멀다 하고 생기는 것 같아요. 그런 얘기. 굳이 그런데 저는 그런 현상을 부정하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고, 그래서 그냥 조심하는 수 밖에 없는 거 같아요. 그리고 크게 문제될 만한 글도 아직 올린 적이 없는 것 같고.


홀: 일종의 자기 검열 같은 것들.


유: 아 그럼요. 하죠. 요샌 너무 무서워서. 무섭다기보다 원래 조심해야되는 문제 같기도 하고. 팔로워 많아지고 하다보니까 그런 것도 조심하고. 저는 좀 그런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요새는 팔로워 숫자가 약간 권력처럼 된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분들이 조금, 저도 인스타그램 같은 거 많이 보니까 악용이라고 해야되나, 좀 얄미운 경우가 있더라구요. 예를 들어서, 저라고 예를 들게요. 제가 만약에 팔로워가 많으면 예를 들어서 오늘 슈퍼에 갔는데 슈퍼 주인이 저한테 조금 불친절하게 했어요. 그러면 거기 사진 찍어가지고 '아니, 여기는 이렇게 하네요. 이거 어떻게 해야되요, 팔로워분들?' 이런 질문을 한다던지 되게 좀 얄밉더라구요. 이건 약간 권위가 생기는 것 같아서 팔로워 숫자가 많아질수록. 그런건 좀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홀: 실제로 뭐 내 얘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굉장히 많다는 거는 사실 권력이 맞잖아요. 그리고 사람은 또 누구나 이제 존재감 발휘라고나 할까요? 내가 막 누군가한테 영향을 끼치고 이런 것들을 좋아하는 심리가 있을텐데... 페이스북이나 개인적으로 남기신 글 같은 게 뭐 반향을 일으킨다거나 여러사람들에게 회자가 된다거나 그래면 쾌감 같은 게...


유: 아직 제가 반향을 일으킨 적은 없는 것 같은데 그런 거 있으면 너무 좋죠. 뭐 재미난 말 같은 게 많이 돌고 하면은 그런데서 뿌듯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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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의 반향을 일으킨 적, 많다.



홀: 이쪽 일을 계속 하시면서 좋아하는 개그맨 분들이 몇 분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본인이 가고자 하는 길이라던가 뭐 그런 거에 있어서 혹시 롤모델? 이라고 할 만한 분이 계실까요?


유: 롤모델은 제가... 가끔 이런 얘기 자주하는데 딴 데 가서도. 일부러 안만드는 경향이 있어요. 어차피 해도 그렇게 안되고 되봤자 별로 재미없을 것 같아서. 예를 들어서 제가 뭐, 주병진 선배처럼 되고 싶다. 하면 되는 것도 넘 힘들거니와 되도 그냥 좀 약간 따라 한다는 느낌이 드는 것 같아서 약간 저를 규정(하는 것 같은)... 일부러 스스로 울타리를 쳐놓는 것 같아가지고. 그거를, 안하는 편이에요. 근데 배울사람들은 진짜 너무 많은 것 같아요.


홀: 이 요소, 저 요소.


유: 네네. 제가 장점이 여러 가지 있지만 그게 되게 장점이거든요. 이 사람한테 이거 빼먹고 이 사람한테 저거 빼먹고, 배우는 게, 고건 되게 좋아요.


홀: (웃음) 최근에 쏠쏠하게 빼먹은 거 뭐가 있을까요? 요 장점 한 번 빼 먹었다.


유: 와, 글쎄 생각하는 데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은데... 최근은 아니고 그냥 막연히 생각이 든 건데. 최근은 아니에요. <아트비디오> 할 때 느꼈던 건데. 유세윤 씨를 그 때 처음 봤는데, <아트비디오>라는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옛날에 엠넷에. 같이하면서 만났는데 그때 최고 잘 나가는 스타였고, 저는 이제 시작하는 사람이고 이랬는데, 원래 평소에 너무 좋아해었고. 개그맨 지망생들 유세윤을 다 약간 롤모델처럼 생각을 하거든요. 연기도 너무 잘하고 말하는 센스도 너무 있고 하니까. 그래서 되게 좋아해서 동경의 대상이었는데, 진짜... 사적으로 얘길 나눠보고 하니까 되게 생각이 깨어 있는 사람 같더라구요. 사실 코미디언 하는 사람들이 다른 장르에도 마찬가지지만 닫혀있는 경우가 되게 많아요. '내가 제일 웃겨'. 굉장히 주관적인 장르다 보니까.


홀: 일종의 곤조 같은,


유: 곤조라고 볼 수도 있고, 좋게 말하면 고집인데. 좋게 말하면 자신감, 고집인데 좀 나쁘게 말하면 되게 자기 안에 갇혀서 남의 얘기 안듣고 내것만 최고야 뭐 이렇게 하는 게 좋은 자세는 아닌 것 같거든요. 근데 그런 것들을 유세윤 씨 보면서 많이 배웠어요. 열려있더라구요. 제 얘기도 많이 들어주시고 다른사람들, 코미디언 아닌 사람들한테도 의견 들으면 수렴해서 귀가 열려 있다는 생각을 많이 받았어요.


유세윤씨도 그렇고 snl하면서 신동엽 선배도 보면서 되게. 사실 신동엽 선배도 나이도 많이 있고, 데뷔 때부터 인기가 최고였는데 그걸로 한 20년 넘게 사랑을 받은 사람인데 저 같은 막내 작가 애들 얘기가 뭐가 들리겠어요. 근데 다 들어주고 항상 의견 물어보고 이렇게 하시는게 '아... 탑 되는 이유가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서, 저도 아직 어리지만 어린애들한테도 이런 게 있거든요 사실은. 내가 제일 웃기고, 아이 쟤는 별 거 아니고 이런 것들이 있어서, 항상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홀: 아마 실명을 말씀하시긴 어렵겠지만, 반대로, '나는 저렇게는 안 해야지' 이런 경우도 종종 보시나요?


유: 사람으로 안하고 행동으로 얘기하면, 저는 개인적으로 그거는 되게 싫어하는 게, 연기할 때 가끔 코미디언들이 웃는 경우가 있어요. 이렇게 하다가 끅끅끅... 근데 이게 말이 안되는 거에요. 리허설 때 몇 번 했었고, 왜냐하면 이걸 왜 하느냐면 따라 웃으면 관객들이 웃게 되어 있어요. 웃음이라는 게 자기가 연기하다보면 다 보이잖아요 분명히 연습했을텐데 왜 여기서 웃는 거야.


홀: 일종의 치팅처럼,


유: 맞아요. 반칙이고, 하면 안되는 건데 그런 것들이라던지 아니면... 사실 하지 말아야 될 건 너무 많은데 그런 것들이나 또... 이런 자세도. 제가 되게 싫어하는 건데 농담하다가 꼭 드럽게 감 없는 새끼들이 이런 거 많이하는데 하다가 자기가 우연히 뭐 하나 웃겼어요. 그러면은, '아이~뭐 이런 거 좋아하시는구나?' 이런 식으로 해가지고 자기가 다 알았던 것처럼... 뭔지 알죠? 


예를 들어서 제가 장난을 하나 했는데, 우연히 사람들이 웃는 거에요. 그러면 안 웃을 줄 알았는데 웃었네? 솔직하게 얘기하면 되는데 '아, 이런 거 좋아하셨어? 아~알았어. 그럼 이런 거 많이 해줄게~' 이런 식으로 하는 게 진짜 백이면 백 다 감 없는 새끼들이 그런 얘길 하거든요. 그래서 그런 것들도 너무 싫고 난 진짜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생각이 들고. 관객탓하는것도 좀.


홀: 아, 뭐 웃을 준비가 안되어 있다, 자세가 안되어 있다.


유: 아, 왜 이렇게 안웃어? 왜 이렇게 얼어있어? 왜 이해를 못하는 거야? 이해했는데 안 웃긴 건데, 이해를 못시킨 게 자기 잘못인데 책임전가하는 장면. 그런 모습 같은 것도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 하지 말아야 될 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이거 말고도.



인터뷰 내내 조근조근하게 대답하던 유병재. 이 타이밍구에서는 조금 톤이 높아졌다. 



홀: 그런 할말들은 좀 다 하시는 편인가요? 뭐 자기 주장이라던가, 왜 꼭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해야 풀리는 타입들이 있잖아요. 보통 어떠세요, 유병재씨는? 그냥 말씀으로 하시는 편인가요 아니면 그냥 혼자 생각으로만.


유: (단호하게) 아무말도 안하는데요.


(일동 웃음)


유: 제가 요즘 그런 생각을 많이하는데요, 이런 주제를 고민을 하는데, 이건 좀 다른 얘기지만. '지인의 폭력'이라는 주제로 좀 생각을 하거든요. 예를 들어서, 저도 생활인이니까 이런 얘기 할 수 있지만 또 그 사람 만나서 하다보면은 그 말이 안나오잖아요. 예를 들어서 방금 얘기했던 코미디언으로서의 단점이 있으면, 또 다른 면에서는 나를 되게 잘 해주고 아껴주고 또 다른 장점이... (만약 단점을 직접적으로 지적해주면) 이게 잘 안 나오는 것 같아요. 내가 아는 사람들이 저지른 잘못이라는 게 되게 좀 모순이 있는것 같아서 좀... 연구해 볼만한 주제인 것 같아요. 좀 다른 얘기 한 번 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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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위의 페이스북이 생각났다. 유명인들의 사과법(?)이랄까? 그걸 비꼬아 화제가 된 그의 페이스북. 과연. 유병재는 어떤 사과법을 가지고 있을까?



홀: 만약에 본의아니게 실수를 하게 되거나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요새 하여튼 그런 일들이 너무 많이 터지잖아요. 그래서 자숙을 해야되고, 그런상황이 됐다면 뭔가 사과를 하셔야 될 거잖아요. 지금 생각난 건데 페이스북에 유명인들 사과 할 때 해석하는 법을 써놓으신 거. 갑자기 그게 생각이나서. 만약에 그런 상황이 되면 어떻게 사과하실 건가요.


유: 근데 지금 너무 막연하게 그냥 어떤 일인지 모르고 해서, 거기 성격에 맞춰서 해야되지 않을까. 원래 성격 자체가 핑계 대는 거를, 남이 핑계 대는 것도 되게 싫어하고 제가 스스로 핑계 대는 것도 싫어해서 그런 거는 제가 잘못한 게 어떤 부분이 있으면 잘못은 다 인정해야될 것 같아요.


사실 어떤 문제가 터졌을 때 제 3자 입장에서, 시청자나 국민이라고 해야되나. 국민입장에서 다른 일들을 볼 때 사실 뭐 어떤 일이 터지면은 사람들이 그거를, 이 사람이 비호감이고 평소에 마음에 안들었던 사람이에요. 그런데 이 사람이 아무리 맞는 말을 해도 사실 맞게 안보잖아요 일단은. 색안경을 다 끼고 보기 때문에, .저는 그게 나쁘다라기보단 그렇기 때문에, 


여기서 예를 들어서 A라는 사람이 있는데, 어떤 구설수에 휘말려서 있었는데 A라는 사람이 1이라는 걸 잘못했고, 2라는 거는 잘못을 안했는데 잘못한 것처럼 됐어요. 그러면 2에 대해서는 (잘못이) 아니라고 얘길 하잖아요. 근데 사람들은 또 '아, 변명하지마 임마. 그렇게 거짓말하네...' 이렇게 또 오해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아서, 오히려 저는 안 한 것도 인정하면 인정했지 거기서 그렇게 하진 않을 것 같아요.


홀: 그럼 너무 억울하지 않아요? 그게 잘 안되는 것 같거든요.


유: 근데... 어쩔 수 없죠 뭐. 구설수 때문에 이러니까.


홀: 그냥 '1은 제가 진짜 잘못했는데 사실 2는 안한 겁니다.' 이것도 안하시겠다는 거잖아요.


유: 안한다기보다... 뭐 그래본 적은 없는데 그래야 될 것 같아요. 실명 같은 걸 언급을 해야 좀 예가... 비유가 딱딱 맞을텐데 그런 것들이 좀 없다보니까.


홀: 음... 그래도 막상 진짜 억울한 일이 닥치면,


유: 맞아요. 그래도 몇 십 년동안 계속 이랬던 걸 저희도 봤잖아요. OOO(부득이하게 익명 처리한 점, 양해를 구한다. 대충 열분덜 머리 속에 떠오르는 그 이름 맞을 거다. -편집부 주)도 억울한 거 있지 않을까요? 자기 입장에서는?


홀: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억울한 게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그냥 옆 사람이 '아, 나 얘는 별로야' 이렇게 할만한 거를 연예인들이 그런 행동을 하면 단죄를 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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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근한 예로 '음주운전'을 들려 했지만, 유병재는 면허가 없단다. 



홀: 면허가 없으시군요. 앞으로도 계획 없어요?


유: 저는 없어요. 근데 저는 그게 문제가 돼서 제가 연예인 못한다는 것도 있지만은, 그것보다는 진짜 사람을 죽일, 제가 신조 같은 게 누구한테 도움은 못 돼도 피해는 주지 말자라는 게 있어서, 내가 누굴 다치게 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있어서. 이건 진짜 칼보다도 더 무서운 무기잖아요. 차 라는 게. 그래가지고 꼭 음주가 아니어도 내가 누굴 어떻게 해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어서.


홀: 피해주기 싫어하는 성격인 분들 주변에 볼 수 있잖아요. 근데 보통 그러면 다가가기가 힘들더라구요


유: 그래요?


홀: 그러니까 피해를 주기, 난 평소에 (남에게) 피해주기 싫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의 어떤, 뭐라 그러나요? 특유의 그런 게 있어요. 그러면 사실 되게 좋거든요? 피해를 안 끼치니까? 그런데 다가가기 되게 어려운 거에요. 상대방들이. 왜냐하면 나도 저 사람한테 조금이라도 피해주면 안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유: 음... 그런 것도 조금 있는 것 같아요 솔직히 얘기하면. 남이 저한테 피해주는 것도 솔직히 별로 안좋아하는 것 같아요. 이건 당연한 얘긴가요?


홀: 당연한데 그게 '나는 나한테 피해 주는 것도 싫어'라고 얘기해서 못다가겠는 게 아니라, 느껴져요. 그게. 얼마나 조심하시겠어요. 남한테 피해 안주려고. 근데 보이잖아요. 제 눈엔. 그러면 나도 혹시 모르게 저사람한테 피해주는 거 아닌가 할까봐. 보통 저는 이걸 약간 '신세' 같은 느낌으로 표현... 신세를 진다거나 허점을 들어낸다거나. 보통 요러면서 가까워지는 경우들도 되게 많은데, 그러면 유병재 씨 같은 경우는 가까워지는 데 되게 오래 걸리는...


유: 네 좀 그런 스타일이에요. 예를 들어서 저는 개인적으로, 아 이것도 되게 나쁜말인데 개인적으로 좀 약간 이해 안되는 건 아니고 조금 제가 못 받아들이는 말 중에 하나가, 못 받아들인다고 해야되나? 저한테 '친해지고 싶어요~'라고 하면저는 그말 듣는 순간 못친해져요 그 사람하고는.


(일동 웃음)


유: 저는 되게 자연스럽게 친해졌으면 좋겠는게 오랜시간 지내면서, 이렇게 했으면 좋겠는데 저도 누구랑 친해지고 싶은 욕구들이 있는데 그냥 자연스럽게. 지금 사는 형이랑도 되게 자연스럽게 군대에서부터 만나가지고 이렇게 됐어요. 뭐 언제부터 누구랑 친해지고 싶다, '친해지고 싶어요' 이렇게 하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재밌게 지내다 보니까 친구가 되고 식구처럼 됐는데, 누가 '병재야 나 너랑 친해지고 싶어' 이렇게 하면 저는 그 말 듣는 순간 이제 부담스럽다고 해야되나 그런 게 좀 생겨서 그 말 들으면 못친해 지는 것 같아요. 약간 성격이상자...


홀: 아니, 이상자가 아니고 사람 성격이 다 똑같진 않지만 그런 유형들이 있는 것 같긴 하거든요. 그러면 혹시 연애할 때는 뭐랄까요, 연애에 있어서도 약간 시간이 걸리시는 편이셨나요? 연애하고 보통의 관계는 좀 다른 측면이지만 어쨌든 인간관계잖아요.


유: 저는 개인적으로 사랑도 좀 그런 관점으로 좀 보고 그리고 저는 기본적으로 예를 들어서 누가 나를 아무리 좋아해도 제가 마음에 없으면 못만나고 누가 아무리 나를 싫어해도 제가 좋아하면 그래도 계속 좋고 이런 게 좀 있어서, 기본적으로 제가 먼저 좋아하면서 시작을 하는 것 같아요. 근데 시간은 좀 걸리죠.


박새로미: 지금 연애중이시면 어느 정도 벽 같은 거는 남겨두세요? 자기 영역이랄까?


유: 어떤 부분에서...


홀: 뭐 자기 생각일 수도 있고, 완전 다 오픈하는 사람이 있고, 그래도 이걸 신비감이라고 말하면 좀 뭐하지만 그렇게 얘기하죠. 자기만의 찌질한? 그런 것까지는 안 꺼내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유: 찌질함인지는 모르겠는데 좀 뭘 남겨두기는 하는 것 같아요. 꼭 연애 뿐만이 아니라 누구한테도 그렇게 속내를 깊이 얘기를 잘 안하는 것 같아요. 이게 좀 약간 심리치료처럼 됐네요. 얘기가.


(일동 웃음)


홀: 결혼관 같은 것도 되게 궁금하거든요. 보통 '나는 결혼 꼭 몇 살 때 할 거야' 이런 사람도 있고, '나는 결혼 안하고 살아도 상관 없어',


유: 원래는 지금 연애하고 있는 친구 만나기 전까지는 결혼 절대 안하려고 했었는데, 이유가 일단은 못할 것 같기도 했고,(일동 웃음) 한다고 해도 그 생각은 지금도 있어요. 뭐냐면은, 책임감 같은 게 되게 부담스럽다고 해야되나. 그니까 상대방 여성을 책임져야 되는 것도 있지만은 더 무서운 건 아기를 낳았을 때...


전 솔직히 얘기하면 이게 좀 다른분들은 진짜 어떤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아기를 낳으시는지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제가 어려서 그렇겠지만. 그 아이의 진짜 0부터, A부터 Z까지 뭐 다 책임을 져야되는 거잖아요. 걔가 뭘해도 내 책임이고, 전 그렇게 생각을 하거든요.


홀: 그렇죠 어느 정도 성장할 때까지는.


유: 100% 영향력을 미친다고 생각을 하는데, 그 책임감을 내가 어떻게 책임져야되지 그런 생각이 사실 좀 들었어요. 내가 만약에 애기를 낳아서 잘 키웠다고 생각을 했는데 얘가 뭐 학교에서 누구를 때릴 수도 있는거고, 누군가한테 나쁜짓을 할 수도 있고, 이런 것들이 물론 뭐 다른 데서 오는 재미들도 많이 있다고 저는 생각은 하지만, 재미라고 해야되나? 보람같은 거 많이 있다고는 생각은 하지만, 그런 측면이 너무 그냥 막연히 어린나이에 생각하기엔 너무 무서워가지고 결혼은 원래 생각을 안하고 있다가 요새는 연애를 하니까... 근데 얘하고도 뭐 결혼을 아직 논할 그렇게 오래된 관계는 아직 아니고, 조금 조금씩 바뀌고 있는 중인 것 같긴해요. 근데 아직도 좀 두렵기는해요.



여기까지 이야기를 듣다 보니 드는 생각. 유병재는 졸라 '조심스러워 하는 사람'이다. 특히나 자신의 말이나 행동에 영향을 받게 될 타자에 있어서 말이다. 별로라 생각하는 스타일의 개그를 하는 불특정한 이들에게는 '감 없는 새끼들'이라는 말을 서슴없이 하면서, 대통령의 화법을 비꼬는 것에는 별 부담을 느끼지 않으면서 오히려 방송 내내 다른 사람들과 얽힌 일, 예를 들면 출연했던 예능 프로그램이나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는 극도로 신중하게 대답하고, 그것도 모자라 '방송에는 나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양해를 구하기까지 하는 사람.


하앍, 진짜 친해지기 어려운 스타일.




하편에서 계속.







편집부 홀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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