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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4년간 의정활동을 하며 확인한 재벌 대기업의 '공정하지 못한 비법' 모음입니다. 시장에 순응하지 못하고 사회에 군림하는 재벌 대기업은 자신뿐만 아니라 나라를 망치게 됩니다. 공정한 시장 만들기에 이바지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연재를 시작합니다.



* 주의 사항


1. 재벌 대기업이 아니라면 함부로 이 비법을 사용하지 말 것. 작은 기업이 했다가는 쇠고랑 차기 십상이다.


2. 이러한 재벌의 비법이 21가지뿐일까? 아니다. 흥미로운 것, 알려진 것 중심으로 정리한 것이 21가지다.



열 번째, ‘사회적 배려’로 돈 버는 삼성

 

2013년 1월, 이재용 삼성 부회장 아들이 ‘사회적 배려자’로 사립 영훈국제중학교에 입학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삼성은 그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배려를 받아 왔다. ‘봐주기 의혹’도 그런 것 중의 하나다.

 

2013년 9월 고용부는 삼성 계열사인 삼성전자서비스 불법파견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시간 외 수당 등 1억 4천 6백만 원 임금 미지급은 적발했지만, 불법파견은 전혀 없다고 했다. 과연 삼성은 불법파견, 즉 자기 직원처럼 부리면서 근로계약은 하청으로 한 적이 없을까? 만약 삼성이 불법파견을 했었다면 삼성은 고용부의 이 발표로 어느 정도의 이익을 얻은 것일까?

 

삼성전자서비스는 홈페이지를 통해 하청회사 직원의 모집공고를 올려 채용하고, 훈련시켰으며 채용을 지휘, 감독했다. 삼성전자서비스 경영관리 매뉴얼에 따르면 하청이 채용 등록하고 심사 의뢰하면 원청은 체크하고 승인하는 채용 심사권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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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국회의원 은수미_국정감사자료집, 2013

 

또한 원청이 고객 응대 등에 대해 교육을 시킨다. 만약 고객이 “삼성직원이냐”고 물으면 “그렇다”라고 답하라고 교육시키고 “금일 400건 돌파를 위해 죽을 힘을 다해봅시다” 등의 업무 지시도 문자를 통해 원청이 직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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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국회의원 은수미_국정감사자료집, 2013

 

게다가 하청업체에게 징계표준안까지 내려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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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국회의원 은수미_국정감사자료집, 2013

 

이처럼 말만 하청이지, 자기 직원처럼 부려먹은 것으로 보이는 하청 노동자 수가 약 1만 명에 달한다(2013년 현재, 270명의 정규직 수리 기사와 함께 협력업체 소속 8406명의 수리 기사와 1431명의 콜센터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이들을 직접고용하지 않고 하청으로 만든 탓에 삼성 측은 연간 최소 2천억 이상의 이익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고용부가 시간 외 수당 미지급 등 1억4천 원을 적발한 것이 아니라 2천억 이상의 사회적 배려를 해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는 것이다.

 

얼마 전 이렇게 하청으로 일한 삼성전자서비스 기사님이 추락사했다. 그 분의 초등학교 따님의 일기가 공개되어 많은 사람의 가슴을 울렸다. 삼성이 사회적 배려로 돈을 버는 동안 삼성에서 일하는 누군가는 위험에 내몰리고 목숨까지 위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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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 번째, 녹색기업으로 돈 벌기



읽기 전 안내사항

 

김영란법이 통과되었습니다. 오랜 정경유착의 고리가 김영란법을 통해 끊어지기를 바라며 이 글을 씁니다.

색인증조차 악용할 수 있는 것은 정부의 직간접적 협력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거든요. 20대 국회에선 녹색기업 인증제도가 꼭 개선되기를 바랍니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이 문제를 계속 제기했지만 전 실패했거든요. 그래도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2015년 국정감사에서도 밝혔듯이 당시까지 지정된 186개의 녹색기업 중 96%(총 179개)가 대기업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대기업만 유독 녹색기업일 리는 없다. 그런데도 발암물질을 배출하고, 화학 사고를 반복적으로 낸 대기업들이 버젓이 녹색기업이 되었다. 녹색기업 인증제도가 대기업 전용제도로 바뀐 탓이다.

 

LG화학은 최근 3년 동안 3건의 화학 사고를 냈다. 녹색기업 중 최다이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전국에서 가장 많은 발암물질을 배출하고도 녹색기업으로 등재돼있다. SK하이닉스, 삼성정밀화학 등도 예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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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기업 최근 사고현황

출처 - 은수미의원실 국감자료, 2015년

 

발암물질 배출량 1위에 화학 사고 반복에도 대기업들이 녹색기업으로 지정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는 녹색기업 인증을 사업장 단위로 받아서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예를 들어, A 대기업 수원 공장에서 사고가 나도 A 대기업의 창원 공장은 여전히 녹색기업으로 인정받아 A 대기업은 녹색기업 인증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업장 중 하나라도 사고가 나면 기업 전체가 녹색인증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바꾸면 되는데, 그건 어렵다는 것이 정부의 답변이다(참고로 본인은 2013년과 2015년, 두 번에 걸쳐 녹색기업 인증제도가 대기업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하며 제도개선을 시도했으나 일단 실패했다).


대기업들은 녹색기업 인증을 받으면 어떤 이익이 있을까?


우선 브랜드 이미지 및 판매량에 제고에 큰 도움을 받는다. 사례 하나. 은수미 의원실에서 알린 SK하이닉스 사고 및 발암물질 유출 관련 기사가 아주 작게 실린 날을 전후하여 녹색기업 SK하이닉스 관련 광고가 인터넷에 집중적으로 게재되었다는 보고를 받았다(그래도 효과는 있어서 1년여에 걸친 여러 사람들의 노력 끝에 SK하이닉스가 4000억 원을 투자하여 자체 개선 시스템을 만들었다).

 

제품판매에도 매우 긍정적이다. 녹색 소비가 권장되는 상황에서 녹색기업 인증은 소비자들의 물품 구매 때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아마도 여러분도 아이들이나 부모님용 상품구매 시 녹색기업인증에 안심한 경험이 꽤 있을 것이다.


게다가 녹색기업이 되면 정부의 관리감독으로부터 자유롭다. 정기점검도 면제받는다. 오염물질 배출시설이 제대로 된 것인지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녹색기업은 그것도 신고만으로 넘어갈 수 있다. 오염물질의 처리 실태에 대한 보고, 오염물질의 채취 또는 관계 서류·시설·장비의 검사 역시 면제다.

 

때문에 이 제도를 악용한다면 녹색기업인증이 거꾸로 ‘환경 파괴 허가권’으로 돌변할 수 있는데, 문제는 실제로 악용을 한다는 점이다.


2013년 녹색기업이던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은 폐유를 하천에 버리다 적발되었다. 한화케미칼 여수공장, 삼성석유화학 서산사업장, 롯데케미칼 대산 공장, SK하이닉스 청주사 업장 제2공장 등은 폐수 배출 시설에서 특정 수질 유해 물질 등의 변경 사항을 신고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지정취소가 되냐고? 그런 경우는 매우 드물다.

 

기업이 이 제도를 악용하는 것을 모르지 않을 터인데, 정부가 왜 음으로 양으로 도와주거나, 아예 나서서 재벌 돈벌이를 옹호할까? 그들이 친 재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권이 바뀌어야 한다.



열두 번째, 세금에 동반성장으로 돈 벌기



읽기 전 안내사항

 

지난번에 연재한 ‘세금으로 돈 벌기’에 이어 2탄 ‘세금에 동반성장으로 돈 벌기’를 연재하려 했던 것을 깜박 잊었어요. 광복절 특사 경제인 사면과 이건희 동영상 때문에 글 순서가 바뀐 거죠. 향후 이 연재물을 보완하여 책으로 낼 예정인데 그때 항목별로 결합시킬 예정이니, 지금은 섞여버린 것을 양해하여 주세요.

 

한 가지 더. 김영란법의 통과에 관해 한마디만 하겠습니다. 김영란법에는 언론인 및 사립학교 교원이 포함됩니다. 언론계 외주노동자나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도 모두 이 법의 적용을 받습니다. 예를 들어 세월호 기간제 선생님은 기간제란 이유로 순직 인정이 안 되었지만, 기간제 선생님은 ‘선생님’이란 이유로 이 법의 적용을 받습니다. 왜 권리는 적용이 안 되고 의무만 적용이 될까요.


그래도 김영란법으로 정경유착의 고리가 많이 끊어지기를 기대하면서 권리든 의무든 비정규직에게까지 모두 적용되는 평등한 공화국, 우리들의 민주공화국을 꿈꿔 봅니다.



재벌이 돈 버는 비법의 특징은 구석구석 무척 세밀하다는 것이다. 틈새부터 쥐구멍까지 돋보기를 들이대고 돈 벌 구석을 찾는다. 동반성장과 세금을 결합하는 것이 그 방법 중 하나다.


동반성장을 하면 정부가 지원을 해준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주도하여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정책이 추진되었고, 2007년 9월 '대·중소기업 간 하도급 공정거래협약 절차 및 지원 등에 관한 기준'이 제정되었다. 대기업의 동반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자금과 인력·교육·훈련 지원에 더해 '협력사의 경영과 관련된 직·간접적인 지원'까지 한다.

 

문제는 이런 지원책을 하청 노동자 교육에 이용하여 일석이조 돈벌이를 한다는 것이다. 과연 재벌 대기업답다.

 

2011년부터 SK브로드밴드는 국가가 지원하는 직무교육을 실시했는데, 총 교육자 5천620명 중 88%인 4천944명이 SK브로드밴드 협력업체 직원, 즉 하청이고 강사의 절반 가까이는 SK브로드밴드 직원들이다. 정부 돈으로 정규직이 비정규직을 교육시킨 셈인데 여기에 지원된 국민 세금이 약 20억 원이라 한다.

 

이런 세밀함의 끝판은 이렇게 교육받고 일하는 하청 기사의 자녀에게 보낸 어린이날 편지이다. 어린이날에 하청기사분 가족까지 챙겨준 미담일까? 2014년 5월 4일 <KBS> 뉴스9에도 보도된 편지는 다음과 같다.



사랑하는 ㅇㅇㅇ 어린이에게.
안녕하세요? ㅇㅇㅇ 어린이 만나서 반가워요!
아빠가 다니는 SK브로드밴드 회사의 네트워크부문장 ㅇㅇㅇ 아저씨에요.

(중략)


이렇게 좋은 날(어린이날)에도 아빠가 오랜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건 아빠가 세계에서도 최고로 손꼽히는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어서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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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KBS>



하청 기사는 SK브로드밴드 직원 아니라면서 정작 아이에게는 아빠가 세계에서도 최고로 손꼽히는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느라 어린이날에도 함께 하지 못한다고 편지를 보낸 것이다. 상품권까지 곁들여서 말이다. 하긴, 하청으로 돌리고 교육까지 국민 세금으로 했으니 상품권쯤이야 전해줘야지 대기업답다.

 

덕분에 아버지는 아이와 놀지 못할 뿐만 아니라 SK 다닌다고 거짓말까지 해야 한다. SK 직원인 줄 알고 속아서 결혼했다는 부인도 계신다.

 

SK만 이러냐고? 아니다. 삼성을 비롯해 많은 재벌 대기업이 업무를 하청으로 돌리고 하청 직원 교육을 국민 돈으로 시킨다는 의혹이 있다. 꿩 먹고 알 먹기, 땅 집고 헤엄치기이다. 더군다나 이것은 법원에서 불법파견의 근거로 삼는 행위이기도 하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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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미


편집: 딴지일보 coc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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